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93. 요리하는 소희의 뒷모습
* * *
일요일 오후
정우의 집
병원에서 돌아온 정우는 집을 정돈했다.
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바로 정우가 기다리던 소희와의 데이트였다.
금요일 저녁에도 소희가 오긴 했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소희네 집으로 곧 가야 했기에 시간이 넉넉치 않았었다.
그 때문에 진도가 나가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미리부터 소희와 시간약속을 잡은데다 이후의 일정이 없기에 시간이 넉넉했다.
어쩌면 소희와 마지막 선을 넘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정우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샤워를 했다.
어찌나 기대되었는지 비누거품을 묻힌 손으로 페니스를 비벼대다 흥분될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힘차야 할(?) 저녁시간을 위해 힘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샤워를 마치고 오후 6시 경이 되었을 때였다.
내일 저녁 소원과 소개팅을 하기로 한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약속을 확인해 두려는 메시지였다.
내일 저녁 6시에 학교 앞에서 소개팅 있는 거 맞지?
긍정의 답을 보내려던 정우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 나연의 새엄마인 현영과 한 약속과 겹칠 판이었다.
현영에게는 내일 저녁 7시에 샵으로 가겠다고 약속을 잡은 터였다.
선약인 소원의 소개팅 주선이 먼저였기에 현영과의 약속을 미루는 게 옳을 거였지만,
현영이 아직 어려운지라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굳이 소원의 약속을 미룰 필요는 없을 거였다.
샵의 위치가 집 근처였기에 소원의 소개팅은 주선만 시켜주고 온다면 두 약속을 다 지킬 수 있을 거였다.
그러나 소원이 함께 있기를 바랬던 게 생각이 나서 우선 소원에게 의향을 묻기로 했다.
따르릉
소원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받았다.
응, 오빠?
“우리 내일 여섯시에 소개팅 하기로 했었잖아?
응, 우리 만나기로 했지.
“내일은 나 주선만 하고 빠지면 안될까?”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소원은 싫은 눈치였다.
정우가 둘러댔다.
“응, 나 깜박잊고 집근처에서 7시에 약속을 잡았는데, 취소하기가 좀 어렵네.”
어머? 여자야?
“아냐 그런 거. 과외 관련된 거야.”
응 그렇구나? 나 근데 초면의 남자랑 둘만 있는 거 좀 어색한데.
‘이 녀석, 발랄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은근 낯을 가리네?’
정우는 의아했다. 소원의 캐릭터가 그새 바뀐 건가 싶었다.
“그러면 어떡하지? 소개팅을 미룰까? 8시에 우리동네? 그러기엔 좀 늦고. 며칠 미루지 뭐.”
소원은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했다.
소개팅을 미루면 의미가 없었다.
소원이 정우에게 기를 쓰고 월요일로 약속을 잡자고 한 건, 정우의 집이 월요일까지만 비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소원이 대답했다.
내일 저녁 8시가 좋겠다. 근데, 소개팅 날자는 그냥 다시 잡고 내일은 나랑만 놀자 그럼.
“너? 왜?”
왜긴 왜야. 내가 오빠 보자는데. 참, 나한테 아이스크림 빚진 거 알지? 그거 사 줘.
정우는 금요일 밤 소희와 나갔다 올 때 알리바이를 대느라 아이스크림 사 먹은 얘기를 했을 때 소원이 사달라고 졸랐던 일이 생각났다.
집요하고 야무진 것 같으니.
소원은 참 예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이런 거 하나는 또 어릴 때부터 잘 챙기는 무서운 면도 있는 아이였다.
“야! 그게 왜 빚진 거냐? 그냥 사준다고 한 거지.”
그거나 그거나~ 암튼 내일 저녁에 나 아이스크림 사주는 거야? 알았지?
“알았어. 소희 누나도 같이 보는 거지?”
무슨 소리야. 언니 다이어트 해야 해. 나만 사줘. 그리고 언니한테는 나 만나는 거 비밀이다? 소개팅 때문에 만난다고 흉본단 말야. 절대 알리면 안돼 오빠. 알았지?
“알았어. 그렇게 해. 그러면 8시에 지하철역 앞에서 볼까?
정우는 나연 새엄마와의 약속은 잠깐이면 끝날 듯했다.
태연의 일 같은 눈치던데, 아마도 학습에 관해서 물어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거라면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도 아니라 어차피 알고 있는 게 없을 테니,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다.
