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대련 (1)
* * *
훈련복으로 갈아입은 뒤,
A반에 있던 40명의 학생들이 모두 훈련장으로 모였다.
모두 도착한걸 확인한 교관은 입을 크게 열며 쩌렁쩌렁하게 말했다.
"반갑다 제군들!! 오늘부터 1년간 너희들에게 전투 훈련을 가르칠 길버트 라고 한다."
날카롭고 위험한 인상의 길버트의 철의 시선에 학생들이 긴장하며 서있었다.
반에서 어깨를 피고 거만하게 떠들던 귀족의 자제도, 풍차남과 선녀님도...히로인 레아도 침을 꿀꺽 삼키며 이마에 흐르는 땀조차 닦지 못했다.
길버트는 고개를 느릿하게 돌려 한명한명과 눈을 마주치다가 말했다.
"너희가 이곳에 오기 전에 누구 집 자식새끼였든, 뭘 하고 있었든, 그딴것은 이곳에 적용되지 않는다. 너희는 모두 평등하며 모두 개처럼 구를테니까"
그 말에 내 근처에 있던 소심한 인상의 여자애가 히익 소리를 냈다.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돈은 다 쓰레기다. 이 시온에 있는 모든 음식, 편의시설, 생필품 등등은 [G], 즉 골드 라는 화폐로만 거래 가능하다"
나를 포함한 모든 생도들이 알고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돈이 없는 평민들은 표정이 밝아졌고, 귀족 자제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리고...그 화폐를 가장 많이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쾅!!
교관의 발길질에 땅이 푸욱 파였다.
교관은 살벌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대련이지..."
그는, 얼어붙은 이들의 주변을 천천히 돌며 설명했고, 우리는 호랑이 굴 안에 있는 토끼처럼 움츠러들었다.
"시온에서 선별된 용병활동, 자원봉사 등등으로 주는 화폐 등등으로도 획득할 수 있지만..."
"시험과 대련...그리고 그 둘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서 산출되는 성적.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력에는 풍요가 뒷받침 되야하니까"
"현재는 이 상태로 진행하지만, 1학기가 끝나면 실력에 따라 ABCDE 반으로 구성될것이다. 각자 어느 반이냐, 성적이 몇위냐에 따라 매월 지급받는 금액이 달라질거다"
간단한 설명 뒤로, 그는 계속 목소리를 높이며 대련과 전투, 전쟁과 그에 따른 마음가짐 등등을 외쳐댔다.
"자. 이제...."
무심한 눈이 된 교관이 읊조렸다.
"대련을 시작하마."
현재 그는 대련장 위에 올라가있고, 우리는 그 옆에서 설명을 듣고있었다.
"너희는 경쟁자이자 협력자다. 각자의 실력 그리고 자신의 실력 등을 확인하는 계기이니, 너무 날을 세우지 말도록. 또한 이 팔찌를 차면 몸에 옅은 보호막이 흐르게될거니 걱정하지 마라."
전투에 대해 무서운 말들을 하던 교관이, 한차례 학생들을 안심시킨 뒤 외쳤다.
"첫번째 순서!"
그 말에 학생들이 침을 삼켰고
"앤젤라 에르시아"
"네."
"디폰 그리우드."
"넵!"
풍차남과 함께 있던 선녀.
깨끗한 은발에 170 초반정도로 보이는 그녀가 싱긋 웃으며 일어났고
그 뒤 엑스트라로 보이는 남자가 긴장하며 일어섰다.
와아...
앤젤라님 예쁘다아...
그녀가 웃으니, 학생들이 입을 헤 벌리며 멍하니 구경했다.
앤젤라...
그녀의 초기 가주는, 먼 과거 수십년간 봉사를 하며 수많은 사람을 살린 성당 출신의 남성과 여성이다.
그 구한 사람중에 황자가 있었고, 황제는 그 성품을 인정하여 그 둘을 귀족으로 인정해주었다.
그 가문은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 빈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마족들과의 전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도서관에서 정보를 알아본 보람이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학생들이 몽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이유를 단지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끝냈을테니까.
"자...그럼! 시작!"
그렇게 조연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닉스! 실피드!"
우리의 조연님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하위 정령들을 소환했다.
그 모습에 교관도 오오...하며 작게 감탄했다.
검을 사용하는 상대방은, 공격을 받기 전에 달려갔다.
하지만, 물의 정령이 바닥에 얕게 물을 깔고, 바람의 정령이 바람을 불어 돌진해오는 생도의 속도를 줄였고...
"님프."
숲의 하위정령을 소환했다.
바닥에서 소환된 덩쿨이 생도를 묶기 위해 기어갔다.
"하압!"
생도는 그 덩쿨을 베거나 피하는 방법으로 피하며 돌진했지만...
"...?!"
사각에서 오는 덩쿨을 보지 못해 발이 묶였다.
"이프리트 실피드. 연계해주세요."
그 말과 함께 화염을 머금은 바람이 생도를 휩싸았다.
"그만!"
교관 길버트의 외침과 함께 화염이 사라졌다.
"앤젤라 에르시아. 승리."
교관의 끝맺음을 끝으로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저, 정령을 도대체 몇개나 사용하시는거지?
하위 정령이 저렇게 번거로운거였나?
전사 입장에서는 최악이겠어...
디폰도 약한 애는 아니였는데.
디폰이라는 생도는 재빠르게 움직였지만...저 정령술의 발동 속도가 너무 빠르다.
물의 정령 닉스가 물을 소환하는것을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발이 묶여있었고, 바람의 정령 실피드가 손을 뻗는것을 보면 이미 바람 속에 갇혀있었다.
