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는 누나-86화 (87/98)

〈 86화 〉 86. 태연으로 인한 고민

* * *

일요일 오전 11시 40분.

현영의 네일샵 사무실

현영은 머리가 아팠다.

오늘 아침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외출 전 무심코 태연이의 방문을 열었더니 태연이가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음란한 영상이 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귀엽게만 봐왔던 태연이는 숨을 헐떡이며 그 짓에만 몰두해 있었다.

얼마나 몰두해 있었던지 현영이 방문을 여는 것을 태연이 알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놀란 현영은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어찌할 바를 몰랐기에 일단은 모른척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태연이가 방문을 잠그고 혼자 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현영은 그게 그저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프라이버시를 가지려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주변에 사내아이가 없기에 현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남편은 해외에 있었고 연락이 소원해진지도 꽤 된지라 상의하기가 마땅찮았다.

터 놓고 상의할 친척이나 마음 편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태연을 제외하고 하나 뿐인 가족인 나연은 자신에게 늘 쌀쌀 맞을 뿐이었다.

그저 알아볼 방법은 인터넷 검색 뿐이었다.

그러나 검색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질문과 답은 자신의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태연은 의붓아들이긴 했지만 현영을 꽤나 따르는 아이였다.

수년간 길러오면서 꽤나 정이 든 터였다.

친아들이 없는 태연에게는 귀엽고도 소중한 존재였다.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남자아이의 성욕에 대해 물어 볼 만한,

그러면서도 좋은 답을 줄만한 사람.

그러려면 아무래도 남자이면 더 좋을 거 였다.

그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현영은 핸드폰을 들어 전화했다.

[따르릉]

­ 아줌마?

현영이 전화한 상대는 나연이었다.

“나연아, 수업 잘하고 있니?”

­ 네.

나연답게 짧고 명료했다.

현영은 늘 안타까웠다.

나연이가 태연이 만큼만 자신에게 친근하게 굴어도 좀 더 행복하겠건만.

“오늘 과외 12시에 끝나지?”

­ 네. 근데 왜요?

“응. 아냐. 공부 잘 하렴.”

­ 끊어요.

찰칵

현영이 떠올린 사람은 정우였다.

정우와의 몇 차례의 대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신뢰감이 싹 터 있었다.

태연이의 과외를 사양하는 자세에서 돈만 밝히는 학생은 아닌게 엿보였다.

긴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대하는 정우의 태도는 왠지 믿음이 갔다.

생판 알지 못하는 솜이를 위험에서 구해줬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현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조금 여유가 있었다.

과외가 끝나고 정우가 집을 나가기 전에 집에 도착하면 될 거였다.

지점들을 둘러보는 건 정우와 상의 후에 하면 될 일이었다.

현영은 PC를 켠 김에 몇 가지 점검할 것들을 마무리했다.

**********

조금 전,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나연의 방

벌써 두 번이나 관계한 뒤였다.

두 사람은 서로 안은 채 쉬고 있었다.

나연의 다리는 정우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연은 두 다리로 정우의 다리를 꼰 채 정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정우 역시 나연으로부터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나연의 길고 미끈한 나신을 안고 있는 건 무척이나 몽환적이었다.

솜이가 자꾸만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것 같아 신경은 쓰였다.

그렇다고 겁을 주거나 폭력을 행사할 수도 없으니 그저 애교로 봐 넘기기로 했다.

다음번에 올 때 간식이라서 사와서 환심을 사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시간을 보니 아직 12시가 되려면 좀 남아 있었다.

과외를 하러 와서는 과외비만 받고 공부는 전혀 하지 않은 게 생각났다.

나연도 나연이지만 과외비를 준 현영에게 미안해졌다.

“곧 열두시인데, 조금이라도 책을 봐야하지 않을까?”

나연은 깔깔대며 웃었다.

“뭐야. 지금까지 잘만 놀아 놓구서. 20분동안 봐야 얼마나 본다구.”

나연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기본적인 점검이라도 해야 하는데. 너 공부해야 하잖아.”

“다음에 해, 오빠. 나 어차피 오빠랑 공부하려고 과외하자고 했던 거 아니야.”

정우의 눈이 커졌다.

“그럼 왜 과외하자고 한 거야?”

나연이 미소를 짓더니 속삭였다.

“오빠랑 친해지려구”

나연의 얼굴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포개어졌다.

