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70. 오빠, 나 어때?
* * *
토요일 오후
나연의 집
나연의 새엄마 고현영.
35세의 그녀는 마치 아가씨같은 탄탄한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강한 눈빛으로 정우를 살펴보고 있었다.
허벅지까지 찢어진 롱스커트를 입고 있는 그녀는 도도한 자태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정우는 자신을 훑어보는 현영의 눈길이 불편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경험은 익숙치 않았다.
그렇다고 불편한 티를 내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상대방이 이제 방금 친분이 생긴 나연의 엄마였기 때문이다.
새엄마라도 엄마는 엄마니까.
자칫했다가는 나연에게 결례되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 조심스러웠다.
그래봐야 과외선생 자리였다.
굳이 저런 눈빛으로 봐야하나 싶기도 했다.
정우는 현영의 눈을 마주보기 불편해서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거실 전면에는 대형 사이즈의 TV 가 있었다.
그리고 창가에는 피아노가 한 대가 놓여져 있었다.
‘저 피아노는 누가 치는 걸까?’
[파바박]
어디선가 뭔가를 긁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정우는 익숙치 않은 소리였기에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현영이 입을 열었다.
“앉으세요. 한국대 다니신다구요?”
육안 검사는 마무리된 듯했다.
좀 떨떠름한 기분을 참고 정우가 앉았다.
정우의 옆에 곧 나연이 앉았다.
그저 과외선생으로서 면접을 온 정우였다.
그러나 기분만은 마치 여자친구 부모님께 허락받으러 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기를 훑어보는 현영의 눈빛에서 그런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다.
첫 질문이 학력이라니.
학벌을 중시하는 사람인게 틀림없어 보였다.
하기야 나연을 통해 건네진 정보가 그거 뿐이었을 것이다.
한번 더 확인하는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네. 경영학과 3학년입니다.”
“우리 애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에요?”
현영의 질문에는 왠지 가시가 있는 듯하기도 했다.
정우는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감출 일은 아니었다.
“지난주에 …”
보다 못한 나연이 끼어들었다.
“지난주에 솜탱이 구해준 오빠인데, 그 일로 나랑 친해진 거에요. ”
[파바바바박]
긁는 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 솜이 구해줬다는 그 분이구나? 그 얘긴 들었어요. 몸은 좀 괜찮은 건가요?”
강아지를 구해줬다는 말을 듣자 현영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
어느새 현영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현영의 눈빛에서는 걱정스러워하는 기색마저 보일 정도였다.
“팔만 아직 조금 불편하고 그 외는 다 나았어요.”
정우의 대답에 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현영이 질문을 이었다.
그러나 솜탱이, 아니 솜이 덕분인지 눈빛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혹시 고3 수험생이나 재수생 과외는 해보셨나요?”
나연이 다시 끼어들었다.
“그만해요, 아줌마. 내가 그냥 과외받고 싶어 데려온 선생님인데 그냥 하게 해 줘요.”
정우에게 불리한 질문이라는 걸 알았는지 나연이 강경하게 졸랐다.
현영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너 그랬다가 이번에 또..”
그 때였다.
조금 전 둥근 안경을 쓴 여자가 들어간 방문이 조금 열렸다.
문 틈으로 솜이가 뛰어 나왔다.
솜이는 달려와 정우 앞에 멈춰서서 잠시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현영의 무릎 위로 뛰어 올랐다.
긁는 소리는 강아지가 문을 열어달라고 앞발로 긁어서 난 소리였다.
“어머, 솜이 나왔구나.”
현영은 솜이를 무척이나 아끼는 듯했다.
너무나 다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마도 잠깐동안 못 본 것에 불과할 것이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무척이나 재롱을 떨었다.
현영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자 정우의 눈에 그 아름다움이 한층 더 잘 드러났다.
나연이 깜짝 놀랐다.
나연은 일부러 샵에 솜이를 두고 온 거였다.
그래야지 정우의 면접이 끝나면 그 핑계로 다시 나갈 수 있으니까.
“어머, 얘는 왜 집에 있어요? 내가 샵에 맡기고 왔는데.”
“태연이가 가서 데려왔지. 너 또 두고 올지도 몰라서. 참, 태연아. 선생님더러 괜찮으시면 잠시 나오시라고 할래?”
