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모험가 길드 (1)
* * *
다음날.
스르륵.
부드러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반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렇게 나에게 모이는 시선들...
'어, 어제 그거때문인가...?'
루카스의 목에 칼을 꽂아 죽이려고 했던 모습.
그것때문에 내 인식은 최악으로 치달은 것 같았다.
감히 우리 루카스님을...! 같은 느낌.
내가 쭈굴쭈굴하게 걸음을 옮겨 구석자리에 홀로 앉으니, 저마다 근처에 있던 이들이랑 속닥였다.
'젠장...'
그래도 나는 30의 영력을 보며 맨탈을 보호했다.
이건 결코 손해가 아니야!
저기 날 보는 여자아이 무리들의 시선이 조금 그렇지만...나, 나는 괜찮아
그렇게 정신승리 하고 있으니, 앞자리에서 누군가가 일어났다.
금발의 풍차남....아니, 윌리엄 루카스.
그가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니 시선이 집중됐다.
설마 어제 그걸 따지려는건가...?
일단 심상세계에서 방어막을 구현해두었다.
갑자기 주먹이 날라올 수 있었으니까.
"안녕."
"어. 어 안녕."
하지만, 루카스는 환하고 따쓰한 여심폭격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볼 뿐이였다.
"어제 굉장했어. 나중에 한번 더 대련을 신청해도 될까?"
미친놈.
역시 나를 죽이려는 것 같다.
여기서 거절한다면, '감히 네놈이 내 제안을...!!' 이러면서 루카스 비밀 팬들에게 암살을 당할지도 모른다.
"아. 그래. 알겠어."
"응 편할때 얘기해줘. 내가 맞춰줄게."
죽을 자를 향한 배려라는 건가?
루카스는 나와 악수까지 한 다음에서야 제 자리로 돌아섰다.
그 다음에 나를 힐끔 보며 앤젤라 에르시아와 대화를 나누었다.
"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그러고 있으니, A반의 담임인 알리시아가 밝게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니 심한 움직임을 보이는 부드럽고 거대한것에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고있으니
"아. 베드히로?"
"아 네."
나는 조졌음을 느꼇다.
"어제 대련때 많이 다쳤다면서...? 괜찮은거니?"
다행히도 알리시아는 모르는건지 모르는척 해주는건지, 아니면 봐도 상관 없었던건지 나를 걱정해주기만 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으응~ 무리하면 안돼? 오늘 수업은 열심히!"
그러면서 두 팔로 아자! 를 만들으며 통 튀었고
또다시 그녀의 거대한 두 봉우리가 흔들림을 내보였다.
미친...또 빤히 볼뻔했어.
"네. 알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말하며, 책을 꺼냈다.
***
지루한 역사 수업
대부분의 학생들은 쓰러지듯 자거나 졸고 있었다.
앞에 있는 수석과 루카스만 제대로 듣고있었고, 그 에르시아조차 무거운 눈꺼풀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수업 내용 실화냐...'
존나 판타지나 다름없네.
온갖 괴물들과 영웅들, 그리고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수업 진도를 한번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제국의 역사를 50년 정도만 얘기하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것도 꽤나 흥미있는 이야기였다.
그 뒤는 어제 말했던 1:1 상담.
이번에는 길버트가 아닌 다른 교수가 상담을 해주었다.
"바알 베드히로 학생...자료가 터무니없이 적구나?"
그러면서 나를 게슴츠레 보았다.
뭐.
나도 모르는거야 그거.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 뭐...그렇습니까?"
나보고 어쩌라는거냐.
"자신의 가문에 대해서도 말을 해줄 생각이 없어보이더구나...그리고 재능의 항목은 왜 빠져있지?"
정보 불어.
"그러게요."
나도 몰라.
"솔직히...이런 경우는 내 교사 인생 처음이구나. 이름과 얼굴을 제외한 아무것도 몰라."
너 뭐하는 새끼냐?
"이제 차근차근 알아보면 될 것 같네요."
알려줄 생각 없다. 애초에 모르고...
"흠...그래 시온은 그 위엄은 대단하지. 타국의 왕족과 황제님의 자제분도 이곳에 입학하니까. 그러다보니 꽤나 많은 제안을 접하는 경우가 있어."