응 그래. 8시에 지하철 역 앞
정우는 소원과의 통화가 끝난 후 친구에게 전화해서 소개팅이 연기된 걸 알렸다.
친구는 미모의 소원과의 소개팅이 늦춰져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상대방 당사자가 원한다 하니 어쩔 수 없음을 알고 따르기로 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친구를 달래고는 전화를 끊었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정우가 단정히 옷을 챙겨 입었다.
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시키고 거울을 보니 그런대로 괜찮게 생겨 보였다.
‘오늘은 꼭 누나랑 역사를 이루고 말 꺼야.’
정우는 스스로에게 한번 더 다짐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소희가 겁먹을 지도 모르니, 만약을 위해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콘돔도 사온 터였다.
* * *
일요일 저녁 6시 30분 경.
정우의 집.
띵동~
벨이 울렸다.
인터폰을 바라보니 소희였다.
“누나 잠깐만~”
정우가 현관을 열자 곧 소희가 들어왔다.
청순해 보이는 하늘하늘거리는 풀색 꽃무늬 패턴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 골을 보일 듯 말듯한 카라며 잘록한 허리가 드러나게 묶여있는 매듭은 그러지 않아도 아름다운 소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소매 아래 드러난 팔목과 원피스 치마자락 밑으로 살짝 보이는 하얀 발목은 당장이라도 손으로 쥐고 싶을만큼 사랑스러웠다.
“어서와, 누나.”
“응. 어제 보다 좀 더 정리된 거 같네?”
소희가 둘러보며 미소지었다.
왠지 정우로부터 소중하게 여겨지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정우 역시 기분이 좋았다.
소희가 알아봐 주니 집을 치운 보람이 있었다.
“응, 오늘은 누나 올 거 미리 알고 있었으니.”
정우가 말을 이었다.
“누나, 너무 예쁘다.”
소희가 무안한 듯 웃었다.
“그래? 집에 티 안 나게 무난한 거 입고 나온건데.”
사실 더 밝은 톤의 원피스를 입고 오고 싶었다.
그러나 입고 온 속옷이 검정색이라 비칠까 봐 이 옷으로 입고 온 거였다.
원피스가 아니라 지애가 선물로 사준 란제리야말로 오늘 소희 패션의 포인트였다.
그러나 지금 입고 있는 옷만으로도 정우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소희의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희는 손에 뭔가 들고 있었다.
조그만 비닐봉지였다.
“누나 그건 뭐야?”
“으응. 있어 봐. 너 저녁 어떻게 할 꺼야?”
생각해보니 소희가 오면 안을 생각만 했지, 뭘 먹을지는 상의를 하지 않았었다.
정우는 그저 소희와 상의해서 배달을 시켜 먹을 참이었다.
“시켜 먹으려고 했지? 누나 뭐 먹고 싶어? 한식? 중국집? 피자? 아니면 스시 같은 일식?”
소희가 핀잔을 줬다.
“어휴,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러지 말고, 저녁 해 먹자. 스파게티 해 줄께.”
소희는 손에 든 비닐봉지를 들어 보였다.
열어보니 스파게티 소스와 면이 들어 있었다.
“어? 나 스파게티 좋아하는 거 알고 있구나?”
“알고 있었지. 후훗.”
“근데, 내가 만약 근사한 음식이라도 차려뒀으면 어쩌려구 사왔어?”
“음~ 그럴 일은 절대 없었을 걸? 내가 송정우를 좀 알지.”
“에이, 그러지 말고, 만일 그랬다면?”
“만일 그랬다면, 내일 다시 와서 해 먹으면 되지 뭘~”
정우는 소희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내일까지 집이 비었으니 소희가 내일도 올 수 있을 거라는 말 같았다.
내일 약속이 둘이나 잡혀 있었으나 소희라면 둘 다 취소하거나 아니면 먼저 들어와 있으라하고 자기는 뒤에 오더라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오늘 소희가 집에 가기 전에만 소희와 상의하여 스케줄을 정하면 될 거였다.
정우가 눈에 하트를 담고 소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안해진 소희가 물었다.
“왜?”
정우는 말없이 다가오면서 소희를 안았다.
그대로 두 팔로 소희의 허리를 안으며 키스했다.
정우가 자신을 바라볼 때부터 예감하고 있던 소희였다.
소희는 말없이 눈 감으며 정우의 키스를 받았다.
아무도 없는 둘만의 공간이었다.
