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구교사 (1)
* * *
우리 넷은 알리시아에게 찾아갔다.
천문부에 관한 부실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검술 동아리보다 유익하지는 않을텐데 괜찮아?"
나는 우리의 뒤를 따라오는 엘린에게 말했다.
"응...좋아..."
"하하하...베드 우리도 검술동아리 못지않은 동아리로 만들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교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알리시아에게 말을 거니...
"미안!"
그녀가 우리에게 사과를 했다.
그도 그럴게...
"아니 부실이 없다고요?"
"응..어떻게 된게 남은 부실이 하나도 없더라..."
동아리로 쓸 부실이 없단다.
"그럼 저희 어떻게..."
"그래도!"
레아의 말을 끊고 알리시아가 외쳤다.
"딱 하나 있긴 한데...괜찮다면 거기 쓸래?"
"거기가 어딘데요?"
"아. 아하하..."
알리시아는 눈치를 보며 지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구교사야..."
라더라.
"그, 그래도 좋지 않을까?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간간히 사용했고...그리고 레아의 재능은 주술이니까"
지도를 보니, 솔직히 있는지도 몰랐던 구석에 작은 건물이 있었다.
"지금은 창고로 쓰고있어서 간간히 사람구경도 할 수 있다구...! 아...이, 이건 아닌가?"
나름 팔다리를 휘저어대며 긍정적으로 말해대는데...
솔직히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하아 어쩔 수 없죠."
"응응! 부실 하나 생기면 무조건 가지게 해줄게."
알리시아가 방긋 웃으며 나에게 열쇠를 주었다.
우리는 허무하게 낡은 열쇠를 받고 교무실을 나왔다.
"......"
"......"
"......"
"구, 구교사다아...! 말만 들어도 뭔가가 일어날 것 같아...! 분명 신비한 어둠이 잠들어 있겠지?!"
루시만 신나 죽을려고 하고 있고, 우리는 멍하니 서있을 뿐이였다.
"일단 갈까?"
"응..."
우리는 그리 말하며 교내에서 나와 밖을 걸었다.
거대한 시온의 부지의 구석. 관리도 잘 안되는 것 같은 그곳에 낡은 건물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밝은 색의 시온 아카데미 건물과는 달리,
구교사의 건물에는 어두운 목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걸을때마다 끼이익 소리가 날 것 같은 것이...
'미, 미친 작가놈아...'
누가봐도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이 있었던 세계에서 이곳에서 뭔 개지랄이 일어났다는 것을.
그만큼 불길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쒜엣"
엘린은 평소대로 무덤덤한 표정이였고, 레아도 말을 잃었다.
아까까지 신나가지고 내 옆에서 방방 뛰던 루시는 내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아카데미 건물은 21세기인데 왜 여긴 80년대야...?'
작가놈이 억지로 우겨넣었을게 분명하다.
"가...갈까?"
그리 멍하니 있으니 레아가 애써 우리를 다독이며 앞장섰다.
"히..히야아...베드히로는 내 앞에...엘린이는 내 뒤에 있어야 해..."
루시는 내 뒤에서 불길한 구교사를 바들바들 떨면서 보더니,
엘린의 소매를 꾸욱꾸욱 잡아 자신의 뒤에 두었다.
엘린은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무표정으로 루시의 뒤에 섰고.
터벅...터벅...
흙바닥을 걸어 구교사의 정문으로 가니...
"쒜엣"
2m 크기의 커다란 나무문에 중앙에 반투명하고 더러운 유리가 박혀있었다.
녹슨 자물쇠에 열쇠를 꽂으니 낡은 나무문이 힘에 의해 덜컹거리며 소리를 냈다.
철컥. 끼이이익...
자물쇠가 열리며 문이 열렸다.
원래는 신발이 아닌 실내화를 신고 들어가는 것이였는지, 그 안에 작은 문턱이 있고 그곳 바닥에는 먼지나 흙같은게 잔뜩 떨어져 탁한 색을 띄고있었다.
"헥 헥! 히익!"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어둠...
아침인데도 뒤에 뒷산이 있기 때문인지 해가 가려졌다.
그 모습을 본 루시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끼이익....끼이익...
엘린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무 바닥에 발을 올리니, 나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냈다.
"하아...가자"
"응...알겠어."
나와 레아는 앞장서는 엘린을 따라 어두운 구교사 안으로 들어갔다.
"자, 잠깐...! 헤엑...! 나, 나도 데려가야지이! 베드히로..."
"빨리 와."
바들바들 떨고있는게 퍽 불쌍하여 손을 내밀어주니, 손을 잡는게 아니라 온몸으로 내 팔에 매달렸다.
그에 따라 내 팔이 부드럽고 물컹한 것의 속으로 들어가는데...
"야, 얌마! 저리 안떨어져?"
루시에게 흥분하면 뭔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해질 것 같았기에 다급하게 떼어냈다.
"호에에에! 밀어내지 마! 날 아끼란 말이야!"
"알겠으니까 옆에서 걸으라고 임마!"
그렇게 루시와 한바탕 소란을 피우니...
"......"
"......"
레아와 엘린을 놓쳤다.
"어...저기요~?"