너 부정입학이지?
"그게 안된다는건 교사님이 제일 잘 아시는거 아닌가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지금 한 체력측정을 본다면, 꽤나 하위권이구나. 뭐...너 정도 아이들은 있지만, 그 아이들은 재능이 뛰어나거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근데 자네는..."
너 뭐 할수있는거 있냐? 없잖아. 솔직히 불어.
"...하하"
씨발!
존나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래도, 교사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나와 같은 신체능력을 가진 이들은 마법사거나, 실용계와 사제계열 정도밖에 없으니까.
쒯.
"헌데, 길버트가 자네가 윌리엄 루카스와 대련할때 신기한 힘을 사용했다는군...."
그는 시선을 날카롭게 만들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의 몸엔 마나라는게 없어."
그의 말에 나는 식은땀을 흘렀다.
"게다가...재능 판별기로도 재능이 나오지 않아."
이 세계관에서는 재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검술, 창작, 마법, 마나 운용 등등...
평범하게 전투에 좋은것부터, 왠 쓰잘데기 없어보이는 것들 까지...
하지만, 재능이 없다고 무조건 실패하는것도 아니고 재능이 있다고 무조건 성공하는것이 아니다.
지고의 경지를 뛰어넘으려거든 깨달음이 있어야 하는것처럼,
재능이 있어도 그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재능이 없어도 그 벽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다.
재능은 그냥 성장보너스 버프 같은 것.
마법이나 검술 등등 평범한 것들도 있지만...그들중에는 그사람 한명밖에 없는 고유의 재능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것은 아니다.
개그 서적에서 살펴보니까.
침에서 딸기맛이 나거나, 눈물이 한번 흘릴때마다 두방울씩 흐르는 쓰레기같은 것들부터 시작으로
테이밍이나 순간이동, 투명화...
더 나아가 능력이라고 번개나 태풍, 쓰나미같은 자연재해를 다루는 인간도 있었다.
뭐, 그 사람들은 전부 화신체였지만...
하지만
"애초에 재능이 있어도 상관 없겠지. 자네는 마나가 없으니까."
마법이든 신체강화든, 재능이든 초능력이든...
모두 마나가 있어야 사용이 가능했다.
"어떻게 한건가 도대체? 마나를 숨기는 재능?"
그가 꼴받아 하며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지는게 느껴진다.
"후우 학생도 알겠지만. 시온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모두 공개해야 하네. 그래야만 교육과 훈련이 가능하거든. 교사든 누구든 꽁꽁 숨겨놓으면 무슨 소용인가?"
애초에 마족이 생기며 인간들끼리의 전쟁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기에,
이곳에 입학하는 이들도 평범하게 납득한 내용이였다.
그리고,
"1학년 400명중 자네만 내용이 없어. 알려줄 생각 없나?"
재능이 없다고 하기에는, 나는 루카스를 몰고갔다.
그때의 텔레포트는 종종 내 귀에도 들렸으니까
'....당연히 안나오겠지.'
재능(??)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 재주를 말하며
능력(?力)은 어떤 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
평범하든 뛰어나든, 신의 힘을 받은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재능'이다.
아까 말했던 자연재해 등등은 신의 힘을 물러받은 화신체들이 사용하는 '능력'이고,
나의 [구현]과 [창조]는 재능도 능력도 아닌, 한 차원 위의 '권능' 이니까.
이곳의 신이라고 해봐야 결국 으잉레아마망쮸쮸가 만들은 피조물일테니까
재능 판결기따위로 알 수 있을리가 없지.
"후우 알겠다. 자네는 신체훈련부터 시켜야겠군.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알려주도록"
그는 됐다는듯 나를 나가게 했다.
'...후우 잘 참았다.'
신에게 물려받은 힘보다 한차원 위의 힘을 가진 인간이 있다면...
