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76. 거울 속, 가면을 쓴 지애
* * *
토요일 밤
소희의 방
어디선가 묵직한 금속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람에 지애는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려보니 소희의 침대 안이었다.
지애는 자기도 모르게 잠깐 선잠이 들었다가 깬 자신을 발견했다.
‘깜박 잠들었었네. 많이 피곤했었나?’
방금 전, 잠시나마 스스로에 대한 족쇄를 하나씩 풀면서 자위한 게 기억이 났다.
일생 최고의 순간을 겪은 터였다.
지애는 분명히 기억났다.
입으로는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참아가며,
반대로 열 손가락으로는 바쁘게 민감한 곳들을 헤집어 대던 자기의 모습이.
그랬던 자기 자신을 떠올리니 얼굴이 붉어졌다.
민망했다.
민망했지만, 가슴 한켠은 왠지 후련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결혼 이후, 아니 어쩌면 일생동안 포함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인 듯 싶었다.
오늘 새벽의 욕실에서의 자위행위 때보다도 더욱 만족스러웠다.
침대에 누워서 한 탓에 안락한 느낌이 있어서였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는 걸 지애는 알고 있었다.
방금 전은 더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자위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오늘 한나절 동안 정우와 함께한 기억들이.
정우의 등을 누르던 자신의 가슴과
정우의 페니스에 눌려지던 힙,
그리고 정우와 서로를 탐했던 입술과 혀.
마지막으로 굵고 단단한 페니스를 사정시켜 주던 손의 느낌까지.
지애의 온 몸 이곳 저곳이 정우의 느낌들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그 느낌들이 지애를 한층 더 황홀하도록 도와줬다.
잠에서 완전히 깨기 위해 지애는 일어나 앉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쾌락의 끝에 발산된 땀방울이 얼굴을 포함한 전신 이곳 저곳에 맺혀 있었다.
조금은 헝클어진 머리를 한, 어딘가 지친 듯한 표정의 여자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색기 어린 그 모습에 거울 가득 음란함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지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기 자신을 어느새 잃어 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다시는 해선 안될 일이었다.
자위행위.
쾌락에 자신을 던져 버리는 그런 음란한 행위는 이젠 멈춰야 했다.
사실 그 행위 이상으로 더 후회되는 게 있었다.
행위를 하며 상대를 정우로 생각해 버리고,
정우를 망상하며 손가락을 움직였던 것.
정우를 떠올린 건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주체할 수 없는 음란한 기운에 어느새 금기가 무너졌었다.
자기에게 더 엄격해져야 했고, 스스로를 억제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잊어야 했다.
나이도 훨씬 어린 정우를. 그것도 조카인 소희의 남자친구임에 틀림없을 정우를.
환기라도 시켜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 이 음란한 기운이 감도는 침대에 누워있다간 다시 스스로 음란해 질 것만 같았다.
지애는 창을 열기 위해 일어섰다.
두 다리가 움직이자, 은밀한 곳 안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어느새 젖어버린 것이다.
창을 열고 나니 신선한 기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뭔가 개운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졌다.
이제는 젖은 아래를 씻고 싶었다.
일단은 티슈로라도 먼저 닦고 싶었다.
야한 액체를 얼른 지워야 머리도 비워질 듯했다.
티슈를 집어 팬티 안에 묻어나온 습기를 닦으려 했다.
그러다 은밀한 곳의 돌기에 손가락이 닿았다.
단지 접촉 자체만으로도 지애는 멈칫했다.
‘그렇게나 조심하기로 했으면서 부주의 하다니.’
조심스레 팬티 안에서 손을 움직여 닦아 내는 중이었다.
책상 위에 작은 물건이 놓인 게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소희에게 선물했던 란제리였다.
선물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놓여져 있었다.
‘소희는 아직 안 풀고 그냥 방에 가져다 뒀었구나.’
얼른 머리 속의 관심사를 바꾸고 싶었다.
자신의 행위도, 정우와의 일도.
그 모든 것을 다 잊기 위해 지애는 란제리를 바라봤다.
‘소희가 이걸 입으면 잘 어울리겠다.’
그러나 그런 억지스런 회피도 잠시일 뿐이었다.
란제리를 생각하자마자 란제리와 함께 받았던 가면이 생각난 것이다.
지애의 시선이 가방으로 향했다.
가면은 차마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없었다.
그랬기에 버리기도 뭐해서 자신의 여행용 가방에 넣어 둔 터였다.
지애는 아래를 닦은 티슈를 바닥에 잠시 두고 가방 앞에 서서 가면을 집어 들었다.
정우와 차 안에서 하나씩 나눠쓰고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해줬던 그 가면.
정우와 자신을 서로 낯선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키스하도록 만들었던 그 가면.
지애는 가면을 얼굴에 걸친 채 거울을 바라봤다.
‘가면을 쓴 나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거울 안의 여인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 안의 눈빛이 왠지 애처로웠다.
그 여인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했다.
마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라고 호소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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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 밖으로부터 소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 나 들어간다?”
지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언제 소희가 집에 온 거지?’
아마도 잠결에 들었던 묵직한 소리가 현관문이 움직이는 소리였던 듯 싶었다.
지애는 가면을 바로 벗어내리며 현실로 돌아왔다.
흐트러진 슬립과 속옷이며 손 안의 가면, 그리고 바닥 위에 놓인 젖은 티슈,
그리고 사실은 단순한 가면에 불과하지만 자신에게는 이제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가면까지.
다행히 문은 열리지 않았다.
걸쇠를 잘 잠궈뒀기 때문이었다.
