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74화 (75/98)

〈 74화 〉 74. 뜨거워지는 지애

* * *

토요일 밤

소희의 방이었다.

지애가 홀로 있었다.

지애는 소희의 침대에 천장을 보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내일도 라운딩을 나간다는 형부가 일찍 자야 했기에 사촌언니 내외와 담소를 나누기도 힘들었다.

소희나 소원 중 누군가 있다면 수다라도 나누겠건만, 아이들 역시 각자 약속 탓에 모두 집을 비운 상태였다.

그렇기에 초저녁부터 일치감치 방에 들어온 터였다.

혼자 있는 시간,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오늘 있었던 정우와의 여러 일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오랜 시간 남자를 잊은 채 살아왔었던 자신의 가슴 속에서 어느새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애는 자신의 변화가 두려웠다.

항상 기품있고 정숙한, 어찌보면 고결해보이기까지 했던 자신이 변하는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방금 전 단추를 푼 벨벳 소재의 슬립이 몸에 걸쳐져 있었다.

붉어진 얼굴로 가만히 누워 있던 지애의 오른손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가슴을 덮고 있던 손은 잠시 멈칫하더니 왼쪽 가슴의 브래지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팔에 스친 슬립이 침대시트 위로 흘러 내렸다.

손대지 않아도 옷이 흘러내리자 마치 누군가 옷을 벗겨 주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지애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브래지어 안으로 파고든 손가락 끄트머리에 가슴살이 닿았다.

그러자 지애의 온 몸이 흥분에 빠지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 일찍 욕실에서 실로 오랫만에 자위를 한 후 더는 않기로 결심했었다.

더 이상은 안 하려 했는데.

더 이상 만지지 않으려 했는데.

더 이상은 음란한 행위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지애의 결심이 지금 흔들리고 있었다.

어느새 손가락이 유두에 닿아 있었다.

유두의 탱글탱글한 느낌이 손 끝에 닿았고,

손 끝의 부드러운 느낌이 유두에 느껴졌다.

서로 다른 신체의 끝 단에서 각자의 느낌을 지애의 중심부로 전달했고

설레게 하는 그 느낌들에 지애의 머리속이 아득해졌다.

고작 손가락 하나조차도 자제시킬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판국에 머리 속에 떠오르는 정우의 모습을 흩어버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가로 저어도 자꾸만 정우가 떠오르고

그러면 그럴수록 지애의 손은 자기 자신의 젖가슴을 더 세게 쥐었다.

마치 오늘 새벽 정우가 엎드린 지애의 가슴을 움켜쥐던 때처럼.

‘그래 여기까지만.’

지애는 스스로를 허락하며 두 눈을 감았다.

굴레를 벗어 내린 탓일까.

마음의 부담이 덜어졌다.

한결 개운해진 지애는 자신에게 가슴을 허락했다.

가슴까지만 허락할 거였다.

유두를 만지던 손가락이 유륜의 주위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원을 그리며 움직이던 가운데 손가락이 유륜의 반대쪽으로 움직이자, 손마디가 유두 위를 다시 스치듯 눌렀다.

지애의 입에서 가늘고 긴 숨이 뱉어져 나왔다.

“후…”

‘오늘 낮 정우에게 이 곳을 허락했더라면 어땠을까?’

정우가 옷 위가 아닌 맨 살을 직접 쓰다듬어 줬더라도 괜찮았을텐데.

어차피 차 안의 일은 비밀로 하기로 약속한건데.

어차피 새벽녘에 정우의 손이 억지로 만진 곳인데.

어차피 지금 이렇게 그리워할 걸 자신도 알고 있었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음란했다.

음란한 생각이 이어지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흘러 나왔다.

동시에 머리 속에 새로운 갈등이 밀려왔다.

더 하고 싶어졌고, 더 가고 싶어졌다.

허락이 필요했다.

스스로에 대한 허락.

어차피 지금의 쾌락은 누구도 알지 못할 일이었다.

오직 지애 자신만이 알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는 일.

지금의 황홀한 시간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영원히 지애 자신만이 알 일이었다.

두번째 허락은 첫번째보다는 좀 더 쉬웠다.

브래지어 안에서 가슴을 만지던 오른손은 그대로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두번째 허락은 왼손을 움직였다.

지애의 왼손이 서서히 배를 따라 복부 아래로 내려 갔다.

손이 매끈한 피부와 옴폭 패인 배꼽을 쓸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아랫배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고 있었다.

