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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9화 (9/53)

〈 9화 〉 모험가 길드 (2)

* * *

'신기하네...'

중세시대 같은 분위기의 도시의 모험가 길드는 꽤나 신기한 것이였다.

꽤나 거대한 공간에서 한쪽에 접수원이 꽤나 개방적인 패션을 한 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밖에 있는 광장과 한쪽에 있는 카페 겸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파티 맴버를 모집하고 있었다.

깨끗한 목제와 석제가 섞인 인테리어는 현대에 살던 나에게 꽤나 신박하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접수처로 가니, 꽤나 젊은 여자가 방긋방긋 웃으며 물어보았다.

"모험가 등록을 하고싶어서요."

"아~ 모험가 등록이 처음이신가요?"

그는 아직 어린아이로 보일 나를 보며 말했다.

"모험가 일은 엄청 엄~청 어려운거니까. 신중하게 하셔야 한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크앙! 하는 자세를 취하며 나를 무섭게 만들려고 했다.

"걱정 마시죠? 이미 다 결정한거니까. 빨리 해주세요­"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니, 접수원도 마주 웃어주고서는 나에게 서류를 주었다.

나는 그 서류를 보며 글을....

'어...?'

나 이 쪽 언어 못쓰지 않나...?

라고 생각할 찰나.

내가 자연스럽게 이쪽 대륙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흠흠...여깄습니다."

"아 넵!"

모험가라고 해봐야 그리 거창한게 아니였기에, 서류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내가 쓴 서류를 보던 접수원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바, 바알...베드히로...? 혹시 귀족분이신가요...?"

아까의 장난스러운 행동은 사라지고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명예귀족이니,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뭐...저는 제가 평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본인이 그렇게 말하니까 접수원도 안심하며 말했다.

"와아! 직업이 마법사시네요? 마법사면...바로 성 밖으로 나가실 수 있으세요­"

시온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꽤나 많았지만...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마법사는 굉장히 희귀한 것 같았다.

처음 보는 꼬맹이에게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준다니...

"보통은 고양이 찾기나...하수구 탐사나 약초 채집같은것부터 하셔야 하지만! 마법사면 누구나 데려가고 싶어할 거예요."

그녀는 설명하듯 말했다.

"일단...어느정도 실력인지 심사를 하고 등급을 받으셔야 해요. 일반원인 무(無)등급 그 다음부터 동등급, 은등급, 금등급, 백금등급 이예요."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원들이 동등급이니 일반원이니 은등급이니 하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네~ 등록금은 은화 두개입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은화 두개를 꺼내주었다.

시온의 [G]는 현실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존나게 비싸네...

"그럼! 바로 심사 들어갈게요­ 신분증은 심사가 끝나면 발급될겁니다."

"아. 이름은 '서준'으로 해주세요."

내 말에 그녀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본다면 서준이라는 모험가가 나라는것을 알 수있겠지만...

포탈이나 이런 것들을 이용할때 이름은 가릴 수 있으리라.

아무리 시온이라고 해도 학생 한명한명을 감시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사고를 치기 전까지는 나인지 모르겠지.

나는 전생의 평범한 내 이름으로 등록한 뒤, 심사장으로 걸어갔다.

접수처 근처에 있던 통로를 따라 걸어가니­

­흐압!

­너! 공격이 서투르다. 방어는 어따 팔아먹었어?!

­그럴거면 차라리 창을 써라 멍청아!

­아니, 너는 그냥 모험가 하지 말고 집에서 설거지나 하는게 좋을거다.

거대한 운동터가 있었다.

마치 작은 콜로세움처럼,

근처에 의자가 있었고 시민 몇몇이 그곳에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앉아있는 관중석 아래로 모험가들이 대련을 하거나 훈련을 하고있었다.

"아! 클로에 씨!"

내 옆에서 걷고있던 접수원이, 클로에라는 붉은 머리의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흐음? 또 심사인가...? 나­ 참...모험가같은 거지같은걸 왜이리 좋아하는지...꼬맹이들은 이해를 못하겠어­"

그녀 또한 나를 어린이로 보는지 한숨을 쉬었다.

...그리 어리지는 않은데­

"너. 이름이 뭐냐?"

"서준입니다."

"서..준? 특이한 이름이네. 어쨋든. 바로 심사를 해줄게. 너 직업은?"

