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31화 (31/53)

〈 31화 〉 구교사 (2)

* * *

"뭐야 씨팔!"

­응애 나 애기 루시

­마기 느껴져 마기 조오

­마기. 마기. 마기.

어두운 복도를 도망갔지만, 루시가 나를 따라 뛰어와댔다.

기초 체력이 약할뿐 루시는 도술을 사용하면 스피드가 빨라진다.

정확히는 보법인가 뭔가 하는 괴상한것 때문에 도저히 도망칠 수 없었다.

­통! 통! 통!

­통! 통! 통!

­통! 통! 통!

3명의 루시가 토끼처럼 튀어대며 쫓아온다.

복도의 천장이 꽤 높았는데, 그것때문에 오히려 더 소름이 돋는다.

[영력 : 110 / 200]

'쉣...'

텔레포트를 쓰느랴 영력이 바닥난다.

앞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너무 멀리까지 텔레포트를 사용하는게 불가능하다.

­잡았다.

결국, 나는 루시중 한명이 재빠른 재규어처럼 날아드는 탓에 잡혀버렸다.

­저기 저기 있잖아?

­그거 그거 있잖아?

­마기 그거 뭐야~? 엄청 짙어보여...

­바알님의 마력인거야?

­이곳에 있는 불길이랑 차원이 달라...

­심장...심장에서 느껴져...

"으악! 시끄러!"

평소 쉴새없이 재잘거리던 루시가 3명이서 달라붙으니 귀가 아파온다.

"텔레포...!"

퍽!

이동을 하려 하니 루시가 박치기를 했다.

"게엑..."

­히히 못가.

­어딜도망가.

­말해줄때까지 못가.

왜, 왜 텔레포트가 안되는거지?

칼빵이나 마법빵도 아니고 루시의 가벼운 머리의 박치기 따위에 집중이 끊어진다.

­심장에 어두운 기운 있어.

­몸 곳곳에도 있는 것 같아...

­빨아먹자.

이내 3명의 루시가 목덜미, 팔, 배 등등

살결이 나와있는 곳에 얼굴을 박는다.

엄청나게 가려운 느낌에 발버둥을 치려하니..

"으악!"

내 몸 곳곳에 루시의 이빨이 박힌다.

피가 날 정도로 박히는건 아니지만, 그 느낌이 너무나도 생소하여 몸이 움츠려든다.

­쪼옵 쪼옵...

­쪽. 쪽.

­쮸르르릅...

이내 내 몸 곳곳에 이빨을 박아넣고 빨아대는 루시.

"야 니들 도대체 뭐하는..."

[영력 : 104 / 200]

"야, 야야야야! 이거 뭐야 씹!"

영력이 빨려!

심상세계로 보니 루시의 입 속에 내 영력이 쪼롭 쪼롭 들어가고 있었다.

­슝!

집중력을 짜내서 간신히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루시의 늪에서 빠져나가니­

­호에에...맛있어요효..

­마기 조햐요...

­흐에엥...헤, 헤으응...

루시들이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또다시 쫓아온다.

­타다닷!

그대로 내가 도망쳐왔던 방향으로 재빨리 도망간다.

에, 엘린을 만나야해!

복도를 따라 도망가고 계단을 오르는 내 뒤로 루시들이 달려온다.

­통! 통! 통!

­통! 통! 통!

­통! 통! 통!

"으아아아!"

내 뒤를 통통 튀며 달려오는 루시들은 존나게 무서운 것이여서

나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온다.

'베...드­'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내가 있는곳은 3층, 그리고 내 반대편 구교사에서 레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지체없이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베드히로 어디가...

­나랑 놀자아...

­나 두고 레아랑만 노는거야...?

­너도 결국 가식이였어...

­베드히로 녀석...흑룡이 부활해서 마계의 여왕이 되면 옆에 둘려고 했는데...

­공작 지위 압수야.

"으아! 시끄러!"

이곳에 루시의 목소리가 울러퍼진다.

평소에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루시도 끔찍하지만, 이곳은 왜인지 산처럼 메아리가 퍼진다.

그것은 구교사의 어둡고 불길한 분위기와 아우러져 나를 압박했다.

"베드!! 어딨어어!"

그때 저 멀리서 보이는 레아.

"레아! 나 여ㄱ..."

­탁!

"흐악!"

레아에게 외치는 내가 있던 곳에 루시가 떨어졌다.

다행히도 내 외침을 들었는지 레아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레아! 나좀 살려­"

"베드베드.왜루시랑둘이있는거야내가말걸때는무시하고관심도안주더니둘이설마사귀는거야?둘이서만노는것도속상한데루시는왜또3명이야베드"

"엉?"

자세히 보니, 레아의 눈이 어두웠다.

