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4화 (4/53)

〈 4화 〉 레아 마망...

* * *

바알 베드히로

학생증에 써져있는 내 이름이다.

바알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마왕. 인류의 대적자의 진명이다.

내 가문의 이름은 바알이며 이름은 베드히로다.

BAD HERO...이거 그냥 사건이 일어나면 나부터 의심하게 되는거 아닌가?

그렇게 존재하지 않을 신에게 욕을 한바가지로 쏟아내고 있으니...

"학생!"

내 차례가 왔다.

"아 네!"

"집중해주세요~ 자. 자기소개!"

나는 이걸 말해야 되나 고민했지만...반에 있는 모든 이들과 주인공조차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에 눈을 꽉 감고 말했다.

"바알 베드히로입니다.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끝?"

"이상입니다."

내 말에 학생들이 수근거렸다.

­바알...? 무슨 가문이지? 처음들어보는데...

­몰락한 귀족 아닐까?

­그보다, 저런 얼굴은 처음보는데?

앞에 앉아있던 선녀가 '바알...바알...?' 이라고 읊조리는게 보였지만...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행히, 아직 인류는 마왕의 진명을 모르는구나...

'조, 조질뻔­'

"네. 다음학생?"

다행히도, 호기심은 금방 사라졌고 알리시아는 다음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세상의 멸망이고 뭐고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너무 먼 이야기니까.

일단...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것을 목표로 하자.

퇴학같은것을 당한다면, 조연 일행과 너무 멀어질테니까.

"자! 오늘은 첫날이니까 수업 없음! 모두 뛰어놀도록! 아! 내일은 대련이니까 모두 몸관리 잘하렴~"

­와아아아!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니, 학생들이 저마다 떠들어대며 자리에 일어났다.

학년 수석이였던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홀로 교실 밖으로 나갔고,

풍차남과 선녀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저 서서 이야기하는것일 뿐인데, 교실의 공기가 밝고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학생들도 눈을 반짝거리며 저 둘이 이야기하는것을 보고있었다.

나는 꼭 저기에 어울리고싶다! 라는것이 흠씬 느껴졌다.

저 둘은 실제로 성적도 좋았으니까.

아카데미에서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저 둘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물론 1위는 아까 그 수석이였던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바알이라는 성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평민들은 성을 가지지 못하니까...

나는 곧바로 1인용 기숙사에 돌아와, 낡은 양피지를 꺼냈다.

조물주라는 새끼가 완전 쓰레기는 아닌지 꽤나 재밌는 기능을 넣어주었으니까.

[바알 베드히로]

[근력 : 2] [민첩 : 2] [체력 : 4]

참 단출한 텍스트다.

저 뒤에 마나라는 이능이 하나 더 써져있어야 되겠지만...

내 몸에는 마나라는게 단 하나도 없다.

성인의 평균 스탯이 평균 3이라는걸 보면...

'잘은 모르겠네...'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들이다.

성인 남성과의 힘과 체력에는 그만큼 차이가 있기 마련.

전문적인 지식을 받은 고위 귀족의 자제라면 모를까, 평범한 평민들은 다 비슷할테니까.

뭐, 결국엔 이것도 내 희망사항이고,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르겠다.

로우파워라고 해도 내 신체능력은 15화의 주인공에 비하면 절망적이니까.

대신...

[규제력]

의미 모를 힘이 하나 새겨져 있을뿐.

[규제력]이란, 규칙이나 규정에 의하여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힘을 뜻한다.

그냥 단어사전 피니까 그렇게 나오더라.

조물주라는 놈이 주었다고 떠들어대는 괴상한 힘때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지식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다.

'거스르는 힘.'

으잉레아마망쮸쮸는....

"아 씹..."

시, 신은 이 세상을 만들때 꽤나 정교한 규칙과 규율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 대단한건 아니다.

물이 100도에 끓는다는 것과 비슷한 규칙같은 거니까.

하지만...

이 규제력은 신이 만들어낸 것들의 규칙을 거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신만이 가능한 창조라는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거겠지.

이 양피지가 알려주었던, 내가 화신이 되며 획득한 권능인 [창조]와 [구현]은 서로 다른 두개의 의미가 아니다.

두개의 의미가 결합된 하나의 권능.

나의 창의가 상상의 결과를 내 몸속 심상세계에 구현하면, 창조는 그 상상속에서 구현한 것을 현실에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권능.

쉽게 말해서

일반 학생이 마나를 재료로 재능(마법, 검술, 신성 등)을 이끌어내 전투에 활용한다면

나는 규제력을 재료로 사용하여 창조라는 권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마나로 불이나 얼음덩이를 만들어내는 것과, 내 심상세계가 불을 상상하고 현실에 소환시키는것...

결과는 같지만 방법이 다르다.

'창조는 이름부터가 사기지만, 구현은 제약이야...'

내 심상세계에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초능력을 상상한다면, 그것이 적정선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심상세계에 구현된다.

내가 그냥 마왕 몇마리 뿅뿅뿅 하고 나타나게 하면 안되니까 구현이라는 제약을 넣어둔 것 같다.

'존나 치밀한놈...'

으잉레아마망쮸쮸 라는 닉네임과는 어울리지 않는 치밀함!

"근데 규제력이 뭐야? 멋대가리 없게..."

그렇게 멍하니 천장을 보며 읊조리니­

­찌지지직....

양피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규제력] → [영력]

"오."

영력은 인정이지.

"그럼 연습을..."

연습...

연습을 해야되는데...

[º세상에 미치는 영향력, 세상을 바꾸는 행위. 그것이 당신의 영향력 이라는 힘입니다.]

양피지에는 분명 이렇게 써져있었다.

근데, 나 이곳에 와서 한거 없잖아?

