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24화 (24/53)

〈 24화 〉 다짐 (2)

* * *

­뭐하는 짓이냐...

나를 죽일 듯 서늘하게 바라보는 녀석에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뭐...상황에 따라 달라지는거 아니겠어?"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거늘...

확실히 그의 말이 맞다.

그는 나를 도와주려고 하고있다.

그렇기에 얼굴까지 변형시켜가며 레아를 공격한거겠지.

하지만...

나는 조금 전 내 눈앞에 떠오른 문자들을 떠올렸다.

"이젠 아니지."

내 말에 그가 인상을 강하게 찌푸렸다.

­지금이라면 재미있는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다. 허튼 짓 하지 마

"하. 싫은..."

그리 말하는 순간, 내 눈앞에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나왔다.

내 머리를 터트리려는 목적을 가진 거대한 살기.

­퍽!!

­흥. 어리석은놈....

­퍼벙!!

그리 읊조리는 놈이 있는 자리에 불의 창들이 꽂혀졌다.

그 창들은 바닥과 부딪히는 즉시 터지며 놈을 덮쳐왔다.

­너이자식...

[영력]

각성 효과로 제한이 사라진 힘.

눈을 감고 심상세계를 뜨니, 이 공간에 수백명의 '내'가 생성되었고, 내 근처에는 수많은 마법들이 떠올랐다.

"[창조]의 권능..."

권능을 사용하니, 내 주변에 일백에 가까운 마법들이 소환되었고...

­­­­­!

곧바로 놈에게 빗물과 같이 쏟아져내린다.

­...놈!!

녀석이 충격파를 쏟아내지만, 정신은 몽롱하고 집중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빨라...그렇다면.'

이 공간에 있는 수백개의 나와 위치를 바꿔가며 쉴새없이 텔레포트를 사용한다.

세상이 바뀌고, 시야아 어그러지는듯한 혼란.

다행히 그 혼란덕분에 나는 녀석의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창궐하라!!!!

녀석이 소리치니, 귀가 터질듯한 소리가 동굴 안을 찢으며 울러퍼졌다.

그와 함께 녀석의 몸에서 퍼지는 불길한 기운들.

끈적끈적하면서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혹은 공기처럼 이 동굴안에서 빠르게 퍼져나간다.

­치지직....

그 어두운 기운에 닿으니, 내 마법들이 말 그대로 녹아내린다.

"쯧­"

곧바로 레아를 들쳐매고 텔레포트를 연속으로 사용해 동굴 밖으로 빠져나갔다.

­...도망쳤나.

"도망친거 아니야 미친놈아."

­어째서 그 계집을 살렸지?

그는 레아를 쫓지 않고 나를 보며 말한다.

그 살의 가득한 눈빛때문에 알 수 있었다.

지금 놈이 레아보다 나를 더 찢어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죽이는데 이유가 어딨나."

녀석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니, 녀석이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널 죽이지 못하는게 아니다. 살려주고 있을뿐.

알고있다.

당장 저번에 인과율이 폭주했을때 녀석의 힘의 일부를 맛보았으니까.

놈이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저 실날같은 인내가 끊어진다면...나는 곧바로 몸이 터져버리겠지.

'하지만...'

­­­­­!

양 손을 모아 기운을 모아냈다.

그리고 나타나는 창조의 권능.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며, 무에서 유를 현현시키는 그 신의 힘.

한계가 풀린 영력을 말 그대로 쏟아부으니 내 손에서 어떠한 물질이 조합되고 생성된다.

전의 나였으면 상상도 못했을 행동.

­마법으로 날 죽일 생각은 하지 마라...체내에 있는 악신의 힘이 날 보호해주니까.

알고있다.

방금의 그 마법폭격에서 녀석은 방어하지 않았다.

맞아도, 그 어떤 데미지를 받지 않는것을 보았으니까.

나는 확신하는 녀석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공부라는게 몇년 만에 하니까 어렵더라?"

­...그게 뭔 개소리지.

"수업에 배운건 다 쓸모가 있다는 꼰대들의 말도 귀기울여 듣길 잘했어."

모든 초인들은 몸에 마나가 있다.

마법이라는 술식이 아닌, 그 마나로 인한 에너지 자체로 충격을 받는다면, 몸 속의 마나가 나타나 몸을 보호한다.

눈에 뭔가가 날아오면 본능적으로 눈꺼풀을 닫는것처럼...

"넌 진짜 괴물이야..."

하지만, 녀석은 그런것을 벗어났다.

그 어떤 마법공격도, 녀석의 몸 근처에 닿으면 단순한 마나따위로 변해버린다.

마법의 술식은 파쇄되고, 흔적만 남는다는 소리.

"그러니까 이길 수 있다는거다."

곧이어 내 손에 생성대는 하나의 물체.

나는 그것을 어디 한번 공격해보라는듯 가슴을 펴는 녀석에게 조준했다.

­탕!!!

방아쇠를 당기니, 탄환이 괘적을 그리며 날아가 녀석의 심장에 박힌다.

­커, 커헉...이...이 무슨...!

그 어떤 마법보다 빠른 음속의 속도.

놈은 방심했고, 때문에 피할 수도 막을수도 없었다.

"후우..."

나는 내 손에 들린 리볼버를 보며 말했다.

"성능 확실하구만."

나는 조금 전 내 앞에 떠오른 문자를 떠올렸다.

[새로운 목적 : 아카데미 졸업 전까지 조연들을 살릴 것]

작가놈이 내 말에 나에게 준 목적이다.

하지만, 이는 나에게 독이다.

조연을 방해하거나 죽이는게 내 목적이였지만, 죽이는 선택지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샘이니까.

심지어 죽이지 않는것과 살리는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내가 조연들을 하나하나 끌고가야하니까.