그 상태로 잠시 키스를 나누던 나연이 입술을 뗐다.

이 도발적이면서도 청순한 나연의 매력이란.

“그러기엔 너무 과외비가 비싼 거 아냐?”

“괜찮아. 우리 집 돈 많아. 대학이야 적당한데 가도 되구.”

아예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정우가 어찌할까 고민하는데 나연의 손이 정우의 페니스를 잡아왔다.

“오늘은 아줌마도 안 들어올 거구, 태연이도 금방 오지는 않을텐데.”

페니스는 금새 커지더니 나연의 그립을 가득 채웠다.

방금 전 두 차례나 나연의 몸 안을 들락거렸으면서도 녀석은 나연의 손길이 반가웠나 보다.

“어머, 얘 좀 봐.”

나연은 까르르 웃더니 정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눈빛이 요염했다.

“오빠, 하고 싶은 말 없어?”

나연은 한번 더 하고 싶은 눈치였다.

정우는 나연이 왠지 유혹해 오는 듯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시 쉬어서인지 정우 역시 마음이 동했다.

게다가 나연이 이 정도로 신호를 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직 세나와의 약속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정우는 나연을 흥분시키는 코드를 꽂기로 했다.

“만져줘, 제발.”

더 심한 수위의 단어도 이미 나눈 사이였다.

빨아 달라는 말은 꽤나 선정적이었지만 나연에게 못할 말은 아니었다.

나연이 미소지으면서 정우의 페니스를 만져왔다.

뿌리에서 귀두 끝까지 손가락이 오르내리며 페니스를 희롱하더니 어느새 손아귀로 꽉 쥐어왔다.

정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손을 뻗어 나연의 젖가슴을 감싸 안았다.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이 손끝을 타고 페니스까지 전해졌다.

페니스에 절로 힘이 들어가며 끄떡 거렸다.

정우의 움직임은 나연에게도 떨림을 전달했다.

나연의 아래도 조금씩 젖어들고 있었다.

그 때였다.

[띠링띠링]

나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나연의 새엄마, 현영이었다.

나연은 한 팔로는 정우의 페니스를 잡은 채, 쉬고 있는 다른 팔로 전화를 받았다.

현영은 나연에게 과외가 언제 끝나는지를 물어왔다.

별 다른 대화는 종료되었고, 나연은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새엄마? 왜 전화하셨어?”

“몰라. 과외 몇 시에 끝나냐는데?”

정우의 손은 나연의 젖가슴을 만지고 있는 채였다.

통화내용이 별 거 아닌 듯한 정우는 그저 나연을 만족시켜 주고만 싶었다.

나연이 만족스럽게 된다면, 이내 자신도 만족시켜 줄 거였으니.

그러나 전화를 끊은 나연은 뭔가 이상했다.

현영은 나연이 쌀쌀맞게 대하는 걸 알고 있기에 이런 류의 안부전화를 좀처럼 하지 않았었다.

그런 현영이 전화를 걸어와서는 갑자기 과외 마치는 시간만 묻고 그 외는 말하지 않는다는 건?

나연은 뭔가 찜찜해졌다.

직감적으로 오늘은 여기서 중단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빠, 미안한데, 오늘은 그만하면 안 될까?”

정우는 의아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혹해 오던 나연이었다.

현영과의 전화는 분명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했었는데 태도를 바꾸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아줌마, 뭔가 이상해. 오빠 그냥 씻고, 열두시까지 있다가 가.”

두 사람 사이를 주도하는 건 나연이었다.

아쉽지만 정우는 나연의 요청을 따르기로 했다.

정우는 땀을 흘린 지라 나연의 안내를 받아 욕실에 가서 씻었다.

욕조가 꽤나 컸다.

나연과 둘이 함께 들어가도 될 크기였다.

욕조를 바라보던 정우가 나연을 바라봤다.

“샤워 같이 할래?”

나연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다음에 해, 오빠. 오늘은 시간 많지 않으니.”

나연은 정우와 함께 샤워를 하는 건 꽤나 로맨틱할 일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열두시를 넘기면 안될 듯 했다.

정우를 씻게 하고는 나연은 안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솜이가 정우를 경계하는 듯 거실의 욕실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솜이는 나연을 지키려는 듯 안방의 욕실 앞에 다가가 엎드렸다.

