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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10화 (10/53)

〈 10화 〉 무언가 이상하다 (1)

* * *

"아...안녕...아, 안녕하세요오...?"

"....."

나를 보며 표정이 굳은걸 깨달은듯 아차! 하는 표정이 되더니...

나한테 한발자국 다가와 손을 소심하게 흔들었다.

말은 반갑다지만...입술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다.

'나 냄새나나...?'

처음 보는, 심지어 꽤나 예쁜 여자한테 저런 표정을 받으니 마음이 상한다.

"아. 저도 반갑습니다. 서준입니다."

"네, 네네넷...넷! 샤, 샤샤샬...샬..로옷...로오옷!"

"......"

"껙!"

얼굴이 사과처럼 시뻘개진 샬롯이라는 사제의 얼굴이 이내 하얗게 질리더니 혼절했다.

"....."

"....."

"....."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파올로와 리샤가 나를 게슴츠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 뭐했냐?'

라는 시선.

나는 그 시선에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오해입니다."

***

그 뒤로 한시간정도 기다리니 샬롯이라는 여자가 일어났다.

"여러분들 죄송합니다아...갑작스럽게 혼절해서...그, 그럼 바로 갈까요?"

어깨가 땅에 닿을듯 내려간 샬롯이 리샤와 파올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 모험가 일을 하면 이런저런 일이 많이 있거든­"

"크크큭...꽤나 긴장하셨구만 수녀님."

리샤와 파올로는 딱히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는지 그리 말하며 먼저 빈민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 둘은 둘다 일반원 즉 무(無)등급이다.

모험가 신분을 증명해주는 신분패에 아무것도 박혀있지 않았기에 알 수 있었다.

허나, 그들은 경력이 꽤나 되는듯 자연스럽게 의뢰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아, 안녕하세요...?"

그렇게 그들을 따라 걸어가니, 수녀 샬롯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말걸면 또 혼절하는거 아니겠지?"

"크흠. 안녕하세요."

"아...아아...네에­"

그녀는 그리 말하며 내 뒤를 따라 걸어왔다.

이거 무슨 상황이지...?

걸어가는 와중에도, 파올로와 리샤는 간간히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같은 팀...이라기에는­

그냥 희귀한 힐러와 마법사와 친해지고 싶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여기 공기는 언제 와도 안좋네..."

사랴가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걸으면 걸을수록 건물들이 점점 낙후되고 폐가가 많아지더니­

어느순간 여기가 빈민가구나 하는 영역까지 오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거나 살기와 의심 그리고 경계를 띄고 있었다.

품 속에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았는데...

그게 소중한 빵쪼가리 혹은 동화인지, 아니면 사람을 죽일만한 흉기일지 아무도 모른다.

걸으면 걸을수록 건물에 기댄 취객들이나 병자들이 간간히 보였고

바닥도 정리가 안된 지저분한 흙바닥이였기에, 걸을때마다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다들 모여봐."

리더인 파올로의 말에 우리 둘이 모였다.

내 옆에 서게된 샬롯이 몸을 흠칫 떨며 내 눈치를 보았지만...못본척 해주었다.

"우리들의 임무는 전부 알겠지만, 빈민가의 실종에 대해 알아보는거야."

파올로와는 달리 꽤나 예리하고 똑똑해보이는 리샤가 설명해주듯 말했다.

"교국이나 성전에서 말하면, 요새 사교도들이 부쩍 늘었다고 해...당장 의뢰지들중에 사교도 조사가 있는것들 봤지?"

그 말에 샬롯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성전에서 활동하는 사제니까, 이런 정보는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있겠지.

"단순히 실종이라면 그냥 깡패조직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지만...경비원들이 깡패조직의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교도나 마물...혹은 더 위험한것들이 있어."

그녀는 싸해진 분위기를 살짝 힐끔거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그냥 내 감이지만! 깡패조직이 거짓말한 거일수도 있으니 너무 그러지는 마­"

나는 그녀의 말에 의문을 담아 되물었다.

"깡패조직도 사교도나 마물처럼 위험한거 아닌가요?"

"...그건 작은 집단을 말하는거야. 꽤나 큰 집단은 뇌물을 주고 경비원들 눈치를 보며 활동하거든. 뭐...더러운건 똑같지만­"

그녀는 덧붙이듯 말했다.

"그리고, 실종 횟수가 생각보다 훨씬 많아...단순히 작은 거렁뱅이 집단이 했을거라고는 생각 안해."

그런가.

그래서 거대 깡패조직은 자연스럽게 제외했다는 거구나.

이미 경비원들이 한번 알아봤다고 했으니까.

"근데 왜 경비원들이 안하고 우리가...?"

"조사하는 경비원들이 종종 실종됐거든...그리고,"

리샤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목숨이 더 싸거든."

무덤덤하게 말하는 리샤의 말에, 샬롯이 울상을 지었다.

"일단. 뭐라도 해보면 알겠지."

파올로와 리샤는 빈민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경비원들이 감시하는 외각이 쫓겨난 자들의 휴식처라면...

