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2화 (2/53)

〈 2화 〉 빌어먹을 신

* *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지랄도 그 지랄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나는 이 황당하고 어이없고 억울한 상황에 거의 미쳐있었으니까.

부정.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나보고 믿으라는건가? 흐헤헿헤 자, 일단 자자. 깨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와있을거야!

분노.

­아이 미친 작가 개새끼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지랄인데!! 다시 원래대로 하지 못해?!

나 안움직일거야야라아악!

공포.

­내, 내가 아는 그 소설이면...큰일난거 아니야...? 주인공도 없는데 나보고 어쩌라고오...안아프게 죽는 방법은 없을까...?

흥정.

­자, 작가님! 제가 거짓말 해서 기분이 나쁘셧나요오...? 헤헤. 지금 당장 전체구매에다가 후원에 구독까지! 기회는 지금뿐입니다 작가니임...!

마지막으로. 받아들이는 것 까지...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해쳐나가야해. 되돌릴 수 없으니까...

좆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5단계를 겪고 난 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이곳은 똥작 소설 속이고, 마지막의 작가의 말을 본다면 이곳은 시간이 역행하여 맨 처음으로 돌아간 시점이다.

모든 영웅과, 모든 마왕들이 살아있다.

내가 대충 기억하는 것은, 이 세상은 주인공 입장에서 난이도가 씹창난 미친 세상이라는 것이다.

폭력, 강간, 살인, 도굴, 약탈 등등...

그리고 마족으로 인한 대학살까지...

허나, 지금은 주인공이 없다.

주인공은 영혼의 안식을 취했다는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작가도 그리 말했으니, 주인공이 없다는건 확실한 사실이였다.

'그럼 망했자넝'

그리 생각한 뒤 다시 좆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5단계를 3번정도 반복했지만...

지쳐서 기절하듯 잠들고 깨어난 뒤, 다시 생각을 재개했다.

'내가 본 소설들은 무료분 15화...마지막 화는 주인공의 독백이였기 때문에 건질만한 것들은 없어.'

작가도 양심이란것은 있는지 내가 봤던 것들에 대한 내용은 생생히 기억했다.

그렇게 1화부터 15화까지의 내용을 떠올리고, 한가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똥소설은 주인공새끼 훈련하는것만 15화동안 진행된다.

"젠장할..."

산딸기가 맛있단다...라는 소리를 듣고 열등감이 생긴 빈곤한 주인공이 뒷산에 가다가 오크를 만난다.

왜 시골 마을 뒷산에 오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주인공은 산 속에 있는 거구의 오크에게서 무려 30분동안 도망친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하지만...

그 다음, 주인공은 시골 마을의 30분 거리에 있는 수백m 절벽에서 떨어진다.

수백m 절벽 위에서 떨어졌지만, 어린아이의 신체를 가진 주인공이였지만...무려 물(? , Water) 에서 떨어져서 살아남게 된다.

그렇게 헤엄을 치며 빠져나가려는 주인공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주인공은 그 아래에 있던 거대한 폭포에 떨어졌다.

허나, 살아남았다.

바닥이 무려 물(? , Water) 이였기 때문이다.

폭포에 떨어지고 기절한 주인공이였지만...그 아이는 질식사 하기 전에 물가로 떠밀려 내려오는 기적을 보여주었고...

그 뒤로 주인공을 쫓던 거구의 오크가 두두둥장을 하게된다.

"씨발...."

이게 무슨 내용이야?

1화의 댓글이 300개가 넘었는데 귀찮아서 안보길 잘했다.

분명 작가도 그 댓글을 안봤겠지?

"....."

안봐야 할텐데...

어쨋든, 그런 기절한 주인공을 나무 몽둥이로 내리찍을려고 하는 오크를, 지나가던 산신령이 구해준다.

산신령과 가죽 빤스만 입은 나무몽둥이 오크의 숨막히는 대결로 1000자가 소모되었고, 산신령은 승리한 뒤 기절한 주인공을 데리고 꿈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안에서 야한잡지를 쌓아두는 설정을 가진 산신령에게 맞아가며 훈련을 계속하고, 결국 먼치킨이 되어 집 밖으로 떠난다.

