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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이 되었다-50화 (50/53)

〈 50화 〉 중간고사 희망편 (6)

* * *

"앗 베드. 좋은아침이야~ 잘 잤어?"

"나야 뭐...레아 너도 피곤하지는 않지?"

"응응. 베드...아침밥은 먹고 온거야? 끼니는 거르면 안된다...?"

"밥 먹었지."

사실 안먹었다.

오늘부터 며칠동안은 실기 시험만 있고, 수업따위는 없었으니까.

교실에 모이되 조례를 제외하고는 선생님들도 반에 들어오지 않는다.

배고프면 대충 때우면 되겠지.

"흐흥...오늘은 축제네? 베드는 루시말고 딱히 친한애 없지...? 그럼 오늘 같이 다닐 수 있겠다!"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지 뭐."

레아와 함께 정류장까지 걸어가 트램을 탔다.

다른 생도들은 전부 평소보다 늦게 나가려고 하는지, 트램에는 생도들이 별로 없었다.

운이 좋구나.

자연스럽게 비어있는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 레아가 내 손목을 잡고 이끈다.

­와아...

그 모습에 근처에서 레아를 멍하니 바라보던 몇몇이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온다.

"들어가."

자상한 손길로 나를 2인석에 밀어넣는 레아.

내가 들어가니 내 옆자리에 엉덩이를 풀썩­ 내린다.

"흐흫­"

나를 향해 웃어주며 엉덩이를 당겨 내 옆에 붙는 레아.

레아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몸 곳곳이 달라붙고,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향기가 화악­ 밀려온다.

"왜에~?"

그 향기와 감촉때문에 표정이 굳어버리니, 레아가 짖궂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내쪽으로 밀어대기 시작한다.

­아앗...

나도 장난이라도 치려 했지만, 우리를 훔쳐보던 여생도 하나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자괴감...'

전생하기 전에 나이도 꽤나 먹었는데, 학생인 여자애한테 쩔쩔매니 말이 아니다.

"에잇­"

그런 내 팔을 자신의 가슴 사이에 파묻며 장난을 치는 레아.

"흐흫..."

"왜웃어~? 기분 좋은걸까? 후후..역시~"

"야 다른사람이 보잖아..."

"보라고 하지 뭐. 흥."

"야 너는..."

그 말을 하려다 나는 이내 웃었다.

그냥, 이렇게 대화하는게 새삼스럽게 즐거웠으니까.

"도착했네."

그렇게 레아와 떠들고 있으니, 아카데미 안으로 도착했다.

*****

­대진표 나왔냐?

­엘린은 누구랑 붙어?

­1학년 톱 3는 당연히 이기겠지?

­황녀님도 있잖아...

교실에 들어오니 반이 시끌벅적했다.

보급받은 휴대전화기에 자신의 2학년 대련상대가 나왔기 때문.

먼저 2학년과 대련한 뒤, 1학년들과 대련한다.

1학년들이 서로 필사적으로 대련했는데, 그 이후 2학년과 매치시켜 맨탈을 부수면 안된다는 이유였다.

그럼 대련을 두번이나 하지 말던가...

속으로 투덜대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이따보자."

"나, 나도 여기반 하고싶다아..."

루시가 시무륵해하며 반으로 돌아간다.

원래는 내가 데려다주었지만, 최근에는 하지 않았다.

헤어지기 싫다고 다시 우리반으로 오고, 또 데려다주겠다며 루시의 반으로 가기를 반복했기 때문.

"조례 바로 시작할게! 너희도 축제 즐기고 싶지?!"

­네에!!

지금은 신분을 막론하고 모두 그 나잇대의 학생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만큼 축제는 신났으니까.

제국의 아카데미의 축제답게, 축제는 거창하고 화려하며 사람들이 넘쳐났다.

궁전의 마법사들도 축제를 도왔으니, 성공할수밖에 없겠지.

