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무언가 이상하다 (2)
* * *
'이게 무슨 일이지...?'
파올로와 리샤가 뒤에서 뛰쳐나와 우리의 앞을 막고있었고,
리샤가 나를 찬양하면서도 앞에 있는 둘에게 버프를 내려주었다.
으, 은패의 모험가조차...알지 못했거늘...!
앞에서는 아직도 괴상한 사교도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현실을 부인하고 있었다.
"서준님! 마법을 보여주세요오!"
옆에서 눈을 밝게 뜬 샬롯이 나에게 외쳤다.
다, 다시 해볼까...?
이 이녀석....감히 신님이 우리에게 주신 힘을...! 네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응.
안되겠네.
"엄호하겠습니다!"
나는 크게 외치며 권능을 실현시켰다.
[영력 : 15 / 30]
우후죽순 생긴 작은 고드름,
그것들이 흑마법사에게 날아가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흡!"
리샤가 단검은 던졌지만, 흑마법사의 어두운 보호막에 의해 막혀버렸다.
제, 젠장...!
흑마법사가 먹물처럼 바닥에 흩뿌려진 자신의 기운을 일으켜세울려고 했지만...
어, 어째서냐!
으잉레아마망쮸쮸....뭔가 뇌가 이상한 악신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공격은 흑마법사의 기운을 상쇄시킨 것 같았다.
그 다음부터는 일방적이였다.
공격 수단이 사라진 흑마법사는, 소매에서 단검을 꺼내 싸워보았지만...
파올로와 리샤...그리고 그 둘에게 버프를 주는 샬롯에게 밀려 끝내 절명했다.
네...네녀석...! 죽어서도...기...억....
그 사교도는,
죽기 전까지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
입맛이 쓰다...
퍽!!
악신을 숭배하는 토템을 무너뜨린 파올로가 말했다.
"이제 돌아가지! 크하하 이걸 성공시킬줄은 몰랐어...이걸로 동패에 올라가겠는데? 다 마법사님 덕분이야!"
"....."
"괴상한 주술에 몸이 묶여있는데, 갑자기 우리랑 똑같은 모습을 한 괴물을 마법사님이랑 사제님이 쫓아가더라...그때는 다 끝나는 줄 알았어."
리샤가 나를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
멍하니 있는 나에게 샬롯이 다가왔다.
"처, 처음에 그렇게 대한거 죄송해요...뭔가 불길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그러더니 고개를 팍! 치켜들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나에게 쏘아냈다.
"하지만! 흑마법사의 악한 주술을 꿰뚫고 곧바로 반격하는 모습! 정말 멋있었어요! 성기사분들이 와도 감탄하셨을 거예요...! 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
"크하핳 역시 마법사님은 다른 것 같아. 마법사님 아니였으면 다 죽었을걸?"
파올로와 리샤, 그리고 수녀 샬롯의 극찬을 받으며, 우리는 빈민가에서 나왔다.
"그, 그런일이...! 대단하신 분이셨군요...?"
어제 만난 안내원이 나를 보며 굉장하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실종 임무는 다 끝냈소! 괴물같은 흑마법사를 완전히 끝내버렸지 크허허!"
"경비원분들도 골치아프다고 했던 건데...일단 보수부터 드릴게요."
안내원이 보수를 꺼내주었다.
은화 2개와 동화 80개...
이곳은 동화 100개를 은화 1개로 바꾸는 미친 환율을 보여주었지만...
소설 속 세계니까 그럴 수 있겠다가로 떠올렸다.
"다들 동화 70개씩..."
"아니! 마법사님이 다 했으니까 대부분은 그쪽이 가져가야지 계산은 확실하게....알지?"
내 말에 리샤가 고양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과, 나는 은화 1개와 동화 30개를 얻어갔고, 남은 3명은 동화 50개씩을 가져가자고 합의를 보았다.
사실 나는 돈을 받지 않아도 상관 없기는 했다.
그도 그럴게...
'이거 뭐하는걸까?'
아까 사교도가 있던 제단에서 무언가 책같은것을 몰래 가져왔기 때문.
조용히 있는 나를 두고 일행들이 멋대로 떠들어댔다.
