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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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나온 강혁은 묵직한 가방에 즐거운 미소를 짓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에 깔려 있는 좀비시체들과 사고로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는 차들을 보니 좋았던 기분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뒷 머리를 쓰다듬은 강혁은 총을 제대로 파지하고 사방을 경계하며 집으로 걸어 갔다.
스킬의 힘인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바닥을 기어서 다가오는 좀비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좀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눈에 보이는 주변 광경에 인상을 찌뿌리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사람다운 일들을 할 수 없는 건가...'
잠시간 인류가 쌓아왔던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리고 있으니 차 밑을 거의 빠져나온 좀비가 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미 반쯤 빠져나온 좀비의 머리를 노리고 침착하게 사격하여 처치하고 잠시간 발걸음을 멈춰 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직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 본 적도 누군가를 사랑한적도 없는 자신이 안쓰럽다.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이를 만난적이 없어서 사람과의 관계는 늘 아름다워만 보였다.
그래서 게임을 하였고 게임의 스토리를 좋아했으며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로맨스를 동경하였었다.
'하아... 이게 뭔 청승인지, 망해 버린 세계이지만 나도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도 하고 우정도 나눌수 있을 테지'
좀비들의 모습을 보고 저들의 아름다웠을 관계를 잠시나마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영화와 미디어 매체로만 보아서 자세한 이야기를 그리기는 어렵지만 이야기들은 현실을 기반한다고 알고 있으니 상상하는 모든 것이 틀린 것은 아닐 테지'
이곳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현생으로 돌아간다면 적어도 이유 모를 혐오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으로 다시 기분이 좋아진 강혁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집을 향해 걸었다.
'나는 애정결핍이라고 했던가...?'
잠시 단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털어 낸 강혁은 다시 집중하여 주변을 경계하였다.
약 30분의 시간이 걸려서 집에 도착해 빌라의 앞에 쌓여 있는 좀비시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 갔다.
집안에 들어와 걸치고 있던 총과 가방, 전술조끼를 잘 놓아 두고 허물을 벗듯 옷을 훌렁 훌렁 빠른 속도로 벗어 던지고 화장실로 들어가 느긋하게 목욕을 하였다.
'시체들은 태워야하려나... 그러다 집에 옮겨붙으면 너무 힘들어 질 것 같은데...'
욕조에 몸을 가라앉지고 한참을 고민하던 20분간 깜빡졸다가 스르륵 미끄러져 코까지 물 속에 들어가자 눈을 번쩍뜨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흐아~, 오늘 굉장히 많이 잔것 같은데 아직도 피곤한 건가?"
몸을 닦고 방으로 돌아와 목욕하며 손빨래를 해 놓았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입었었던 옷들은 이곳저곳 피가 튀어서 빨래를 하는것보다는 버리는 것이 나을 것처럼 보였다.
오늘 사냥을 하며 입었던 옷을 든 강혁은 미간을 찌쁘리고 쓰레기 봉투에 집어넣었다.
'아... 이제 쓰레기봉투 수거를 하지 않겠군.'
잠시간 쓰레기봉투를 보며 복잡한 얼굴을 하던 강혁은 금세 생각을 그만둔듯 머리를 내저었다.
"앞으로 냄새에 휩싸여 살지 않으려면 내가 쓰레기들을 태우든 묻어 버리든 해야겠군"
입 밖으로 나오려는 한숨을 집어삼킨 강혁은 쓰레기를 한구석에 잘 모아 두고 가방에 오늘 가지고 온 게임기를 꺼내었다.
감격한 듯 반짝이는 눈동자와 그와 대비되는 무표정한 얼굴은 상당히 기묘했지만 강혁 스스로는 알지 못할 것이다.
게임기를 조심스레 개봉한 강혁은 티비에 연결 하려다가 살짝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이 되었다.
"티비 큰것을 가져 올까? 아니지, 인벤토리가 개방될때까지는 제대로 가져오지도 못하고 가지고 오다가 좀비 때 라도 만나면 내팽게쳐서 부서지고 괜스레 힘만빼는 일이 될 거야"
아쉽기는 하지만 대충 만족하자고 생각한 강혁은 게임기의 설명서를 읽으며 열심히 설치하였다.
"호~, 나도 이제 게임기를 가져 보는군"
게임기가 제대로 실행되는 것을 확인한 강혁은 온라인 어쩌구에서 당황하다가 오프라인으로 게임을 실행가능하다는 설명서의 내용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기가 잘 실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눌러내린 강혁은 오늘가지고 왔었던 게임들을 확인하다가 20만원이 넘는 게임 시디에 포기했던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소문난 좀비 게임을 실행하였다.
