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68. 좋았어, 나도.
* * *
소희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차에서 내린 지애와 정우는 엘리베이터까지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조금 전 둘이서 함께 보낸 시간은 분명 달콤했다.
지애의 가슴과 정우의 페니스는 상대방의 손의 느낌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애도 정우도 그 시간을 후회하고 있었다.
서로의 사이에 있는 소희 때문이었다.
걸어가는 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이내 둘은 서먹해지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지애가 먼저 운을 뗐다.
“방금 전에, 미안해.”
“네?”
정우에게는 지애의 사과가 뜻밖이었다.
지애가 사과할 일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우에게는 마지막까지 사정을 도와준 기억밖에 없었다.
“내가 괜히 시작했나봐."
지애는 소희를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그걸 말하는 순간 자신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걸 정우에게 고백하는 거나 다름 없었다.
“아니에요. 제가 무례했어요.”
정우는 그제야 지애의 사과를 이해했다.
아무리 먼 친척이긴 했지만, 지애는 여자친구인 소희의 이모뻘인 사람이었다.
차 안에서 더 이상의 일이 생겼더라면, 머리속이 복잡해질 거였다.
“나이도 많은 내가 처음부터 참았어야 했는데.”
지애가 뒤늦게 자책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제가 먼저 불쑥 입을 맞추는 바람에.”
입을 맞춘 건 정우였지만, 그 전의 분위기로 봐서는 지애가 먼저 허락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애도, 정우도 그걸 알고 있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지애가 먼저 운을 뗐다.
“정우야.”
“네?”
“부탁할게 있어.”
지애의 태도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정우도 그에 따라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쇳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네. 말씀하세요.”
“우리 그냥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면 안될까? ”
잠시 생각하던 정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던 요청이었다.
사실 비밀로 해달라고 자신이 부탁해야 할 입장이었다.
정우는 지애가 자신이 소희와 사귀는 사이인 걸 모르는게 다행이라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나이 많은 나보다는 지금의 여자친구가 정우에게 더 잘 어울릴거야.”
지애는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 말을 덧붙였다.
만일 정우가 소희와 사귀지 않았더라면, 지애는 자신이 결정을 달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정우에게 자신이 좀 더 솔직해 졌을지도 몰랐다.
지애는 조카인 소희의 남자친구와 성행위나 다름 없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자책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둘 사이를 공식적으로 내게도 알리게 될 텐데 어쩌나’
그 생각에 깜깜했지만, 우선 지금은 이대로라도 넘어가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지애의 눈에 왠지 정우가 의기소침해 보였다.
정우를 달래주고 싶어 지애가 말했다.
“여자친구한테 잘 해주고, 혹시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렴.”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움이 있어 보였지만, 정우도 그런대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 앞에 섰다.
지애가 벨을 누르려 하는데, 정우가 말했다.
“저는 인사만 하고 갈께요. 약속이 있어서.”
정우는 소희의 집에 들어가서 소희를 볼 면목이 없었다.
지애도 그걸 짐작하고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알았어. 와인 들어줘서 고마워.”
정우가 팔을 들어 지애의 손을 잡았다.
“저는 오늘 이모 나이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 없어요. 정말 매력적이세요. 그러니 혹시라도 앞으로 누구에게도 나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정우의 표정은 진지했고, 진심 어려 있었다.
순간적으로 지애의 가슴이 다시 떨려왔다.
지애는 자신을 배려해주는 정우의 말에 입맞춰 주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참아야 했다.
“알았어.”
“저는 참 좋았어요. 고마워요.”
지애가 미소지었다.
이것으로 다 수습이 되는 것 같았다.
지애 역시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좋았어. 나도.”
두 사람의 눈에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곧 지애가 벨을 눌렀다.
두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던 소원이 문을 열었다.
정우는 와인세트를 건네고 집 안의 사람들과 집에 간다며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소희와 소원이 아쉬워하며 머물기를 청했지만 정우는 피로를 핑계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정우와 지애와의 특별한 인연은 짧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
같은 날 오후 세시경.