"마법사요."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호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재밌네. 마법사는 심사 없이 길드원이 될 수 있는데..."

"아. 이 아이는 마탑의 일원이 아니더라구요."

접수원의 말에 클로에가 알고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시작하지."

그렇게, 대련장 위로 클로에와 내가 올라갔다.

­...클로에랑 싸우는건가? 운도 나쁘네...

­저 꼬맹이가 10초안에 털린다에 저녁밥을 걸지.

­나는 5초다. 밀맥주면 되겠지?

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시민 몇몇도 나를 구경했다.

아무래도, 클로에는 꽤나 이곳에서 유명한 것 같았다.

"무리는 하지 마라­ 결국 쳐발릴거니까."

그녀는 대충 어깨를 풀며 말했다.

"자~ 그럼~!"

대련장 위에 있던 접수원이 밝고 발랄하게 외쳤다.

"시작!"

자세를 잡은 클로에가 말했다.

"자. 먼저 와. 받아줄테니까."

그러면서 살벌하게 웃는게...

'전혀 받아줄 것 같지 않은데...'

저기로 달려가면 주먹이나 발차기에 맞고 쓰러질 것 같다.

나는 곧바로 눈을 가늘게 뜨며 집중을 했다.

'상상해라...'

내 어두운 심상세계와, 내 눈 앞에 있는 현실이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심상세계에 구현하는것은 어떠한 영력도 소모되지 않았기에, 클로에의 주변에는 또다른 내가 들어섰다.

'일단 원거리로...'

텔레포트라면 모를까, 마법같은 것들은 내 근처에밖에 소환할 수 없었다.

'파이어 볼.'

가장 단순하지만, 파괴적인 위력을 가진 마법.

대련에서 마법을 쓰던 여자아이를 떠올리며, 나는 파이어볼을 창조해냈다.

"호오­ 꽤나 특별한 마법사구나?"

­펑!

나는 감탄하는 클로에에게 파이어볼을 날렸다.

[영력 : 27 / 30]

클로에는 파이어볼을 가벼운 스탭으로 피해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루카스와 비교해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 속도였고­

그녀는 순식간에 내 몸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끝."

그대로 뭄을 뒤틀어 내 몸을 바닥에 내리꽂으려고 했지만­

'텔레포트'

나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펑!!

하지만, 내가 벗어나기 전 내가 있었던 곳에는 또 하나의 워터 볼이 있었으며­

그것은 곧바로 클로에의 앞에서 터졌다.

"파이어 볼이였으면 제가 이겼습니다?"

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클로에에게 말했다.

"하!"

그녀는 그리 웃더니,

"멍청아­ 파이어볼따위로 나는 안죽어. 죽일 각오로 해도 괜찮아."

나를 보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신경쓸 수가 없었다.

­오오오!!

­카, 카메라가! 저건 담아야 한다....!

내 워터볼에 젖은 클로에의 몸에 옷이 달라붙었으니까.

그 아찔한 모습에 시선을 약간 치우니­

"어딜 보는거야?"

내 바로 앞에 클로에가 나타나있었다.

'베리어.'

쉴때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얼타면서 항상 상상하고 연상하는것을 연습했다.

나는 곧바로 에너지 방벽을 만들어냈고­

­쾅!

클로에의 발차기는 무형의 베리어에 막혀버렸다.

"쯧­ 너 뭐하는 놈이야?"

­퍽! 퍽! 쾅!

짜증스러운 얼굴이 된 클로에가 연격으로 베리어를 깨트린 뒤­

"크헉!"

나를 덮쳐 넘어뜨리고 조이기를 시전했다.

나보다 강한 그녀가 팔과 다리로 나를 옥죄니, 나는 몸을 꼼짝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더 조여줘? 어서 항복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클로에는 눈 앞의 신기한 마법사가 또 무엇을 할지 기대하는 눈빛이였다.

하지만...

[영력 : 4 / 30]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었다.

마법을 쓰기에는 내 몸에도 피해가 갈 것이고, 정작 마법에 맞은 클로에는 멀쩡하리라.

그렇다고 해도 텔레포트를 한번 더 사용하는건 불가능하다.

"기, 기권..."

그제야 내 몸을 꽈악 조이고 있던 그녀의 몸이 떨어져나갔다.

"후우. 재밌었어. 이정도면 동등급은 되야하지 않을까?"

"넵!"