이게 15화다.

태그에 아카데미가 있는것을 보니, 주인공도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 같지만...

그건 16화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똥글...똥글...!"

참고로 이 내용에서 건질만한건 없다.

그곳은 산신령만 갈 수 있는 공간이였으며, 15화 동안 조연 히로인 등등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정말 아무것도 없나...?'

그렇게 실망하고 있으니, 내 머릿속에 무언가가 찌릿­ 하고 지나갔다.

주인공만 가지고 있었던 것...

"상태창!!"

­....

"어...어어...스, 스테이터스!"

­....

아무 일도 없다...

나는 15화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지는것을 참으며 눈을 꾹 감고 외쳤다.

"내게 보, 보여라!"

그렇게, 감긴 내 눈에 희미하게 푸른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치심을 이겨낸 입꼬리가 힘겹게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살며시 눈을 떳다.

­으잉레아마망쮸쮸 : 힝~ 속았찌><

"아 뭐라는거야?"

나는 나도 모르게 정색을 하며 차갑게 말했다.

­....

내 반응과 함께 슬금슬금 사라지는 상태창...

그리고, 붉은색의 무언가가 경고 표시와 함께 떠올랐다.

[error : 거대한 오류에 의해 세계관이 변화되었습니다.]

"엉?"

이게 뭔소리래?

[공지 : 주인공의 제외로 인한 밸런스 조정을 위해 마왕 바알(BAAL)을 제외한 6명의 마왕이 삭제됩니다.]

"오오오!!!"

이게 왠 떡이지? 수박이 데굴데굴 굴러오는구나...마치 오골계가 인삼을 물고 제 털을 뽑고 탕 속으로 들어가는것 같다!

'마왕 한명정도는 제국군이 커버 쌉가능이지!'

[error : [으잉레아마망쮸쮸]가 강제로 개입합니다.]

"뭠마?"

[공지사항 : 플레이어의 목적이 <세상의 구원=""> → <세상의 멸망=""> 으로 수정됩니다.]

"씨발롬아!!"

으잉레아마망쮸쮸! 이, 이놈!

건물주 국회의원 아빠같았던 제국군과 성기사단들이 최악의 적으로 변경되었다.

"미, 믿을수가 없음! 이건 꿈이야...!"

­끄에에에에엑!!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다행히 내가 소환된 아카데미 외각의 기숙사는, 시설은 별로더라도 방음 하나만은 좋았다.

이곳에 온 첫날 시도때도없이 소리를 질러댔으니까 확신한다.

그렇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찾아왔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

.

.

.

.

짹짹

짹짹!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고급스럽지만 꽤나 낡은 기숙사.

꿈이 아니였구나...

그렇게 일어나니 창 밖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

이 아카데미는 제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립 아카데미다.

아카데미의 입학에서는 신분도 인종도 그 무엇도 보지 않는다.

딱 하나. 능력을 제외하고

허나, 아무리 그래도 기숙사나 기초 생필품이나 수련장비 등등에서는 돈이 필요한법

아카데미측은 평민들을 위해 보조금을 마련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기숙사와 시설들을 만들었다.

하지만...귀족들과 왕족들이 직접 후원하는 시설은 점점 더 부유해짐으로써 평민들이 있는 아카데미의 시설은 낡고 낙후된 것.

그러한 설정이였던 것 같은데...

내 앞에 보이는 저건 뭐란 말인가.

"뭐, 뭐가 달라졌는데?"

정말 시골 속에 있는 학교처럼 낡고 숲 사이에 파묻혀 있어야 하거늘...

지금 보이는 곳은 도로도 환경도 제법 잘 관리되어있고, 기숙사도 그렇게 심하게 낡지 않았다.

[공지 : 마왕의 존재 대부분이 삭제되어 일부 세계관에 변동이 일어남]

그 뒤에 내 앞에 뜬 공지창...

'마왕이 없어서 이렇게 된건가...?'

마왕이 7명이나 되면, 군사와 방비, 연구와 실험, 그리고 정보 등등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허나, 마왕이 한명만 존재한다면...비교적 경제적으로 널널하다 이건가?

