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23화 (23/53)

〈 23화 〉 다짐 (1)

* * *

'해치웠나?'

그리 생각하는 순간, 화염이 피어나 검은 안개가 자욱해진 곳에서 예의 그 짧은 비수들이 벌떼처럼 솟아오른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날아오는 그것은 내 위치를 찾아내고 쏟아진다.

"끄으윽...!!"

'그냥 괴롭히는 용도는 아니였나?'

내 몸에 있는 비수를 뽑아내니, 비수가 어찌나 가벼운지 무게라는게 느껴지지 않았다.

날아오르는 비수의 떼들을 향해 거대한 물방울을 생성해내었다.

­퍼버벙...

비수들이 물 속에 틀어박혔지만, 꿋꿋이 나를 죽이기 위해 물을 파해치며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속도는 확연히 느려졌다.

곧바로 텔레포트를 써서 놈의 뒤로 다가가 둔기를 휘둘렀다.

­퍽!!

'....끄으­'

"그러니까 안된다는거다. 버러지놈아­"

­퍼버벅!

녀석의 연타를 맞은 나는 그대로 뒤로 날라갔다.

"나는 무형의 충격도 방향의 전환이 가능하지."

옆통수에 무언가 따뜻한게 흐르는게 느껴져 만져보니, 손에 붉은 액체가 묻어있었다.

"흡!!"

­타다다당!!!

놈이 허공을 난타하니, 총격 소리가 나며 무언가가 쇄도하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부릎 뜨고 심상세계로 보니, 예의 그 불길한 색을 가진 주먹 형상의 충격파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게 보였다.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했지만...

그것은 유도탄처럼 기어코 나를 따라왔다.

­퍼버벅!

"끄아악...!"

"눈에 보이는 것 같지만...네놈이 조심해야할건 그거 하나뿐이 아니다."

불타는 통증에 시선을 내리니, 내 몸통에 놈이 아까 던져둔 작은 비수들이 꽂혀져 있었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고 다가오는 충격파를 막아내기위해, 둔기를 횡으로 휘둘렀지만...

­퍽!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휘두른 둔기를 피해냈고, 내 얼굴에 꽂아졌다.

코 뼈가 뭉개지는듯한 통증.

몽롱해지는 정신을 깨우며 다급히 텔레포트를 썻고, 내가 있던 곳은 다른 충격파들이 내리꽂혔다.

­퍼버버버벙!!

충격음에 시선을 돌리니, 그레이드가 주먹이 안보일정도로 허공을 난타했다.

그 주먹 하나하나에 형상없는 충격파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영력 : 59 / 120]

'씨바....'

최대한 영력을 아끼기 위해 피하려고 하지만...

나는 아카데미에 있는 초인들처럼 빠르지 않았다.

그저 잔재주 많은 일반인일뿐­

­퍽!!

"끄윽...!"

방어막을 치고 텔레포트로 폭격을 피하는게 끝이였다.

­슉!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쏟아지는 공격에서 벗어났지만...

그 충격파와 비수들은 나를 찾아내 또다시 날아온다.

"골렘­!"

집중력을 끓어올려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니, 내 앞에 10m는 가뿐히 넘는 거대한 골램이 소환되었다.

­퍼버벙!!!

곧이어 내가 소환해낸 골렘에 수많은 폭격이 쏟아진다.

­쿠구궁...

골렘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박살났지만­ 날아오는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하아­ 하아­"

"호오...대단하구나."

숨을 고르고 있으니, 그레이드가 의외라는 시선을 보내왔다.

하지만...

­치지직...

놈이 자세를 취하며, 주먹에 마력을 끓어모았다.

"그래봤자, 어리석은 피조물일뿐..."

­펑!!

마치 대포가 터지는듯한 충격음과 함께, 내 앞에 거대한 충격파가 날아왔다.

'텔레포...'

[영력 : 14 / 120]

아.

영력이 부족하구나.

생존기를 상실한 나는, 허무하게 나를 죽이기 위해 날아오는 거대한 충격파를 바라보았다.

­파스슥...

눈 앞에 다가올 거대한 고통에 눈을 감고있었지만, 이상하게 아픔은 다가오지 않았다.

".....?"

­하아...도대체 몇번인지 모르겠구나.

그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너...무, 무슨..."