"앤젤라...모든 속성의 하위 정령을 다룰 수 있다고 하던데 맞나?"
"네. 맞습니다."
쓰러진 생도를 일으켜 세우며 다독이고 있던 에르시아가 온화하게 대답했다.
"역시 앤젤라 가문이군...그게 전력은 아닐 것 같으니, 이번 1학년중에서는 상위권이겠구나."
"감사합니다. 모두 정령들 덕분이죠."
에르시아는 겸손하게 대답하며 물러났다.
그 모습에 또 학생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변했고.
내 상식대로라면, 정령 친화성이 있어도 한마리 계약하는게 어렵지만...에르시아는 하위에 한에서는 모든 속성의 정령을 통제할 수 있다.
'...나도 에르시아랑 싸웠으면...'
아...! 에르시아여서 졌네! 라고 해명할 수 있었을텐데...
개털린 디폰이라는 놈도 나를 가지고 놀 수 있을정도로 강해보였다.
속도도 이상하리만치 빨랐고, 움직임도 이상했으니까.
"다음."
전투교관 길버트는 그 뒤로 학생들을 호명했고, 클래스에 있는 학생들은 저마다 대련을 했다.
마법, 창, 검, 활, 방패 등등
이 훈련장에는 날을 죽인, 학생들이 다치지 않을 상대적으로 단단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무기들이 있었고
생도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며 저마다의 전투법으로 대련에 임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때마다 내 마음속은 초조해졌다.
'무, 무슨 약한애가 한명도 없냐...'
제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국 곳곳에서 인재들이 모이기 때문일까?
처음에는 평범한 애들 같았는데, 모두 몸 속에 조금씩의 마나가 있는지 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작고 귀여운 여자애가 190cm의 거구를 들어올릴때 느낀 경악이란...
아무리 마나를 익혔다고 해도, 눈에 안보일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들은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준비를 하고 있다면 반응정도는 할 수 있을정도의 빠르기.
하지만, 후속타는 피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였다.
'그래도 힘과 민첩 두개 다 강화 가능한 녀석들은 얼마 없어...'
나와 같은 흑발 흑안의 조용한 수석 여자아이를 제외하고,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이는 없었다.
힘이 강해지면 속도가 느려졌고, 속도가 빨라지면 힘이 약해졌다.
마나 운용의 부족함이 있는거겠지...
내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있으니, 교관이 흡족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상태가 꽤 괜찮아보이는구만. 가끔가다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머저리가 있었지"
뜨끔!
"기자놈들이 최고의 세대라고 칭찬하길레 올해 입학한 황녀님을 띄어주나 했지만...모두 훌륭하다."
야아...! 그만해...!
새끼들 기대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호랑이 교관의 흡족한 미소를 본 학생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올라왔다.
앤젤라 에르시아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게...
'아. 이제 얼마 안남았다.'
대부분의 학생은 대련했고, 이제 내 차례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차, 차라리 마지막은 아니였으면....'
그렇게 덜덜덜 떨며 기도하고 있으니,
"마지막 대련이다!"
서로 이야기를 하며 대련에서 시선을 떼고 있었던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시선이 다시 모였다.
마지막은 봐야지~ 같은 느낌.
"바알 베드히로."
'씨발 씨발 씨바알...!'
제기랄!
내 이름을 외치니, 학생들이 기대가 넘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기대되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느낌.
몇몇 여학생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고...
'후우...그렇게 기대하면 곤란...'
"그리고, 윌리엄 루카스"
꺄아아아아....!
루, 루카스니임...!
당혹감에 젖어있으니, 내 근처에 있던 한 남자아이가 일어났다.
'아...'
그리고선 알았다.
그 기대감 넘치는 시선의 정체는 내가 아니라...
"네. 알겠습니다."
존나 잘생긴 금발 훈남인 풍차남이라는것을...
존나 쪽팔리다...
순간 다른 이들이 내 대련을 기대하며 눈을 빛냈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같았다.
앤젤라 에르시아는 루카스...풍차남을 보며 주먹을 앙 쥐며 화이팅을 날렸고
여학우들은 자기 한번만 봐달라는듯 눈으로 레이저를 쏴대고 있었으며,
남학생들은 호감과 질투, 경외 등등의 시선으로 루카스의 실력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교육용 고블린이다.
키엑 키엑
"베드히로. 어서 올라오도록."
"....네."
나는 긴장한 마음을 숨기며 천천히 차분하게 올라갔다.
...재 누구야?
내 얼굴은 겉보기에는 차갑고 도도한 인상이며, 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흑발 흑안을 가졌다.
당장 수석 여자아이 외에는 내가 본 흑발 흑안은 없었으니까.
때문에 사람들은 나에게 의문과 약간의 기대와 호기심의 시선을 보냈다.
나 개털릴텐데....
속으로 눈물을 찔끔찔금 흘리고 있으니, 대련장 위에서 루카스와 마주보게 되었다.
"바알...베드히로? 처음 보는 친구네? 우리 잘해보자"
루카스가 선하게 웃으며 나에게 힘내라고 말했다.
'시발 나만 나쁜놈이지...'
사이코패스 주인공을 따라가기 위해서인지, 조연과 히로인들은 대부분 천사같은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앤젤라 에르시아나, 히로인 레아...그리고 내 앞에 있는 윌리엄 루카스는 확실히 그 대부분 안에 속해있겠지...
질투심과 미래에 적이 될거라는 적대감으로 혼자 풍차남이라고 놀리고 있었다니...
뭔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 너도 힘내..."
나는 기운빠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루카스는 검을 들어올렸고, 나도 들게 없어서 들은 검을 마주 들었다.
"시작하도록!!!"
길버트의 외침과 함께 마지막 대련이 시작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