마침내 닿은 팬티라인.

그 탄력있는 선 아래로 왼손이 들어가고 있었다.

얕으막한 둔덕에 도착하니 손끝이 습했다.

이미 이슬이 맺혀 있었다.

오른손이 만지고 있는 돌기와는 또 다른 돌기가 왼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애의 왼손이 클리토리스에 닿았다.

부드러운 돌기와 미끈하고 긴 손가락의 만남.

그러자 지애의 정수리가 저도 모르게 침대시트를 눌렀다.

목이 뒤로 젖혀지며 가슴이 공중으로 솓구치고 있었다.

활처럼 휜 등이 침대 시트와 몸 사이에 공간을 만들었다.

지애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

황홀감에 눈을 찡그리며 애써 소리를 감추려는 지애의 머리속에 누군가 떠올랐다.

가슴을 만지고 있는 손가락과, 아래를 범하고 있는 손가락이 그 누군가의 손가락이라면 더 좋으련만.

그리고 그 손가락들이 그의 혀라면.

또한 그의 페니스라면.

바로.

정우의.

**********

지수의 집

“초면인데 이렇게 집에 와도 괜찮아요?”

“난 모텔 싫어. 호텔 가자니 돈도 없구.”

어색해하는 정우에게 지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15평을 좀 넘을까.

거실이 넓찍해 보이는 투룸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지수가 비틀거리며 정우의 손을 잡아 끌었다.

정우는 뭔가에 홀린 듯 지수를 부축하여 집 안까지 들어왔다.

모텔도 호텔도 정우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소희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부터 정우는 애초에 관계를 나눌 생각 자체가 없어졌었다.

게다가 지수가 편의점 근처의 모텔을 지나치길래 정우는 지수의 마음이 바뀐 줄로만 생각했다.

그저 한잔 더 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인 참이었다.

조금 아쉽긴 했으나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쿨해진 정우는, 거하게 취한 지수와 적당히 한잔 더 하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던게 지수가 갑자기 길가던 택시를 잡더니 정우까지 태운 거였고, 도착해서 보니 웬 빌라 앞이었던 것이다.

술에 취한 지수는 택시 뒷자리에서부터 입을 맞춰 왔었다.

마치 오랫동안 굶주리기라도 한 듯 달려드는 지수로 인해 정우는 민망할 지경이었다.

기사님 시선이 신경쓰였으니 지수가 그나마 키스에서 멈췄을 지도 몰랐다.

룸미러로 뒤를 흘끔 거리는 기사님에게 눈치가 보였다.

그러나 어차피 다시 못 볼 기사님이라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정우는 지수의 호의를 걷어차버리고 싶진 않았기에 그저 지수의 입술을 받아들이기만 했다.

지수의 집 안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현관 바로 앞 방이 닫겨 있었다.

[윤미네]

장난스런 문구로 된 귀여운 글씨체로 된 문패가 붙어 있었다.

다른 방을 흘깃 보니 같은 글씨체로 된 문패가 붙어 있었다.

[지수네]

보아하니 저쪽 방이 지수의 방이었다.

그렇다면 문 앞의 방은 윤미라는 여자의 방일 터였다.

“누구 계신거 아녜요?”

“신경쓰지마. 오늘 안 올거야. 시골갔어.”

지수는 정우의 팔을 끌어와 거실의 소파에 앉혔다.

세명 정도 앉으면 가득 찰 소파였다.

냉장고에 가서 캔맥주 둘과 주전부리를 내온 지수가 쇼파 앞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 놓았다.

“그럼 이제부터 3차? 4차? 암튼 콜?”

편의점 앞에서부터 택시 안까지 달려들기 바쁘던 지수가 의외로 여유를 부리는 듯 보였다.

정우는 그저 지수에게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지수가 꽤나 연장자였으니.

게다가 3일간 계속 무리한데다 술도 마신터라 몸이 지치기도 한 터였다.

캔맥주 둘 중 하나를 정우에게 건네려던 지수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지수의 눈빛이 그윽하게 바껴 있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정우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지수는 캔맥주를 내려 놓더니 정우의 다리 위에 걸터 앉았다.

정우의 목을 양팔로 감싸 안은 지수가 정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소주 다음 술은, 내 입술.”

정우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어이없는 언어유희였지만 귀여웠다.

“왜 웃어?”

“아뇨. 그냥. 귀여워서요.”