예정된 약속도 없는 무한한 시간이 허락된 듯했다.
소희는 오늘도 역시 정우의 선을 넘으려는 공세를 감당할 각오를 하고 왔었다.
분명히 자신을 덮치려 할 거라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할 지 생각도 많이 한 터였다.
마지막 선만큼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으려던 소희였다.
그러나 어제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너무 아끼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던 지라 내심 고민도 되었다.
사실 그 고민이란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에 가까웠다.
언제까지 허락하지 않아야 할지,
언제까지 정우가 그걸 감내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자신도 정우를 기다리고 있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이었다.
그저께 저녁, 정우가 자신의 힙 뒤를 페니스로 비벼댔던 곳.
자신도 하마터면 그대로 받아들일 뻔했던 곳.
남자의 페니스가 그렇게 기분 좋은 것인 줄은, 그전에는 알지 못 했었다.
그 때 이후로 소희도 은근히, 아주 조금이지만 은근하게 기대를 해오긴 했었다.
그렇기에, 정우의 공세를 막아낼 각오는 한 터였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기도 한 마음에, 러블리한 차림으로 오늘 이 곳까지 찾아온 거였다.
정우의 음란함은 소희가 예상한 것보다 이상이었다.
키스하는 정우가 소희의 허리를 안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음란스럽게도 발기된 정우의 페니스가 이내 소희의 아랫배를 눌러왔다.
소희의 은밀한 곳에서 시작된 짜릿함은 정수리까지 금새 닿게 되었다.
소희로서는 기분 좋은 느낌의 짜릿함이긴 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은근히 설레이고는 있었지만, 너무 빨랐다.
소희는 뒷걸음질 치며 정우로부터 살짝 벗어났다.
“잠깐만. 있어봐. 진정하고 저녁부터 먹자.”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배고프다고 하는 소희를 억지로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우가 주춤하자 소희가 말을 이었다.
“내가 끓여 줄께.”
정우는 못내 아쉬워하며 소희를 주방으로 안내했다.
소희는 그런 정우에게 장난을 걸며 주방으로 함께 걸어갔다.
주방으로 들어간 소희가 에이프런과 조리도구를 찾아서 스파게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식탁 의자에 앉아 그런 소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우는 마냥 사랑스럽기만 했다.
TV에 우스개소리로 자주 나오는 말들이 이해가 갔다.
신혼부부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걸’ 한다던 그 말.
TV보다가도 하고, 요리하다가도 하고, 밥먹다가도 한다던.
눈만 맞으면 한다던 그 말이 이해가 갔다.
그저 소희의 뒷모습만 보고 있는데도 자신은 이렇게나 그걸 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친구들끼리는 ‘꼴린다’고 표현했는데 지금 상황은 정확하게 꼴리는 게 맞았다.
소희 역시 가슴이 두근대는 건 마찬가지였다.
요리를 하고는 있지만, 자꾸만 등 뒤의 정우에게 신경이 쓰였다.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은밀한 곳이 습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드르르르륵
생소한 소음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누나 혹시 들었어?”
“무슨 소리? 난 못 들었는 걸?”
정우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려니 싶었다.
‘밖에서 하수도 공사라도 하는 건가?’
소희는 한창 플레이팅 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후라이팬으로 소스와 함께 볶은 면을 접시에 붓고, 그 위에 곁가지 재료들을 놓고…
소희는 정우에게 음식을 해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만약에 둘이서 잘되서 결혼까지도 한다면 매일 이렇게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드르르르륵
또 다시 소음이 들렸다.
정우는 그제야 그게 핸드폰 소음인 걸 깨달았다.
“핸드폰 소리인가 보다. 내꺼 아닌데? 누나꺼 같아.”
“응 괜찮아. 거실에 두고 왔나 보다. 이따가 볼께.”
정우가 돌아보니 거실 탁자 위에 소희의 핸드백이 올려져 있었다.
아마도 핸드폰은 그 안에 있는 듯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정우는 백을 가져다 주려다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소희의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을 돌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정우는 일어난 김에 앞으로 다가갔다.
에이프런을 두른 채 플레이팅을 마무리하려는 소희를 뒤에서 안았다.
“뭐야~”
소희는 힙을 누르는 강렬한 단단함에 놀랐다.
아마도 정우의 페니스일 그것이, 예상 못한 타이밍에 비벼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에 소희 아래의 촉촉함도 더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