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대련 (2)
* * *
타닷....!
학생들의...정확히는 여학우들의 기대와 선망어린 시선을 받으며 루카스가 나에게 쇄도했다.
'빨라!'
깡!!
역시 조연인가...?
문자 그대로 눈 한번 깜빡하니 나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초능력이든 마법이든 뭐든 상관 없으니 전투에 도움이 될만한것들을 뭐든 생각해보았지만...
퍽!
"끄윽!"
내 능력에 대해 문자와 지식만 알고있을뿐, 실현시키지 못했다.
곧바로 날아온 돌려차기에 맞은 나는 옆으로 밀려나갔다.
'아 씹...!'
존나 아프다.
저 새끼들에게는 훈련중에 맞고 다치는게 일상이겠지만...나는 아니다.
조연의 멋진 발차기가 적중하니, 옆에서 지켜보던 관중들이 꺄아아아 거리는 소리를 냈다.
"흐음?"
금발머리의 훈남은, 자신의 머리색과 같은 황금색의 눈동자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진심으로 안하는걸까?"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순수한 의문.
'그럴수밖에...'
존나 굼뱅이 같은 속도로 달려가서 칼 부웅 붕 휘두르면 개쪽도 그런 개쪽이 없다.
차라리 안하는게 낫지...
'망했네...'
내가 이길 방법이 없다.
내 능력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겠고...
글자는 알아도, 이해를 못한다.
"움직임도 검술도 전부 이상해. 마치 검을 처음 든 사람같아."
처음 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애초에 시온에 입학하지 못했을텐데..."
루카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그와중에 팔짱을 끼고 한손으로 턱을 잡는 모습에 누군가가 숨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처피 내 목표는 장기목표다.
그러니까, 꼭 이번에 목맬 필요는 없겠지...
허나
"......."
우리의 무서운 길버트 교관님은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어서 제대로 하라는듯.
기권따위는 절대 받아주지 않을 태도.
"대련은,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어. 그래야 스스로의 한계를 이겨낼 수 있거든"
루카스는 진지하게 나에게 훈수를 두었다.
녀석 입장에서는 선한 의지로 나에게 말하는 거겠지만...
"빨리 와."
빨리 끝내.
쪽팔려 뒤질 것 같으니까.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알겠어."
루카스는 아카데미의 첫 대련에서, 상대방이 아무것도 안하고 설렁설렁 하는게 내심 답답한 것 같았다.
설득에 실패한 녀석은, 곧바로 검을 들고 나에게 쇄도했다.
내심 포기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고
이내 방법이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퍽!!
루카스의 칼이 내 몸을 후려쳤다.
팔이 부러지는게 아닐까 하는 고통이 몰려들어왔다.
헌데 왜일까?
내 몸에서 의문의 힘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내 몸에 끓어오르기 시작한 루카스에 대한 증오.
나를 공격한 놈을 똑같이 공격하고 싶다.
한방 먹이고싶다.
저 녀석을 죽이고 싶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의 파편들이 나에게 날아와 내 몸 곳곳에 꽂혔다.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분노에,
내 몸은 멋대로 움직였다.
"어...?"
어느샌가 나는 루카스의 목을 한손으로 잡고있었고
스릉...
혹시 쓸 일이 있을까 옷 속에 몰래 감춰두었던 비수를 꺼냈다.
날은 죽였지만, 힘으로 쑤셔넣으면 죽일 수 있겠지...
꺄아악!!
누군가의 비명을 배경삼아, 나는 그대로 비수를 녀석의 목에 꽂아넣으려고 했다.
"흡!!"
깡! 퍽!
루카스는 손목을 회전시켜 칼로 내 비수를 쳐내고, 발차기로 나를 밀쳐냈다.
"너..."
루카스가 경악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내려보니...
......
내 손에 어두운 기운이 안개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게 내 규제력, 영력이라는 힘이라고.
그리고, 나는 이 힘이 왜 생겨난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양피지에 분명히 써져있었으니까.
***
º무언가를 이루고자 노력할때마다 당신의 영향력이 강해집니다.
º온 힘을 다해 세상을 멸망시키세요.
***
이 두 문장 때문이겠지.
조연을 죽인다면 세상의 멸망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나는 방금 조연을 죽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비수를 찔러넣으려고 했다.
그 행동 덕분에, 영력이라는 힘이 개화된 것이리라.
'지금 이긴다면, 더 많은 영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강한, 혹은 강해질 이들의 감정 어린 시선조차 나에게는 힘이 되니까.
게다가 이곳에는 루카스와 히로인 레아, 그리고 앤젤라 에르시아와 교관, 그리고 조연이 아닐까 의심되는 수석도 있다.
