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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22화 (22/53)

〈 22화 〉 던전체험 (3)

* * *

"홀드."

내 말과 함께 자라나는 덩쿨들.

그 덩쿨들은 재빠른 놀들의 발을 묶어냈고, 묶인 놀의 가슴팍에 베르트라는 녀석의 단창이 꽂힌다.

"한놈 잡았다! 레아야 잘 보고있어?!"

"한마리라도 더 잡아!"

기고만장하게 웃으며 레아를 돌아보는 놈에게 외쳤다.

루시가 만들어낸 플라잉 횃불이 점점 꺼져가고 있다.

"라이트닝..."

심상세계에서 구현된 전격 덩어리..

영력을 10이나 소모한 에너지 덩어리다.

"레아! 방어막 쳐!"

"알겠어!"

레아가 영력으로 우리를 감싸는것을 확인하고, 전격을 창조했다.

­파지지지직...!!!!

심상세계의 고요한 세상과는 달리, 현실에 나오자마자 모든것을 지져버릴듯 내뿜어지는 전격.

그것을 내던지니, 땅과 벽, 천장에 반사된 스파크들이 놀들의 몸을 타고흘렸다.

­깨갱!

비록 죽이지는 못했지만,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는지 휘청이며 속도가 확연히 느려진다.

레아와 루시는 공격력이 없기 때문에 나와 베르트가 정리해야..

­야앗!

"......쉣­"

저 멀리 루시의 분신들이 놀 한마리를 마구 밟아대고 있었다.

루시는 오늘 양갈래 머리를 했기 때문에, 분신들이 움직일때마다 분홍 머리가 사방으로 휘날린다.

분홍색 치코리타들이 놀을 구타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에서 정신을 차리니, 레아와 베르트또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탕!

내가 쏘아낸 날카로운 돌조각이 놀의 머리에 박혔다.

생명을 죽인다는 감각은 미쳐버릴정도로 끔찍했지만...죽을 수도 있다는 다급함이 살상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다행히 내 공격으로 인해 정신을 차린 베르트가 나 대신 저려져 있는 놀들을 정리해주었다.

­께...끼에엑...

루시들이 괴롭히던 놀을 보니...역시나 아직까지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놀의 위에 올라타 트램폴린처럼 방방 뛰는 루시들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아파진다.

발로 밟고 무릎으로 누르고, 크게 점프해 엉덩이로 내리찍는 루시로 인해, 놀은 돈까스 고기처럼 다져지고 있었다.

"보, 보내줘...이제­ 불쌍해..."

레아가 말하니, 점수따기 좋아하는 베르트가 안쓰러운 눈빛을 하더니 놀을 보내주었다.

"계속 가자."

"응...."

리더 노릇을 자처하는 베르트가 말하니, 레아가 대답해주었다.

"어이 마법사. 우리 레아 피 한방울 안흘리게 해라­"

"아 그러냐?"

놀을 불쌍하게 보는 울상인 레아를 보고 얼굴이 굳어진 베르트가 이내 나에게 개소리를 짓걸였다.

"쯧­ 그럼 이동한다."

우리는 그 뒤로 동굴 안을 걸어갔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선두에 서던 베르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함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무언가 이상이 있으면 반드시 나에게 보고오오옥!!"

말을 하던 베르트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우리는 또다시 멍해질 뿐이였다.

"야아!! 살아있냐?!"

교관들이 살려주리라 믿는 루시와 레아와는 달리, 나는 이곳이 히로인을 공격하기 위한 시나리오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괜히 죽으면 찝찝한 마음에 소리쳐보았지만­

"......"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즉시 심상세계로 눈을 집중하여 보니, 저 아래에 베르트가 기절해있었다.

사방이 막혀있는것을 보니 단순한 낙하함정으로 보였다.

"점마 기절한 것 같은데?"

"구, 구해야 할까?!"

루시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농도가 짙어...'

베르트가 있는 곳에 어두운 기운의 잔재가 짙어져있다.

죽지는 않겠지만, 정화하기 전까지 깨어나지는 못할것이다.

히로인을 고립시키고 말겠다는 세상의 악의.

구하지도 못하고, 괜히 이딴 곳에서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다.

"우리끼리 출발하자."

아무리 아카데미에 마법사가 많다고 해도, 마법사는 애초에 희귀한 종족.

내가 말하니 루시와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누가 대장이지?

나는 베르트를 속으로 비웃으며 베르트가 빠진 구멍 함정을 뛰어넘었다.

"자. 다들 나를 따라..."

­푹.

"에?"

구멍을 폴짝 넘으니, 내 발 아래에 구멍이 생겼다.

이중함정이구나?