­퍽!!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이동하여, 그레이드에게 충격파를 발현시켰다.

그토록 강하던 그레이드는 수십m를 날아가 바닥에서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였다.

­보면 볼 수록 실망스럽군...

그것은 터벅터벅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았다.

"......"

나다.

온 몸에 어두운 문양이 새겨지고, 불길한 기운이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내가.

내 앞에 서있었다.

"너...뭐하는 놈이야­"

고통에 피를 쏟아내며 놈을 노려보니, 녀석이 끔찍하리만치 악하게 웃었다.

­나? 멸망의 후손, 불행의 형상, 악의 기원이다. 나는 미륵의 번뇌고 그리스도의 사탄이며 인드라의 아수라...뭐 그런것들이지.

"뭐라는거야 미친놈이...똑바로 말해."

­나는 죄와 악의 인과(??). 피어나버린 피와 재의 꽃...

녀석은 이내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곧 바알(BAAL)이며, 또한 베드히로 (BAD HERO)다. 네놈이지. 세상, 그리고 인류의 대적자.

녀석은 자신의 말이 재미있다는 듯 기분나쁘게 낄낄거렸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녀석을 노려보니, 이내 놈이 웃음을 멈추며 시큰둥하게 말한다.

­걱정 마라...나는 네 편이니까...죽이고싶은거지? 방해되는 쓰레기들을

그제야 떠올랐다.

­[설정의 급격한 변동으로 예상치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때 산 속에서 떠올랐던 공지. 그 거대하고 불길한 에러.

그게 이녀석이라는 것을.

­내가 죽이고 올테니, 너는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라.

"너가 어째서...?"

놈은 당연하다는 듯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말했다.

­죽이는데 이유가 어딨나.

놈은 그렇게 말하고 비릿하게 웃더니, 어딘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레아...'

아마 그녀를 죽이려 가는거겠지.

다시 고개를 드니, 나의 모습을 한 무언가는 그 자리에 없었다.

"......"

상상도 못한 상황에 얼어붙은 나는, 이내 텔레포트를 시전하였다.

[영력 : 14 / 120]

"쒯..."

눈을 감고 집중을 하니, 영력이 서서히 회복되었고­

[영력 : 15 / 120]

남은 영력을 모두 소모하여 텔레포트를 사용하였다.

그리고서 나타난 곳은...

아까 우리가 걸어가고 있던 동굴보다 약간 거대한 길이 있었다.

도플갱어놈의 흔적을 따라 이동했는데...

심상세계를 뜨니, 어둡고 불길한 기운이 잔상처럼 이어져 있었다.

곧바로 그 흔적을 따라 뛰어가니...

"뭐야 이거..."

길가에 분홍머리의 무언가가 쓰러져 있었다.

"헤으응...."

못본척하고 곧바로 지나쳐 앞으로 뛰어갔다.

'....늦지 말아라...'

그렇게 한참을 뛰어가니, 저 앞에 빛이 새어나오는 입구가 보였다.

그 입구를 지나치니 나타난 것은..

­꺄악!

그레이드라는 놈과 싸운곳과 비슷한 형태의 거대한 동굴, 그리고 저 멀리서 레아가 무언가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으니­

­파직!

"끅.!"

손가락이 타며 고통이 몰려들어왔다.

'결계...'

앞을 보니, 레아가 도플갱어인 나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죽이기보다는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주먹이나 발로 때리며 괴롭힌다.

­퍽!

­하...보면 볼 수록 실망스러워. 이런 쓰레기가 나의 적이라니.

"다, 당신 누구야..."

망신창이가 된 레아가 바닥을 구르며 이를 짓씹었다.

레아의 말에, 외모를 바꾼 내 자신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너를 죽이려 온 악당이지.

­까득...

"꺄아아아악!!! 아, 아파...! 하지마­"

도플갱어가 레아의 팔을 짓밟으니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녀석은 이내 레아의 뒷덜미를 잡고 나를 향해 집어던졌다.

바닥을 구르고, 돌덩이에 부딪히며 하얀 피부에 상처가 생겨난다.

"...끅!"

레아가 기침을 하니, 그 입속에서 피가 흘려나온다.

이내 도플갱어는 터벅터벅 걸어와 다시한번 레아의 다리를 짓밟는다.

­우드득...

"끄으으윽!!! 하, 하아악!!!!"

