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82. 나연의 선물
* * *
일요일 아침 10시경,
나연의 방
“설마, 나 때문에?”
나연의 질문에 정우는 대답하기 곤란했다.
긍정의 답을 하려니 나연에게 끌려가는 것 같았다.
오해할 만한 행동에 넘어가지 말라던 현영의 경고가 생각났다.
끌려가서는 안 될 거였다.
그렇다고 부정의 답을 하는 것도 마땅찮았다.
페니스가 달리 발기할 만한 일이 없었다.
게다가 나연의 은근한 눈빛과 부드러운 말씨로 인해 녀석은 더 단단해지려는 중이었다.
마치 자신을 알아봐 달라는 듯, 녀석은 아우성이었다.
정우는 긍정과 부정 사이의 답을 생각해 냈다.
“네 옷 때문에 그런가 봐. 옷 참 예쁜데, 좀 야하다.”
나연의 옷 때문이라는 답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옷 때문에 드러난 나연의 몸 때문이었지만.
궁색해진 정우는 곧바로 말을 돌리려 했다.
“나한테 준다는 선물이 이 옷 입은 거 보여주려는 거였나 봐?”
나연은 싱긋 웃고만 있었다.
정우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듯했다.
나연이 상체를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정우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선물 잘 받았으니까, 이제 갈아 입으면 안 될까, 나연아?”
이 와중에도 나연을 바라보는 정우의 눈에 나연의 가슴골이 들어왔다.
나연이 상체를 숙인 탓에, 모아져 있는 젖가슴의 맨살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정우는 절대 봐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시선을 나연의 얼굴에만 고정시켰다.
나연의 청순하고 예쁜 얼굴에 가슴이 떨리기도 했지만, 가슴골을 보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다.
나연이 뭐라고 대답하려는 때였다.
[파바박]
순간 솜이가 밖에서 문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나연이 방문을 바라보며 외쳤다.
“솜탱아 그만~.”
나연이 고개를 돌리자 정우의 다짐이 저도 모르게 흐트러졌다.
정우는 재빨리 시선을 내려 나연의 젖가슴을 흘끔 바라봤다.
허벅지만큼이나 뽀얀 살결이었다.
탐스러웠다.
만져주고 빨아주고 싶을 만큼.
잠시 넋놓고 있던 정우는 정신을 차렸다.
정우는 아차 싶어 빨리 시선을 원위치했다.
혹시라도 나연이 자신의 가슴을 훔쳐본 걸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다.
나연의 두 눈이 정우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연의 입가에 오묘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
정우는 마치 못된 짓을 하다 걸린 어린아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정우는 또 다시 현영의 경고가 생각났다.
정신차려서 어떻게든 나연의 ‘오해할 만한 행동’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정우는 나연의 손바닥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나연이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아직 안돼, 오빠. 선물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나연의 고개가 점점 다가왔다.
당황한 정우는 얼어붙어 있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나연의 처분에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선물은 시작도 안했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나연이 주려는 선물이 그저 ‘오해할 만한 행동’으로 장난을 치려는 건지,
아니면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을 이성으로 생각하는 건지 혼동되었다.
나연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다.
정우가 가까스로 목소리를 짜내 질문했다.
“선물이 뭔데?”
나연의 얼굴이 정우의 눈 앞에 오더니 멈춰섰다.
어제 오후, 이 방 침대에서 둘이 서로를 마주 보던 딱 그 정도의 거리였다.
나연이 속삭였다.
“지금 주고 있잖아.”
은근한 눈빛으로 정우를 한번 더 바라본 나연이 눈을 꼬옥 감았다.
정우에게 가까이 온 탓에 조금 전보다도 몸을 앞으로 더 많이 숙인 채였다.
눈 앞에 나연의 얼굴이 있었고,
아무런 방비가 없는 상태였다.
방비는 커녕 나연이 정우에게 내어 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연의 눈이 감겨있자 정우의 시선이 아래로 한번 더 향했다.