뒤에서 경악한 표정의 루시와 레아의 얼굴을 스쳐지나가며, 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

"레아야...우리 이제 어떡해?"

루시가 처량한 목소리로 구멍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베에드으으으­"

무려 '친구' 레아가 어둠의 동료가 빠진 구멍에 소리를 외쳐보았지만...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기권할래애...?"

몸이 바들바들 떨려온다.

나랑 레아 둘이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절대 못해.

위기에 처한 순간 오른손의 봉인이 폭주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혼자서라도 가능하겠지만...

솔직히 아직 불안정하다.

"크큭..."

"루시 왜웃어?"

"아, 아니야!"

다급히 표정을 갈무리했다.

저번에 학년에서 최고로 인기가 많은 루카스와 에르시아와 대화한다는것에 신나서 나도 모르게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그 뒤로 왜인지 나를 볼때마다 어딘가 안쓰러운 것을 보는듯한 시선을 보내왔으니까­

그 뒤로 가끔씩 마주치면 사탕같은 것을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기에 기분은 좋았지만.

흑마법사는 그런 굴욕을 받아서는 안된다.

'레아한테까지 이상한 시선 받을 수 없어...!'

그 뒤로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는 참이였다.

베드히로는 이미 늦은 것 같지만...지금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자신을 다시보게 되리라.

어딘가에 있을 영상송출기를 보며 다짐했다.

"레아. 나만 믿으라구!"

"아..그래...헤헤­"

나를 보며 믿음직스럽다는 표정을 보내오는 레아를 두고 앞으로 걸어갔다.

­툭.

"에에?"

그 순간 몸이 앞으로 쏠리는게 느껴졌다.

바닥을 보니 끝이 안보이는 어둠.

아 여기 구멍함정 있었지?

"루시!"

"히야악!"

다행히 레아가 이상한 마법으로 나를 잡아주었기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히익..."

"에구구...그러게 조심해야지."

레아가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마음이 안정되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지금 나는 듬직하니까.

"그럼 앞으로 가자."

목소리를 깔고 진중한 표정으로 레아에게 말했다.

"아핳하...그래! 우리 루시가 앞장설까~?"

레아의 말에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일어나라."

차가운 눈으로 읊조리니, 하나의 인영이 암흑 속에서 피어올랐다.

고된 시련, 차가운 현실 그리고 강대한 힘으로 인해 더럽혀진 영혼...

한쪽 눈에는 안대를 착용했고, 오른팔에는 붕대가 감아져있다.

'저 봉인이 풀리면 안돼...'

그러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것이다.

무슨 일인지는 나조차도 모른다.

"타올라라."

분신이 무표정으로 손을 들어올리니, 그 손에 화염이 피어올랐다.

어둠을 밝히는 업화...

끓어올라라 불꽃아. 울어라 지옥참마도.

감은 눈을 뜨고,

주먹을 쥐고 손을 올리니 동굴의 어둠이 젖혀진다.

"루시야 빨리 가면 안될까...?"

"아, 그래."

폴짝폴짝 뛰어서 구멍함정을 뛰어넘은 뒤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내 앞에서는 나의 분신체가 길을 밝히고 함정을 수색하고 있었기에 걱정은 없다.

'나...꽤 유능할지도?'

함정 걱정으로 긴장하며 걸어가던것과는 달리, 지금은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타닥...

­타닥...

발걸음 소리와 불꽃이 타는 소리가 같다.

그렇게 레아와 함께 한참을 걸어가니...

"....."

"....."

한참을 걸어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

"아이고오...."

정신을 차려보니, 거대한 동굴 안의 공터에 있었다.

바닥과 부딪히며 아픈 머리를 쥐어짜내니,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떠올랐다.

[자, 이제 누가 대장이지?]

"아 씹..."

말로 안해서 다행이다.

이중함정이라니 이새끼들이...

비겁하기나 하고­

"아. 일어나셨습니까?"

몸에 묻은 돌조각들을 털어내고 일어나니, 저 위 허공에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운동장처럼 거대한 공간, 건물을 담을 수 있을정도의 높은 동굴 속은 개방적이라기보단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 공간에 허공에 떠있는 괴상한 남자라니...

"쯧­"

심상세계로 보니, 아까의 그 불길함이 저 남자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코를 태울 것 같은 불길한 기운...

녀석은 소환수도 아니고, 교관도 아니다.

"당신을 죽일 그레이드 라고 합니다."

그냥 미친 살인자새끼일뿐.

선한 인상의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선한 미소를 짓는다.

"너 뭐하는 놈이냐?"

"말하지 않았나요? 당신을 죽일 사람이라고."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이유가 뭔데."