빈민가의 깊은 곳은 범죄가 도사리는 장소니까.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는게 맞는 선택이겠지.

'....쫄리네­'

얼마 전까지 평범한 사람이였던 나다.

살의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몸이 찌릿찌릿 떨린다.

'일단 방어막부터....'

갑자기 눈이 홰까닥 돌아버릴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며,

나는 조용히 무형의 방어막을 펼쳤다.

다른 마법사들은 방어막을 유지하는데 계속 마나가 소모되지만...나는 소환만 하면 끝이니까.

"다, 다들 아파보여요..."

옆으로 걷고있으니 샬롯이 읊조렸다.

"쯧­ 너무 불쌍하게 보지 마쇼. 하나같이 버러지들이니까­"

그에 비해 파올로는 빈민가들을 경멸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해는 된다.

성전에 봉사를 받는 빈민들은 꽤나 자신을 잘 감춰놓았을테니까.

사제들에게는 모두 다 같은 불쌍한 사람들처럼 보이겠지.

"저기요 할아버지."

그렇게 걸어가니, 리샤가 근처에 술을 퍼마시고 있는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

파올로가 주머니를 뒤져 동화 하나를 바닥에 던졌다.

"이봐. 요즘 빈민가들이 실종된다고 하던데..."

생기 없는 눈빛을 하던 노인이 동화를 주우며 작게 말했다.

"밤..도..낮도 상관없이...저, 전부 끌려갔어­"

가래 끓는듯한 목소리.

노인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그..머, 머저리놈이 그런 짓을...할..줄이야...나는 잘 모르네..."

"범행을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보다못한 내가 앞으로 가서 물어보았다.

내 말에 노인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혹시 어디서...?"

내 말에 그는 더 깊은 빈민가를 눈으로 가리켰다.

"누가 본지는 아쇼?"

파올로가 시큰둥하게 물으니, 노인이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누, 누군지는 당연히 알지...! 다, 당연히 내 자식이였는걸...! 허, 허나 그 아이는 분명...! 크히히히­"

그러더니 갑자기 숨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공포스럽다기보다는...그 표정이 너무 슬퍼보였다.

"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네."

리샤가 그리 말하며 노인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나...일단, 더 들어가보자."

원래라면 임무를 포기했겠지만...

아쉽게도 임무의 보상이 너무 컸다.

파올로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방패를 만지작거리며 앞으로 걸어갔고,

그 뒤를 나와 리샤가 따라갔고­

"당신에게 안정이 있기를..."

샬롯은 노인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주며 내 뒤를 따라붙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

어디선가 비명이 들렀다.

빈민가에서 비명이 들리는건 흔한 일이지만...

"가보자."

평소의 비명과는 달랐다.

사람끼리 싸우는 고함이나, 폭력으로 인한 신음이 아닌...

정말 공포에 질려버린 그런 비명.

파올로는 그리 말하며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방패를 앞에 세우고 어두운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사제님이랑 마법사는 내 앞에­"

리샤는 어디선가 튀어나올 무언가를 경계하듯 우리를 자신의 앞에 세웠다.

­꺄아아악!! 누가....누, 누가 좀!!

가까워지니 들리는 큰 소리.

그 비명을 따라 움직였지만...골목길은 복잡한 미로같았기에 쉽사리 도착하지 못했다.

그리고...

­퍽!

비명소리에 가까워 졌다고 생각할때즈음, 큰 타격음이 들렀다.

그렇게 모퉁이를 돌고 나타난 큰 공터에서 보인 것은...

몇몇 천을 누더기로 쓴 사람이 기절한 여자를 들쳐매고 있었다.

­타닷!

누가봐도 납치극으로 보이는 광경에, 파올로가 방패를 들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퍽!!

온 몸을 누더기로 가린 이들은 파올로의 공격을 쉽게 막아냈다.

"마법사님! 지원해야 돼...!"

리샤는 단검을 역수로 쥐고 파올로를 따라 뛰어갔고, 나는 상황을 보며 구현을 시작했다.

"파올로님!"

내 옆에서 눈치를 보던 샬롯이, 파올로에게 신성마법을 걸었다.

그 다음 파올로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빨라진 것 같았지만...저 의문의 괴한은 리샤와 파올로의 공격을 막아냈다.

'아니...'

그들은 막아내고 있는게 아니였다.

공격을 맞아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지.

'사교도 이벤트 떳냐...?'

은패를 받을때까지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첫타만에 얻어 걸리다니...

­퍽!!

"크윽! 이새끼들이!!"

하지만, 확신을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즉시 창조를 시전했다.

[영력 : 24 / 30]

내 앞에 암흑의 구가 두개가 생정되었고, 그것은 내 의지대로 날아가 두명의 얼굴에 맞았다.

데미지는 없지만, 암흑의 구가 터지면서 나타난 어두운 안개는 괴한 두명의 시야를 가려냈고­

­퍽!!

리샤의 단검과, 파올로의 주먹이 녀석들에게 맞았다.

­끼기기기긱...