구교사의 어둠 속에서 외쳤지만...
......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부, 부실 안에 있지 않을까?"
루시의 말에 나는 우리 천문부의 부실의 위치를 떠올렸다.
그런데...
"5층이네 씻팔!"
옥상을 제외한 맨 꼭대기 층이였다.
어떤 개자식이 건물을 지었는지, 어두운 복도 저 멀리에 계단이 보였다.
저기까지 한참 걸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후우...가자. 열쇠 우리한테 있으니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렇게 한숨을 쉬며 복도로 들어갔다.
애꿎게도 유리는 낡아 뿌옇게 변해서 밖에서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가려고 하니..
꾸욱...! 꾸욱!
"왜 또."
루시가 나를 잡아당겼다.
"베, 베드히로?"
"왜...빨리 가자 그냥. 레아랑 엘린도 갔는데 우리가 못가면 쪽팔리지."
"아니 그...그 엘린이랑 레아 말하는건데"
".....?"
루시가 이내 글썽이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걔내 어디로 갔어?"
".......그게 뭔소리야."
이내 루시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이는 기다란 복도.
"계단은 저기있는데 걔들은 저기로 걸어갔잖아..."
"뭔소리야 그게..."
"걔, 걔들 아까 분명 계단 타고 올라갔다구...! 근데 계단이 왜 저 멀리있는건데!"
씨발.
으잉레아마망쮸쮸...!
"하...하하...."
소설 속 좆같은 상황 속에 들어와버린 것 같다.
허탈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
뒤에 문이 없었다.
벽만 있을뿐.
"......."
"......."
루시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내 몸에 딱 달라붙어 바들바들 떨었다.
"씨발."
"나, 나쁜말은 하면 안돼 베드히로야...그, 그래도 이건 나도 해야겠어...! 시, 씨이ㅂ..."
"야, 얌마! 그거 하지마"
당장 심상세계를 켜서 구교사 안을 바라보니.
"홀리 쉣."
존나 불길한 기운이 바글바글 끓고 있다.
어찌나 불길한지 어두운 기운으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심상세계로 무언가를 보는건 불가능하겠구나...
"테, 텔레포트로 5층까지 못올라가...?"
"...못해."
원리가 다르다.
나는 그냥 심상세계가 펼쳐지는 범위 안에서만 자유롭게 움직이는거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텔레포트를 하려고 해도,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까 사용할 수 없었다.
벽같은 곳에 끼이면 안됐으니까.
하지만...
"이게 마법사다 이것들아"
라이트 마법 하나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니
[소설 속 설정이 깊게 관여된 공간입니다. 권능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
창조주라매 미친놈아 왜 안되는데.
그리 속으로 원망과 불만 가득한 불평을 하고있으니
돈이 없어서 창조주를 못소환하구 있어요효오...
전에 나에게 투정과 한탄을 하던 으잉레아마망쮸쮸가 떠올랐다.
이새끼 진짜 개쓸모없구만?
"루시. 나 쓸모 없는 것 같다."
"엉?"
나는 쓸쓸한 마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분신 하나 먼저 앞으로 가게해보자."
"응..."
자신의 분신을 소중히 여겨달라는 루시는, 망설임 없이 분신체 두개를 소환해냈다.
"한명은 내 뒤에, 한명은 앞으로 걸어줘."
헤엑!
싫어! 무서워!
"아니 씹."
그리 말하던 루시 루시가 내 옆에 붙어있던 (진)루시를 밀쳐냈다.
분신 루시 루시 사이에 끼게 된 내 뒤로, (진)루시가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이뇨속들...!"
이내 루시가 정신을 집중하더니, 내 양옆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루시 루시의 눈동자에 빛이 사라지더니.
어둠은 내 집이나 다름없지요...
모든건 흑룡을 위해서...크크큭...
(진)루시의 명령대로, 오른팔에 묶인 붕대와 오른눈의 안대를 강조하는 포즈를 취하던 루시들이 움직였다.
"후우 가자!"
"어...어..."
그 황당한 장면을 보다가, 앞장서는 분신 루시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끼이익...
끼이이익...
"아 바닥 소리 뭐냐구 제엔장..."
루시의 투덜거림처럼, 목제 바닥은 몹시도 낡아서 걸을때마다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세명의 루시를 데리고 복도 끝에 다다랐다.
복도 사이사이에 있는 교실 안을 애써 무시하니, 드디어 복도가 나왔다.
끼이익!
"히익!"
히익!
히익!
낡은 목제 계단에 발을 올리니 소름이 싸악 돋는 소리가 나며, 3명의 루시가 기겁했다.
...저거 무너지는건 아니겠지?
그리 생각하며 우리는 구교사의 낡은 계단을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져 점점 어두워져갔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니...
우뚝
(진)루시가 멈춰섰다.
"베드히로야...너의 몸속에 엄청 어두운 기운이 느껴져...이 땅의 악신들과는 비교도 안돼에...헥헥."
"....뭐라고요?"
이내 3명의 루시가 고개를 스르륵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들은 온통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응애 나 애기 루시. 마기 줘.
응애 나 애기 루시. 마기 줘.
응애 나 애기 루시. 마기 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