'...조진건가?'

뻥 뚫린 복도, 뒤에서는 루시 3명, 앞에서는 레아가 달려온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황금 같은 타이밍!"

­켁!

"꺄악!"

루시들과 레아가 날 잡기 직전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갑작스럽게 사라졌기 때문에 루시들과 레아는 서로 부딪혀 엉켜졌다.

여자아이들이 오밀조밀 엉켜져 있는것은 희귀한 장면이지만...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둘다 뭔가에 홀린게 분명하다.

둘다 버리고 가기에는 난처한 상황.

­마기 내놔아...흑룡 깨워야해.

"으아아...베드으...왜 나는­"

이내 레아와 루시가 일어나며 나를 바라본다.

그래.

도망치자.

'텔레포트.'

[소설 속 설정이 깊게 관여된 공간입니다. 더 이상의 권능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

나는 곧바로 뒤로 돌아 도망쳤다.

내 힘은 평범한 남성보다 약하다.

마나를 신체에 운용하는것도 불가능하고.

루시라면 모를까 레아는 나보다 힘이 강하니, 잡히면 절대 못도망간다.

남은 영력은 74...

심상세계를 켜 보아도 그 어둡고 축축한 안개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단점이...'

현실에서는 분명 끝도없이 펼쳐진 복도가 보이는데,

정작 심상세계에서는 검은 안개로 인해 분신을 소환할 수 없어 텔레포트가 불가능하다.

"잡았다."

"으악! 피했다!"

나는 내가 있던 곳에 양팔을 휘저은 레아를 피했지만...그대로 자세가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나를 향해 덮치듯 날아오는 루시들...

­슝!

­어, 어디가띠!

나는 내가 기대고 있던 벽 안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그런 내 앞에 보이는건 낡은 책상과 의자가 널부러진 교실...

흉가에서나 볼 법한 분위기에 움츠려들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이 교실을 나가고 싶었지만­

"베드 어딨어? 응? 어딨어? 왜 또 나 피해?"

­이단심문회를 시작해야해...

­나한테서 도망가다니...!

­배신자에게는 죽음을...

정신이 나가버린 루시와 레아가 더 무서웠다.

나와 그녀들은 교실과 복도를 가로막는 벽 하나를 두고 대치했다.

당장 내 머리 위에 있는 창문에 사람의 인영이 지나다닌다.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을 꽉 감고있었다.

­.....

'갔나...?'

갑자기 생겨난 적막에 의문이 생겨 눈을 뜨니­

"......"

나는 우리가 처음 들어왔던 구교사의 정문에 있었다.

애써 뒤를 돌아보지 않고 몸을 덜덜 떨며 낡은 나무문을 열려고 하였지만...

­철커덩...

천둥같은 소음만 내며, 결코 열리지 않았다.

"......"

하아­ 하아­

공포로 인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고­

내 뒤에는 끔찍하리만치 어두운 구교사의 내부가 있었다.

"아. 엘린보고싶다."

엄청난 공포심에 오히려 허탈한 마음이 생겨 그리 읊조렸다.

존나 쌘 그녀라면 날 구해줄텐데...

빨리, 빨리 엘린을 만나야 한다.

먼치킨인 그녀라면 루시들과 레아를 제압하고 이 벽따위는 부셔줄테니까.

나는 지금즈음 엘린이 어디서 뭘 할지 떠올렸다.

내가 아는 엘린이라면...

"아."

어디 한 구석에서 멍때리고 있겠지.

엘린이 날 찾아오는 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

"자자~ 들가자..."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 애써 어두운 구교사 속으로 들어가니, 내 옆에 거대한 거울이 보였다.

'......'

영화같은거 보면 이런 거울은 절대 보면 안된다.

돌아보는 순간 무언가 끔찍한 것이 자리하고 있겠지­

나는 그리 직감하고 고개를 돌려 반대편으로 걸어가려 했지만...

"......"

­......

그 반대편에도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에는 내 모습과 거울에 비쳐진 내 모습이 있었는데, 왜인지 거울에 있는 내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좆같다."

­갸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악!!"

이내 거울속의 내가 창문을 뚫고 멋지게 등장하는 영화 속 미친놈마냥 거울을 뚫고 나왔다.

좀비처럼 달려오는 그 모습은 존나게 끔찍한 것이여서, 나는 뒤도 안돌아보고 긴 복도를 향해 뛰어갔다.

­나...나 나...베..베드...히로! 오늘..부..터? 내..가..바알­베드..히로.

"조까!"

­좆..있다...생겼다...

"으아아...!"

내 뒤를 쫓아오면서 좆 달려있다고 자랑하는 미친 귀신새끼

마법이라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권능의 사용이 제한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몽둥이라도 하나 가져올걸...!