"뭐. 돈이 중요한게 아니지! 이번 임무는 꽤나 등급이 높은거였거든"
파올로가 콧김을 뿜으며 말하니, 안내원이 박수를 짝 치며 웃었다.
"맞아요! 파올로님은 실적이 되실테니까 이제 동패를 받으실 수 있을거예요. 동패가 되면 정식적인 길드원이 되는데....설명은"
"아니! 설명은 필요 없지.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파올로는 기분이 몹시 좋아보였다.
그는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다~ 마법사님 덕분이야..."
그 표정에 몸을 흠칫 떨었다.
뭔가...
뭔가가 이상하다...
그 뒤로 저녁까지 대접받은 뒤 리샤와 파올로는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저기..서준님..."
"아. 네."
"아침에 일은 정말 죄송해요..."
샬롯은 아침의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아 뭐. 괜찮습니다."
하지만, 나는 스멀스멀 기어오는 불길함때문에 눈치를 보며 물어보았다.
"그...혹시 왜 그러셨는지"
내가 말하니, 샬롯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서준님께서는...그...어딘가 불길...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났거든요...그래서 무서웠어요...힝"
으잉레아마망...
이새끼 진짜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구나.
꼴받아서 한 충동적인 행동에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악신으로 격하된 창조주라는 것 때문에
나도 개고생을 하게 생겼다.
"그럼 전 이만"
"아! 네!"
그렇게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걸어가니...
샬롯이 내 옆을 어색한 표정으로 따라왔다.
스윽 시선을 돌리니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다.
"아..아아? 안녕..하세여?"
"...."
"아, 아무래도 같은 방향인 것 같아서..."
그렇구나.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사실 같은 방향인 개쪽팔리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 둘은 서로 어색하게 묵묵히 걸어갔지만..
"하...하하...서준님은 어디까지 가시나...?"
"아 저는 좀 걸어야 해서.."
"아, 아앗! 그, 그런가요오? 헤헤 오늘 공기가 맑아요~"
어색하게 그러지 마...
아무리 걸어도 샬롯은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마차를 잡으니
"아, 아앗..."
샬롯이 내 옆에 앉아있었다.
"1급 도시 주, 주민이셨군요? 하하"
헤어졌는데 가는길이 같은것도 모자라 타는 마차까지 같다.
나는 샬롯같은 예쁜 여자와 이야기하는것에 면역이 없었고, 샬롯은 그냥 소심하다.
어색함에 서로 헛기침을 하며 걸어가니
서로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아카데미 학생이셨나요?"
샬롯.
그녀는 시온 아카데미의 학생인 것 같았다.
"......"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들지 못했다.
***
"저는 2학년이예요! 호, 혹시...선배님이신가요?"
샬롯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뇨.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입니다."
"내, 내가 선배였구나아...! 후, 후배님이예요!"
"그렇네요."
그 뒤로 한결 친근해진 샬롯이 나에게 말했다.
"저는 종교 동아리에 있으니까, 언제 한번 와주세요!"
아.
거기 영원히 못갈 것 같은데...
"아, 뭐, 그러죠?"
하지만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탓에, 나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꼭이예요! 후배님!"
샬롯은 그리 말하며 손을 냅다 흔들어대더니, 어딘가로 뛰어갔다.
[영력 : 30 / 35]
'......'
헛짓거리를 해도 오르는구나...
*****
기숙사에 돌아온 나는 영력에 대해 알아보았다.
양피지는 아무리 펼쳐보아도 아무런 글자도 나타나지 않았고, 영력은 올라간 채 그대로였다.
"왜 오른거지?"
내가 한 일은 흑마법사를 죽이고 샬롯이라는 사제와 친해진 것 뿐이다.
내 목적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했는데, 영력이 올랐다.
'....무슨 패턴이 있는건가?'
그리 잠잠히 고민하고 있으니
'으잉레아마망쮸쮸....'
그 지랄맞은 이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멍청한 신이니까 그리 큰 의미도 없겠지.
그렇게, 하루를 더 쉬고 월요일이 되었다.
드르륵...
내가 들어가니, 우리의 조연님 두명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몸을 흠칫한 나는 이내 어색하게 움직여 자리에 앉았다.
'...오늘 뭐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할게 없다.
입학한지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정말 답도 없다.