지하철역 근처 카페
실제로 정우는 몹시 피곤하던 참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정우는 피로를 달래며 간단히 늦은 점심을 차려 먹고 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나연으로부터 세시 약속을 확인하는 연락이 왔다.
약속을 미루려 했으나, 이미 한번 미뤘던 약속이라 더 미룰 수 없었다.
정우는 마지 못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왔다.
약속 장소는 이틀전 헤어졌던 지하철 역 근처의 카페였다.
정우는 카페에 먼저 도착해서 앉아 있었다.
곧 문이 열리면서 눈에 익은 하얀 비숑 한마리가 발발거리며 들어왔다.
며칠 전 정우가 구해줬던 ‘솜탱이’였다.
뒤이어 뒷머리를 질끈 묶은 날씬한 몸매의 아가씨가 손에 줄을 쥔 채 따라 들어왔다.
나연이었다.
나연은 커피숍에 들어오자마자 단연 눈에 띄었다.
미모도 미모지만 외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얇은 점퍼 사이로 슬쩍 보이는 타이트한 셔츠로 인해 가슴의 브래지어 라인이 선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검은색 요가복 하의였다.
그러잖아도 날씬한 나연의 몸에 요가복이 워낙 밀착되니 날씬한 몸매가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나연이 몹시 반가워하며 다가와서 앉았다.
솜탱이 역시 정우에게 다가가며 꼬리를 치며 좋아했다.
“오빠 안녕? 팔 괜찮아?”
“응. 보다시피. 많이 괜찮아졌어.”
정우는 보호대를 들어 보였다.
보호대를 찬 모습에 나연이 놀랐다.
깁스 한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괜찮아졌다는 정우의 말이 와닿지 않은 것이다.
“어머. 많이 다친 거 아냐?”
“응 반깁스했다가, 좋아져서 이거로 바꾼거야. 지금은 통증도 별로 없어.”
걱정스러운 나연과는 달리 솜탱이는 정우의 다리에서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꼬리를 계속 흔들고 있는게 호감의 표시인 듯 했다.
“어머, 얘도 오빠 기억하나 봐.”
사실 두 사람은 이틀전에 처음 만나 잠깐 얘기 나눈 사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연의 성격이 워낙 밝아 친근하게 굴다보니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 같아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나연의 호의에는 자신의 강아지를 위험에서 구해준데 대한 고마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가 보네? 솜탱이 안녕?”
하얀 구름 같은 강아지는 알아들었는지 정우를 보고는 꼬리를 흔들어댔다.
“오빠, 우리 얘 데리고 걸으면서 얘기할까? 마침 산책도 시켜줄 겸 해서 데려 나왔거든.”
정우는 이제야 나연의 복장이 이해가 되었다.
요가복을 평상복처럼 입기는 하지만, 자기를 만나러 나오는데 굳이 입고 나오기에는 과해 보였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알고보니 산책을 위한 복장이었던 것이다.
정우는 피곤하긴 했지만, 산책 정도야 괜찮을 것 같아서 동의했다.
두 사람이 주문 후에 각자 마실 것을 받아들려는 참이었다.
갑자기 솜탱이가 정우의 다리에 매달리더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정우는 처음에는 장난치려는 건 줄 알고 가만히 있었으나 솜탱이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놀랐다.
마치 짝짓기를 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예상 못한 움직임에 정우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나연의 얼굴도 새빨개졌다.
“솜탱아 안돼.”
나연은 솜탱이를 재빨리 안아들었다.
“오빠 미안해. 얘가 갑자기 마운팅을 하네.”
“마운팅?”
“응 강아지들이 그… 방금처럼 하는 건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 꼭 성적인 이유로 달려드는건 아니니 오해하지마, 오빠.”
나연의 설명을 들은 정우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 내렸다.
특히 나연의 앞이다 보니 강아지의 야한 동작이 몹시 민망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나연이 먼저 자연스럽게 대해주니 마음이 놓이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녀석 오늘은 함께 있지 못하겠네.”