"아, 아하하­ 이제 곧 죽는데 그게 궁금했던 건가요? 저는 좀 더 생산적인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흠흠­ 실망입니다­

헛소리를 지껄이던 놈이 짧게 말했다.

"신기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의 목을 가져오라더군요. 아 이건 비밀이지만....어처피 죽일테니까요! 하하!"

생긴것과는 달리 정신병 한두개정도는 달고있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신기한 기운이라니...

'레아랑 나를 착각한건가...?'

확실히 그럴수도 있다.

레아의 근본적인 힘은 내가 사용하는 힘과 흡사하니까.

아니, 오히려 질적인 면에서는 내가 더 효용성이 있다고 보는게 맞겠지.

레아가 단순하게 에너지를 활용한다면,

나는 권능의 형태로 현현시켜 전투에 활용하니까.

"하아..."

습격자가 나를 히로인과 착각해서 죽이려고 하다니...

이 상황을 보니, 교관이 나를 제때 구하려 올 것 같지도 않았다.

[영력 : 110 / 120]

그 사이에 영력이 조금이나마 회복되었다.

"빨리 시작하죠. 곧 있으면 무서운 길버트가 제 목을 찢으려 올 것 같거든요...아하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오해라고 해도 믿어주지도 않겠지.

곧바로 집중력을 끓어올려 어두운 세계 곳곳에 마법을 구현시켰다.

'일단 견제부...'

­깡!!

허공에 떠있는 놈을 바라보며, 파이어볼을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옆에서 방어막이 깨져버렸다.

놀란 마음에 옆을 바라보니, 아까까지 허공에 있던 괴한이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퍽!

"끄아악!"

아주 짧은 비수.

죽이기보다는 괴롭히기에 가까운 작은 칼을 내 팔에 꽂은 녀석이 나를 발로 차냈다.

'어떻게 한거지...?'

­퍽!

"끅...!"

다트가 꽂히는 소리가 나며, 등에 불타는듯한 통증이 일어났다.

나를 발로 차 밀쳐낸 놈이 어느새 내 등 뒤에 있었다.

'심상세계...'

눈을 뜨니, 공간이 어둡게 물들었다.

현실보다 훨씬 예민해진 감각과 시각.

'빠른건 아니야...'

심상세계에서 내가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이곳에서는 잔상이 남으니까.

"재능이구나..."

­깡!

날아오는 비수를 막아내고 말하니, 그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 벌써 알아채신 겁니까? 하지만..."

놈이 이내 비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당신은 결국 죽을겁니다."

그리 말하며 녀석이 또한번 비수를 내던졌다.

­깡...

철이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싸늘한 침묵이 좌중을 휘어잡았다.

자신을 그레이드라고 소개한 놈이, 죽일 듯한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새끼...어떻게 알았나..."

선한 웃음을 머금고 듣기좋은 목소리를 내던 녀석이,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못할 정도로 굵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침묵하고 있으니,

그레이드는 성대가 딱딱한 것처럼 긁는듯한 느낌이 나는 목소리로 다시한번 혼잣말을 하였다.

"역시...죽이라고 한 이유가 있었군...마음같아서는 실험하고 해부하고 싶지만...역시 안타깝구나...그래...안타까워­"

­캉!

녀석이 나를 향해 비수를 던졌지만, 나는 등 뒤로 방어막을 쳐서 막아냈다.

정면에서 날아오던 비수는 나와 부딪히는 순간 안개가 되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놈과, 심상세계에 있는 놈의 위치가 다르다.

또한 저 작은 비수는 일직선으로 날라오는게 아니라, 기괴한 방향으로 휘어져서 내 몸에 꽂아진다.

'모르면 뒤져야겠네...'

그런 트릭을 완벽히 숨기기 위해 일부로 형상뿐인 그것이 던지는 방향과 겹치게 비수를 내리꽂는다.

나는 곧바로 심상세계를 활성화 시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현실에서 그곳은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 내 앞에는 그레이드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빤히 노려보더니­

­스르륵...

내 뒤에 있던 분신이 안개로 변해버렸다.

"운명이 바뀔거라 생각하지 마라..."

­펑!!!!

그리 말하던 녀석이, 이내 나에게 쇄도했다.

힘이 어찌나 강한지, 녀석이 박차오른 땅은 금이 가 부셔져 있었다.

녀석이 내가 있는곳에 레이피어를 휘둘렀지만, 나는 텔레포트를 사용해 피해냈다.

그리고 내가 있었던 곳에 나타난 화염구...

­펑!!

그것은 이내 폭발하며 작열을 피워냈다.

"........"

'해치웠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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