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테러 소동
* * *
그로부터 이주일 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는동안, 나는 새로운 정보들을 알아냈다.
화륵.
내 손 위에 생겨나는 부정한 기운...
"와? 그게 뭐야?"
내 옆 밴치에 앉아있는 샬롯이 나에게 물어보았다.
시온 특성상 이동수업이 많았고, 그들중에는 1,2학년이 합동으로 듣는 수업도 몇가지 있었기에 샬롯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개인적으로 내 앞에 불러들었고
흑마술사가 썻던 것과 같은 종류의 마력을 끌어올렸지만...
샬롯은 전혀 부정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저 어때요?"
"어...어? 어어?! 그, 그게 솔직히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는데...베드히로정도면 착하고 잘생기고..어어 게다가 능력도"
"아니, 저 처음에 기분나쁘다고 하셨잖아요."
"아, 아앗...그거는 잊어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걸?"
나는 의도적으로 부정함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창조주는 악신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지고한 신들을 만들어낸 존재.
신 위의 신.
절대자.
그렇게 해석이 된다.
아카데미 구석에 있는 성전에 가서 공개적으로 하는 기도회를 보니, 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신을 존경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정신머리가 이상한 것 같아서 무시했는데...
어쨋든, 악신으로 구분된 작가놈은 부정과 악(?)에 대해서는 절대적이였다.
평범한 흑마력은 마나에 예민한 이들이나 사제들이 예민하게 반응했지만...영력, 즉 구제력으로 만들어낸 것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베드히로. 오늘 밥 사줘서 고마워. 잘먹었어.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나중에 또 상담할 일 있으면 찾아줘?"
샬롯은 내 실험을 가장한 대화를 듣고 일어났다.
'샬롯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야...'
샬롯은 기도회 라는 동아리에서 꽤나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2학년들중에는 신성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으니까.
어깨를 치켜들고 콧김을 뿜뿜 내며 말했기에 그리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내가 활동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
종이 치고 거대한 아카데미를 걸어 도착한 교실.
"아. 안녕? 신입생이구나? 여기 잘 찾아왔어~"
바로 동아리다.
하는 짓이라고는 여행과 캠핑이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기에 탐사 동아리라고 적은 그것.
여러 던전이나 유물, 그리고 거대한 사건이 일어났던 곳에 대해 직접 찾아가 조사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지만,
그냥 하는짓이라고는 여행밖에 없었다.
교수들도 그것을 알았지만, 이곳은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그냥 눈감아주는 것 같았고.
"아. 왔어? 먼저 지나갈게~"
그때 내 어깨를 툭 쓰다듬으며 한 여자아이가 지나갔다.
레아.
시선을 들어 앞을 보니, 히로인을 포함해 루카스와 에르시아 그리고 수석인 엘린을 포함해 여러 학생들이 있었다.
루카스와 에르시아, 그리고 레아 이들은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었고,
엘린은 구석에 앉아 턱을 괴고 멍때리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 동아리겠지.
나는 그곳에 앉아있던 이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죽여야겠지?'
이 세상은 소설속이며, 저들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실패하면 죽는다.
마음을 냉정하게 가졌다.
"자! 다들 저번에 공지한것처럼 오늘은 아카데미 밖 도심으로 나갈거야. 다들 광장에서 보자!"
그 말을 함께, 나는 조용히 먼저 밖으로 나갔다.
***
"저기 베드히로.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레아가 나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그녀 주위에는 다른 이들도 있었지만...내가 같이 가는걸 썩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색한 이가 끼는건 싫은거겠지.
뭐. 나도 딱히 갈 생각은 없었다.
"아니야. 괜찮아."
"아...응 혹시나 외로우면 꼭 말해야 돼?"
같은반 아이들이 홀로 있는 꼴은 못보는 레아가 나를 챙겨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자 여러분. 그럼 자유롭게 활동하시고 4시에 이곳으로 모입시다! 모인 후에 박물관 탐사하려갈게요~"
"네!"
60명이 넘는 탐사 동아리.
그 사람들은 각자 친한, 혹은 친해지고 싶은 이들과 함께 모여 광장에서 흩어졌다.
나는 주연과 히로인들을 예의주시하며, 골목 한쪽으로 빠졌다.
...딱히 할것도 없었으니까.
