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6화 (6/51)

〈 6화 〉 5. 살고 싶다고 말해!

* * *

“그래서… 혹시 무슨 작전이라도 있는거야?”

방금 전의 사건으로 인해 화장실로 대피해 있는 그녀

그런 그녀의 앞에는 지금 한쪽 팔에서 피를 흘리며 서있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뭔가 의지를 굳힌 것 같은 그의 얼굴

그는 고통에 찬 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아니”

“…뭐?”

그러나 방금까지의 당당하던 얼굴과는 달리 마치 무책임하다고 할 정도로 허무하게 흘러나오는 그의 대답

그녀는 그의 대답을 듣고는 잠시 동안 자신이 무언가 잘못들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뭐! 내가 작전 같은게 있었으면 너처럼 화장실로 들어왔겠냐!?”

“아니… 그럼 방금 전 그 당당한 얼굴은 뭐…”

"...뭐, 방법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녀의 비아냥에 방금전보다는 자신감이 조금 줄어든 것 같은 그의 목소리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며 조금 못마땅하다는 듯이 재잡했다

"그래서, 그게 뭔데?"

“조용히 하고, 저기 창문 보이지?”

“…응”

그녀의 믿음을 산산조각 내버리며 신뢰도의 마이너스를 기록해버린 그

그는 자신을 꾸짖으려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는 아직 멀쩡한 팔을 이용해 화장실 벽면에 붙은 작은 창문을 가리켰다

그저 환기를 목적으로 뚫어 놓았을 뿐인 조그마한 구멍

그녀는 그가 어째서 그곳을 가리키는 것인지 잠시 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저게 왜? 설마 저기로 빠져나가자고?”

“어”

“너 그게 무슨… 저런 구멍으로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렇게 일이 쉽게 풀렸다면 얼마나 좋을 까

그녀는 괜히 아무 말이나 짓거리는 것 같은 그를 향해 쏘아붙이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방금 까지만 하더라도 마치 자신만 믿으라는 표정으로 확신에 차 말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다는 것이 사람 내놓은 해결책이라는 것이 겨우 ‘창문으로 도망치자!’ 일줄이야

“그럼, 너는 뭐 엄청 획기적인 방법이라도 있는거야?”

“그건 아니지만…”

물론 이러나 저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어찌 생각해보면 그가 말한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저 지금 밖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그녀의 불안감과 그가 가리키는 창문의 크기가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작은 크기라는 사실에 짜증이 나는 것 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무언가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조용히 그녀는 투덜대는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방법이 있겠지’

그렇게 잠시 격양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 사이 그는 어느새 그 작은 창문 틈새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이 파랗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니 무언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그녀는 가만히 서서 그의 정찰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 일단 밖에는 아직 그 미친놈들은 안 돌아다니는 것 같아”

“그래서, 이제는 어떡하게?”

그녀의 물음에 한번 씩 웃어주고는 자신의 팔에 묻은 피를 이용해 창문의 주변에 무언가 그리기 시작하는 그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며 잠시 동안 무엇을 하는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커다란 서클

그제서야 그녀는 그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마법진?”

“벽에 난 구멍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마법진이야”

그녀의 말을 듣고는 대답하는 그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말그대로 터무니 없는 이야기였다

과학의 발전과 여러 전쟁으로 인해 빛의 시대라 불리던 500년 전과 비교했을 때 95% 이상이 유실되어버린 현대의 마법

손가락 하나로 산을 펑펑 부숴버리는 창작물 속의 마법과는 달리 현실의 마법, 그 중에서도 현대의 일반인들에게 있어 마법이란 그저 실용성 좋은 취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갑자기 동급생 중 한명이 이런 비상시에 아주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는 마법을 사용한다?

그녀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그거… 진짜야?”

