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71화 (72/98)

〈 71화 〉 71. 난 오빠 괜찮은데.

* * *

토요일 오후

나연의 방

나연의 침대 위였다.

정우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나연이 팔짱을 껴왔다.

나연의 허벅지도 정우의 허벅지에 바짝 붙어 있었다.

"오빠, 나 어때?"

나연의 초롱초롱한 눈이 정우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정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연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 예쁘지.”

정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그거 말구. 여자친구로써 어떻냐구.”

나연이 싱긋 웃으면서 묻고 있었다.

정우는 당황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놓쳐 버렸다.

책은 정우의 발 앞, 나연과는 반대편에 떨어졌다.

정우는 책을 주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 있을 뿐이었다.

책을 줍느라 몸을 움직인다면 지금의 두 사람의 자세가 흐트러질 것 같아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연과의 밀착이 바람직하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연과 떨어지기에는 아쉬웠다.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여자친구로써'를 묻는 것인지, 아니면 '정우 자신의 여자친구로써'를 묻는 것인 것 확실하지 않았다.

아마도 소희와 사귀고 있는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바로 후자로써 긍정적인 대답을 전할 지도 몰랐다.

“당황하긴, 농담이야. 오빠.”

나연은 까르르 웃으면서 쉽게 대답 못하는 정우를 놀렸다.

잠시 웃던 나연이 바닥에 떨어진 책을 물끄러미 내려다 봤다.

“내가 주울까?”

나연은 정우의 무릎 위로 몸을 기울이며 책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 바람에 나연의 젖가슴이 자연스레 정우의 허벅지에 닿게 되었다.

나연이 상체를 기울이자 정우의 허벅지에 나연의 가슴살의 압박이 전해져 왔다.

부드럽고 묵직한 느낌이 좋았다.

자극받은 페니스가 더욱 단단해져 버렸다.

정우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에 힘을 줬다.

단단해진 페니스가 한 차례 요동쳤다.

정우는 페니스가 나연의 폭신한 젖가슴에 닿은 것을 느꼈다.

나연의 시원한 목덜미도 눈 아래에 드러나 있었다.

그대로 팔을 뻗어 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잠깐 동안이었다.

아주 잠깐 동안 나연도 정우도 그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히 나연에게도 둔탁한 그것의 느낌이 온 듯 했다.

잠시 후, 책을 주워 들은 나연이 몸을 일으키더니 자세를 바로 했다.

나연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 마냥 태연히 물어왔다.

“어떤 문제 풀어보라고 했지 아까?”

나연과 반대로 이미 정우는 머리가 몽롱해진 참이었다.

나연의 육체에 끌리는 본능과 참아야 한다는 이성이 머리속에서 부딪혔다.

그로 인해 정우는 정신이 온전할 수가 없었다.

“응, 여기 이거.”

정우가 간신히 조금 전에 보던 페이지를 펼쳐서 한 문제를 짚었다.

“아~”

나연은 펜을 들어 책의 여백에 수식을 써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우가 간신히 마음을 추스리며 나연이 풀어 내려가는 수식을 살폈다.

섬섬옥수.

문제를 풀어 내려가는 나연의 손에 어울리는 말이었다.

정우는 나연이 풀어내려가는 수식이 아닌 나연의 손만 보고 있었다.

매끈한 손가락의 움직임에 취해 있을 때였다.

문제를 풀어 내려가던 나연의 손이 멈췄다.

정우는 나연이 어려운 대목에 있는건가 싶었다.

그제야 적어 내려간 수식을 위로부터 다시 훑었다.

하지만 펜이 멈춘 곳은 그다지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다.

갑자기 나연이 고개를 돌리더니 바로 옆에 있던 정우의 귀에 속삭여왔다.

나연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혀왔다.

“난 오빠 괜찮은데.”

다시 정우의 눈과 나연의 눈이 마주쳤다.

