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26화 (26/53)

〈 26화 〉 조연 모으기 (2)

* * *

나는 다음날 바로 등교했다.

깨어난 날이 월요일이라니...금요일이였다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그동안 푹 자서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수업은 미칠듯이 지루하겠지만.

하지만...수업시간마다 엎드려서 멍때리는 것과는 조금 달라졌다.

예를들어...

"아...! 베드~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니야. 표기된건 17g인데 베드가 넣은 양은 19g이잖아...다른 재료라면 모를까 이건 매개체라 신중하게 넣어야 해...!"

시약 제조 수업때 내 옆으로 와서 도와준다거나...

"허억...허억..."

"하아...베드...조금만 더 힘내자?"

체력단련 수업때 내 옆에 붙어있는다거나...

"이동수업이야 베드...빨리 나와! 준비물 잊어버린거 없지...? 이, 잊어버렸으면 말해 나 두개 준비했거든"

평소처럼 애들에게 둘러쌓이는게 아니라, 내가 일어날때동안 기다린다거나...

"흐흫...잘 잤어? 뭐 먹고싶은거 있니?"

점심시간에 내 옆자리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가 왜 여기 있는거지...?

레아는 반의 분위기 메이커다.

소위 말하는 인싸중에 인싸.

당장 다른 반에서도 조연 외에도 레아를 보려 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니까.

그런 그녀가 달라붙는 반 친구들을 떼어놓고 내 옆에 있는건 심히 부담스럽다.

그렇게 깨어나자 마자 보이는 히로인 미소에 내심 당황하고 있으니...

"베드히로! 밥먹으려 가자!"

혼밥이 하기 싫은 아웃싸이더가 A 반으로 찾아왔다.

"하아­ 하아­"

숨을 헐떡이는 루시의 모습에, 그녀가 얼마나 다급하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굳이 놀리지는 않았다.

저번에 밥 같이먹는거 까먹었으니까...

"어? 레아도 있네? 안녕!"

"안녕 루시~"

...무슨 조합이지.

루시랑 같이 밥을 먹으면 그나마 아싸친구끼리 먹는것이라 딱히 부담감이 없지만...

레아가 식당으로 가는 순간 이목이 쏠려서 꽤나 부담스럽다.

당장 오늘만 해도 몇몇 남자들이 레아랑 무슨 사이냐고 물어왔으니까.

그렇게 식당으로 가 밥을 먹을 먹으면서 레아에게 말했다.

"레아?"

"으음...꿀꺽­ 왜 불러 베드~?"

무슨 부탁이든 들어줄 것 같은 그 인자한 미소에 나는 결정하고 말했다.

"나 동아리 하나 만들려고 하거든...? 혹시­"

"응! 응! 좋아! 나도 하고싶어!"

말을 하기도 전에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때마다 거대한 가슴이 위 아래로 흔들린다.

단추가 입다물고 밥이나 쳐먹으라고 절규하는 것을 느끼며 당황했다.

이게 이렇게 쉽게 된다고...?

"어? 어어? 나, 나도 할래...!"

우리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루시가 외쳤다.

사실 나도 루시의 등장은 환영이다.

눈부신 조연들과 히로인 사이에서 루시같은 애가 있으면 속이 트일 것 같았으니까.

나는 방긋방긋 웃으며 토마토를 입 안에 넣는 레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레아...이거 진지한 말이거든...?"

"지, 진지한말...? 혹시­"

왜인지 얼굴에 홍조가 띄는 레아와, 나처럼 얼굴을 내밀며 귀를 기울이는 핑크 망상 오타쿠...

"저번에 습격했던 테러범이랑 관련이 있어..."

"아..."

"무, 무슨...!"

루시가 과장스럽게 반응하는 것을 들으며 얘기했다.

내가 살려야 하는 이들은 레아, 루카스, 에르시아, 엘린, 샬롯이다.

샬롯은 왜인지 모르지만 조연으로 취급 당했으니까...

앞으로 아카데미는 셀 수 없이 많은 위험과 테러가 있을 예정이다.

다름 아닌 주인공이 있던 세계관이였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이들을 가장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거겠지.

그렇기 위해 생각해낸게 바로 동아리다.

나는 내가 살려야 하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해주었다.

"베, 베드가 그걸 어떻게 알아?"

"놈이 알려줬어."

"그, 그렇구나...!"

"비겁해...! 테러나 하다니­"

예상은 하고 말하는거지만...너무 쉽게 수긍하니 오히려 이들의 앞날이 걱정된다.

"그러면 그 아이들한테 얘기해주는건...?"

그렇다면 그들은 자퇴할 것이리라.