“어, 학교 선배들이 야자 땡땡이 치려고 소방관인 형 한테서 배웠다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이 어느새 마법진을 완성한 그는 많이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면서도 뭔가 찜찜한 느낌을 거둘 수 없었다

“왜, 거짓말 같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녀를 보며 말을 건넸다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뭐… 설명하면 길긴한데… 일단 내가 좀 지쳐서 그런데 일단 저기 마법진에 마력 좀 넣어줘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뭔가 방금 전보다 창백해진 것 같은 그의 얼굴

그녀는 그런 그를 보고는 무어라 할말을 삼키고는 그를 대신해서 마법진으로 향해 마력을 넣기 위해 마법진에 손을 대었다

찰박

그러자 뭔가 끈적하면서도 미끌거리는 혈액의 감촉이 그녀의 손끝을 적셨다

‘으으... 학생증 만들 때 했던 것처럼 하면 되는건가…’

그렇게 마력을 조금씩 불어넣자 거짓말처럼 창문이 마치 찰흙처럼 흐느적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조금씩 커지는 창문의 크기

이미 가만히 서있어도 밖의 모습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자… 잠깐 이거 이제 어떻…”

예상보다 훨씬 커진 구멍의 크기어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툭!!!

“어?”

등뒤에서 느껴지는 조그마한 충격

그로 인해 그녀는 그대로 창문 밖으로 밀려 넘어가 버렸다

다행히 1층이었기 때문에 그저 바닥을 구른 것으로 끝나고는 다른 상처는 없었지만 그녀는 갑작스러운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가 밖으로 튕겨져 나간 시점에서 마력의 공급이 끊긴 마법진은 그녀가 빠져나온 창문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잠깐… 이게 무슨!!!”

“뭐긴 뭐야, 너 도망가라고 판 깔아준 거지”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안쪽에서 들리는 그의 침착한 목소리

분명 그는 이 마법진에 마력을 넣을 힘도 없어 그녀에게 부탁 했던 상황, 이대로라면 그는 그대로 건물 안에 갇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럼 탈출한다고 한건…”

“당연히 니 얘기지, 내가 지금 이상태로 어디 멀리 갈 수라도 있겠냐, 지금도 어지러워 뒤질 것 같구만”

“아니 도대체 왜…”

자신은 방금까지 그를 꺼림직 하다 생각했는데

이러면 마치 자신이 그를 놓고 도망가는 쓰레기 같아지지 않는가

‘아니… 실제로도 그런가…’

가슴속에서 울컥대는 감정이 솓구치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저 화장실 구석에서 훌쩍이며 숨어있던 녀석일 뿐인데

그는 어째서 자신을 구해 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왜…”

눈물에 젖어있는 그녀의 목소리

하지만 그런 그녀와는 달리 오히려 화장실 안에 갇혀버린 그의 목소리는 침착 하기만 했다

“지금이 울 때냐? 지금 밖에도 이 좀비 놈들 우글거리고 있거든? 내가 이렇게 까지 해줬는데 그냥 울면서 뒤질거야?”

“그치만…”

“그치만이고 자시고, 이왕 나온거 빨리 도망쳐”

“……”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그를 꺼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는 기껏해야 생활 마법 수준

거기다 방금 전 마법진을 기동하는 바람에 몸에 남은 마나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빨리”

안쪽에서 나를 재촉하는 그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더 눈물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녀도 알고있었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곧 그들에게 들킬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달리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 없는 사람이 죽을 것을 빤히 알고도 도망을 친다니, 그런 일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크르륵…”

“제길… 야! 나는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라고!”

그러나 그런 그녀의 귀에 들리는 녀석들의 울음소리

안쪽에 있는 그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를 재촉했다

“이름…”

이제는 진짜 도망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그녀는 최소한 그의 이름이라도 알기 위해 그를 향해 질문했다

그러자 잠시 동안의 침묵이 있은 후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서는 어째서인지 안도함이 뭍어나오는 것 같았다

“최상욱, 그게 내 이름이야”

“미래… 유미래야”

이제는 바로 근처까지 들려오는 괴물들의 신음소리

그녀는 자신의 뺨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닦아내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미안… 아니지, 고마워”

그렇게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밖을 향해 뛰어 나갔다

저 괴물녀석들에게서 도망칠 수 있도록

상욱이가 말했던 것처럼, 그저 울면서 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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