정우가 또 다시 번뇌에 휩싸였다.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에 몇 초의 시간이 더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나연이 눈을 감고 있었다.

정우가 고개를 조금만 가까이 하면 두 사람의 입술이 닿을 수 있었다.

정우의 고개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소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고개가 멀어지지도 않았다.

지금의 아찔한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정우는 최면에 걸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몇 초 동안이나 얼굴을 마주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똑똑!]

갑자기 노크소리가 났다.

정우는 정신을 번득 차리고 나연에게서 떨어져 앉았다.

“선생님, 잠깐 뵐 수 있을까요?”

방 문 밖에서 나연의 새엄마 현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정우가 크게 대답했다.

“잠시만.”

정우가 나연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방문 밖으로 나섰다.

나연이 아쉬운 듯 그 뒤를 바라봤다.

**********

“죄송해요. 제가 곧 나가봐야 해서.”

현영이 소파에 앉으면서 얘기했다.

롱스커트 옆의 벌어진 사이로 새하얀 허벅지 살이 드러났다.

정우는 못 본척 하고 애써 시선을 현영의 고개에 고정시키려 노력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나이도 많이 어린데 말씀 편하게 하시죠.”

“아니에요. 나연이 선생님인데 그럴 수 없죠.”

한번 눈에 익어서 그런지 현영의 얼굴이 아까 전보다 눈에 잘 들어왔다.

자그마한 체구에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었다.

한편으로는 이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가 새엄마로서 나연을 기르기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 지경이었다.

현영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아까 전 날카롭게 바라볼 때와는 눈빛부터가 달랐다.

신원도 어느 정도 확인했고, 강아지를 구해줬다고 하기에 그런 듯 했다.

“나연이가 혹시 곤란하게는 하지 않던가요?”

정우는 혹시 나연의 도발에 대해 얘기하는 건가 싶었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곤란’이라는 말은 너무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오히려 정우는 황홀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잘못 대답했다가는 나연을 곤경에 처하게 할 지도 몰랐다.

“아뇨.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잠시 뜸들이던 현영이 말을 이었다.

“당연히 안 그러시겠지만, 우리 나연이가 좀… 붙임성이 좋아요.”

현영은 더 정확한 표현이 있었지만 ‘붙임성’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러다보니 종종 괜찮아 보이는 남자 선생님들이 오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기도 하죠.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시죠?”

현영의 눈이 정우를 지긋이 바라봤다.

정우는 현영의 말이 와 닿았다.

마치 나연이 계속 도발하는 것을 보기라도 한 듯이 얘기하고 있었다.

나연과 자기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차례대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네. 참고하겠습니다.”

정우는 착잡한 심정에 현영을 계속 바라봤다.

어쩌면 좋은 말로 과외를 그만 두라고 하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만두라고 하면, 나연과는 대화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여자선생님을 붙이려던 건데, 쟤 고집이 너무 심해서 선생님까지만 쟤 말을 들어주려고 해요. 그러니 선생님도 제발 조심해 주세요.”

다행이었다.

현영은 나연의 요구대로 정우의 과외를 허락하려는 듯 했다.

당부가 끝나자 곧 현영이 공부할 스케줄과 페이를 상의해 왔다.

부유한 집이어서 그런지 페이를 꽤 높게 쳐 주었다.

정우는 당장의 아쉬운 용돈을 보충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파다다닥

갑자기 나연의 동생 태연의 방에서 솜이가 뛰어 나왔다.

아마도 그 방에서 놀고 있다가 뛰쳐 나온 듯 했다.

달려오던 녀석은 정우를 발견하더니 반가운 듯 꼬리치며 다가섰다.

“전에 구해 주셨다고 하더니 그래서인지 선생님이 더 마음에 드나 보네요.”

“별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걸요.”

정우에게 다가온 솜이는 정우의 발에 달라 붙었다.