방금 전보다도 더 선명하고 길게 가슴골이 드러나 있었다.
뭔가로 그 골을 파고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래에서는 페니스가 그 ‘뭔가’가 자신이길 바라는 듯 요동쳐댔다.
정우의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침을 삼키는 수 밖에 없었다.
꼴딱.
눈 감고 있는 나연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소리였다.
나연은 당황스러운 정우의 모습이 눈에 선한 듯 미소지었다.
어제는 이 순간 현영이 부른 바람에, 혹은 부른 덕분에 여기서 중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 집 안에 아무도 없었다.
그 점이 정우를 더 고민되게 했다.
순간 나연의 입술이 벌어지더니 혀가 나와 자신의 입술을 낼름거렸다.
정우는 혀가 건조한 입술을 적시려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부르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두근두근
정우는 심장이 터져 나가려는 게 느껴졌다.
나연이 눈을 떴다.
아름다운 눈이었다.
그러면서도 정우가 헤어나오기 힘든 눈빛이었다.
“나 예쁘다며?”
나연의 은근한 목소리는
정우의 이성의 끈을 끊어 버렸다.
정우는 손을 뻗어 나연을 안으며 그대로 나연에게 입을 맞췄다.
감미로웠다.
나연의 입술은 충분히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입술이 촉촉한 걸 보니 아까 전 나연의 혀가 입술을 적시려던 건 아닌 듯 했다.
정우는 조금 전의 나연의 혀의 움직임이 자신을 부르던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을 부르던 혀를 맛보고 싶었다.
정우의 입술 사이로 혀가 나오더니 나연의 입술을 벌렸다.
나연의 입술은 순순히 열렸다.
열린 그 틈으로 정우는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나연의 혀가 금새 맞이하러 나왔다.
혀와 혀가, 입술과 입술이 만나 격렬하게 움직였다.
정우는 몽롱해지고 있었다.
나연이 자신에게 왜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건지 지금은 관심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런 건 나중에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이건 현영이 얘기하던, 단지 ‘오해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냥 나연이 자신을 유혹하는 거였다.
진심일 거였다.
어느새 나연의 손이 정우의 가슴을 쓰다듬더니 내려가고 있었다.
아래로 아래로.
서서히 내려간 손은 정우의 바지 앞섶에 가서 멈춰섰다.
페니스를 잡은 손이 그립을 바꿔가며 잡았다.
정우는 현영의 경고는 잊기로 했다.
만에 하나 이게 오해할 만한 행동이라면,
기꺼이 넘어가 줄 셈이었다.
**********
일요일 오전.
소희의 방
소희는 자신의 방에 홀로 있었다.
아빠는 라운딩을 나갔고, 소원은 침대에서 일어나질 않았다.
마침 지애 이모는 그저께 계약한 집을 보러 간다고 나간 터였다.
이사 오기 전에 확인해 둘게 있다고 했다.
지애가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소희는 사양했다.
오늘 저녁 정우의 집에 가기 전에 할 게 있었다.
방문은 걸쇠에 의해 잠겨 있는 채였다.
소희는 선 채로 눈 앞의 전신 거울을 바라봤다.
평상복을 입고 있어도 예뻐 보였다.
‘이런 차림으로 정우를 만나더라도 정우가 좋아해 줄까?’
물론 정우는 좋아했을 것이다.
정우는 소희 자체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희는 좀 더 예뻐 보이고 싶었다.
소희의 시선이 책상 위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어제 지애로부터 선물 받았던 란제리가 놓여 있었다.
검정색 란제리.
소희는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옷가지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거울에 비치는 맨 살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마침내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고 다 벗자 매끈한 우윳빛 피부 살결만 보일 뿐이었다.
혼자 있는 방이지만 소희는 수줍게 한 손으로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윳빛 살결만 보였던 것이다.
소희가 조심스레 손을 치우자 은밀한 곳 주변의 검은 빛 역삼각형이 드러났다.
