소설리스트

아는 누나-66화 (67/98)

〈 66화 〉 66. 커플 가면

* * *

지애의 차 안.

토요일 점심 무렵

세단은 어느새 소희네 집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지상에 충분한 자리가 있는데도 지애는 차를 몰아 지하로 내려갔다.

세단이 도착한 곳은 아침에 차가 주차되어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다행히 그 자리는 그대로 비어 있었다.

지애는 큰 어려움없이 주차 후, 시동을 껐다.

그 곳은 지하주차장 중에서도 가장 외진 자리였다.

주위에는 여전히 오가는 사람도, 주차된 차도 별로 없었다.

정우의 눈에 어제와 같은 자리에 세워져 있는 소희 아빠의 차가 들어왔다.

‘어제 저녁, 저기서 소희 누나랑 하다가 멈췄는데.’

엊저녁에만 해도 정우는 소희와 함께 발가벗은 채로 옆의 차 안에 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 그러지 않아도 사그러지지 않던 페니스가 더욱 불끈거렸다.

지애는 다른 곳을 향한 정우의 시선을 보았다.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데를 보고만 있다니.

지애는 본능적으로 정우의 부풀은 바지 앞섶을 내려다 보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자신도 정우를 슬쩍 본 셈이 되었다.

마치 정우가 자신의 몸을 훔쳐봤듯이.

바지 앞섶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아까부터 자신이 은밀하게 만졌던 페니스가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어디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런건지 알 수 없었다.

건강한 페니스를 보니 아무튼 정우가 젊기는 젊은 듯 했다.

“어디를 그렇게 보니?”

한눈 팔린 정우를 지애가 떠보듯 물었다.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게 당연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정우의 시선이 지애에게 돌아왔다.

잠시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오늘 벌써 몇 번이나 교차한 거였다.

지애는 가슴이 점차 더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안될 일이었다.

지애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자제해야 했다.

이제 곧 일어나야 했다.

아쉬웠다.

이 차를 벗어나서 소희의 집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 아마도 정우랑 둘만 있을 일은 이제 없을 거 같았다.

아쉬웠지만, 설레임도 걱정도 여기까지여야 했다.

“이만 갈까?”

문득 뒷좌석에 놔둔 종이가방 두 개가 생각났다.

소희와 소원에게 줄 선물인 란제리가 들어있는 그 종이가방들.

지애는 몸을 돌려 뒤에 놔뒀던 종이가방을 집으려 했다.

그 바람에 지애의 상체가 조수석에 앉은 정우의 왼팔에 다가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확 좁혀지자 두 사람은 저마다 놀랐고, 함께 설레였다.

지애도, 정우도, 잠시 멈칫하게 되었다.

그런 중에, 종이가방의 내용물이 쏟아져 버렸다.

뒷좌석 바닥에 떨어진 물건은 지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제가 집어 드릴께요.”

정우가 재빨리 조수석 문을 열고 내렸다.

어차피 뒷좌석에 놔둔 와인세트를 집어들기 위해서라도 뒷문을 열어야 했을 것이다.

“아냐. 내가 쏟은건데.”

정우가 문을 열고 내리자 지애 역시 문을 열고 내렸다.

자신의 실수로 떨어진 물건이었기에 자신이 집어들고 싶었다.

게다가 그 물건들은 남자인 정우의 손이 닿기 어색할 란제리였다.

지애와 정우는 거의 동시에 각자 앉아있던 좌석의 뒷문을 열었다.

그러나 물건들이 운전석 뒤에 떨어져 있었기에 아무래도 지애의 손이 더 가까웠다.

“이건 뭐지?”

란제리 말고도 웬 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쉽게 주워지지 않아 지애는 그대로 뒷좌석에 들어와 앉았다.

옆에 주차되어 있는 형부의 차를 긁을지 몰라 문은 일단 닫아 버렸다.

뒷좌석에 앉은 지애는 손으로 집어 들고서야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아. 아까 서비스라면서 주셨던 거구나.”

란제리 샵의 아주머니가 우겨 넣다시피 했던 서비스 물품이었다.

봉투는 불투명한 빛깔로 밀봉되어 있어서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궁금한데 뭔지 열어볼까요?”