이런 기회는 또 없겠지.
'최선은 승리, 차선은...'
최대한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것.
권능을 받을때 이론적인 지식은 이미 내 머릿속에 우겨들어와 있다.
루카스는 나에 대해 강하게 경계하며 수비적인 자세를 잡고있었기에,
나는 그 틈을 타 눈을 감고 집중을 했다.
저 검을 뚫을 수 있을 방법...
이 영력이라는 힘을 가져도 내 육체나 기술이 강화되는것은 아니였기에, 많은 생각이 필요했고.
나는 이내 그 답을 알아냈다.
눈을 감았지만, 어두운 배경을 머금은 사람들과 공간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 심상세계에서 나는, 내가 구현해낸 나는, 루카스의 뒤에 있었다.
'창조.'
한발자국.
그리고 두발자국...
허나, 그 작은 발걸음은 결코 가벼운 결과를 내지 않았다.
심상세계의 내가 있었던 곳.
나는 어느새 루카스의 뒤에 와있었고,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쾅!!
"!!!"
'쯧'
역시 조연인가...
루카스는 내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발을 재빠르게 구르며 검을 들어 내 공격을 막아냈다.
"테, 텔레포트?!"
옆에서 길버트가 경악어린 말을 외쳤고,
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갑자기 순간이동했어...
쟤 뭐하는 놈이지?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드디어 할 생각이 들었구나. 좋은 생각이야"
내 공격을 막고 뒤로 빠진 루카스는, 즐겁다는 듯 웃었다.
대련 자체를 즐기는 모습...
하지만, 나는 즐길수가 없었다.
'앞으로 네번....아니, 세번이려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조연을 죽일려는 행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영력을 가져다 주었다.
이 영력을 소모한다면...또다시 무능력한 나로 돌아가겠지.
나는 곧바로 날카로운 돌을 구현하여 현실에 창조해냈다.
쇄액!!
그 돌은 내 의지에 따라 루카스에게 날아갔지만, 루카스는 간단하게 막아냈다.
'...텔레포트 여서 그런거였나.'
마법마다 급이 있듯, 텔레포트는 꽤나 상위계 마법이니까.
영력의 소모도 그만큼 컸으리라.
돌을 소환해서 날리니, 생각보다 적은 양의 영력만이 소모됐다.
허나, 안도할 틈은 없다.
내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는걸 깨달은 루카스가 나에게 달려들었으니까.
"흐읍!"
'빨라...!'
모든 마나를 속도에 집중한듯,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눈으로 볼 수 는 있었지만, 내 몸이 반응하지는 못할 속도.
위험을 느낀 나는 반사적으로 후방을 제외한 모든 방향에 두꺼운 물을 생성해냈다.
돌이 파괴될시 나에게 파편이 날라올 수 있었고, 순간적인 속도와 파워만 줄인다면 극초반 조연의 일격정도는 막아낼 수 있었으니까.
펑!
공중에 갑자기 생성된 물의 방어막이 루카스의 검에 파괴되었지만...
깡!
나는 다행히 놈의 느려진 공격을 막아냈다.
"흐읍!"
그리고, 내 손에 소환된 짱돌.
공격을 막자마자 물의 방어막을 소멸시켰기에, 나는 그대로 녀석에게 짱돌질을 하였지만...
"안맞아!"
녀석은 내 주먹을 바라보며 회피하려 했다.
펑!!
"끄릅?!"
나는 곧바로 농구공 크기의 물방울을 구현하여 루카스의 얼굴에 맞춰 터트렸다.
루카스는 당황했지만, 휘둘러지는 내 팔을 막아냈다.
허나,
퍽!
"...!"
막히자마자 던져진 짱돌은 피하지 못했다.
퍽!
"끄아악!!"
주춤거리는것도 하나의 동작이라고 말하는듯, 루카스가 다시한번 검으로 내 몸을 후려쳤다.
아프다.
허나, 아직 죽지 않은 내 몸속의 증오와 살기가 그 고통을 참게 해주었다.
'소, 소환이...!'
하지만, 그 고통은 나약한 내가 참을만한게 아니였고,
고통과 분노로 인한 흥분으로 집중력이 사라졌다.
퍽!!
그 뒤,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나는, 루카스의 발차기에 맞아 바닥을 굴렀다.
"...허억 허억"
대련장 위에는, 바닥에 쓰러진 나와 숨을 헐떡이는 루카스가 있었고,
그 누구의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위..."
그리고, 그러한 침묵을 깨는 길버트 교관의 외침.
"윌리엄 루카스 승리!"
하지만, 그의 외침에도 대련이 끝날때마다 있던 박수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