주인공 만만치않게 조연들이 겪는 위기도 많다.

죽는다고 해도 퀘스트가 깨질까봐 걱정이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얼마나 강해질지 걱정이다.

옆에 두고 관리해야겠지.

"안믿을거야...차라리 한 자리에 모여서 대응하는게 편해."

"교, 교관님께 말씀드리면 어떨까?"

바들바들 떠는 루시를 보며 말했다.

"내가 말한 애들중에는 평민도 있어. 암살 위험이라면 차라리 이곳에 있는게 나아. 시온의 경비는 황궁과 맞먹으니까. 섣불리 말하다가 자퇴같은 일이라도 한다면..."

"더 위험해지겠구나...!"

"그라제!"

머리를 안굴리고 바로바로 입 밖으로 대답을 내뱉는 둘의 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래. 그럼 내가 모으는거 도와줄게."

"크큭...사실 이런 일이 올것이라는걸 알고있었어. 만화에서 봤는데 아카데미 올라가면 4대크루니 헤드니 이런것들이 있다면서?"

나는 긴장하면서도 신나는 둘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계획대로...'

밝은 성격의 히로인에게 백치미는 필수지.

나 뿐만 아니라 정신병 걸린 것 같은 작가놈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루시는...

"나, 나도 어둠에 다가가는거야...음지의 세계­"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았지만,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흥분에 몸을 바들바들 떠는 루시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적당히 합의가 끝난 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어처피 루시의 작은 입에 음식이 다 들어갈려면 시간이 걸렸으니까.

'이제 방해를 시작해야돼...'

내 최대 이점은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것이다.

즉, 무언가 수작을 부려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소리.

또한 원한다면 인위적으로 마나의 흔적을 남기는것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뭔가 어색하게 흔적이 남았었지만...무위이화를 깨우친 지금은 자연스럽게 흔적을 남겨 속이는것이 가능하다.

'마법은 내 근처에밖에 생성이 안돼...'

팔을 뻗을때 닿는 거리 안에서만 창조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

[영력 : 200 / 200]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영력의 양.

전에 비해 80이나 늘었다.

도플갱어의 등장, 그리고 창조주라는 놈에게 받은 퀘스트 등등...

그것들을 생각하면 80은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상당히 만족스럽다.

'죽이는건 안돼...'

그렇다고 중상을 입히는것도 꺼려진다.

짜증날 정도로 현실적인 캐릭터들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느껴진다.

눈을 질끈 감으면 못할것도 없겠지만 썩 내키지 않는것은 사실.

그리고...

중상을 입고 쓰러져있을 동안 또다시 위협이 다가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방해공작은...

'저주술.'

악신의 화신인 나는 흑마술을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다.

대부분 저주나 주술 등등으로 이루어진 흑마법은 수식에 대해 아는것이 필수적이였다.

하지만, 제국에서 흑마법은 금지되었고 들킬시 성전에서 기사단이 파견되기에 정보도 별로 없었지만...

이 역시 무위이화로 극복이 가능하다.

나는 시범으로 근처에 있는 분홍머리에게 아주아주 미약한 불운(?)이라는 저주를 걸었다.

­뇸!

"으엑­ 셔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귤 한조각을 삼킨 루시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다.

"어어...? 그럴리 없는데...여기 귤은 특제품이라 전부 달걸?"

그러한 루시를 의문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레아.

그 말에 나도 귤을 입에 넣었다.

달다.

맛있네.

­뇸!

"으엑­ 시잖아...!"

레아의 말에 '내가 착각한건가...?' 라는 시선을 하던 루시가 또다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전과는 달리 포니테일로 묶은 분홍머리가 바들바들 떨려온다.

그녀의 오른쪽에 달린 안대가 살짝 젖는게 눈물이 핑 도는 것 같다.

'...그정도인가?'

"나도 한입만."

내 말에 루시가 자신이 먹던 귤을 전부 나에게 주었다.

"아, 아앗...그거 루시가 먹던건데..."

이상한 소리를 하는 레아를 무시하고 귤을 전부 삼켰다.

'와...씨...'

귤이 아니라 자두의 껍질을 씹는 듯한 신맛.

눈쌀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내 앞에 있는 루시가 내 표정을 보고 꺄르르 거리고, 레아가 안절부절 못하며 컵에 물을 따라주었다.

"베, 베드으..."

레아에게 받은 물컵을 받고 원샷을 때리니, 레아가 손수건으로 내 입을 토닥여준다.

"....?"

"아, 이, 이건..."

의문스러운 표정을 하니 당황하면서도 손수건을 주머니 깊숙한 곳에 집어넣는 레아.

­오독. 오독.

"자!"