이제 쓰러질 것이라 생각한 괴한 둘은, 쓰러지는게 아니라 기괴한 소리를 내더니­

"이, 이새끼들이!"

"둘 다 따라와!"

이내 뒤를 돌아 도망쳤다.

그러면서 어깨에는 자신들이 기절시킨 빈민가의 여성을 들쳐매고 있었다.

파올로와 리샤는 그 둘을 따라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서로의 눈을 마주친 나와 샬롯은...

"따, 따라가야 해요..."

"그래야겠군요..."

그 둘을 뒤따라 쫓아갔다.

­이새끼들! 거기 안서?!

그 둘은 나와 샬롯보다 훨씬 빨랐지만, 간간히 들리는 파올로의 고함소리덕분에 제대로 쫓아갈 수 있었다.

"헥­헥­헤엑­"

체력이 평균을 넘는 4인 나와 다르게 샬롯은 꽤나 힘들어하며 쫓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는...

"순순히 항복해라­"

괴한 둘과 리샤와 파올로가 대치하고 있었다.

이내 괴한들이 고개를 끼이익­ 돌려 우리를 바라보는 듯 하더니...

­타닷!

다시 어딘가로 뛰어들어갔다.

"젠장! 둘다 따라와!"

그리고 그 뒤를 파올로와 리샤가 쫓아갔다.

"내가 지켜줄게­"

리샤는 나와 샬롯의 뒤에 붙어서 엄호를 해주듯 뛰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뛰었을까?

모퉁이를 도니, 아침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골목이 나왔다.

­끼이익...

"다들 왔나? 이새끼들 이리로 들어갔어­"

낡은 집 안에서 파올로가 지하로 가는 문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쫓아간다!"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파올로는 방패를 앞세우며 그 안으로 들어갔고­

"자자..우리도 어서­"

나와 샬롯의 등을 리샤가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타닥...타닥..

"저, 저기..리샤님?"

"응? 왜?"

"조, 조금 위험한 것 같아요...여기 너무 어둡고­"

샬롯은 끝도 없을 것 같은 계단을 내려가며 불안한듯 말했다.

어찌나 무서워하는지 이제는 눈치도 보지 않고 내 옆에 붙어있었다.

공포에 질린 그녀에게 리샤는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괜찮아. 우린 꽤 전문가거든­ 랭크는 낮아도, 경험은 많아."

그녀의 말에 샬롯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리고 나온 통로를 따라 쭈욱 뛰어가니­

"끄윽!"

샬롯이 얼굴을 찌푸리며 코를 감쌋다.

"부, 불결한 냄새...."

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샬롯은 무언가를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까지 공포에 질리지 않은건 아니였다.

"미...미친­"

중간중간에 있는 인간의 사체.

그리고 팔이나 다리같은것을 엮어서 만든 것 같은 장식품...

그리고 그 안에­

피로 새겨진 마법진같은것이 있었고, 그 앞에 해골이 쌓여진 토템이 있었다.

누가 봐도 사교도의 그것 같은 모습...

그 토템 앞에서는, 누군가가 제단에 있는 뼈를 갈고 있었다.

어두운 로브를 뒤집어 쓴 괴한.

'자..잘해야 한다...'

저 모습을 보니, 도망가지도 이기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딱 봐도 존나 쌔보였으니까...

­...여기까지 왔구나...어리석은 자들이여...

이내, 칠판을 긁는듯한 끔찍한 목소리가 녀석에게 흘러나왔다.

놈은 이내 뒤를 돌아보았지만...눈동자에는 눈이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흑암이 있었을 뿐.

그 끔찍한 모습에 샬롯이 히익! 소리를 내며 내 뒤에 숨었다.

"이 새끼..."

내 앞으로 온 파올로와 리샤...

나는 혹시나 내 상사되실 분이 먼저 끔찍한 흑마법을 쓰기 전에,

­퍽!

­퍽!

날카로운 고드름을 소환해 녀석들의 몸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쓰러지는 파올로와 리샤..

"서, 서준님!! 무슨짓을...!"

옆에서 샬롯이 경악하는것을 무시하고 나는 크게 외쳤다.

"흑마법사시여­ 내가...!"

­너...

그런 내 말을 끊고 나오는 그의 경악한듯한 목소리...

­어떻게 알았느냐...?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엥?'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파올로와 리샤의 사체가 어두운 안개로 돌아가고 있었다.

­타다닥...!

의문 모를 시선으로 그것을 보고있으니, 내 뒤에 누군가 뛰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렀다.

"마법사님! 수녀님! 다들 여기서 뭐하는거야!!"

"갑자기 뛰어가서 놀랐다구..."

그것은 걱정과 공포가 섞인 표정의 파올로와 리샤였다.

'?'

­네...네녀석...! 어떻게 내 흑마술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거늘!

앞에서는 흑마술사가 경악하고 있었고­

"여, 역시 마법사님이세요...!!"

내 뒤에서는 떨고있던 샬롯이 초롱초롱한 눈을 밝게 뜨며 나를 찬양하고 있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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