심상세계를 보니, 또다시 그 문자열들이 솟아올랐다.

[설정 변경으로 인한 밸런스 조절을 위해 새로운 능력을 전수받습니다.]

[ 무위이화(無?化) : 창조 사용에 대한 제약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단 영력의 사용량이 많아집니다.]

특수효과가 남아있거나, 까다로운 마법을 사용할 경우 그 마법의 수식을 알아야만 창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위이화를 사용하면 그런 수식따위 알지 못해도 '상상하는것' 하나만으로 현현이 가능해진다.

­이새끼...무슨 짓인가.

앞을 보니, 어느새 내 모습으로 돌아간 악귀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꽉깨물어라."

­딸칵.

"살살 맞으면 안아플지도 모르잖아?"

­이, 이새끼가!!!

탕!!

총알에 머리가 뚫린 녀석이 이내 바닥으로 쓰러졌다.

"후우...진짜 해치웠구나."

­이대로 끝일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

이런 미친 사망플래그를 봤나.

­나에..게 죽음은 상...태일뿐...결국 다 죽여보일것이다.

녀석은 나와는 달리, 진심으로 세상의 멸망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놈의 눈동자에는 끔찍하리만치 더럽고 끈적한 집착이 담겨있었다.

"알아서 해라. 할 수 있다면."

­흐흐흐...그래...그래야지...그래야 재밌겠지...

피를 쏟으면서 낄낄거리는 녀석이 이내 먼지로 돌아갔다.

그 먼지는 이내 나를 향해 다가와 내 몸속에 흡수되었다.

[인과율 : 17%]

이 인과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알 수 있다.

대련에서 루카스를 죽이려고 했을때 올라갔고, 흑마법서를 흡수했을때 또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전에 산 속 결계에서 또다시 살인충동에 일었을때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악신...'

작가는 이 세상에서 악신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악신의 화신인 나에게 있어서 이것은...

'악(?)함...'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무언가 위기에 처했을때 혹은 내 정신이 약했을때 이 인과율은 나를 파먹고 몸을 빼앗을것이다.

저번에도, 그리고 오늘도 그랬던 것처럼.

"커헉..."

기침을 하니,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온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저 멀리서 구조대로 보이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야가 암전되었다.

*****

낯선 천장이다.

­샤르륵...

가 아니라 보건실이군.

바람이 불어오니, 창 안으로 꽃잎이 들어오고 약간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내가 이런 고급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니...

머리는 안다쳤으면 좋겠는데­

­쿠우...쿠우...

옆을 보니, 푹신하고 깨끗한 침대 옆에 레아가 엎드려 있었다.

의자에 앉아 상체를 침대에 기대고 잠에 들은 모습.

새근새근이 어울리는 외모지만, 꽤나 피곤한지 코까지 골고 계신다.

밝은 공간에 햇살이 스치는 비춰지는 모습.

여신같은 외모의 그녀가 나를 간호해주고 있었다는 것에 가슴 속 어딘가가 뭉클거렸다.

역시 히로인이라는 건가...?

전에 봤을때는 뼈가 부러지고 몸 곳곳에 상처가 많았지만, 고위사제라도 왔다 갔는지 그녀의 몸에는 상처가 없었다.

[인과율 : 17% (비활성화)]

나는 그것을 보다가 작게 읊조렸다.

"양피지."

내 말과 함께, 이곳에 오면서 받았던 양피지가 떠올랐다.

최종목표 : 세상을 멸망시키십시오.

조건 : 아카데미 졸업 전까지 조연들을 살릴 것.

[권능] 구현 / 창조

­ 무위이화(無?化)

[인과율 : 17% (비활성화)]

여러 글자들이 있지만, 위의 것들이 가장 인상깊다.

그리고...

조건 : 아카데미 졸업 전까지 조연들을 살릴 것.

­레아, 루카스, 에르시아, 엘린, 샬롯

그렇게 내가 보고있던 양피지는, 점점 낡아졌고 이내 바스라졌다.

수명이 다한건가?

신이 준 종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소멸한다는게 납득이 안되지만, 이내 이해했다.

거렁뱅이 신이 세상에 억지로 개입하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일일테니까.

그렇게 가루가 되어버린 양피지가, 이내 공기중에 비산하며 사그라드는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아..."

내가 뭘한걸까?

나는 내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누구나 반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만한 소녀.

알고있다.

이들이 소설 속 세계의 허상이라는 것을.

목표를 달성하고 내가 떠날 때가 된다면, 먼지처럼 사그라지는 그저 등장인물 이라는 것을...

하지만­

"살아있는 것 같잖아..."

작가놈이 너무 잘 만들었다.

쯧­

나는 또다시 혀를 차며, 또다시 내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감정에 휩싸인 선택때문에 내 목숨을 살릴 기회를 또 날려버렸다.

'난 뭘해야 할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한심한 하층민일뿐.

누구에게나 무시당하고, 누구나 경멸하고, 누구보다 한심한 사람이였다.

그런 나이기에 선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흐...흐암..."

이내, 내 옆에서 자고있는 레아가 일어났다.

"베드...잘 잤어...?"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레아를 보며 번뇌와 고뇌가 사라져갔다.

시간이 되돌려져도, 나는 또다시 이들을 죽이는걸 거부했겠지.

내가 아무말도 없으니, 레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하얗고 부드러운 손을 내 볼에 올린다.

"너는, 나를 또 구해줬구나"

지금 그녀의 눈동자에 깃들어진 감정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나는 아무것도 못해주는데..."

나를 애틋한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던 레아가, 이내 그 작고 부드러운 입술을 열었다.

"나­"

"잠깐, 나도 있는데 무시해? 저기요 베드히로씨? 저도 병문안 왔어요오~"

"꺄악! 루, 루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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