잠시 뭔가 생각하던 나연이 정우에게 제안했다.
“오빠. 산책은 다음에 하고, 오늘은 얘 보내고 우리끼리 그냥 얘기나 하자.”
“집에 데려다 주게?”
정우가 이틀 전에 나연에게서 들은 바로는 나연의 집은 그리 가깝지는 않은 곳이었다.
나연의 집에 대해 얘기하려다보니 뭔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에 대해 최근에 누구에게선가 들었었다.
정우는 골똘히 생각했으나 그게 누구에게서 들은 것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냐. 근처에 맡길 데가 있어. 오빠 같이 갈래? 아님 기다릴래?”
“같이 나가지 뭐.”
나연은 솜탱이를 안아 들고 카페를 나섰다.
정우는 커피를 가지고 뒤를 따랐다.
나연은 곧 주변의 어느 상가 건물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는 꽤 높은 곳에 있어서 내려오려면 꽤 걸릴 듯했다.
“오빠 3층인데 걸어가도 괜찮지?”
나연이 앞장서더니 익숙한 듯 계단을 타고 3층까지 올라갔다.
나연의 타이트한 요가복으로 인해 힙의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모습이 바로 뒤를 따라오는 정우의 눈에 들어왔다.
피곤해 있으면서도 정우는 자극받고 있었다.
탱글탱글한 힙과 허벅지 사이로 Y존이 선명하게 보였다.
정우로서야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지만, 왠지 뒤를 가려주며 보호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정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연은 열심히 계단을 올랐다.
나연이 들어간 곳은 네일샵이었다.
“아줌마 안 왔지?”
나연의 질문에 안에 있던 예쁘장한 매니저가 대답했다.
“응. 안 계셔.”
나연이 조심스레 매니저에게 요청했다.
“언니, 혹시 우리 솜탱이 좀 맡아 주면 안 돼? 내가 저녁에 데려갈께.”
“응 그렇게 해. 대신 꼭 와야 해? 지난번처럼 두고가지 말구.”
정우는 두 사람 관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솜탱이를 맡기는 게 처음은 아닌 듯 보였다.
네일샵에서 나오자 정우가 나연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응. 차차 얘기할께. 우리 아파트 멀어서 내가 가끔 솜탱이 맡기는 곳이야.”
나연의 아파트 얘기를 듣자 또 다시 정우는 최근에 누구에게서 들었던 건지를 다시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좀처럼 그게 누구였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걸어왔더니 힘드네. 타고 갈까 우리?”
나연은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정우는 그 뒤를 따랐다.
아까 전부터 내려오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이제야 3층에 다다른 듯 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이미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올라타자 실내가 꽉 차게 되었다.
정우의 바로 앞에 타이트한 요가복을 입은 나연이 바짝 붙어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이 닿을 듯 말 듯했다.
정우로서는 이미 오늘 오전 한 차례 경험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정우는 머리 속에 맴돌던 사람이 생각났다.
자신과 오늘 오전 같은 자세로 있었던 사람.
나연이 사는 아파트를 언급한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다음주에 그 곳으로 이사간다던 지애였다.
어제 저녁 소희의 집에서 들었으나 과음하는 중에 들은 바람에 깜박 잊었던 것이다.
정우는 뒤이어 지애와의 엘리베이터에서의 스킨쉽이 생각났다.
지애의 손이 사정시켜 줄 때의 황홀감이 떠올랐다.
정우의 페니스가 저절로 일어났다.
정우는 아차 싶었다.
나연에게 페니스가 닿게 할 순 없었다.
뒤늦게 정우가 속으로 자제하려 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부풀은 페니스가 나연의 힙에 닿아 버렸다.
단단해진 페니스는 나연의 부드러운 힙을 만나자 환호하며 그 한가운데를 누르게 되었다.
놀란 정우의 눈이 앞을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문에 나연의 눈이 비치고 있었다.
문에 반사된 나연의 눈도 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