고통과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

눈에 눈물을 머금은 레아가 숨을 헐떡인다.

"하아...하아악...!"

엉덩이를 끌며 뒤로 가지만, 그곳은 결계가 막고있었다.

그리고, 그 결계 뒤에는 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꺄아아..."

­시끄럽다. 버러지년아.

­퍽!!

레아가 고통에 신음하려 하니 도플갱어가 레아의 얼굴에 발길질을 했다.

입술이 터졌는지, 피가 새어나오고, 그 피는 발길질의 충격으로 허공으로 비산했다.

도플갱어의 공격에 받은 레아는, 공포에 떨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패닉에 빠진듯 숨을 헐떡인다.

"......."

[나를 도와줘서 고마워.]

그 모습을 보니, 달빛 아래에서 레아가 내 손을 잡고 밝게 웃으며 해주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혹시...]

­우드득...

"꺄아아악!!!"

비명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도플갱어가 레아의 다리를 짓밟았다.

또다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레아의 두 큰 눈에 눈물이 떨어진다.

"하...하지 말아주세요....끄흡!...죄 죄송..."

­퍽!

"아...아악..."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꼭 불러줘...]

그녀가 나에게 해준 진심 어린 말이 떠올랐다.

그 친절하고 상냥한 말과, 지금 레아가 지르는 고통의 비명과 대조된다.

'......'

움직이고 싶지만, 움직일 수 없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레아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꼭 죽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사실 알고있었다.

히로인과 조연들은 정의의 편이고 세상의 구원자며 인류의 용사다.

그리고, 그런 레아가 앞으로 나를 죽이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는것을...

하지만...

나는 이내 과거를 떠올렸다.

버림받은 삶, 실패한 인생..

어두운 단칸방에서 맛대가리 없는 음식이나 씹으며 컴퓨터 앞에서 시체처럼 지내던 폐인...

가족에게 버려지고, 친구는 없다.

내가 다가가면 거부했고,

누구도 나에게 다가와주지 않았다.

[응! 웃으니까 더 멋져­]

그런 나에게 살아있다는 감각을 준 이들중 하나.

레아가 그날 밤에 해주었던 말들은, 나에게는 빛이였다.

"하...하아...제, 제발 그만...그만해주세요...히익..."

또다시 정신을 차리니, 나는 숨을 가쁘게 헐떡이고 있었고, 그런 한심한 내 앞에 레아가 애원하고 있었다.

도플갱어가 서늘한 표정으로 다시한번 다리를 들어올린다.

'야...작가놈...'

"아..아아..."

레아의 공포어린 신음을 들으며 속으로 말했다.

'듣고있잖아. 화신도 없고 자기 세상조차 망쳐버린놈이 무슨 일이 있겠어.'

그리 말하니, 무언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니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애.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그리 말했지만, 침묵만이 돌았다.

하지만, 그 침묵 사이에서 무언가가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정말 그래도 괜찮겠냐는 말...

괜찮겠냐니...

나는 입술이 피가 나도록 씹어대며 소리쳤다.

"괜찮을리가 없지!!"

소리치며 주먹을 내지른 순간, 내 눈앞에 신이 내린 전언이 떠올랐다.

그 문자는 순식간에 내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쨍그랑!!

레아를 막고있던, 나를 막고있던 결계를 부셔냈다.

­뭐, 뭣!

나는 레아를 짓이겨 죽이려고 하던 오류 덩어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크게 당황한 녀석은 내 주먹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하였고,

­퍽!!

이내 볼을 얻어맞고 뒤로 밀쳐졌다.

온 몸에 힘이 차오르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이 느껴진다.

[영력]

그것은 전에 봤던 것처럼 붉고 어둡게 타오르는게 아닌, 성스러운 푸른색으로 타오른다.

'각성효과...'

"베, 베드...?"

이내 레아가 나를 돌아보았고­

"끄...끄흑...베, 베드으응...흐아아앙..."

이내 울음을 터트리며 내 다리에 매달렸다.

절대 자기를 버리지 말라는듯, 이 위기에서 구해달라는듯 간절하게 매달라오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혼자서 열심히 했어."

"흐, 흐으윽..."

"이젠 내가 할게."

"으...응...!"

나는 울음을 터트리는 레아를 지나쳐­

­이, 이새끼가...

바알 베드히로 앞에 섰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