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입학
* * *
입학실 당일.
옷장에 있는 교복을 입은 뒤 거울 앞에 섰다.
차가운 인상이였지만 볼살이 탱글탱글해서 존나 애매한 인상을 가진 얼굴이 나타났다.
다가가기 어려운데 막상 마주보면 어딘가 대하기 편한 인상이라고 해야하나...?
"...잘생겼네."
그래도 현실의 나보다는 훨씬 낫다.
주인공은 없으니까...조연들부터 컽! 시키면 이야기가 훨씬 쉬워지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이 약한 초반에 잡는게 필수다.
하다못해 성장을 더뎌지게 방해해야 하는데...
'응 정보 쥐뿔도 없어.'
그렇게 기숙사에 나와 근처에 있는 학생들을 따라갔다.
비싼 옷감을 입고 어깨를 딱 펴고 당당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이들.
딱 봐도 나와 같은 평민이겠지...
아마 머릿속에서는 귀족들보다 강한 실력을 내보이며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보는 상상에 젖어있으리라.
미안하다.
니들이 살 세상.
내가 멸망시켜야해...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것도 모르고 저마다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아카데미는 대학처럼 어마어마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외각에 있는 기숙사에서 입학식을 하는 대강당으로 갈려면 버스를 타야만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내리니...
와아아아아아!!
반갑습니다! 혹시 입학하시면서 무언가 국민분들께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까?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소감 한마디만...
이번에 기대되는 신입생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얼굴 한번만 보여주세요!
거대한 정문 양옆에 인파들과 기자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그 사이에 있는 거대한 길을 학생들이 뿌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피며 걸어가고 있었고...
'이게 무슨 미친 혼종이야...'
배경은 중세시대인데, 카메라에 마이크까지 있다.
마도공학이다 뭐다 이런 설정이였는데...솔직히 모르겠다.
마도공학이라기에는 현대보다 조금 떨어지는 수준의 가구들밖에 없었으니까.
나는 떼로 몰려가는 이들 사이에 숨어서 걸어갔다.
와아아아!
"....."
아니, 안숨어도 될 것 같다.
기자도, 사람들도 나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안주었기 때문에
어딜가나 있는 학생1같은 처지에 마음이 이상해졌다.
이걸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 할지...
시선을 들어올리니, 정문의 구석 현수막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아카데미 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시온(Zion)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지역의 역사적 지명으로 이 아카데미의 이름이다.
이 학원의 설립자의 이름이 시온이고, 그 시온이라는 이름은 난세의 구원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 학원의 학생들이 인류에게 구원을 주기를 희망하며
정작 알아보니 이 세상에서는 예루살렘이라는 도시가 없는 것 같지만...
작가도 그게 아쉬웠지는지 고대의 도시로 우겨넣어 놨더라.
그렇게 멍하니 학생들을 따라 거대한 강당 안에 들어갔고, 400명이나 되는 1학년생들 사이에 앉았다.
이내 교수들이나 교장들이 나와서 하는 지루한 발표를 들었다.
실속이 있는 이야기보다는...그냥 어디에나 있는 꼬맹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좋은 말들이였다.
[다음. 신입생 선서]
그 말과 함께, 맨 앞에 있는 여자애 한명이 벌떡 일어나고 강단 앞으로 올랐다.
어깨뼈까지 오는 긴 흑발에, 어딘가 담담해보이는 눈.
인형처럼 예쁜 외모였고, 그 표정에는 조금의 긴장도 없었다.
[선서]
그녀와 함께 선서를 한 뒤, 입교 선서를 끝으로 무사히 스케쥴이 끝났다.
아카데미지만, 역시나 군사들을 기르는 군인이였기에 2m는 되보이는 거구의 남자가 크게 외쳤다.
"주목!!!!"
그 우렁찬 소리는 거대한 강당을 울렸고, 모든 신입생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금부터 차례대로 질서있게 각자 배정받은 반으로 돌아간다."
그의 말과 함께 학생들이 안내를 받으며 교수들을 따라 각자의 반으로 이동했다.
1A.
내가 갈 반이며, 주인공이라는 놈...은 없고, 일단은 조연들 몇몇이 있을 반이였다.
나는 강당의 맨 구석자리였기에, 가장 늦게 도착했고,
때문에 내가 들어가는 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내게 시선을 주었다.
"....."
내가 가만히 있으니, 그 시선은 점차 돌아갔지만...
순간 움찔했던 나는 적당히 맨 뒤의 비어있는 자리에 홀로 앉았다.
그제야 나는 내 목적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떠올렸다.
'지구의 멸망...'
이들은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살을 깍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당장 며칠 전까지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웹소설에 악플을 달았던 나따위와는 다른 이들...
허나, 나는 저들과 대적해야 한다.
세상의 멸망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저들의 앞을 홀로 가로막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쌓아야겠지.
앞으로 시선을 돌리니, 왠 키 큰 훈훈한 남자가 있었다.
좆대가리를 풍차처럼 돌리며 오줌을 싸재껴도 여자들의 눈에 하트가 박힐 것 같은 미친 외모.
금발의 녀석이 싱긋 웃으니, 옆자리에 앉아있던 범상치 않은 외모의 여자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마치 동화속에 나올 것 같은 선남선녀고, 반에 있는 이들도 모두 그 둘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 어린 청소년들의 눈빛은 '꼭 쟤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 두명이 아마 조연이겠지...'
딱 봐도 특별해보이는게 나 조연입니다 라고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저 둘을 내가 막아야 한다는 말이지...?
'....아 자괴감'
저것들이랑 비교하면 나는 어디에나 있는 오징어1 혹은 학생1인데 저것들 인생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쫄려서 말도 못걸 것 같은데...
"모두 반가워요~"
교수가 들어왔다.
독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큰 가슴에 육감적인 몸매를 기본으로, 밝은 나뭇잎같은 머리색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였다.
"저는 1년동안 A반의 담임을 맡게 된 알리시아 라고 해요~ 모두 반가워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사춘기 남자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녀는 좌중을 돌아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왜인지 나를 오랫동안 쳐다본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는 금새 눈을 돌렸다.
"자~ 그럼 첫날이니까. 모두 통성명부터 해야겠죠?"
어 씨발?
내 이름이 뭐였지?
나는 급하게 학생증을 찾아서 꺼냈다.
그러는 사이 그 풍차남이 일어나 인사를 했고, 여학우들의 환오와 애정 어린 질문공새를 받고 있었다.
그 틈을 타 나는 주머니 구석에 박혀있던 학생증을 꺼내는데 성공했다.
[바알_베드히로] (BAAL_BAD HERO)
야아! 으잉레아마망쮸쮸!
'씨발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