**********

일요일 정오 직후,

나연의 아파트

현영은 차를 주차장에 세운 후 엘리베이터를 탔다.

계산대로라면 지금쯤 과외가 끝났을 것이다.

나연의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정우에게 묻고 싶었다.

태연의 자위행위에 대해 어떻게 자신이 대응해야 할지를.

그러나 정우와 대면할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긴장되기 시작했다.

뭐를 어떻게 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현영은 자신의 집이 있는 10층 버튼을 눌렀다.

현영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아이의 성장에 관한 고민 상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니 남자의 자위행위가 주제가 될 터였다.

분명 민망한 대화가 오갈 거였다.

10층이 되자 문이 열렸다.

문 앞에 건장한 청년 남성이 서 있었다.

바로 정우가.

정우는 나연이 내보내는 바람에 방금 나온 참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막 현영이 올라온 거였다.

정우는 현영을 보자 긴장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현영은 아침에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기품있고 아름다웠다.

집 안에서 봤을 때는 자그마했던 현영은 힐을 신어서인지 좀 더 커 보였다.

그래도 자신보다 한참 작은 건 마찬가지였다.

“다녀오셨어요?”

정우는 하라는 과외는 안하고 나연과 살을 섞고만 나왔기에 미안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사실 적지 않은 과외비에 대한 죄책감마저 들 정도였다.

한편, 현영은 정우가 이미 집 밖으로 나온 것 같아 아쉬웠다.

집 안이었으면 방으로 데려가서 말을 걸었을 건데, 좀 늦은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만 먹는다면 사실 복도에서라도 얘기를 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둔 맞은 편의 집만 신경 쓴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더니 올라갔다.

안이 비어있는 걸 보면, 누군가 위에서 내려오려고 기다리는 듯 했다.

어차피 내려오려면 시간이 있었다.

정우는 현영이 아침과는 달리 어딘가 허둥대는 느낌을 받았다.

현영이 집에 들어가지는 않고 자신을 보면 어딘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현영은 두 손으로 핸드백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정우는 혹시나 현영이 눈치챈게 아닌가 싶어서 긴장이 되었다.

현영은 현관문 앞에서, 정우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로를 눈치보는 채 시간이 지났다.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인 25층까지 가더니 멈췄다.

‘하필 이런 순간에 엘리베이터가 25층까지 다녀오다니.’

정우는 애가 탔다.

얼른 도망가고 싶었다.

“과외는 잘 하셨어요, 선생님?”

현영이 말을 걸어왔다.

정우는 겸연쩍어하며 답했다.

‘선생님’이라는 말은 여전히 어색했다.

그리고 오늘은 선생님답지도 않았었다.

“네. 다 마치고 나왔어요.”

“혹시 지금 바쁘세요?”

“네, 선약이 있긴 합니다만.”

현영은 현영대로 정우를 다시 데리고 들어가고 싶었고,

정우는 정우대로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정우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정우가 하강버튼을 눌렀었기에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는데 누군가 타고 있었다.

스커트를 입은 거로 봐서는 여자 같았다.

현영은 정우를 다급히 불렀다.

이대로 문이 열리면 정우가 엘리베이터를 타 버릴거고, 그러면 애써 집에 온 보람이 없었다.

“선생님, 뭐 좀 여쭤볼 게…”

막상 말을 꺼내자니 무안하기만 했다.

현영의 손에 힘이 풀렸는지 가방을 놓치고 말았다.

툭.

정우도 잡고 싶었고, 가방도 집어야 했다.

순간 당황한 현영은 어쩔 줄 몰라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을 수만은 없던 정우가 현영에게 가까이 갔다.

몸을 숙여 가방을 집었다.

뒤늦게 현영도 몸을 숙여 가방을 집으려 했다.

그 바람에 현영의 상의가 아래로 조금 쳐졌다.

덕분에 정우의 눈 앞에 현영의 가슴살이 살짝 보였다.

비록 꼭지까지는 아니었으나 상당한 부분이 드러났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에 정우는 깜짝 놀랐다.

현영 역시 정우의 시선을 느낀 듯했다.

당황한 현영이 가방을 집는다는 게 그만 가방을 쥔 정우의 손을 잡아버렸다.

두 사람은 그대로 정지해 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에는 단 한 사람만 타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나연과 같은 아파트로 이사오게 될

지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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