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6. 개도 주인을 알아본다.
* * *
‘으으… 제길…’
내가 보았던 모든 장면들이 악몽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꿈에서 깨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라고 한다면 악몽으로 인해 잠을 잔 것 같지 않다는 것일까
다행히 몸 전체의 욱신거리던 것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왠지 더 피곤이 쌓인 것만 같았다
문밖으로 비쳐 들어오는 태양빛을 보니 아직 낮인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꼬박 하루를 기절해 있었거나’
물론 아직 나의 배꼽 시계가 울리지 않는 것을 보니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일단 이 자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기에 찌뿌둥한 몸을 쭉 피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렇게 다시 문을 열자 나의 코 안으로 들어오는 역겨운 피비린내
이 냄새에도 빨리 익숙해져야만 할 것 같다
나는 일단 눈을 바닥으로 깔아 내린 채 시장의 밖을 향해 걸어갔다
물론 녀석들이 나와 눈을 마주친다고 해서 나에게 달려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장의 상인 분들이 시체가 돼서 걸어 다니는 꼴을 계속 봤다가는 멘탈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았다
“크르…크륵!!”
“으어어어….”
물론 그런다고 해서 놈들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최대한 빨리 밖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 가지않아 도착한 시장의 입구
내가 처음 버려졌던 장소이자 내가 자리를 잡았던 그곳
너무나도 친숙해야 할 그 장소가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몸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는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로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장 앞에 세워져 있는 조그마한 시계탑은 어느새 오후 5시를 향하는 상황
평소라면 시장 앞에 있는 나에게 인사하며 지나가던 학생들도
항상 나를 보면 등위에 타려하는 시끄러운 꼬마도
언제나 다른 옷을 입고 오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누나들도
그저 좀비가 되어 거리를 흐느적흐느적 걸어 다닐 뿐이었다
‘내가 왜 여기 왔던거지?’
분명 시장을 빠져나가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제는 한 발자국만 내딛으며 되는데
이제는 이곳을 떠나 어떻게든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하는데
그런데 어째서 나는 지금 이곳에 이렇게 앉아있는 것일까
이미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는 앉아있는 것일까
“헥…헥헥…”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
코로 공기가 들어올 때마다 함께 무단침입하는 이 역겨운 피 냄새 때문에 정말이지 한순간 만다 구토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제길…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머리로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항 몸뚱아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저 걸어 다니는 시체만이 즐비한 이 썩어빠진 거리에서
나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멍청한 얼굴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강아지로 다시 태어나고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한번이라도 이 시장의 밖으로 나가본 적이 있는가?
그러자 갑자기 나의 가슴 한 켠에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가 보이지 않아 마트에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했던 어린아이처럼
갑작스럽게 온 세상이 좁아지는 것만 같았다
‘뭐… 뭐야 이거…’
갑작스럽게 떨리기 시작하는 몸
악몽에서 그랬던 것처럼 목이 막히며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설마 나는 아직 악몽 속에 있는 것일까?
‘아니… 아니야, 여기는 현실이야’
마치 몸과 이성이 따로 분리된 것 같은 기묘한 상황
내가 아무리 침착해지기 위해 애를 써보아도 나의 몸은 그것의 채 절반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이 몸이 나의 몸이 아닌 것만 같았다
‘제길…’
‘혼자’라는 말이 이렇게 두려운 단어였던 것일까
한번 자각하기 시작하니 마치 무너진 댐과 같이 감정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의 솟구침과는 달리 여전히 침착한 이성만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아우우우~~~”
결국 감정을 참지 못하고 시작된 하울링
마치 사이렌과 같은 크고 긴 나의 울음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어느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갑자기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가 시끄럽다는 듯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이 길거리에 홀로 남겨진 나는 그저 하염없이 울었다
마치 처음 이 세계에서 눈을 떴을 그때처럼
그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울고있을 뿐이었던 작고 연약한 강아지처럼
나의 눈에서는 어느새 작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침착하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참고 있었을 뿐
그저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억지로 기뻐했다
그렇게 억지로 다른 사람을 향한 슬픔을 끊어내려 애써 외면했다
‘제길…’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난 2년간의 추억은
그 따스함은
그 행복했던 나날들은
그것들은 겨우 외면이라는 도망책 따위로 끊어낼 수 없는 가벼운 것들이 아니었다
“아우우우우!!!”
그렇기에 나는 울부짖었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들을 향해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그들이 부디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나의 소중했던 사람들이 부디 저 더러운 고깃덩어리 안에 갇히지 않고 나와 같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너무나도 늦은 인사였지만. 나는 하늘을 향해 그리고 나의 가슴을 향해 울었다
‘부디… 편안해 지기를…’
‘…베…르?’
“!!!”
그렇게 그저 허공을 향해 감정들을 토해내고 있을 때
나의 귀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달리 활기 차지도, 그렇다고 힘이 있지도 않은 지친 목소리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울던 것을 멈추고는 그대로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뛰어나갔다
‘거짓말…’
그러나 나의 시아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녀
그 정도로 먼 거리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런 이성적인 사고 따위는 이미 멀리 집어 던지고는 나는 발을 움직였다
‘거짓말…’
그저 나의 환살일 뿐이라고, 속으로는 그럴리 없다며 외치는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부디 내가 잘못 듣지 않았기 만을 기도하며 달려나갔다
방금 까지만 해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던 나의 발은 어느새 깃털이라도 단 듯이 가벼워졌으며, 슬픔에 잠겨있던 나의 얼굴은 이미 그녀를 만날 생각에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달려보는 거리
처음으로 보는 낯선 풍경들
분명 나를 조여오는 것만 같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은 그저 그녀에게 향하기 위한 이정표나 다름 없었다
숨을 쉬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만 같았던 고약한 피 냄새와 썩은 내 사이사이로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퍼지고 있었다
달려가면 달려갈수록 더욱 진해지는 그녀의 채취
지금까지 이렇게 빠르게 달려본 적이 있었을까
몇 번째인지 모를 골목을 지나자, 몇 번이고 보았던 익숙한 교복이 나의 눈에 보였다
“멍!!!”
기쁨과 반가움이 모두 섞여있는 커다란 울음소리
나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눈앞의 그녀는 깜짝 놀란 것인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베르…?”
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그녀
먼지 투성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란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귀여웠다
그렇게 만날거라 생각조차 하지못했던 그녀를 다시 만난 나는 기세를 조금 줄인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멍!!!”
“꺅!!! 베르!!!”
그리고 내가 그녀의 바로 앞으로 간 그 순간
나는 바로 방금 기세를 줄였던 것이 무색하게 결국 반가움을 참지 못하고는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