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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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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거 아직까지 연재하고 있었어?"
이 똥글을 아직까지 이어가는 작가가 대단하다.
한 3년전에 봤던 것 같은 소설의 오늘 분량에 (완) 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었다.
호기심에 거금인 100원을 써서 쭈욱 훑어봤지만...
"큼흠흠...양산형 똥글이네."
너무나도 익숙한 엔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통하는 방식이였고.
1000화가 넘는 소설에서 처음 무료편 15개만 보고 마지막 것만 결제했지만...
나는 댓글을 달았다.
[작가님! 연재 시작하고 나서부터 매일매일 챙겨보던 독자입니다. 자기전에 매일 작가님 소설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는데...벌써 완결이네요 ㅠㅠ 그래도 마지막 엔딩 정말 재밌었습니다!
아 그리고 작가님, 800편 이상의 소설의 장편을 완독한 애독자가 있으면 주머니에 만원 이만원씩 찔러주는게 도리예요~~~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드립니다~~^^]
괜히 뿌듯한 마음에 입꼬리를 올렸다.
작가와의 정신적 유대감이 쌓인 기분.
하지만, 곧 띠링 하는 알람과 함께 내 댓글 아래에 달리는 대댓글...
[엔딩 씹창났는게 그게 뭔 개소리냐? 등장인물들 다 뒈졌는데? 히로인은 NTR 당하고?]
"무, 뭐?"
그런 일이 있었어?
하지만, 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내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눈을 부릎뜨며 키보드에 올린 10개의 손가락을 자유자제로 움직였다.
마치 연주를 하는 모차르트의 마음으로 나는 광기에 빠져 곧바로 댓글을 달았다.
[이 씻~~팔놈이 으으디서 말대꾸여 말대꾸느는... 으잉? 허이꾸...요즘 애새끼들은 아주 뇌가 꽃밭에 절여져서 그냥 아주그냥 막그냥....어?! 등장인물 한두명정도는 쒜엑 하고 죽어줘야 명작이 만들어지는 거시여??? 으딜~ 말대꾸여 말대꾸는...떾!!]
"후우..."
정상적인 대화를 한다면, 내가 분명이 패배할 것이다.
애독자라고 댓글까지 써뒀는데 이렇게 실체가 드러난다면, 쪽팔림도 그런 쪽팔림도 없겠지.
이런 방법밖에 없는 나 자산을 향해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녀석이 곧바로 댓글을 달았다.
[미친놈인가 개씹똥글 가지고 명작 이러고 있네. 틀니 3천년 압수당하고 싶냐?]
"이새끼가 노인혐오를....!!"
나는 곧바로 대댓글을 달았다.
[틀니 3천년은 무슨 개같은 드립이야?]
곧바로 달리는 녀석의 대댓
[주인공 고대유물 가지겠다고 3천년 전으로 회귀했잖아 병신아. 설마 기억 안나냐? 그때 독자 1/10 났는데]
"어어...?"
그런 개똥작이...
나는 댓글창을 끄고 마지막 구절을 살펴보았다.
[이 덧없는 세상의 구원...이것이 내가 찾은 광명이구나...나는 이것을 보기 위해 그 긴 시간동안 걸어왔다는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처음 레아를 만났던 그때부터 내 동료...내친구였던 이들과 함께하며 싸웠던 그 기억들이 속속히 내 머릿속을 지나쳤다. 그렇게 감은 눈을 다시 뜨니, 나는 울고있었다. "어어...? 눈...물?" 크크크...나도 눈물을 흘릴수가 있는것이구나. 눈물은 무려 [1500년]전에 잊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잇! 씻팔!"
이 무슨 똥글이야?
"그보다 문장좀 끊어라...! 읽기 힘드네"
그렇게 스크로를 쭈욱 내려 마지막 구절을 읽었다.
[이제...영혼의 안식을 감사합니다. 용사님...]
어디선가 튀어나온 천사가 주인공에게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했다.
이, 이정도면 평범해. 평범한거야 그치?
하지만, 나는 눈을 부릎뜰 정도의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구한 용사가 있었던 초원은, 이젠 바람밖에 남지 않았다. 허나, 그는 알지 못했다. 세상을 되돌리는 지고의 톱니바퀴는 멈추지 않았다는것을...인류는 알지 못했다. 이제는 구원자 없는 회차에서 살아가야 한다는것을...]
"여, 열린결말...?"
그것도 이따위로?
회차를 반복하는 톱니바퀴를 부수는것을 주인공이 깜빡했고,
주인공놈은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영혼의 안식을 취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있는 거대한 글자.
[TO BE COUNTINUED]
"끄아악! 투 비 컨티뉴라니...!"
심지어 철자도 틀렸다.
"투...투 비 카운티뉴! 게에엑"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상황에, 떨리는 손으로 댓글창을 열어보니...
[작가 미친놈아 내 돈 환불해라 미친놈아]
[작가님, 저 화이트해커입니다. 집주소 까발려지고 싶지 않으면 엔딩 다시 쓰세요.]
[그 아이디로 다시 글 써봐라^^ 지금 스샷 찍은거 바로 커뮤에 올린다.]
[엔딩을 씨팔 그따구로 쓰는건 누구한테 쳐 배우신겁니까?]
똥창나있었다.
댓글창이라는 방이 있다면,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이 회전 회오리를 외치며 똥을 싸재끼지 않는 이상 이렇게 더러울 수는 없으리라.
나는 그 뒤로 8649자의 장문의 댓글을 달았고 책상 위에 있는 초코몽을 쪼옥 빨았다.
"미친 내가 뭘본거지..."
쮸압 쮸압
그렇게 초코몽을 3개정도 먹을 때...
띠링!
알람이 떳다.
의아한 마음에 다시 댓글창에 들어가보니...
[으잉레아마망쮸쮸: 독자님께서 쓰신 댓글'만' 잘 봤습니다. 확인해보니, 첫화부터 계속 결제하며 봤다는것도 거짓말이였더군요...독자님께서는 주인공이 없어진 이후의 세계에서 더 재밌는 이야기를 써 주셔야겠습니다.]
"웅?"
[으잉레아마망쮸쮸: 그럼...TO BE COUNTINUED]
그 뒤, 내 시야가 밝아지며 몸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카운티뉴가 아니라 컨티뉴....'
그게 지구상에 있던 나의 마지막 유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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