[am2:00]
슬프지만 아름다운 게임 속 이야기 속 빠져나오지 못하고 새벽이 되도록 게임을 한 강혁은 게임을 저장하고 확인한 스마트폰의 시간을 확인하고 정신을 차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었군, 게임도 저장했으니 종료하고 한숨자야겠군"
시간을 확인하자 마자 게임기를 종료 시킨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부엌 냉장고에서 물을 한잔 마시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단숨에 잠이 든 강혁은 햇살이 비쳐오고 살포시 돌아가기 시작할 때에 끄으응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끔벅되다가 충전중인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였다.
[pm1:00]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눈을 끔벅인 강혁은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어제 오늘 정말 한 풀이 하듯 잠을 자는군'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와 물기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나가기 전에 밥을 먹어야겠어"
냉장고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강혁은 벌써 날짜가 지나가 버린 삼각김밥들을 확인하였다.
'하루 정도 지난 것은 먹어도 된다고 했던가?, 저번의 알바생이 그리 말했던 것같군'
잠시간 고민하던 강혁은 전자레인지에 평소 돌리는 시간보다 조금 더 돌려서 아주 따끈하게 데우고 음료수와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던 강혁은 손가락을 튕겼다.
"오늘은 오토바이를 구해서 좀 더 멀리 있는 상점가에서 사냥을 해야겠어"
전술조끼안의 탄창들을 전부 꺼내어 비어 있는 탄창 전부에 탄 삽입을 마치고 전술조끼, 총, 가방을 챙겼다.
"오늘은 조금 멀리 나가야 하니 음료수라도 하나 챙길까?"
냉장고 앞에서 잠시간 고민하던 강혁은 빌라 근처 편의점의 음료수를 전부 가지고 온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밖으로 나왔다.
널브러져 있는 좀비시체들 중 살아 있는 좀비가 있을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확인하며 지나온 강혁은 방해하나 받지 않고 편의점에 도착하였다.
편의점안을 쭈욱 훑어 본 강혁은 냉장고에서 커다란 이온음류 하나를 꺼내어 가방에 집어넣고 과자 2개를 더 집어넣었다.
편의점을 나와서 상점가 근처에서 보았던 오토바이 가게를 향해서 움직였다.
아직 밖에나오지 못했던 좀비들이 언제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알 수없기에 조심 조심하며 움직인 강혁은 좀비 한 마리 만나지 않고 오토바이 가게에 도착하였다.
'지금쯤이면 문을 부수고 좀비들이 밖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도 좀비들이 멍청한가 보군'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저은 강혁은 유리로 되어 있어 훤히 보이는 오토바이 가게 안을 확인하고 문을 살짝열어 조심스럽게 들어가 벽에다가 머리를 쿵쿵 찍고 있는 좀비의 머리에 한 발 날려 주었다.
탁!
좀비가 쓰러지는 것을 보며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기감을 사용하여 범위안을 확인하였다.
'오토바이 가게 뒤편 방안에 한 마리 더 남았군, 이건 무시한다'
오토바이 가게에 있는 열쇠를 집어 든 강혁은 막막한듯한숨을 작게쉬었다.
'열쇠도 한뭉탱이에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도 10대는 넘는군'
생각을 마치고 끄으응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켜고 오토바이 앞에 다가갔다.
약 30분간의 사투끝에 오토바이의 열쇠를 찾은 강혁은 다시 한 번 짧은 한숨을 쉬었다.
'기껏 찾았는데, 예전 다방에서 쓰던 그 모델의 열쇠라니 나머지는 열쇠가 맞아도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고말이야'
부르릉~
오토바이의 시동을 건 강혁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지도를 확인하였다.
"사냥터로 쓸 만한 곳은 아파트 단지나 상점가 둘 중 하나이지만 아파트 단지에 있는 좀비의 수를 뚫어 내고 아파트 안에 들어가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으니 다른 상점가의 옥상을 사냥터로 써야겠어"
스마트폰의 안내에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던 강혁은 얼마가지 못해서 멈춰 서 길을 막고 있는 좀비들을 치워내고 완전히 길을 막고 있는 도로의 차량을 피해서 길을 돌아가며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끄응~ 비행기 하나 있으면 사냥하기 편할 텐데... 내가 운전할줄을 모르는군, 살 돈도 없지만 말이지'
오토바이의 시동을 끄고 내려와 눈앞에 보이는 좀비들을 모두 치워 낸 강혁은 사냥에 쓸 만한 건물이 있는지 쓱 살펴보다가 건물을 정하였다.
사방 200m쯤이 횅하니 들어나 있고 높이도 제법되는 공사도중의 건물로 들어 갔다.
공사장안에 있는 좀비들을 빠르게 해치운 강혁은 어디선가 본것 같은 아저씨 좀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건물을 올랐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온 강혁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총기의 소음기를 떼어 내 가방에 집어넣고 사냥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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