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중간고사 희망편 (4)
* * *
하아...이번 시험은 어려웠어.
난 쉽던데?
너 나보다 성적 낮지 않았냐?
결국 마지막 이론 시험이 끝나고, 몇몇은 만족스러움을, 몇몇은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론 시험이 끝났다고 하는데에 다들 안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부하는거 꽤 귀찮았지...
"아. 베드야? 시험은 잘 봤어?"
"어. 대충은"
그렇게 있으니, 생도들 사이에 몰려있는 루카스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투명인간에게도 선한 웃음을 지어주는 루카스의 모습에 주위에서 신경전을 벌이던 여생도들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실기에서도 힘내."
"너도 루카스."
조연이라기에는, 루카스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그러고보니 이제 실기시험만 남았구나.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일반 생도들중에는 중상위권에는 들지 않을까?
왜 상위권이 아니냐면, 나는 1서클에서 2서클정도의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했으니까.
그 이상은 어째서인지 도저히 안된다.
사용하려면 어거지로 사용할 수 있지만...영력 소모가 어마어마하게 든다.
마법 하나 발사하는데 텔레포트를 사용하는것보다 더 많은 영력이 든다면 소용이 없겠지.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의 상위권 학생들은 괴물이 따로없었으니까.
"이봐 너. 몰락귀족놈."
"....?"
그때 내 뒤로 들어온 목소리.
분명 던전체험때 같은 조가 된, 창을 썻던 것으로 기억하는 남자, 베르트가 있었다.
이렇게 보니 오랜만이다. 얼굴도 까먹었었는데.
"지금은 그 텔레포트로 도망갈 생각 마라. 나는아직너를인정하지않았고레아에게접근하는악질놈들은 내가 다..하아...처리할것이다.너는이번실기시험에서반드시"
내가 또 도망갈까봐 불안해하며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는 베르트.
베르트 따까리인 멸치와 돼지도 '제발 말좀 들어라 개자식아...!'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평소대로 가볍게 무시하며 텔레포트를 사용해 교실 뒤편으로 달아났다.
그와 함께 내가 있던 곳에서 들려오는 분노 어린 신음.
빨리 가방 싸고 도망가야지.
그렇게 서둘러 손을 움직이고 있으니
"베드으....수련하려 갈래?"
"그냥 대충 하려고."
어느새 생도들을 피하고 나에게 다가온 레아가 묻는다.
그에 따라 집중되는 시선.
그 시선이 꽤나 부담되었기에, 레아의 말에 대충 대답해주었다.
"흐으...흐으으...."
"...왜그래?"
그나저나, 레아가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것을 아는 사람처럼
쟤 이름이 뭐였지? 까먹었어...
바알 베드히로. 몰락가문이잖아.
몰락가문이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가 있나?
아 그 텔레포트.
"일단 나가자."
쉽게 타오른 불은 쉽게 꺼진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온갖 관심이 쏟아지더니, 이제는 관심도 없구나.
그렇게 레아와 함께 복도로 나갔...
레아야!
실습 큰일났어...!
황실 기사단장님도 온대...!
레아는 중간에 잡혀버렸고, 나 홀로 복도로 나갔다.
"흐으읏...흐으...베드...히...로오...!!"
그와 함께 보이는 분홍머리 소녀.
안대를 쓰고 팔에 붕대를 감은 모습에 주위의 생도들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온다.
"너는 또 왜그러냐? 아까 레아도 떨고있더만."
"삼일 뒤 실기시험말이야...! 잊어버린거야? 그때 축제 열리잖아...!"
"...그게 무슨 소리여."
시험중에 축제가 열린다니.
근데 그걸 나만 몰랐다니.
어째 나만 단톡방에 없는 기분이다.
여러분 실기시험 공지 단톡방 확인해주세요...!
아니, 진짜 나만 없구나.
교실에서 들려오는 에르시아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려왔다.
자신의 말처럼 기어코 반장이 된 에르시아였지만, 여전히 나에게 차가웠다.
어째서인지 그때 이후로 날 쳐다보지도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축제좀 설명해봐."
식사실로 걸어가며 루시는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이번 1학년들 첫 실기시험이잖아. 그래서 용병단, 길드, 기사단같은 곳에서 관심이 많아. 시민분들도 그렇고."
총 5년제인 시온 아카데미에서는 주기적으로 시험을 가진다.