'후우 진지하게 가자.'
이쪽은 목숨이 걸려있고 저들도 내가 아는 진정으로 살아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죄책감이 생길 것 같다.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사람과 똑같으니까.
'심상세계.'
상상을 하는 순간, 어두운 세상이 겹쳐났다.
한쪽은 맑은 하늘 아래 시끌벅적한 마을 광장의 모습.
한쪽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웃지만, 어둔운 배경을 한 광장의 모습.
이 영역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영역 안에 있는 것들은 굳이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다.
내 상상이 적용된 세상은, 3인칭으로 보는게 가능했으니까.
나는 그런 상태로, 조연과 히로인 사이를 부지런히 걸어다녔다.
하지만...
와하하하.
엄마 나 저것도...!
활기찬 거리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나 싶을정도의 안락함.
'너무 오버한건가...?'
주인공은 수천번 회귀할 정도로 지랄맞은 세계에서 살아왔다.
하지만...마왕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그런 위협들이 전부 사라진걸까?
...그렇겠지.
벨런스를 맞추기 위해 나를 마왕의 편에 보냈을 정도니까.
내 예상처럼, 마왕 한마리 정도는 제국군과 그 연합들이 커버칠 수 있을 것이리라.
때문에 전 세상과는 달리 인류와 마족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은 없다시피 됐으니까...
목숨의 위협과 불안이 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편에 굳게 서게되었고
"후우 나도 쇼핑이나..."
"너."
"....."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위압...
손가락 까딱할 수 없는것같은 감각에 아무일도 없다는 듯 벤치에 앉아있었다.
"어째서 이곳에 있나. 어서 오도록. 과업을 행할 날이 코 앞에 왔도다."
뒤를 돌아보니, 평범한 인상의 남자였지만...눈동자가 심연처럼 어두웠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살기...
근데 나보고 어쩌라는거지...?
"잠시후 이곳에서 폭발이 일어날거다. 그 다음은 전쟁이겠지. 꾸물대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일을 해"
그 말에, 나는 내 뒤에 있는 이가 테러범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흑마술...'
책을 펼치자 마자 흡수된 내 힘을, 저들이 알아보는 것 같았다.
제어하는게 어렵고 사제들도 별로 눈치채지 못하기에 방치했는데...그걸 알아차리다니.
나는 이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건 기회다.
조연들을 없애고, 목적에 다다르기 위한
"위치로 가서 대기하도록. 항구의 바로 앞에 있거라"
이 곳은 바다와 연결되어있다.
그 덕분에 인공섬인 아카데미 시온과도 서로 통행이 가능한것이고.
관광명소에다가, 수많은 물자들과 해산물들이 넘나드는 공간.
다시한번 뒤를 돌아보니, 내 뒤에는 누구도 없었다.
'항구라...'
갈 생각 없다.
나는 조연들과 히로인을 방해해야 하기 때문에
살인을 하는데 돕는다고 했지만, 막상 다가와보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는 히트맨같은 게임을 하는 기분.
'그래도 항구로 가라는건, 그곳에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겠지.'
항구에서 대기한 뒤, 곧바로 테러범들과 합류한다.
그렇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항구로 향했다.
자 자! 쌉니다 싸요~
시온 월간 신문입니다! 미래의 영웅님들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와하하하하!
사람들의 행복한 소리를 지나쳐 항구로 향했다.
그리고
펑!!
꺄아아아악!!
폭, 폭발이다! 경비원!!
자, 잠깐! 우리 애가 안보여요!
거대한 폭탄 소리.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내 목표는...
수석 엘린
윌리엄 루카스
앤젤라 에르시아
히로인 레아.
이 4명.
1명이라도 죽이면 천운이다.
못해도 성장이 더뎌질 저주를 몸에 이식시키거나 중상에 입혀야 한다.
타닷...!
루카스와 에르시아와 레아는 가까운 거리에서 붙어다녔고,
엘린은 처음 헤어진 자리 근처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다면...
'엘린'
그녀부터 죽인다.
"....."
하지만, 나는 곧바로 방향을 바꾸었다.
엘린은 조연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히로인이라고 판명된 레아를 죽이는게 낫겠지
나는 발걸음을 돌려 상점가로 달려갔다.
지, 지원! 지원바란다!