어느새 정우도 뒷좌석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많이 궁금했는지 정우는 꽤 가까이 다가와 앉아 있었다.

가벼운 물건이었다.

그다지 대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이대로 차에서 나가기가 아쉬웠던 차였다.

지애는 정우의 제안을 수락했다.

말없이 봉투를 뜯었다.

봉투에 들어 있던 건 두 개의 코스프레용 가면이었다.

가면무도회에나 사용될 법한, 레이스로 장식된 눈만 가리는 커플 가면.

긴 손잡이가 귀부분에 달려 있어서 손으로 잡아 얼굴에 걸칠 수 있었다.

그 중 붉은 빛 가면은 여성용인지 꽃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검은 빛 가면은 금장이 박혀 있었고, 남성용인듯 했다.

“아. 연인한테 주는 선물이라더니.”

무안해진 지애가 혼잣말을 했다.

란제리를 사러 오는 연인들에게 줄 법한 물건 같기도 했다.

사람마다 기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좋아할 법 할 것 같은 물건 같았다.

“이건 소희누나나 소원이에게 주면 안될 거 같은데요?”

어느새 정우가 남성용 가면을 집어 들고 얼굴에 걸치고 있었다.

모양새가 확실히 남성스러웠다.

미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용 가면보다는 현저히 뒤쳐지는 듯 했다.

지애가 방긋 웃었다.

가면을 보자마자 냉큼 집어든 정우가 왠지 순진무구해 보였다.

‘이런 아이를 상대로 내가 설레였다니.’

“그러네? 보여줬다가는 서로 예쁜 가면 가지겠다고 다투겠는걸?”

농담을 한 지애 역시 가면을 집어 들었다.

지애 또한 손잡이를 잡은 채 가면을 얼굴에 걸쳤다.

지애와 정우는 가면을 쓴 채로 서로 마주봤다.

가면을 쓰고 정우를 바라보니, 지애의 마음이 그냥 볼 때보다는 조금 편해졌다.

자신의 얼굴빛을 보이지 않기에 속내가 드러나지 않을 듯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면을 쓴 정우의 얼굴의 절반이 가려져 있는게, 언뜻 보니 다른 사람 같기도 했다.

지애는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어제 정우를 만난 이래로 가장 편하게 말을 걸었다.

“어때? 잘 어울리니?”

마음이 편해진 건 정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눈 주변만 가린 가면이었지만, 왠지 마음을 편하게 했다.

“아름다우세요. 이모.”

정우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그러잖아도 날씬한 몸매와 고운 피부로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이는 외모를 가진 지애였다.

꽃이 달린 가면은 원피스를 입은 지애와 왠지 잘 어울렸다.

원피스가 받쳐주자 가면은 지애를 더 아름답고 더 신비롭게 보이도록 했다.

동화 속 무도회의 공주 같기도 했다.

가면 속 지애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머, 이모라뇨. 누구세요?”

유쾌해진 지애가 농을 시작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을 닮으셔서 제가 착각했네요.”

정우는 순발력있게 지애의 농을 받았다.

가면을 쓴 김에 둘은 자연스레 역할극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저를 닮았다니 그 분도 꽤 예쁘신가봐요?”

“그럼요. 아주 예쁘죠. 제가 예전에 많이 짝사랑했던 분이에요. 그쪽도 아마 매일 만나실걸요? 거울 보실때마다.”

예쁘다는 말에 가면을 쓴 채로 지애가 슬며시 웃었다.

짝사랑했다는 대목에서는 설레이기까지 했다.

그런 지애의 모습은 마치 수줍은 소녀 같았다.

“그쪽도 꽤 핸섬하고 멋있으세요.”

지애 역시 진심이었다.

어제 밖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릴 때 이후 정변한 정우의 외모에 감탄했던 터였다.

“정말요?”

“그럼요.”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둘은 오롯이 서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급조된 역할극에 몰입해서인지 둘의 고개가 점점 가까워졌다.

잠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숙녀분, 눈이 정말 예쁘세요.”

가면을 쓰니 눈이 더욱 강조되었다.

지애도 정우도, 내가 마치 내가 아닌 듯했고, 상대방도 마치 상대방이 아닌 듯 싶기도 했다.