그냥 징징거리기만 했을뿐...

"어...어어...."

그럼 이제 뭐하지?

몰라 할것도 없네.

나는 백수답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안락함에 취해있을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예쁜 교수님의 말.

­아! 내일은 대련이니까 모두 몸관리 잘하렴~

"조.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세계에 총도 없다.

나는 활 못쓰고, 검도 못쓴다.

­그럼 대련은?

몰라 조졌지 뭐.

"...영향력이라..."

이 영향력은 인지도에서도 영향이 미치는 것 같았다.

조연뿐만 아니라, 학생들이나 세상의 사람들 등등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나의 돈과 지위에서 오는 권력.

그것들도 모두 정산이 된다는 의미.

돈과 권력은 멀지만...학생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면, 영향력이라는 힘이 생기겠지.

"......"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주인공은 엄청나게 강했지만, 조연들도 그를 따라갈 수 있을정도로 강해진다.

그 속도는 분명 내 상상을 초월하겠지...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멍하니 앉아있어도 되는걸까?

멸망에 실패한다면 나는 죽을텐데...

"내일. 변수를 보여준다."

다른 학생들이라면 모를까, 조연들이나 교수들에게 깊은 관심이나 호기심을 받게된다면...

영향력이라는 포인트가 오르게 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출동."

***

"헤엑­ 헤엑­ 헤엑­"

결과적으로 말하면,

할거 쥐뿔도 없더라.

나는 노을이 지고있는 거리에서 홀로 헥헥거리고 있었다.

잊고있었는데, 나는 집에 누워서 웹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만 보던 백수였다.

기숙사를 나온 뒤의 일들을 정리해보자면...

사회성이 개판난 나는, 학생이나 교수들이 지나가도 손만 꼼지락대며 어버버 거리기 일쑤였다.

시온이라는 아카데미가 있는 인공섬을 1시간 정도 뛰어다녔을때, 드디어 캠퍼스지도를 찾을 수 있었고

귀족들이 자주 찾는 훈련장으로 갔다.

일단 나는 바알이라는 성을 가진 귀족이였지만...나는 내 아버지 얼굴도 모른다.

누군가가 '너는 무슨 귀족이니?' 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응! 몰라!'를 외칠 자신이 있었다.

훈련장은 용기있거나 재능이 뛰어난 평민들과 귀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나같은 소심한 평민들은 얼씬도 못하겠지만...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어기적어기적 기어들어갔다.

입구에서 눈치를 보고 있으니, 어느새 온 풍차남과 여신님께서 나를 보며 싱긋 웃으며

'혹시 뭐 찾으시는거 있으신가요?'

라고 물어보았다.

"으아악!!"

그것을 떠올리니 수치심에 몸부림을 쳤지만, 흑역사라는 것은 내 발버둥을 무시하고 꾸역꾸역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저, 저저저 그, 그게에...아, 아닙니다...

"미친놈아! 께에엑!!"

나는 병신이야!

결국, 영향력이니 권능이니 같은것은 쥐뿔도 보지 못하고...

다음날이 찾아왔다.

죽으려 가는 사람처럼 반으로 가서 앉아있으니

"주목!!!"

2m 크기의 거구의 흉악스러운 생김새의 교관이 찾아왔다.

"지금부터 대련수업을 실시하겠다! 모두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훈련장으로 나오도록!!"

아, 안돼...!

'나에게 힘을 줘. 으잉레아마망쮸쮸...!'

그렇게 절망하고 있는데...

"흐아아..."

내 대각선.

정확히는 앞자리에서 옆자리에 어떤 여자아이가 앉았다.

그 모습에 앞에 대기하던 교관이 눈쌀을 찌푸리며 문서 파일을 살펴보았다.

"이름이...레아가 맞나?"

응?

"아...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관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어제는 결석이고 오늘은 지각이라...뭐, 이해는 하겠지만 앞으로 조심하도록."

"네, 네엣!"

레아...

레아라고?

나는 망할 신의 닉네임을 떠올렸다.

[으잉레아마망쮸쮸]

책상을 보며 깔고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려, 내 앞에서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지친 신음을 내뱉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그녀는 앞을 보고있어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세상에...'

거대하다.

거대한 빅 쮸쮸다.

내 시선을 느꼇는지 그녀가 흐응? 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나는 히로인인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신이라는 놈이 왜 그런 닉네임을 썻는지 알 수 있었다.

풍차남과 함께 있던 선녀님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외모에...

성녀처럼 자애롭고 따쓰한 인상이지만...이곳에 뛰어왔기 때문인지 머리는 땀에 젖어있었고 볼에 옅은 홍조를 띄고있기 때문인지 색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와이셔츠가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로 거대한 가슴과, 그 아래로 쏙 들어간 배...그 아래에 있는 가슴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골반

옷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라인이 미친수준이였다.

'흐잉...마망...'

"아...헤헤...나 어디 이상한걸까...?"

그제야, 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는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볼을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헤실헤실 웃는 그녀를 보며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아니야. 아무래도 어제 못본 사람이니까."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해도,

소설속에 만들어진 가짜 인간이다.

그리고, 히로인을 대할때는 무엇보다 조심해야 한다.

주인공이 없는 지금, 미래에 가장 위협적일 적은 이 레아라는 천사....아니, 여자니까.

"아 그렇구나! 잘부탁해~ 나는 레아야."

그녀는 악수를 하려다가, 땀에 젖은 자신의 손을 보고 헤헤 웃었다.

"어. 그래 반가워."

저 미친 외모와 폭력적인 몸매, 그리고 히로인에게서만 나는 향을 맡고있으면 정신이 멍해질 것 같다.

때문에 나는 대충 인사한 뒤,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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