이곳에 오면서 힐끔 바라보니, 주말동안 아카데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기사단과 마법사를 축제 준비로 쓰는 어처구니없는 일 때문인지, 부족함 없이 시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알리시아 선생님의 조례가 끝났고­

"야야 나가자!"

"훈련장 앞에서 음악회 연대!"

"중앙 도로에서 퍼레이드 하는거부터 보는게 맞지 않냐?"

"배고픈데 주점부터 가자...!"

서로 학생들이 축제가 열리고 있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평민이든 귀족이든 왕족이든, 이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모두 자유롭고 즐겁게 놀 수 있다는 학과장님의 말.

그 덕분에 평소에는 보지 못한, 판타지 세상에 어울리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레아야...제바알..."

"우리랑 왜 안놀아주는데­"

옆을 바라보니, 레아가 추종자들에게 달라붙어져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그러면서 나에게 도움의 시선을 보내오는데...

"하아..."

할 수 없이 레아를 도와주기 위해 일어났다.

"저기 레­"

[그만.]

".....?"

그때 내 머릿속에 들려오는 음성.

[복도로 나와볼래?]

그렇게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 빨간 머리의 퇴폐미를 가진 아름다운 장신의 여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르키스였다.

"잠깐­"

레아에게 멋대로 말한 뒤 복도로 걸어갔다.

그와 함께 아카데미 생도복을 입은 사르키스...

평소에는 어두운 계열의 옷만 입더니, 이렇게 교복을 입은것은 처음 본다.

학교에서 보면 인사해달라고 하더니...이제야 그녀가 나와 같은 1학년생이라는게 느껴졌다.

"어울려?"

"어?"

"빤히 보고있길래."

사르키스가 나를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어딘가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

그것을 애써 피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용건이 뭔데?"

"내가 너에게 말을 거는데 이유가 필요해?"

"그런것치곤, 날 공격하지 않았냐?"

내 말에 그녀는 그것도 그렇네­ 하며 킥킥 웃었다.

"이봐 몰락귀족놈."

"아 쒯­"

레아에게 사랑에 빠진...이라기보다는 더러운 수로 접근하던 베르트가 나에게 다가왔다.

정말 잊을만하면 말 거는구나.

"이번 대련. 넌 나와 한다. 왕국의 후손인 나와 대련한다면, 패배한다고 해도 너에게 나쁠것은 없을것이다. 이..이이..처, 천...아니다."

베르트가 욕을 할 것 같으면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도망쳤기에,

학습능력을 키운 베르트가 욕을 다시 삼켰다.

"그러지 뭐."

레아가 나에게 다가올때마다, 베르트가 날 살기어린 눈빛으로 보는게 짜증난다.

순애라기에는 그냥 성격 자체도 썩 좋지 않았기에 마음에 안들었고.

"그러...?"

이내 베르트가, 옆에서 빤히 나를 구경하던 사르키스를 바라보았다.

"......."

이내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몸을 떨며 뒤돌아 걸어가는 베르트.

나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응?"

"처음 만났을때. 너 쟤들이랑 같이 있었었지.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구나? 베드야."

교실에 앉아 몸을 떠는 베르트.

평소에 약한 이들이나 평민들을 조롱하였지만, 이렇게 보니 한심하면서도 불쌍하다.

"뭘 했지?"

내 물음에도 빙그레 미소짓는 사르키스.

베르트가 돌아간 곳에는 따까리였던 멸치와 돼지가 있었고, 그들은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는 사르키스의 적안에 흠칫 놀라며 시선을 피한다.

"...뭘 할거야?"

그녀는 나에게 중간고사때 보자고 했다.

그리고 내가 가짜 영웅이라는것과 마왕 바알에 대해 알고있다.

"난 선택권만 준거야 베드야. 선택은 쟤들이 했어."

무감정한 시선에는,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내가 건내준거 있지? 그거 들고 구교사로 가."

뭔가 수상하기만 한 제안이였지만...

"그러지 뭐."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럼 갈게. 축제 재밌게 보내 베드야"

그 말과 함께 사르키스는 떠나갔다.

"하아..."