곧바로 제국측에 감금을 가장한 보호를 받게 될테고,
심하면 이교도나 미치광이 흑마술사에게 끌려가 사형이나 고문, 해부를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7명의 마왕중 6명이 소멸하였기에,
세상은 소설 속 세계관보다 훨씬 평화로웠지만...아직 미치광이들은 조금씩 남아있었으니까
그 뒤, 체력단련수업에서 헉헉대며 훈련하여 학생들에게 의문 서린 시선을 받은 뒤
"자~ 애들아! 오늘도 수고했어! 주말동안 잘 쉬구~ 선생님은 저기 카페 갈건데 혹시 따라올 친구들 있니?"
뭔가 정신이 이상한 알리시아가 종례를 마침으로써, 모든 수업을 버텨냈다.
나는 그 뒤, 아카데미측에 외출을 허가받은 다음 시온 밖으로 나갔다.
"좋은 외출 되시길"
참고로 시온은 인공섬에 두둥 떠다니고 있었고, 밖으로 나가거나 들어올려면 포탈을 사용해야만 한다.
몸이 순간이동하는 감각에 신기한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자...'
나는 움직였다.
'내 목적은 세상의 멸망...'
아카데미에 죽치고 있을 때는 없다.
일단, 이 세상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겠지.
나는 그 뒤로 곧바로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개수작을 부리려면 세상 물정에 알아야하니까.
나는 주위에 지나가는 마차에 올라탔다.
"혹시. 모험가 길드가 어딘지 아십니까?"
"음? 이 도시에는 처음인가?"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 길드는 여러곳이 있는데..."
"아무곳이나 가주세요. 이왕이면 신용이 좋은곳으로"
마차의 주인은 별 말 없이 마차를 끌고 어딘가로 내려갔다.
그렇게 한시간정도 마차를 끌더니...
'....호오'
거대한 성벽을 넘으면 바로 거대한 초원이 나올것이라고 생각했건만...
벽을 넘으니, 그 아래에 건물이 조금 작은 도시가 나왔다.
그래도, 물자를 실은 마차들이 돌아다녔고, 시장은 활성화되었으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있었다.
내가 있었던 곳이 귀족들과 부자들의 도시같은 느낌이였다면,
이곳은 서민들이 있을 법한 도시.
"이제부터 2급 도시입니다."
"그게 뭐죠...?"
그는 나를 이상한 것을 보는 시선으로 보았다.
"1급 도시가 귀하신 분들이 있는곳이고, 2급 도시가 우리같은 평민들이 사는곳이죠. 1급에서 2급으로 나갈때는 자유롭지만, 그 반대는 절차를 거쳐야합니다."
그렇구나.
그는 말들을 다루며 계속 말했다.
"그 다음 3위 도시는...그냥 빈민가입니다. 거렁뱅이와 병자, 살인자와 약탈자. 그리고 깡패조직들이 있죠. 대부분의 안좋은 소문도 그곳에서 나옵니다."
이 세상에는 흑마법사와 사교도, 그리고 악신의 숭배자들이 존재한다.
내가 굳이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기반을 구축할것도 없이, 이미 '이 잘못된 세상을 구원해야 합니다...!' 라고 짖어대는 미친놈들 집단에 가입하는게 편하겠지.
'...잘못하면 개죽음이겠지만.'
그들은 매우 폐쇄성이 짙으니까...
'일단 사교도는 너무 먼 이야기야.'
"이제 곧 도착합니다."
일단, 모험가 길드에 등록을 하고 활동한다.
귀족들의 세상은 너무 밝고 깨끗하니까
조금 더 이동하니, 밝은 돌로 이루어진 바닥과, 여신의 형상을 한 밝은 재료의 석상과 분수가 있었고
크하하하! 그래서 내가 그 고블린놈 대가리를 고냥...
쯧...이번에는 승급했으면 좋겠구만.
자. 그럼 다들 출발합시다!
이번에 새로 나온 무기가 그냥...
그래서 내가 그때 산적놈 대가리를 썰어버렸지! 흐하하하
거친 외모의 모험가들이 있었다.
용병이라고도 불리우는 그들은, 마을 밖에 있는 몬스터나 산적, 그리고 자잘한 의뢰들을 해치운 뒤 돈을 받는다.
모험가 길드의 광장은 꽤나 넓었기에, 저 멀리 사제들이 있을 성당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그 모험가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이교도 조사 및 퇴치]
그리고 벽에 붙여진 의뢰지들 사이에 역시나 있는 것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