뒤에서 끝도없이 쫓아오는 놈을 피해 긴 복도를 뛰어가니, 다행히도 막다른길이 아닌 계단이 나왔다.

오른쪽은 계단, 왼쪽은 또다른 복도...

계단을 올라서, 엘린을 만나­

­우아아아 베드히로다...

­겨우 찾아냈어...

­나한테 말걸어줬으면 책임져야지.

­여기까지 데려오고 나 혼자두면 어쩌자는거야. 거야. 거야...

­너도 날 놀리고 있었어...

­이, 이단...이단을 처단...흑마법의 재물로...!

"허미­"

오른쪽의 계단에서 익숙한 분홍머리들이 내려온다.

홍수가 일어났을때의 반지하 같은 시점에 경악하여, 곧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트니...

­구아악?

내 뒤를 쫓아오던 가짜 베드히로가 떠밀려오는 루시들에게 덮쳐졌다.

10명은 가볍게 넘어보이는 루시들로 인해, 그 귀신놈은 흔적도 없이 파묻혔고...

­끄아아악! 안돼요. 싫어요. 하지말아요!

저 분홍머리의 살결 속에서 애처로운 비명소리만 들려올 뿐이였다.

­우웁...꾸우웁...

하지만, 점차 그 비명소리도 루시들에게 파묻혀 새어나오지 못했다.

"...세상에."

나는 비록 적이였을 그 귀신놈에게 애도를 표하고 반대편 복도를 향해 뛰어갔다.

몬가...몬가가 일어나고 있다.

다행히도 내가 도망치는동안 루시들은 달려오지 않았다.

아직 뒤에 있는 가짜 베드히로가 끔살을 당하고 있었으니까겠지.

그게 나였으면 하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으니...

'.....'

저 멀리 복도 끝에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서있었다.

가녀린...보다 훨씬 더한, 뼈밖에 없어 보이는 모습에 뻣뻣해보이는 검은색 긴 머리...

2m는 가볍게 넘어보이는 키.

귀신이다.

'.....'

아까의 그 개소리 짓걸이는 가짜놈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소름끼치는 모습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벽에 머리를 쿵­쿵­ 찍어대는 그 모습에, 나는 자그만한 소망을 가졌다.

못봤겠지?

그 기대를 하며 소리 안나게 다리를 천천히 뒤로 빼고있으니.

­끼기기기기긱기기긱기기.

그 희끄무레한 것의 고개가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더니 나를 바라본다.

긴 머리로 인해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콰과과광!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하니, 그것이 소름돋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왔다.

얇디 얇은 두 다리를 크게 움직여 다가오는 모습은, 엘린보다 빠르며 공포스러웠다.

수십m는 멀리 있던 녀석이 내 눈앞에 다가와 뼈처럼 날카로운 팔을 휘두르는것을 보며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했고­

­까드드득...!

얇은 나무 바닥은 녀석의 팔에 깍여나갔다.

"뭐 이런...!"

그 파괴력에 경악하며 애써 집중하며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소설 속 설정이 깊게 관여된 공간입니다. 권능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씨발 그걸 말이라고...!"

또다시 좌절하는 내 위로 기괴하게 내리찍어지는 팔...

1.5m는 되보이는 기다란 팔이였지만, 다행히도 공격하는 동작이 매우 컸기에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었다.

­쾅!!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또다시 나무 바닥이 터져나갔다.

내 반대편에 있는 루시들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허허허..."

저 멀리서 분홍머리들이 와다다 도망치는게 보인다.

믿을거 하나없구나...

나는 횡으로 휘저어지는 채찍같은 팔을 텔레포트로 피해냈다.

[영력 : 29 / 200]

"씨발...!"

이제 남은 기회는 하나밖에 없다.

녀석의 공격을 또다시 피해내고 또다시 교실 안으로 텔레포트 했지만...

­쾅! 쾅! 쾅!

2m가 넘는 귀신은 벽의 창문과 나무틀을 부셔내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유리가 온몸에 박히면서 피범벅이 된 녀석의 검은머리 사이에서 보인 눈동자는,

웃고있었다. 행복하다는 듯이.

'......'

최후의 발악이 물거품이 됐다.

녀석이 들어오는 순간 뒷문과 앞문을 보았지만...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을 보아 잠겨있다.

녀석이 뚫어놓은 창문으로 도망칠 수 있지만, 그러기 전에 녀석의 공격에 당하겠지.

­끼기기긱! 끼긱!

입꼬리가 단어 그대로 귀 옆까지 올라가 끔찍한 입의 내부가 보이던 녀석은, 이내 긴 다리를 늘려 나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인과율 : 17% (활성화)]

스스로 막아두었던 금기를 풀어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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