그러더니 아까 전 커피숍에서처럼 정우의 종아리에 매달리며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정우는 몹시 놀랐다.

몹시도 음란해 보이는 모양새였다.

나연 앞에서 뿐만 아니라 현영의 앞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되니 놀랄 뿐이었다.

현영 역시 당황스러웠다.

젊고 잘 생긴 청년과 둘이서 함께 보기에는 야릇한 광경이었다.

“솜이 안돼!”

현영이 단호하게 제지하자 솜이는 동작을 멈추더니 갸오뚱거렸다.

“놀라셨죠? 마운팅이라는 건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요. 앞으로는 못하게 할께요.”

“저한테는 왜 그러는 걸까요? 아까도 그랬습니다만.”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는 건, 나연에게서도 들은 바였다.

도대체 자신에게 이 녀석이 왜 그러는지 정확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랬다구요? 설명하기가 좀 난감한데…”

현영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대개 장난감에게 하는 마운팅은 성적욕구나 놀이이겠지만, 사람에게 하는 건, 친근함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 말씀은..”

“아마도 선생님보다 자기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정우는 민망했다.

한낱 강아지가 자신을 아래로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

현영은 정우에게 사과했다.

“너무 기분 상하지 마세요. 제가 사과드릴께요.”

“괜찮습니다. 어머니께서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 걸요.”

현영이 잠시 정우를 바라보더니 말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저희 둘째 애가 태연인데, 이제 중학교 1학년이에요.”

현영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아직 상의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혹시 태연이도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실까요?”

난감한 질문이었다.

나연에게서 미리 듣기는 했지만 막상 학부형이 이렇게 요청해오니 고민이 되었다.

중1이면 고3인 나연에 비해 가르치기도 쉬울 터였다.

“태연아 이리 잠깐 나와서 선생님한테 인사할래?”

“지금 수업 중이지 않나요?

“아니에요. 수업은 조금 전에 끝났어요. 이지수 선생님도 집에 가셨구요.”

곧이어 태연이 나와 인사했다.

나연을 닮아서인지 귀엽게 생긴 사내아이였다

태연은 곧 다시 솜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다시 정우와 현영만 남았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지금 과외를 두 개나 하기에는 부담이 많이 되네요.”

“페이는 잘 드릴께요.”

현영이 태연의 과외비로 부른 금액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못하는 건 못하는 거였다.

“제가 생각해 보겠습니다만,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현영은 정우의 대답이 신통치 않자 시간적 여유를 뒀다.

“당장 결정하시라는거 아니니까, 좀 더 고민해 보세요 그럼. 아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지수 선생님한테는 만에 하나 얘기하지는 마시구요.”

대화가 종료되었다.

현영이 곧 나갈 채비를 하며 정우를 집에서 먼저 내보냈다.

현영으로서는 집에 자신이 없을 때에 나연과 정우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을 지 몰라서 정우를 내보낸 것이었다.

나연이 아쉬워 했지만, 정우 역시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우는 사양하지 않고 인사를 나눈 후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우려되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과외자리였다.

**********

1층에서 내린 정우는 집을 향해 걸었다.

생각해보니,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나연이 유혹을 해왔었다.

자칫하면 유혹에 넘어갈 뻔 한지라, 다음번에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걷는 중이었다.

수차례나 부풀었다가 사그러진 페니스 탓에 팬티가 꽤 젖어 있었다.

불편했다.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샤워 후 옷을 갈아 입고만 싶었다.

“저기요.”

갑자기 정우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송정우씨?”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조금 전 나연의 집에서 봤던 태연의 과외선생님이었다.

“이지수 선생님?”

“기억하시네요? 다행이다.”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

긴장되고 뭔가 애타는 눈빛이었다.

“혹시, 지금 시간 좀 괜찮으세요?”

이제까지 자신을 기다린 듯했다.

정우는 부담스러웠지만, 지수의 눈빛에 거절할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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