내 주머니의 깊은곳에 있는 별자리판.

혹시 몰라 계속 가지고 있었지만, 쓸 일이 없었는데...

'오늘 써야겠네.'

"누, 누누누...누구야 걔?"

그렇게 창가에 멍하니 서있으니, 내 옆으로 루시가 나온다.

"뭐? 사르키스 말하는거야?"

"걔...걔 구교사때 봤던애야...엄청 위험해보여. 무서워­"

멀리 벽 뒤에 숨어서 우리를 훔쳐봤던 것 같은 루시가 바들바들 떨었다.

...거 좀 도와주지. 나도 쫄리는데.

"레아는?"

"레아는...."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여생도들 사이에 둘러쌓여져 있다.

내가 저 사이로 들어가 레아를 데려올 수 있을까?

성공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니, 저 멀리서 한 여생도가 나를 바라보는게 보였다.

­.....

에르시아였다.

그때 기숙사에 있던 일 이후로 내 앞에서 얌전한척을 안하게 된 에르시아가 나를 잔뜩 째려보고 있다.

­도.와.달.라.구!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하며 잔뜩 노려보는데...

외모만 보면 고고하고 성스러운 엘프인데, 속마음은 히로인과 보빔섹스를 하고싶은 엘프라니...

그 괴리감이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다.

"에, 에르시아님이야...! 나를 쳐다보고 있어! 내 분신술에 감명 받으셨나?"

순간 떠오르는 수십의 루시 떼가 생각나 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레아부터 데려가..."

"저기."

그렇게 나를 쉴새없이 힐끔거리는 레아를 향해 걸어가려 하니, 여생도 두명이 다가왔다.

얼굴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같은반 아이.

"너. 바알 베드히로라고 했지?"

"그런데?"

"레아 데려가지 마."

"그래 맞아! 레, 레아는 우리랑 놀기로 했...어!"

'쉐엣....'

루시와 비슷한 크기의 고양이 수인과 강아지 수인.

호기롭게 외치는것 치고는 눈동자가 불안한듯 떨리고 있었다.

내 외모는 겉으로만 보면 차가우니까.

이 둘은 여자조차 반하게 만드는 미친 외모의 레아의 희생자겠지...

"레아는...모두의 것이란 말이야."

"혼자 독점할 수 있는게 아니라구...왜 너, 너만 반에 친구도 없는게에...!"

"아니 갑자기 왜 딜을 넣지?"

황당한 마음에 읊조리니 내 뒤에 숨어서 상황을 주시하던 루시가 앞으로 나섰다.

­어이 너!

­맞아 너!

아니, 루시 들이였다.

순식간에 분신체들을 잔뜩 만든 루시가 그 두명의 여학생들을 둘러싼다.

강약약강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루시의 그것을, 불안해하며 바들바들 떠는 수인 친구들이 자극한 것 같다.

"하아...? 너 머야? 그 분신술이지?"

"우리가 틀린말 했어? 레아는 모두의 것이라고 경쟁자들이랑 말 맞춰놨다구...!"

얌전한 인상의 수인들이라 그런지, 말하는거 하나하나가 어딘가 하찮다.

여기에 괜히 끼어들면 나만 나쁜놈이 될 것 같은 기분.

근처에 있던 생도들도 그 광경을 침을 꿀꺽 삼키며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는 폭풍전야의 시간...

"여러분들~ 싸우면 안되요~"

"헛."

"에, 에르시아 양...?"

"크, 크읏..."

그런 작은 아이들 사이에, 170이 되보이는 장신의 앤젤라 가문의 후손인 에르시아가 다가왔다.

입꼬리가 헤실헤실 올라가는게, 이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겉보기에는 꽤나 귀여운 장면이였으니까.

­찌릿.

"무, 뭐."

그러면서 나보고 이렇게 방치했냐는듯 칼날같은 눈빛을 보내온다.

"......!!"

"!!!!"

"히...히...!"

그 눈빛에 흠칫 놀라며 바들바들 떠는 루시와 수인녀 두명...