지애는 급히 정리한 후, 문에 다가가 걸쇠를 풀었다.
“아, 소희 언제왔었니?”
“응 나 좀 전에 왔어. 이모 어디 아파? 얼굴이 좀 달라졌는데? 어디 아픈가?”
“아무 일도 없어. 좀 잤더니 그런가 보다. 친구들은 잘 만났어?”
소희는 유달리 이상해 보이는 지애의 안색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지애의 대답에 별 다른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저 이모가 오늘 따라 어딘가 야해 보였을 뿐이었다.
“응. 간만에 재밌게 잘 놀았지. 이모, 나 이모가 준 선물 좀 열어보려구.”
그러고보니 지애가 지금 입고 있는 속옷도 섹시했다.
“이모 속옷이랑 슬립 너무 섹시하다. 내꺼도 이런거야?”
“아니, 염려마. 네껀 좀 무난한 거로 골랐지. 소원이에게 준게 좀 화려하구.”
“고마워, 이모. 한번 열어볼까?”
대답과는 달리 사실 소희는 속으로는 약간 아쉬웠다.
이모의 선물이라길래 당연히 섹시한 컨셉의 속옷이리라 은근히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내일 정우의 집에 갈 때 입을까 했는데, 섹시하지 않다고 하니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포장지를 뜯은 소희는 깜짝 놀랐다.
검정색 브래지어와 팬티, 그리고 슬립이 함께 들은 세트였다.
무난하다는 지애의 말과는 전혀 다르게 섹시해 보였다.
“이모, 이거 되게 섹시한데?”
“그러니? 마음에 안 들면 바꾸렴. 영수증도 있으니.”
“아냐. 나 그냥 입어 볼께.”
은근히 야한 속옷을 바라던 터였다.
바꿀 이유가 없었다.
소희는 그대로 선물받은 속옷을 챙겨서 소원의 방으로 돌아갔다.
소원이 오기 전에 혼자 있을 때 입어봐야 했다.
마음에 들면 내일 저녁에 입기 위해 미리 손세탁을 해둬야 할 지도 몰랐다.
소희는 방문을 잠근 후 옷을 벗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나신이 소원의 방의 거울에 비춰졌다.
어쩌면 내일 정우에게 보일지도 모르는 몸이었다.
내일 정우에게 보일 모습은 어제와 그제 보였던 것 보다는 더 예뻤으면 싶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소원의 앞에서 란제리쇼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소희는 바삐 움직였다.
방금 가져온 검은색 속옷과 슬립을 몸에 걸쳤다.
블랙 란제리라니.
몹시 선정적이었다.
자신의 평소 취향도 아니었고 낯선 모습이었다.
하지만 낯설면서도 정우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었다.
비록 자신은 어색하지만, 내일 정우가 보면 좋아할지도 몰랐다.
소희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때였다.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소원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다녀왔어요!”
거실을 걷는 발걸음 소리가 났다.
아마도 소원은 바로 세면실로 걸어가는 듯했다.
소희는 얼른 원래 입고 있던 옷으로 갈아 입고 거실로 나갔다.
간단히 손을 씻고 나온 소원이 안방 문을 열고 인사하고 있었다.
소희는 다정하게 소원을 맞이했다.
“왔어? 데이트 잘 했구?”
“몰라. 걔 얘기하지도 마. 완전 미친놈이야. 미친 또라이 같으니. 언니, 나 정말 헤어질까봐.”
소원이 많이 흥분해 있었다.
언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자, 속에 있던 울분이 갑자기 터져 나오는 듯했다.
어쩌구저쩌구.
남자친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분노하며 소원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소희는 무척이나 안쓰러워하며 우는 동생을 달래기 바빴다.
소희네 집의 토요일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
지수의 집.
욕실.
쏴아아.
정우가 욕실에 들어섰을 때부터 이미 샤워기에서는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지수는 정우와 키스를 하면서 정우를 욕실 안쪽으로 이끌었다.
욕조가 없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서 있을 공간이 있는 욕실이었다.
입맞춤을 계속하며 그저 안쪽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정우는 샤워기 아래에 있게 되었다.
“내가 씻어줄께.”
지수는 거품있는 샤워타올로 정우와 마주보며 정우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가 된 것 같아 정우는 조금 민망해졌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지수의 손이 몸에 닿는 건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페니스가 점점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정우를 안은 채 등을 닦아주던 지수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했다.
지수의 복부를 뭔가 단단한게 갑자기 압박하고 있었다.
“어머?”
지수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니 벌떡 일어선 페니스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욕실에 들어올 때 흘깃 봤을 때와는 모양새가 너무나 달랐다.
물론, 지수로서는 어느 정도 의도한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상상한게 실제가 되니 흐뭇했다.
“여기는 부드럽게 닦아줘야해.”
지수는 까끌까끌한 샤워타올을 내려 놓더니 손에 거품을 묻혔다.
좀 더 잘 닦고 싶었을까 , 지수가 정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맨 손으로 페니스를 정성스레 닦아주기 시작했다.
눈으로는 페니스를 구석구석 살펴보는게 마치 관찰하는 듯 했다.
살색 피부 곳곳에 하얀 거품이 자리잡았다가도 하얀 거품이 터트려지면 다시 살갗이 보였다.
지수는 그런 변화에 재미있어 했다.
지수가 미끌거리는 페니스를 잡고 앞뒤로 움직이는데 정우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밀폐된 욕실에 울릴 듯이 큰 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흘러내리는 물줄기 소리에 묻혔는지 두 사람에게는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지수는 정우의 목소리에 자극받았다.
지수의 손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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