소희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대로 지수를 모른체 하는 건 실례인 듯 했다.

여자의 몸으로 먼저 도발적으로 정우의 바지 앞섶을 풀어 페니스에 입을 대기까지 한 지수였다.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오픈하고 있는데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여자의 자존심에 흠집을 내는 것이리라.

지수가 다시 정우의 목을 안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우의 입과 지수의 입이 만나자 둘의 혀가 오고 갔다.

보는 이 없는 실내였고, 이미 지수가 시작을 한 터였다.

정우의 손이 움직이더니 지수의 블라우스를 벗겼다.

지수의 팔이 움직이며 블라우스가 잘 벗겨지도록 도왔다.

그 때였다.

정우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키스하던 정우가 핸드폰을 보니 나연의 이름이 떠 있었다.

정우는 이 시간에 나연이 전화를 하다니 무슨 얘기일지 궁금해졌다.

“받지마.”

지수는 여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기를 요구하며 정우에게 키스해왔다.

마치 나연과의 통화 이상의 보상을 주려는 듯, 격렬히 키스하며 한 손을 내려 페니스를 쥐어 왔다.

잠시 바지 위에서 페니스를 쥐던 손은 혁대를 풀더니 바지 안으로 들어가 페니스를 직접 쥐었다.

손 끝이 귀두를 간지럽히자 정우의 허리가 들썩였다.

벨은 열 번을 넘게 울리더니 중단되었다.

그 시간동안 지수의 보상이 계속된 건 물론이었다.

잠시 후 메시지가 도착했다.

부재중전화 이후 바로 왔으니 아마도 나연이 보낸 메시지일 거였다.

­ 내일 아침에 혹시 과외할 수 있어? 삼십분 안에 답 줘. 답 안오면 난 놀러감

“간다고 해~”

지수가 훈수를 둬왔다.

정우가 지수를 바라보니 지수가 미소지었다.

“예쁘잖아? 돈도 벌어야지.”

자기에게 집중하랬다가 메시지를 보내랬다가.

술 취한 이 여자는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침 정우도 용돈이 부족하던터라 답을 보냈다.

­ 갈께. 열시?

정우가 메시지를 보내는데 지수가 무릎 위에서 내려오더니 정우를 소파 위로 뉘였다.

지수는 스스로 옷을 다 벗어 버렸다.

그리 마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이 찌지도 않은 몸매였다.

봉긋 솟은 가슴이 매력적이었다.

정우의 시선을 느낀 지수가 미소지으며 두 손으로 정우의 페니스를 바지 안에서 밖으로 꺼냈다.

나연이 금새 회신해 왔다.

­ 알았어. 열시. 바쁜가 보네? 전화 안 받구

지수는 정우의 다리 위에 엎드린 채 혀 끝으로 정우의 페니스 끝을 핥기 시작했다.

누워서 그걸 내려다보는 정우에게는 꽤나 큰 자극이었다.

지수의 젖가슴이 다리를 압박해왔다.

메시지를 빨리 마무리해야 했다.

­ 응 미안. 누구랑 같이 있어서.

­ 아~ 여자친구? 알았어. 잘 자.

다행이었다.

오해하긴 했지만, 나연이 먼저 대화 종료를 표시해 왔다.

정우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냐는 나연의 추정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 너도 잘 자.

정우는 핸드폰을 내려놨다.

이제는 오롯이 지수의 입술과 자신의 페니스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싶었다.

"아. 너무 좋아요, 누나."

정우의 말이 자극적이기 때문이었을까.

잠시 아래를 핥던 지수가 정우의 바지를 벗겨 내렸다.

정우는 허리춤을 들어 지수의 움직임을 도왔다.

지수는 이내 정우의 팬티마저도 벗겨내 버렸다.

정우는 지수가 곧 편의점 앞에서처럼 입 안 가득 페니스를 머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수는 정우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였다.

지수는 곧장 정우의 위로 몸을 포개듯 올라왔다.

정우는 자신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지수의 눈빛을 보았다.

몽환적인 그 눈빛.

단지 술에 취해서인 것만은 아닌 듯 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된 듯 했다.

"너, 너무 좋아. 목소리도"

말을 마친 지수가 고개를 숙이며 정우의 입술을 빨아왔다.

지수의 은밀한 곳이 정우의 페니스를 누르며 부벼왔다.

두 남녀는 그렇게 서로의 몸에 취하고 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