"아..아하하...여러분~ 앤젤라는 무섭지 않답니다?"

"네...!"

"알아여어­"

"나, 나는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이게 정말 나와 같은 나이의 생도란 말인가?

에르시아는 그 뒤로 마치 유치원생들을 다루는 선생님처럼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친구들끼리 싸우면 안되겠죠? 싸우면 나아~쁜 사람이 혼낼 거예요."

에르시아의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세명...

저 사이에 루시가 있다는게 수치스럽다.

저 세명의 작은 머릿속에는 에르시아가 범접할 수 없는 윗사람이라는것이 낙인찍혀 있는지, 나를 대했을때와는 달리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치 선생님을 대하는 것 같은 모습.

"레아양이랑 놀고싶었던 걸까요~?"

"네, 네에...!"

"레아님 예뻐요오!"

레아의 추종자들이라는 조직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녀석들이였구나.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순수한 마음의 수인들 입장에서는, 항상 레아가 붙어다니고 먼저 말거는 내가 질투났나보다.

그렇게 보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아서 뿌듯해진다.

그러고보니, 히로인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사실 난 굉장한 사람이 아니였을까?

"흐음...확실히 어떤 사람이 독차지하고 있긴 하죠."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는 에르시아.

"그럼, 오늘은 반 친구분을이랑 같이 놀까요? 레아양도 같이."

마지막 말을 할때는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엘프는 순결을 소중히 여긴다는데...그때 있었던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레아만 가질 수 있다면 그딴것 필요 없다는 느낌.

엘프들이 순결을 소중히 여긴다는건 전부 내 선입견 아닐까?

"...흐­"

그때 레아와 함께 축제를 즐기는걸 상상했는지 에르시아가 헤픈 웃음을 짓는다.

그래 아닐거야.

기숙사에 딜도를 들고와 매일 아침 쑤시는건, 보통의 여학생은 하지 않는다.

에르시아가 그냥 이상한 거겠지.

그 말과 함께 에르시아와 수인 두명이 반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레아양 오늘은 반 친우분들끼리 즐기기로 했는데...꼭 와주실 수 있나요?

­제발...

­제발요...

­어, 어? 어어?

여학생들에게 둘러쌓인 레아.

남학생들도 같이 끼고싶기는 한데 저 사이에 들어가기는 어색한지 나처럼 눈치만 보고 있다.

"잠깐­"

그때 여학생 무리들이 레아를 포위한채 복도로 나간다.

끌려가며 나와 눈이 마주친 레아가 나를 향해 간절한 시선을 보내왔지만...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너, 너무해애..."

그 말을 끝으로, 히로인이 사라졌다.

"......"

"......"

우리는 9명 정도의 여학생들이 함께 나가는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배고파!"

"나도. 아침밥 안먹었는데."

밥먹으려 가야지.

­끼이익...

그렇게 근처의 주점을 찾아 걸어가려고 하니, 문이 열리며 흑발의 단아한 인상의 여학생이 나온다.

"아. 엘린.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천문부 활동 이후로 처음이다.

내 말에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엘린.

"엘린...! 우리랑 같이 갈래? 밥 먹으려 갈건데~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루시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엘린이 무섭지도 않은지 꽤나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를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번쩍 든다.

아무리 그래도, 그 엘린이 우리를 따라올리가 없지.

라고 생각했었다.

[바리의 꼬치구이집]

온갖 물품을 팔고 주점이 열리며 퍼레이드가 행차하는 축제.

그 사이에 있는 주점에 앉아 고기를 뜯었다.

그런 내 양옆에 앉은 루시와...엘린.

'어, 어떻게 데려온거지?'

어째서인지 루시가 엘린을 꼬시는데 성공했다.

그 에르시아와 루카스조차 어색해하는 엘린이거늘.

"맛있어."

"그러네..."

"이거 먹고 퍼레이드 보러 가자. 황실 마법사가 있대."

"....그래."

어색한 마음도 모르고, 엘린은 우리와 함께 있기로 결정한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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