"존나 개쩌는구만."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내가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지?

"어..어어...어어어...."

그래도 침대는 푹신해져서 좋네.

그렇게 침대에 쓰러지듯 나는 진지하게 읊조였다.

"멸망....이라­"

너무 먼 이야기다.

갑자기 세상을 멸망시키라니...

나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보다 못한 백수일 뿐이였는데...

창 밖으로 서로 친구들과 대화하며 길을 걷는 아이들이 보인다.

이곳은 소설 속 세상이지만...저런 아이들을 학살하여 멸망시켜야만 한다면 속이 쓰라릴 것 같다.

[공지 : 임무에 실패시. 당신의 육체는 소멸합니다. 또한, 앞으로 공지는 올라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구나.

대충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영화같은곳 보면 임무를 실패하면 영혼이 소멸한다 지옥에 간다 이런 거창한 벌들을 준비해 놓으니까.

이제 뭘 해야하지?

그런 탈력감에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었다.

솔직히 평범한 학교라면 모를까, 육상선수와 비슷한 신체와 마법이라는 신비의 힘을 가진 이들을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어보였다.

이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다.

이 아카데미의 이름이 뭔지도, 지금 내 이름이 뭔지도, 내가 살고있는 제국의 이름이 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것은 하나.

입학까지 일주일 남았다는 것.

'조졋네.'

학생들 사이에서 수치플 당한뒤 퇴학당하는것따위 나는 바라지 않아...!

[으잉레아마망쮸쮸 : 막상 보내고 나니까 조금 미안하네요...]

"으잉?"

나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야아!! 아니, 작가님! 신님! 미안해요! 저 좀 내보내주세요 제발....흐흐흑!"

눈물이 흐를듯 똘망똘망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으잉레아마망쮸쮸 : 죄송하지만...이미 한번 보내는걸로 능력을 다 써서...]

안된다는구나.

나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솔직히, 화낼 힘도 없다.

"그러면 닉네임좀 어떻게 해봐요..."

[으잉레아마망쮸쮸 : 장난으로 설정했는데 못바꾼다고 하네요...공식 석상에서 제 이름은 마망쮸쮸예요.]

작가라는 놈도 심심한지,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다.

슬슬 질려가고 있으니, 하늘에서 뿅 하고 양피지가 떨어졌다.

***

[설명서]

º당신의 몸은 현재 수면상태입니다. 당신은 꿈을 매개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됩니다.

º당신은 이 세상이 소설 속이라는 것을 유일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º세상에 미치는 영향력, 세상을 바꾸는 행위. 그것이 당신의 영향력 이라는 힘입니다.

무언가를 달성하거나, 혹은 이루고자 노력할때마다 당신의 영향력이 강해집니다.

º당신의 꿈으로써, 또한 조물주의 화신으로써 [창조]와 [구현]이 가능합니다.

º온 힘을 다해 세상을 멸망시키세요. 이상.

***

이상?

이사아앙?

"이게 뭡니까?"

[으잉레아마망쮸쮸 : 제약 생겨서 이제 말 못함. 내가 해야할 말들 거기 다 적어놨으니 나는 감.]

이새끼가?!

"야아! 너 글쓰면서 힘들던 얘기 안하고 이걸 말했어야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동안 하더니...

이제 말 할 수 있는 횟수가 끝났다고 가버렸다.

미친놈이 따로없군.

게다가 저 놈이 나만 화신 없다니 뭐니...돈이 없어서 화신체를 하나밖에 못만든다 이런 말을 했었다.

근데 내가 신의 화신이 됐다니...

"악플러 족치겠다고 그 기회를 쓴거야...?"

화신체 만드는 자격 만들려고 400년동안 노력했다면서...

너가 나한테 울면서 말했잖아...

미친놈아...

신의 화신이라고 해도, 나는 달라질게 아무것도 없었다.

거지신이라 지원같은것을 바라지도 못할테고...

다시 한번 내 처지를 처절하리만치 깨닫게 되었다.

꼴받게 하면 안됐는데...

"처신 잘했어야 했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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