뭔가를 알아야 방해를 하던가 말던가 할텐데...솔직히 앞으로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
'이번 학년중 뭔가가 나오는건 확실해.'
무려 주인공이 입학했던 학기다.
그러니까, 필시 무언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년도 신입생들의 수준이 이상하게 높다느니, 이번에 황녀님이 입학했다느니 하는것도 다 그런것이겠지.
친구 하나 없이 멍하니 앉아있으니,
첫번째 수업이 시작되었다.
"자~ 모두 안녕?"
발랄한 담임 알리시아.
아침조례때 보이지 않던 그녀가 1교시때 들어왔다.
1교시는 담임 수업이 아니였을 텐데...?
"오늘 1교시는 수업을 정하는 시간이 될거야"
시온은 대학교처럼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과, 자신이 원하는것을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수업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그걸 지금 하는건가?
"모두 입학할때 동의했지? 자신의 재능을 공개하는것에"
그러고보니, 상담을 하며 들었다.
원활한 수업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공개하기로.
"저번에 대련한 결과가 나왔으니 모두 확인해~ 이번학기 성적으로 반이 결정되니까 열심히 하구"
선생은 그리 말하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해 알려주고,
각자 학생들의 희망대로 이름을 적어냈다.
우리가 떠들든 일어나든 알리시아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같은 경쟁자 혹은 협력자들과의 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 재능이면, 역시 육체로 가는쪽이 좋으려나...?
마법으로 인한 육체강화면 마법을 듣는게 낫지 않아? 차라리 둘다 듣는게 어때?
...다른 하나는 명상으로 정했어.
...그런게 있어?
학생들이 저마다 상담을 하거나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수석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름조차 모르는 그녀는 손을 턱에 괴고 멍때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그냥 친구 하나 없는 아웃사이더라면, 수석은 다가가기 힘든 고고한 늑대같은 이미지니까..
...슬프니까 그만 생각해야지.
나는 시선을 다른쪽으로 돌려 조연님들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최정상까지 올라갈 앤젤라 에르시아, 그리고 윌리엄 루카스.
에르시아는 곧바로 정령술, 윌리엄 루카스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었었지...?
둘다 자신의 적성에 맞게 빠질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주인공이 있다면 저 둘다 주인공에게 맞추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존나쌘 회귀자 주인공이 아닌, 잉여 악당 하나만 있을 뿐이였다.
...이것도 슬프니까 그만 생각해야지.
'레아는?'
히로인은...그 뛰어난 외모와 긍정적인 성격 탓에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쌓여져 있었다.
근처에 남학생들이 눈치를 힐끔 보는게, 다가가고 싶은 것 같지만...
레아는 범접할 수 없는 것 같은 이미지라 쉽사리 다가가기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귀족이나 왕족들은 무리없이 말을 거는 것 같았지만...
"자 그만~"
그렇게 멍때리니, 선택 수강이 완료되었다.
참고로 나는 기초 체력 단련, 신학, 정보학 이다.
신학은 신과 율법, 교리에 대한 모든 연구를 말한다.
시온에서는 신성력를 마법으로 운용하는것과 신들과 그 화신들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들에 대해 배운다.
그냥 종교활동을 하기도 하고.
날씨 좋은날 밖에 나가서 봉사활동도 하기도 해서 꽤나 인기가 좋다고 한다.
어쨋든, 이 신성력은 미래에 가장 큰 해가 될 마나라고 생각한다.
신이 주는 힘, 그리고 지구의 순환을 돕는 으잉레아마망이 만들은 신들과 그 화신들...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한다면 내 발목을 잡으려 하겠지...
화신들은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강하다고 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수다.
정보학은...그냥 독서동아리 같은 거다.
수업시간마다 도서관으로 들어가서 읽고싶은 책 읽으면 된다.
기초 체력 단련은 말할것도 없고.
"자. 그럼 순위 공개할게 너무 실망들 하면 안된다?"
알리시아가 손을 들고 흔들더니 마법으로 칠판에 순위표를 붙였다.
1위. 엘린
2위. 윌리엄 루카스
3위. 앤젤라 에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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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위. 레아
'흠...'
수석의 이름이 엘린이였구나.
학생들은 1위가 평민이라는것에 꽤나 놀라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4위. 바알 베드히로
내가 왜 4위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