볼륨있는 가슴에서 미끈한 허리로 내려와 힙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소희 자신이 봐도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지애가 선물해준 란제리를 걸친다면 더 예뻐 보일 거였다.
문득 어제 밤 농담삼아 말하던 친구의 멘트가 다시 떠올랐다.
[너무 안 해주면 도망갈 수도 있다?]
아무도 없을 정우의 집이었다.
소희는 여전히 자신의 몸을 지키고 싶었지만,
친구의 말이 자꾸만 귀에 거슬렸다.
[도망간다.. 도망간다.. ]
아마 언젠가는 허락해 줘야 할 거였다.
그게 오늘일지, 나중일지는 알 수 없을 거였지만,
적어도 정우에게 허락의 가능성은 보여줘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소희는 검정 빛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었다.
꽤나 비싸 보이는 소재였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이스로 수 놓아진 섬유를 걸친 채 전신거울을 마주 봤다.
그러잖아도 훌륭한 몸매가 속옷 때문인지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다.
가슴골 앞에 마스코트처럼 나와있는 리본 끈이 풀리지 않게 조심스레 움직였다.
좋은 속옷을 입어서인지 자부심마저 생겨나려 했다.
소희는 세트로 함께 들어있던 슬립을 꺼내 몸에 둘렀다.
거울 안에 슬립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나 있었다.
슬립은 우윳빛 피부를 은은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슬립 아래 보이는 살결도, 검정색 브래지어와 팬티도,
모두 다 오늘 저녁, 정우에게만 보여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금요일 저녁 정우의 방에서의 야릇했던 분위기가 생각났다.
그 날은 하지 못했던 걸 아마도 정우는 오늘 하려고 달려들 거였다.
소희는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디까지 허락해야 할지.
소희는 가슴 속 깊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거울을 보니 팬티에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제서야 소희는 자신의 아래가 촉촉해진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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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애의 집
지애는 새로 산 아파트를 둘러 보러 온 참이었다.
인근에서 가장 고급스런 단지였다.
금요일에 급하게 계약을 하느라 아직 계약금만 치른 상태였다.
그러나 기왕에 비어있는 집이기에 집주인은 둘러보는 걸 기꺼이 허락했다.
몇 명이 살더라도 넓찍할 집이었다.
혼자 살게 되면 더욱 허전할 공간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지애는 혼자 있는 만큼 역설적으로 더 넒게 지내고 싶었다.
마침 위자료로 받은 돈도 많기에 그리 부담되지도 않았다.
마침 집 안에는 아무 것도 없기에 더욱 휑해 보이기만 했다.
지애는 휑한 것은 개의치 않았다.
곧 자신의 짐이 채워질 거였다.
많진 않지만, 손에 익은 물건들이 차려지게 된다면 이내 정붙이기가 어렵지 않을 거였다.
안락해 뵈는 안방은 물론이고,
햇살 가득한 거실도, 여유있는 주방도
큼지막한 욕조가 있는 욕실도 좋았다.
꼭대기층이어서 그런지 전망이 아주 좋았다.
사실 이 집을 급하게 계약한 건, 매물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전망이 매우 좋았던 까닭도 있었다.
처음 보던 날, 눈 앞을 가로막은 게 없이 널리 내다 보이는 훤한 전망에 지애의 쓸쓸한 마음이 상쾌해졌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넓은 전망이 지애의 눈 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계약한 날 자신의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았던 쓸쓸함은
어느새 누군가를 향한 설레임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지애는 고민스러웠다.
설레임을 선택해서 정우와 더 가까워진다면, 소희에 대한 도의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거였다.
선택해야 할 거였다.
다시 쓸쓸해져야 할지,
아니면 쓸쓸함 대신 다른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으로 채워야 할지.
어느 것도 선택하기 싫었다.
그렇다고 설레임을 포기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지애의 애처로운 눈길이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파트 맨 위층의 빈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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