이번 실기시험은 1학년들 뿐만 아니라, 2학년도 동시에 시험을 보는듯 하다.
하지만, 이번 1학년들이 주목받는 위치다 보니 축제의 주측은 1학년이다.
'왜 실기시험에 선후배 대련이 있나 했더니만...'
시험은 1학년과 2학년이 겨루는 대련, 그리고 1학년들끼리만 겨루는 대결이 있다.
무슨 아카데미가 쌈박질만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생도들이 워낙 많아서 대련만 해도 한세월이다.
"맛있다아...입에서 살살녹아....살살녹아!"
"...맛있냐?"
"응!"
참고로 나는 1500G 짜리 기본식이다.
돈이 없었으니까.
시험이 끝나면 놀라면서 돈을 주는 것 같았으니까.
평소보다 500G나 비싼 음식을 먹어도 된다.
그에 비해 루시는 나보다 배는 비싼 식사를 먹었지만...딱히 질투나지는 않았다.
"으읏...감자아..."
저렇게 싫어하는 음식을 내 식판에 올려두곤 하니까.
"어! 저기 레아다...! 레아야아....안녀엉..."
이내 루시가 깜짝 놀란듯 외치다, 주위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죽인 뒤 손을 흔들었다.
루시를 따라 레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니, 같은반 친구들에게 둘러쌓인 레아가 살벌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밥 맛있네..."
"응...! 꿀맛...!"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
에르시아는 최근 수심이 깊다.
'저렇게 편하게 잠을 자다니....!'
반에 들어와서 잠을 자는 베드히로의 모습에 열불이 치솟는다.
그때 자신과 그는 그..세..섹스으?
"크흠!"
"왜그래?"
"아, 아니에요..."
어쨋든 그걸 했다.
먼저 덮친건 나였지만, 아직 억울한 마음이 있었다.
그가 무언가를 하는듯 하더니 갑자기 몸이 급속도로 흥분되기 시작했으니까.
역시 흑마법사놈을 믿는게 아니였거늘...
하지만, 더 억울한건
"으읏...!"
"왜그래!"
"아, 아니에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침대에 죽은 개구리처럼 뻗어있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몸이 화끈거릴 정도의 천박한 모습.
엉덩이를 천장을 향해 들고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혼절한 여인이라니...
"아흥...헥! 헤엣!"
".....?"
"저, 저 자꾸만 보지 마세요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입꼬리가 올라가는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했다.
그 천박한 모습을 상상하니 음부에서 무언가가 흐르는게 느꼇지만...이건 오늘 아침 미처 처리하지 못한 애액일 것이다.
아니, 그것도 위험하잖아...!
"후우"
옆에서 자신을 이상하다는듯 쳐다보는 친구분을 무시했다.
다시 힐끔거리며 베드히로를 바라보니, 그가 하품을 하고있다.
자신은 그 날 이후로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하고 있다.
그 입장에서는 분명 안절부절 못하겠지?
나는 그가 여자를 음란하게 만드는 최악의 흑마법을 쓴다는것을 알고있고, 여, 여인을 그렇게 만든다면 남자아이는 분명 죄책감에 들 테니까...!
분명 바들바들 떨 것이다.
내 근처를 맴돌며 내 눈치를 잔뜩 볼 것이다.
그 모습이 떠올라 우월감을 느꼇지만, 그는 나에게 관심조차 없어보였다.
정작 자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힐끔거리고 있다는것도 몰라주고...
하지만, 더욱 자신을 분노케 하는것은.
베드으...안녕♡
뾰족한 귀가 쫑긋거리며 소란스러운 교실 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잡아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나 할법한, 분명 나의 것이였어야만 하는 레아님의 목소리...
레아의 추종자 No.1을 자칭하는 자신으로써는 가히 용납못할 일이였다.
"서, 설마...!"
이마에서 식은땀이 뿅 하고 생겨난다.
'레아님도 잡아먹힌건 아니겠지...?'
자신처럼 침대에 천박하게 널브러진 알몸의 레아님...
"헤으응..."
"....에르시아?"
"헛."
아니 조금 끌리긴 하지...가 아니라 절대 용납 못한다.
베드히로와 레아님이 단 둘이 침대에서 하는 섹스라니...
'그 사이에 내가 있다면...'
분명 좋을텐데.
"아앗!"
"에르시아...! 너 보건실 가야하는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조용히 있을게요"
"...정말 어디 아픈건 아니지...?"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상상을 곧바로 털어버렸다.