클로에가 그리 말하니, 접수원이 밝게 웃으며 무언가를 적어넣었다.

­대단하군...

­저런 모습 처음이야.

비록 졌지만­ 나는 주변에서 들리는 감탄어린 말에 약간 뿌듯한 마음이...

­물에 젖은 클로에님이라니...

­젠장...저 멍청한 꼬맹이는 그것도 못버티고...

­클로에님이 온 몸에 달라붙어 주시는건데, 어리석은 놈이야...

음.

아니구나.

남자 모험가들이 나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내 몸을 조이느랴 딱 달라붙어서 여기저기 달라붙는 클로에의 몸에, 조금 더 있어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나는 떳떳하다.

결국 바로 기권했잖아?

그 뒤 모험가길드에서 30분정도 기다리니, 접수원이 나에게 모험가 신분패를 주었다.

"등급은 동등급이구요! 바로 의뢰를 받고 나가실 수 있습니다."

"네."

나는 그 다음 적당히 밥을 먹고, 한쪽 벽에 붙어있는 외뢰지들을 바라보았다.

[이교도 조사 및 퇴치]

[수습 사제들의 호위]

세상의 더러운 면을 알아야 그 틈에 파고들 수 있다.

허나,

[이교도 조사 및 퇴치]

조건

­요구 등급 은패

"...아직 불가능하겠네."

아직 월요일이 되기까지 멀었으니, 나는 근처에 있던 빈민가 의뢰를 받아들였다.

[빈민들의 실종 사건 조사]

이정도면 동등급인 나도 가능하겠지.

그 뒤 의뢰지를 들고 접수처에 갔다.

"어? 바로 일하시게요?"

"네."

"흠...그 의뢰는 4명이 모여야 가능한데...아! 서준님이 가시면 딱 4명이네요."

그 뒤로 접수원의 설명들을 들은 뒤­

"의뢰는 내일 바로 가능해요. 모두 연락이 가능하시다고 했으니까­ 내일 9시에 광장으로 가시면 될거예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돌았다.

"조심하세요~"

뒤에서 손을 흔드는 접수원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뒤 근처에 있던 대장간에 가서 사슬갑옷과 비수 몇개, 그리고 작은 버클러와 가벼운 중검을 구매했다.

금액이 조금 쪼달렸지만...

내가 이 세계에 오고 기본적으로 지급하는 돈이 꽤 있었기에, 이런 무기정도는 무리없이 살 수 있었다.

애초에 지급하는 돈의 기준도 귀족 기준이였기에, 나는 꽤나 돈이 많은것이였다.

'내일이면...걱정 없겠어.'

근처에 있던 여관에 들어갔다.

"방 좀 빌립시다."

"...동화 6개."

내가 동화를 내미니까 그가 대충 방키를 건네주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명상이다.'

하루종일 명상을 하면, 내일 아침쯤에는 모든 영력이 회복되어 있을것이다.

*****

"여어! 마법사님이시라면서?"

"아 네."

그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 여관에서 스프와 빵을 사먹고 모험가 길드의 분수 앞으로 걸어가니

두 사람이 나를 보며 인사했다.

큰 키에 근육질의 밝은 성격의 남자와,

허리춤에 단검 몇개가 달린,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손을 흔드는 고양이상의 여자였다.

"흐하하­ 오늘은 운이 좋아. 사제님 하나만 있어도 든든했는데 마법사까지 오다니!"

근육질 남은 터프한 외모답게 호탕하게 웃으며 끊임없이 말했다.

"나는 파올로다. 마법사님은...이준 이라고 했지? 이거 마법사랑 팀을 하는건 처음이구만! 크허하하."

"나는 리샤야. 직업은 도적. 마법사님한테 피해는 안갈거야."

그 뒤로 리샤와 파올로가 서로 이야기를 하는걸 보고있으니­

"아, 안녕하세요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순백의 수녀복을 입은 여자가 종종걸음으로 뛰어왔다.

"음? 괜찮아­ 8시 50분이네. 우리가 빨리온거지."

"네..네에...감사합니다."

그 뒤로 가슴에 손을 얹고 가쁜 숨을 내쉬던 그녀가 자기소개를 하며 우리를 둘러보았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샬롯이예요. 모두...."

그렇게 다른 일행들을 둘러보던 수녀 샬롯이...이내 내 얼굴을 보며 표정이 굳어졌다.

뭐. 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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