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진격과 전격의 루시!
* * *
"아...안녕..."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찬 루시가 나에게 인사를 하며 손을 소심하게 흔든다.
"....."
그 소심한 모습에 왜 하필 루시냐고 불평하던 이들도 불쌍한 것을 보는 눈빛을 한다.
저 멀리서 레아가 너무 괴롭히면 안돼! 라는 간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야. 그래도 좋게 생각해...그나마 나여서 좋은거야."
엘린같은 녀석을 만났으면, 루시에게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잡담은 그만. 대련을 시작하겠다."
그 말에 소매로 눈을 닦은 루시가 결의에 찬 표정을 했다.
나름 흑마법사 희망자라 그런지 싸울때는 진심이니까.
정확히는 위기의 상황에 각성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크크크..."
아니, 진짜 떠올리고 있구나...
루시에게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고 있으니, 길버트가 외쳤다.
"그럼! 대련 시작!"
***
"신비의 도술. 그게 내 재능이지."
"어 그러냐? 알려줘서 고맙고."
도술이라면...도(?)를 익혀 신묘한 재주를 부리는 술법이라고 알고있다.
솔직히 마법이 발달한 이 세상에서 도술이나 마법이나 겉으로만 봐서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정확히는 마법은 파이어볼이나 전격 등등의 파괴력이 강한 마법이 대부분이고,
도술은 요술과 환술, 그리고 격투술 등등이 조화를 이룬 초자연적인 힘이다.
그냥 도술은 귀찮고 알수없는 잔재주가 많다는 것
뿅! 뿅! 뿅!
내 앞에 늘어나고 있는 루시들을 보면 답이 나오겠지.
분홍머리가 뿅뿅뿅 하고 나타나니, 이 대련을 지켜보는 학생들 심지어 길버트조차 입을 헤 벌리며 쳐다보고 있다.
오늘은 트윈테일이구나.
사람 한명이 늘어날때마다 휘날리는 분홍머리가 두배씩 늘어난다.
"베에드...히로! 너 각오해! 나도 훈련 열심히 했거등?!"
나는 내 앞에 있는 루시들의 숫자를 헤아렸다.
총 12명...
12명의 루시들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살벌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저중 본체를 해치워야 한다.
루시정도면 이마에 촙 한번 때리는걸로 제압이 되겠지만, 나머지 루시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겠지.
그러니 평소처럼 마법으로 해결한다.
내 주위에 루시의 머리만한 물방울들이 생겨난다.
워터볼.
그중 하나를 나를 가장 살벌하게 노려보며 주먹을 떠는 루시에게 쏘아냈다.
"호잇!"
"아니!"
그러자 루시는 내게 90도 인사하듯 허리를 숙임으로써 피해냈다.
그 절도있는 행동으로 인해 루시가 무협지에 나오는 도술사라는것이 느껴진다.
"자! 이제 시작이야!"
그 말과 함께 12명의 루시가 나에게 달려온다.
나는 텔레포트가 있으니 본체가 멀리 있어봤자 소용이 없다는걸 알고있겠지.
"꿀밤 딱대."
귀여운 여자아이가 뛰어오는것은 굉장히 보기 희귀한 것이여서, 생도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텔레포트를 써서 저 멀리 떨어졌다.
"파랑(??)"
즉 웨이브. 그냥 파도다.
물을 만들어내 파도처럼 루시들에게 날려냈다.
소환해내는 물마다 영력이 정말 물처럼 내려갔지만...
흐아악!
꺄아악! 나 잡지마!
다, 다들 버텨야해!
영력을 쏟아부은 값어치는 하고있다.
12명의 루시들은 몰려오는 물에 떠밀려내려가지 않게 서로를 붙잡으며 버텨댔다.
흐냐아악!
"한명 컷!"
기어이 떠밀려간 루시가 대련장 아래로 떨어지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정작 물에 젖은 루시를 받은 여생도는 물난리에 당해 싸늘한 눈을 하고있지만...
나는 한 손으로 물을 소환해내며 버티고 있는 루시들을 바라보았다.
즐겁다.
존나 즐겁구나!
입꼬리가 올라가는것을 느끼고 있으니, 이내 루시 하나가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베드히로...내가 훈련했다고 말했지?"
"뭐...?"
"필살기야. 죽지 마."
그리 말한 루시가 한 손을 크게 들고 입을 크게 벌리며 외쳤다.
"찌릿찌릿 펀치!"
파지직.
그 말과 함께 루시의 손에서 괴상한 번개같은게 스파크를 일으킨다.
"미, 미친!!!"
이내 루시가 그 손을 물에 담갔다.
"그러면 너도 감저러러러러러럭."
물에 손을 대고 있었기에 루시가 만들어낸 전기가 내 손바닥을 타고 찌르르 흘려들어오는게 느껴졌다.
곧장 물을 소환해내는것을 멈추니 그제야 멈추는 전격...
그렇게 하면 물 속에 있는 루시들도 괜찮지 않을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헥토파스칼 킥!!"
11명의 루시가 나에게 날라차기의 연격을 쏘아냈다.
나는 비참하게 허공을 날아 대련장 바닥에 쓰러졌다.
어째서, 어째서 감전이 되지 않은거지...?
그런 의문에 앞을 바라보니
"후후. 도술사는 자기가 만든 힘에 당하지 않거든? 마법사들이랑은 다르다구!"
"미, 미친...."
이내 11명의 루시들이 가학적인 웃음을 지으며 쓰러져있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테, 텔레포...!"
그리 외쳐대니, 내 몸에 루시의 주먹이 닿으며 집중이 끊겼다.
히히! 못가!
어딜 도망가!
아핫! 드디어 잡았다!
내 양팔 양다리에 올라탄 수많은 루시들.
옆을 바라보니 경악과 공포에 떠는 생도들이 보였다.
하지만...
잡았다!
내 시야는 분홍머리의 부드러운 살결 탓에 가려졌다.
내 몸 곳곳에서 화악 화악 밀려오는 여자아이의 향기와, 몸 곳곳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에 정신이 몽롱해져서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승자. 아드리아 루시!"
길버트가 외쳤다.
난.
패배했다.
씨발.
그렇게 어두운 시야 속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고있으니
"시시해서...죽고싶어져따!"
샬걸 속에 파묻힌 내 어두운 시야 구석에서 귀여운 얼굴이 꾸물꾸물 기어와 그리 말했다.
'씨이바알...!!!'
***
결과적으로 말하면 반 대항전은 승리했다.
레아는 영력으로 상대방을 튕겨내 장외탈락 시켰고, 루카스와 에르시아 그리고 엘린은 무난하게 상대를 압박하여 이겨냈다.
그렇게 모든 수업이 끝나고 반에 홀로 남아 자괴감에 빠져있으니
"베드으...괜찮아. 오구오구...분명 배려해준거지? 레아는 우리 베드가 최고야"
레아가 내 옆에서 나를 토닥이며 위로해주었다.
어린아이를 다루는 듯한 태도...그 대련탓에 레아의 머릿속에서 나는 루시 아랫사람으로 각인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히히! 어딜 흑룡여왕님을 이길려구...!"
그렇게 잔뜩 위로를 받고 있으니, 루시가 와다다 달려와 나를 놀려댔다.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