상상만 해도 화끈거리고 입꼬리가 살짝씩 올라가는 상황.
"아."
'실피드.'
나타난 바람의 정령이 아무도 모르게 젖어버린 팬티를 말려주었다.
레아님을 처음 본 순간 이후로 익숙해버린 상황이였기에, 실피드도 익숙하게 처리해준다.
그와 함께,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레아님을 독차지하는 나쁜 베드히로를 잔뜩 노려보았다.
'아, 아직도 안쳐다봐...!'
분명 내 눈치를 봐야하는데, 나한테는 감히, 감히 관심도 없다.
'그 자리가 제 것이여야 했어요.'
고귀한 레아님을, 반의 여생도들을 음란한 눈으로 보는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와의 과격한 성관계 이후로 그런 죄책감이 모두 마법같이 사라졌다.
'레아님은 이 앤젤라 에르시아의 것이에요...'
*****
몬가가...몬가가 일어나려 하는 것 같다.
"왜그래 베드?"
"왜그래 베드히로?"
내 양옆의 꽃들이 말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살기가 느껴진다.
심안을 사용한 심상세계 속에서 보니, 저 뒤에 에르시아가 나를 잔뜩 노려본다.
거의 죽일 듯한 눈빛.
'씹...'
그때 그 일 이후로 어색해서 최대한 만나는걸 피하고 있는데, 기어코 찾아왔구나!
루시와 레아를 볼때는 서글픈 눈을, 나를 볼때는 살기어린 눈으로 보는 에르시아가 계속해서 우리를 미행했다.
"후우...훈련하려 가자."
그러고보니 다른 이들과 훈련하는건 처음이구나.
항상 나 혼자만 했었으니까.
돈이 없는 관계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생도들이 쓰는 훈련장으로 갔다.
시설이 부족하지만, 그건 상대적인 것일뿐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는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오히려 왁자지껄한 시장통 같은 느낌이라 더 좋다.
아흥!
헤엑...헤엑...
'쉐엣...'
땀에 푹 절여져 신음같은 숨을 내쉴때마다 큰 가슴이 떠올랐다 내려가는 여생도들...
남자라면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빤히 바라봤나보다.
"아. 여기 꽃이 피었어!"
내 어깨를 거대한 가슴으로 밀어대며 시야를 가린 레아가, 바닥의 꽃을 가리켰다.
"베드. 꽃폈어."
나에게 꽂히는 살벌한 눈빛.
"꽃. 봐."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곧바로 루시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내려 했지만,
나보다 위기감지 능력이 뛰어난 찐따여왕 루시는 이미 우리 뒤에서 두 손을 소심하게 모으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꼬, 꽃 봐...!'
그러면서 나에게 입으로 말하는 루시.
"응. 잘했어."
꽃을 안봐도, 그냥 땅보고 걸으니 레아가 만족해한다.
그렇게 야외가 아닌 실내 훈련장을 사용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니, 내 뒤에서 또다시 에르시아가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따라오는거지?'
원래라면 짜증나야 했지만, 에르시아같은 여자가 날 따라온다고 하니 괜히 기분이...
하아...하아악...!
기분이...기분이 이상해...
계단 밑에서 올라갈 생각도 없이 서있는 에르시아가, 계단을 오르는 레아와 루시의 엉덩이를 빤히 올려다본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광명에 전율하는 수녀처럼, 감격 가득한 눈빛을 보내오며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린다.
그 예쁜 두 손 사이에 흘러오는 빨간 액체...
저거 코피지?
"레아야앙!"
"아잇...! 루시야 계단에서 장난치면 못써! 떽!"
힘들다는듯 레아의 등에 업히는 루시.
루시가 레아의 등에 자신의 배를 대며 양 다리로 레아의 허리를 휘감는다.
레아는 루시가 등에 업힘에 따라,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뒤로 내밀며 허리를 굽혔다.
그 모습에 자연스럽게 에르시아가 볼 광경이 떠올랐다.
가지런히 쌓인 두개의 복숭아...
껙...! 께엑...
여, 여기 누가 쓰러졌다...!
야 여기 와봐! 힐좀 써!
저, 저는 힐도 제대로 못쓰는 굼뱅이 수녀인데요옷...!
스토커가 처리되었다.
이제 마음 편히 있어도 되겠구나.
나는 레아의 등에 업혀서 잔뜩 애교부리는 루시의 어깨를 토닥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