솜이가 나왔던 방문으로 사내아이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보고 있었다.
갓 중학생이 된 듯한 아이는 새엄마의 말에 고개를 방 안으로 돌리며 뭐라고 얘기했다.
잠시 후에 조금 전의 둥근 안경을 썼던 그 여자가 나왔다.
‘아, 나연이가 얘기했던 그 선생님이 저 여자구나?’
현영이 두 사람을 서로 소개시켰다.
“선생님, 대학교 후배라고 하는데 잠깐 인사나 나누세요.”
정우는 아까 전에 인사했지만, 자신이 예의상 다시 한번 더 인사했다.
“송정우입니다.”
“아까는 실례했죠? 수업하다 잠깐 나온 거라서요. 이지수에요. 한국대시라구요? 재학생인가요?”
“네.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에요.”
“어머, 저희 과 후배시네요. 반가워요. 공부 잘하셨나보네요. "
조곤조곤 부드러운 말씨였으나, 지수의 말에는 어딘가 가시가 있었다.
그 가시는 현영의 것보다 훨씬 더 뾰족했다.
그저 현영을 도와서 자신을 검증하려는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어딘가 결이 달랐다.
정우는 지수가 슬쩍 현영을 바라보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마치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몇 학번이시죠?”
“네, 저는..”
정우와 지수가 서로의 학번을 얘기했다.
정우보다 여덟 학번 위라고 하는걸 보니 31세 내외인 듯했다.
“음, 요즘 학교는 별 일 없죠? 졸업 후에는 통 안 가봐서.”
“네. 예전과 비교는 못 하겠지만, 평온해 보이던 걸요.”
의미없는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정우는 이 대화가 왜 오가는지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음, 경영학 중에서도 어떤 분야를 좋아하시나요?”
“전에는 마케팅쪽이었는데, 박OO 교수님 수업을 들은 이후로 회계를 가장 좋아해요.”
지수가 대꾸했다.
“아, 그 교수님 수업 유명하죠. 나도 그 분 수업 듣고 회계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정우는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자신이 말한 교수는 작년부터 수업을 시작한 분이었다.
지수의 대답이 석연치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정우가 불편해 하는 것 같아 나연이 끼어들었다.
“그럼 저는 제 선생님이랑 그만 방에 들어가 볼께요. 오신 김에 책도 한번 보고 갈 겸. 아줌마, 괜찮죠?”
“그래. 그러렴. 선생님 그러면 페이는 이따가 상의해요.”
현영은 정우와 지수의 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적어도 정우가 한국대 학생이 맞다는 건 확인한 듯 했다.
한국대 학생이 맞다면, 실력에 대해 다른 질문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 정도 네임밸류는 있는 학교였다.
그리고 나연이 저렇게 고집부리는 이상, 자신이 취소시키기도 어려웠다.
현영과 지수에게 간단히 목례 후 정우는 나연을 따라 나연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는 정우의 뒷모습을 지수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개운치 않은 듯,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
나연의 방은 파스텔톤의 산뜻한 분위기였고 향긋한 내음이 풍겼다.
정우는 아늑한 느낌에 기분까지 편안해지는 듯했다.
문득 나연과 단 둘이 이 방에 있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묘해졌다.
게다가 눈앞에 서 있는 나연의 요가복 입은 하체는 섹시함 그 자체였다.
나연의 힙의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 모습은 뒤에서 보고 있는 정우를 충분히 들뜨게 하고도 남았다.
정우는 애써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위를 보아도 보이는 건 예쁜 얼굴과 도드라진 가슴이었다.
마침 나연이 돌아서는데, 허리 아래 은밀한 그 부위의 W존이 선명히 드러났다.
매혹적인 갈라진 그 자국에서 도저히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페니스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는지 모르는지 나연은 그저 정우를 달랠 겸 푸념을 했다.
“아휴. 그냥 하면 되지. 면접은 무슨.”
“방금 무슨 분위기야?”
방에는 의자가 하나 뿐이었다.
나연은 정우를 의자에 앉히더니 자신은 침대에 걸터 앉았다.
밀착된 옷을 입고 침대에 걸터 앉은 나연의 자태는 숨막힐 듯 섹시했다.