정우의 감미로운 칭찬이 어느새 지애의 마음을 녹이고 있었다.

“고마워요.”

정우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이번 만큼은 지애는 웃지 않았다.

왠지 입술이 타는 바람에 오물거리며 혀가 나와 입술에 닿았다.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터질 듯했다.

지금 자신에게 다가와 속삭이는게 정우가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정우의 속삭임을 받고 있는 자신이 지애가 아닐 것도 같았다.

순간, 지애는 정우와 자신의 사이에 소희라는 존재가 잠깐 사라진 듯 했다.

긴장한 지애는 눈을 감았다.

자기도 모르게 호흡마저도 참고 있었다.

그러고 있기를 잠시.

지애는 입술에 부드러운 무엇인가가 닿는 것을 느꼈다.

부드럽고 촉촉한 어떤 것이 잠시 닿았다가 떨어지더니 재차 닿았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정우의 입술일 터였다.

지애의 가슴이 철렁했다.

왠지 하면 안될 짓을 하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금단에서 오는 유혹은 쉽게 뿌리치기 힘들었다.

지애가 눈을 떴다.

눈을 뜬 지애의 앞에 가면을 쓴 정우가 앉아 있었다.

정우는 지애의 눈을 찬찬히 살피더니 그대로 지애의 눈에 키스해 왔다.

지애는 뭔가 얘기하고 싶었지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정우 역시 뭔가 말하려다가 그냥 지애의 입술 앞에 머물러 있었다.

오물거리려는 정우의 입술이 지애의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방금전의 입맞춤에 대해 사과하려는 것이리라.

지금 이 순간, 굳이 말할 필요 없었고 들을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는 지애가 움직였다.

마치 엘리베이터에서 정우의 페니스를 쥘 때 마냥,

지애의 입술이 과감하게 정우의 입술에 닿았다.

얼마만인지 생각도 잘 나지 않았다.

전남편과의 불화와 그 이후의 외로운 삶 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던 키스였다.

아니, 전남편과 불화가 있기 전에도 그와의 키스가 이렇게 달콤하고 감미로웠을까.

지애는 눈을 감은 채 온 신경으로 입술의 촉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애의 입술이 닿자 정우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허락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리라.

정우는 지애의 입술을 먼저 무단으로 범한 탓에 망설이고 있던 차였다.

그런 중에 지애의 입술이 이내 다가와 닿았다.

정우는 지애가 입술을 허락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지애의 입술에 닿은 정우의 입술이 활발해졌다.

정우의 입술이 활발히 움직이자 이내 지애의 입술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둘은 서로의 입술을 흡입하기에 바빴다.

입술끼리 빨아대는 야한 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몹시도 정성스러운 소리였다.

갑자기 지애가 입술을 뗐다.

정우는 지애가 이대로 마치려하나 아쉬워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이 지애를 리드할 수 없었다.

지애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소희의 이모였다.

두 사람 사이의 키는 지애가 쥐고 있었다.

지애는 잠시 정우를 바라봤다.

두 사람 다 여전히 가면을 쓴 채였다.

“이 차 안에서 있을 일도, 비밀로 해야 하는거 알고 있죠?”

지애가 정우에게 질문했다.

지애의 질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비밀로 하라는 건 그냥 정우의 의무였다.

그리고 차 안에서 뭔가 있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거부할 수 없었다.

지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문 좀…”

정우가 앉은 뒷좌석의 문이 열려 있었다.

정우는 지애의 요구대로 문을 닫았다.

고개를 다시 돌리니 지애는 어느새 가면을 내려두고 있었다.

정우도 지애를 따라 가면을 내렸다.

두 사람의 입술이 이내 다시 포개어졌다.

둘은 한층 더 강렬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지애는 수년간 쌓여있던 욕망을 분출하고 있었다.

지애의 입술 사이로 정우의 부드러운 혀가 벌리고 들어오려 했다.

지애는 이내 입을 열어 수년만에 찾아오는 손님을 반겼다.

혀와 혀가 만나 어우러지면서 온 몸에서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알 수 없는 희열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솟아 오르는게 느껴졌다.

지애의 두 손이 정우를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다.

둘은 밀폐된 공간에 그렇게 함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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