신 맛을 없앨려는지 초콜렛을 씹던 루시가 내 입에 초콜렛을 넣어주는걸로 식사를 마쳤다.

"일어날까?"

"응!"

"좋아."

식판을 놓고 식당을 빠져나간 뒤 레아가 나에게 말했다.

"베드~ 음료수 마시고 싶은거 있어?"

"난 쪼꼬몽!"

"음? 아니야 내가 살게."

내 말에 레아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으응으응...빨리 말해봐~"

...언제봐도 너무할정도로 예쁜 레아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냥 과일주스 아무거나."

"아! 알겠어. 베드는 취향이 그거구나~?"

또 하나 알았네! 라고 읊조리는 레아가 근처에 있던 매점으로 뛰어갔다.

"흐흥흐흥~ 해피해피~"

고개를 좌우로 씰룩이며 방긋방긋 웃는 루시.

그럴때마다 시온의 '유일' 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분홍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요즘 기분 좋아보인다?"

"응? 당연하지...! 다른사람이 내 음료수를 사주잖아...! 진정한 친구라는 의미야."

그게 무슨 소리지?

너무나도 진지하게 말하는 루시에게 물었다.

"그게 뭔 논리냐?"

"아니아니~ 보통은 진짜 친해지고 싶은 애들한테 음료수나 빵 같은것들을 사서 주잖아?"

"어, 어?"

"내가 많이 해봐서 알아. 레아가 나한테 음료수를 사준다는건 우리가 정말 친구라는 뜻이야...! 나는 레아랑 친구 안될 생각 없거등."

눈물이 핑­ 도는 답변에 또다시 어색해진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또다시 방긋방긋 웃으며 콧노래를 부르는 루시...

그렇게 레아가 나에게 준 포도주스를 마시며 근처 벤치에 앉았다.

내 옆에 있는 루시와 레아덕분에 주변에 있는 시선이 나에게 몰린다.

나에게도 봄이 왔구나...

지나가던 이들은 레아의 거대한 그것에 한번 놀라고, 또다시 얼굴을 보고 한번 더 놀란다.

레아는 말할것도 없고 루시도 정신이 약간 홱까닥 돌았을뿐, 외모는 예쁘고 귀여웠으니까.

저절로 어깨가 펴진다.

"근데 동아리 활동은 뭐라고 할거야?"

"흑마술 동아리...!"

또 중2병이 돋은 루시에게 레아가 쓰읍­ 하는 소리를 낸다.

금새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이는 루시.

그것들을 보다가 그녀들에게 말했다.

"천문부."

"응?"

의문스러워하는 그녀들에게 말했다.

"동아리들은 대부분 있더라. 그들중에 중복되지 않는걸 해야됐어."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따로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처음 작가놈의 똥망글을 봤을때 있던 글.

[허나, 그는 알지 못했다. 세상을 되돌리는 지고의 톱니바퀴는 멈추지 않았다는것을...]

분명 이런 글이 있었다.

그중에 주목한 것은 '지고의 톱니바퀴'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유따위가 아니였다.

내가 선택한 과목인 신학과 정보학

그곳에서 듣고 읽은 정보에서 알 수 있었다.

지고는 신과 우주.

순환은 생명과 달.

이때 생명은 회귀를 뜻하는것이라 추측했다.

당장 주인공이 회귀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남은것은 신, 우주, 달 이라는 키워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옥의 신들을 제외한 신들은 하늘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주와 달...

지고의 톱니바퀴는 평범한 한사람을 비범하게 만들었고,

단 혼자서 세상을 멸망에서 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당장 주인공이 그것을 이용했으니 분명 존재할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 천은 단순히 하늘뿐만이 아니라 신이나 전지자 등의 비유로 표현되기도 하니까.

이 세상은 작가놈의 모자란 뇌로 만들었다기에는 꽤나 어렵고 심도 있다.

'목적을 이루려면, 그런 세상의 비밀을 알아야해...'

"와아! 재밌겠다...! 천문부라니­"

호들갑을 떠는 루시의 옆에서 레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으응...좋을 것 같아. 역시 베드야."

"그럼, 내가 말한 사람들한테 말해보자."

아싸인 나와 루시라면 모를까, 레아라면 확실히 믿음직스럽다.

거의 500루시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겠지.

"내가! 내가 얘기할게!"

잔뜩 흥분한 루시가 손을 빽! 빽! 들며 외쳤다.

"....할 수 있겠어?"

너는 안되지 않을까? 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그것을 걱정으로 받아들인 루시가 말했다.

"그러엄! 나는 처음 본 애한테 말 거는건 잘해...! 전부 차여서 그렇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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