정우는 애써 자신을 추스렸다.
“아줌마는 방금 본 이지수라는 여자한테서 배우라는 거고, 나는 싫어한다는 것까진 아까 얘기했지?"
나연은 잠시 쉬더니 말을 이었다.
"태연이, 참. 동생 이름이 태연이야. 태연이 성적도 많이 올랐고 저 언니가 한국대 나왔다면서 과외받으라는데, 나는 저 언니 왠지 안 땡겨서 싫어."
"그냥 다른 사람한테 배운다고 하면 되잖아?"
"아줌마는 집에 사람 많이 드나드는 거 싫다면서 우리 둘 다 한 사람한테 배우라는 거야.”
어느 정도 궁금한게 해소 되었으나 그 설명으로는 부족했다.
“근데 왜 저 여자분이 나한테 이것 저것 물어보는거야?”
“오빠 확인도 할 겸, 견제도 할 겸 묻는거겠지. 오빠가 날 가르치게 되면, 태연이 과외마저 오빠한테 뺏기게 될까봐. 말했잖아. 아줌마가 한 사람한테 배우라고 했다고.”
정우는 그제야 이해가 갔다.
아마도 자신을 확인하려는 현영의 욕심과, 자신을 견제하려는 지수의 과욕이 빚어낸 질의응답 같았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지수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오해일 수도 있기에 나연에게 굳이 얘기하지는 않았다.
“오빠, 말 나온 김에 태연이 과외도 해 볼래? 중딩인데.”
“아냐. 난 너만 할께. 안 하다가 갑자기 두 건 하면 힘들어.”
“그러면 좀 더 있다가 익숙해지면 하던가?”
“그건 봐서.”
나연은 지수를 쫓아내고 싶어했다.
반면에 정우는 괜시리 남의 영역을 욕심내고 싶진 않았다.
불편한 소재의 대화였기에 화제를 전환했다.
“근데 왜 자꾸 아줌마라고 하냐? 새엄마한테.”
“새엄마니까 아줌마라고 하지. 난 새엄마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엄마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둘 사이에는 뭔가 앙금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직 그 정도까지 깊게 물어볼 사이는 아니었다.
정우는 그냥 과외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수학 책 한번 줘 볼래?”
나연이 책과 문제집 등을 가져왔다.
정우는 책상 위에 책을 펼치고 앉아서 훑었다.
대학에서도 수학 수업을 들어서인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였다.
테스트도 해볼 겸 물었다.
“이건 어때? 한번 풀어 볼래?”
고개를 돌리는데, 푹신한 게 볼에 닿아 깜짝 놀랐다.
나연의 젖가슴이었다.
나연이 어느새 다가와 정우 곁에 바짝 붙은 채 서 있었다.
그 바람에 나연의 가슴에 자기도 모르게 볼을 댄 거였다.
포근했다.
“아, 미안.”
실수한 듯해서 정우가 사과를 하고서는 몸을 움츠렸다.
“뭐가?”
나연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아냐.”
나연의 반응에 정우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의자가 하나 뿐이네? 앞으로 과외는 어떻게 하지?”
“다음에는 의자 갖다 놓을께. 오늘은 갑자기 면접온 거니까 준비 못했어.”
정우가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나연이 정우의 팔을 잡고 끌었다.
“오빠, 의자도 없는데 오늘은 우리 저기 앉아서 수업하자.”
문제풀이를 침대에서 하는 건 불편했고, 적당치 않았다.
그러나 정우는 나연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정우는 자기도 모르게 나연의 팔에 이끌려 갔다.
침대로 다가갈수록 달콤한 향이 더 풍겼다.
정우가 침대에 앉자 나란히 옆에 앉은 나연이 몸을 바짝 붙여왔다.
두 사람의 허벅지가 닿더니 나연이 갑자기 팔짱을 꼈다.
갑작스러운 나연의 팔짱에 정우가 놀랐다.
"우리 이렇게 하니까 사귀는 사이 같다. 그치?"
정우의 눈이 활짝 커져 있었다.
정우가 놀란 눈으로 나연을 바라봤다.
페니스도 다시 서서히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오빠, 나 어때?"
나연의 초롱초롱한 눈이 정우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