1급 도시답게 곳곳에는 이미 뛰어난 경비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그들은 흑색 로브를 낀 이들과 전투를 하고있었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상점가의 큰 거리로 이동하니
닉스! 사람들을 보호해!
다들 저희 뒤로 피신하세요!
시온 생도예요! 꼬마야 누나 손 잡아...!
에르시아와 루카스 그리고 레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주위에는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몇명 있었고
'....그렇군'
저들의 가장 큰 목적은, 아카데미 생도를 죽이는 것이였다.
그게 아니였다면 이렇게 흑색 로브를 낀 괴한들이 많을리가 없겠지.
아직 개화가 되지 않은듯한 레아는 평범한 생도만도 못했고,
루카스와 에르시아라고 해도 사교도를 전부 이겨내는건 불가능해보였다.
땡! 땡! 땡! 땡! 땡!
크고 요란스러운 종소리...
곧 있으면 지원병이 온다.
하지만, 사교도들은 초반에나 나올 범죄자들 답게 생도들을 압도할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저 조연들이 너무 강하다고 하는게 맞겠지.
악!
사교도 한명이 아카데미 생도 한명을 베어내지만...
곧바로 날아온 불꽃의 정령 살라만더의 공격에 의해 마무리를 내지 못하고 회피했다.
전부 제압해!!!
그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경비대장같은 이의 우렁찬 목소리.
'도와줘야겠네.'
텔레포트와 맞먹는 거대한 영력이 빠져나갔다.
어둠의 마법으로 이뤄지는 흑마법.
사람 머리통만한 흑색의 구가 생성되었고
그것은 이내 서로 등을 맞대고 시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생도들에게 날라갔다.
그리고 그것은
팡!!
뒤돌아 있는 레아의 등에 정확히 명중했다.
'히로인 사망.'
레아의 등과 맞으면서 폭발하듯 나타난 어두운 안개.
'이제 남은 것들도 죽이겠지?'
나는 사교도들이 안개 속으로 파고들어 살육을 꽃피우는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크아악! 안보여!
어떤 새끼가 머저리짓 했어!
초반 머저리 사교도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지 주춤거릴 뿐이였다.
그 모습에 답답함과 트롤링을 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으니
비켜라.
아까 나에게 말을 걸은 흑마술사가 그 어둠 안으로 치고 나갔다.
이제 끝...
쾅!
크학!
하지만, 그 흑마술사는 갑자기 생성된 희끄무레한 무언가에 맞고 튕겨나갔다.
어린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칼라풍선 같은 그것...
그것은 갑자기 검은 안개를 뚫고 나와, 칼을 들고 돌진하는 흑마술사를 벽에 밀쳐냈다.
흑마술사는 품에 있는 비수를 던져냈지만...
그 비수들은 기괴한 풍선같은것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갈 뿐이였다.
"여기 생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 도착한 제국의 경비원들...
쳇. 후퇴한다!!
흑마술사가 짜증을 내며 골목길로 들어갔고, 점차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다른 사교도들은 저마다 도망치려고 했지만...
미친것 말고는 아무 재능도 없는 그들은 뒤따라 오는 경비원들에게 제압당할 뿐이였다.
윈드.
경비원들중에 섞인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니,
무겁고 어두운 암흑의 안개가 모조리 흩어졌다.
그 안에 보이는건...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레아를 바라보는 생도와 시민들,
그리고...
"해, 해냈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레아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여전히 예의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감싸고 있었다.
흰개미집같은 형태에, 아까 흑마술사를 튕겨낸 내질러진 기둥...
'무...무슨 일이지?'
괜히 의심받기 싫었기에, 나는 곧바로 생도들 사이에 합류했다.
"레, 레아?"
내가 그녀에게 물어보니...
그녀가 나를 보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베, 베드히로....나 해냈어."
히로인의 각성소식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되물었다.
"뭐, 뭐가 말이야?
"내 재능인 '주술'의 힘...현혼(??)이야!"
"어, 어어?"
"아까 갑자기 내 몸속의 미지의 힘이 들어왔어..."
그녀는 이내 똘망똘망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 나아...! 저, 정말 고민하고 걱정했어...혹시 싹 다 포기해야 되는건 아닐까....그, 그런데에...크흥! 성공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