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10화 (10/51)

〈 10화 〉 9. 개 장수도 올가미가 있어야 한다

* * *

나를 품에 안고 한껏 운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인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녀는 후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아직까지 저 멀리에서 울리고 있는 휴대폰을 꺼버리고는 나를 데리고는 주방으로 돌아왔다

“후.. 다 울었다! 이제 나도 밥 먹어야지, 따라와 베르”

다행히 기분이 나아진 것인지 활기찬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

하지만 겨우 그런 급조 한 가면으로는 그녀의 진짜 속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사이 다시 식어버린 볶음밥

나와 그녀는 그런 볶음밥을 같이 나눠 먹었다

“그냥 먼저 먹고있지… 다 식어 버렸잖아…”

“멍!!!”

“응… 알았어… 고마워….”

그렇게 밥을 먹는 와중에도 부모님이 생각이 난 것일까

울먹거리는 그녀를 달래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톨 남지 않은 빈 그릇을 핥고 있었다

본래라면 아무리 넉넉하게 잡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녀 혼자서 먹었을 양을 둘이서 나눠 먹은 것이었기에 배가 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고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그대로 잠을 자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이리로 올라와 베르”

바닥에서 자려는 나를 보고는 이불을 걷어 올리며 자신의 옆에 잠들라며 침대를 툭툭치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말 대로 그녀의 침대 위에 올라가 그녀의 옆에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러자 널널한 1인용이었던 그녀의 침대가 나로 인해 한순간에 비좁게 변해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행복한 얼굴로 나를 껴안고는 그대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녀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고 비좁은 침대

작은 움직임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답답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나는 이 잠자리가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똑…딱…똑…딱…

마치 이 세상 모든 것이 한번에 멈춘 것만 같은 고요하고 어두운 밤

집안에 울려 퍼지는 작은 시계바늘 소리만이 아직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베르”

“멍?”

그리고 그런 고요함 사이로 나를 껴안으며 고른 숨을 내쉬고 있던 그녀가 조용히 나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자장가와도 같은 편안하고 느긋한 목소리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목소리 저편에서는 어째서인지 불안감과 공포감이 스멀스멀 몰라오고 있었다

“베르…”

다시 한번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

방금 전에 비해 명확하게 떨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무언가 나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이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째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슬퍼할 때마다 나의 기분도 덩달아 우울해지는 것만 같았다

“엄마랑 아빠는… 잘 살아 계시겠지?”

잠에 들기 전, 갑작스럽게 생각이 많아진 것일까

그녀는 나의 등 뒤에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조용히, 그러나 깊고 무겁게

그녀는 나를 끌어안고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개가 되었기에 사람 말을 할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가족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인 이 작고 연약한 소녀를 위로해줄 수 있는 말을 나는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녀의 옆에서 이렇게 그녀가 마음 놓고 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뿐

새액…새액…

울다 지친 것인지 그대로 잠들어버린 그녀

그럼에도 나를 껴안은 두 손의 힘을 놓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가볍게 웃으며 나도 그런 그녀의 품에서 곤히 잠에 들었다

*****

“베르… 베르 일어나…”

“끼잉…”

다음날 아침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피곤한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그녀의 침대에서 내려왔다

겨우 하룻밤 만에 털 범벅이 되어버린 그녀의 침대와 방

뭔가 그것을 보고있자니 죄책감 비스무리한게 내 가슴을 쪼끔은 찌르긴 했지만

저건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인 거니까

나는 그렇게 털이 날리는 황량한 침실을 뒤로 하고는 나를 부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겨우 일어났네, 벌써 점심시간인데 안 일어나서 걱정했잖아”

분명 아침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점심이었던 것일까

그녀는 어젯밤 울었던 것 때문인지 눈가가 눈물에 부어올라 꽤나 웃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원판의 미모 덕분에 저렇게 얼굴이 망가지고도 못생김이 아닌 귀여움이 묻어나오는 것은 부러웠지만 말이다

거기다 이번에는 진짜로 기분이 풀린 것인지 어제저녁과는 달리 자연스러운 웃음이 피어올랐다

“잠시만 기다려, 금방 밥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점심을 차리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 그녀

그녀는 앞치마를 가지런히 매고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부엌칼을 들고 있는 그녀

마치 신혼의 새색시와 같은 풋풋한 그녀의 모습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거실에 앉아 그녀의 요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앞치마와 여고생의 조합이라니, 단어자체에서 주는 파괴감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꺄악!!!”

물론 그런 그녀의 모습과 요리실력은 완전히 별개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마치 부엌이라기 보다는 전쟁터에서 날 법한 요란한 소리를 내고는 거실로 돌아온 그녀

다행히 결과물이 망한 것은 아닌지 그리 나쁘지 않은 냄새가 풍겨왔다

“자! 유미래 특제 스페셜 김치 볶음밥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당당하게 밥그릇을 내미는 그녀

그 안에는 마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볶음밥보다는 마치 고깃집 볶음밥과 비슷한 비주얼의 볶음밥이 들어있었다

시큼하면서 달짝지근한 김치의 냄새에 뒤지지 않는 고기의 진한 육향, 거기에 불 맛이라는 이름의 탄내와 그런 강한 불에 눌러 붙은 것인지 밥알의 캐러멜라이징과 고기의 마이야르가 합쳐진 구수한

감칠맛과 바삭바삭한 식감까지

도대체 일반 가정집에서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고깃집 비주얼을 만들어낸 것인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눈을 돌려 부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부엌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음… 노리고 만든 건 아니구만…’

나는 그런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그녀가 만들어준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최고의 발명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실수인지 고의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볶음밥은 아주 맛있었다

분명히 평소에 만들어주던 디저트는 맛있었던 것 같았는데

어쩌면 지금까지 나에게 주었던 디저트들은 모두 수많은 결과물들의 희생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밥을 다 먹은 그녀는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 것인지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손안에 작은 무언가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베르야, 이리 와봐”

“멍?”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검은 목줄이었다

다른 목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어디에도 줄을 매달아 놓는 고리가 없다는 점일까

이렇게만 보니 목줄이라기 보다는 초커에 더 비슷해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나의 목에 채우고는 그 목줄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져다 댔다

그러자 갑자기 목줄이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을 집어 삼켰다

그러자 마치 그녀의 머리색과 같이 붉게 물들어버린 목줄

“짜잔! 어때! 멋있지?”

그녀는 나에게 목줄을 다 채우고는 다른 한 손에 들고 온 손거울로 나를 비쳐주었다

나는 그런 목줄을 보고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트고는 멍하니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런 나의 모습이 웃긴 것인지 배를 부여잡고 거실을 굴러다니듯이 웃던 그녀는 겨우 진정하고는 목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후우… 이건 좀 특수한 목줄이라서 말이야, 한번 묶으면 풀리지 않는 대신에 주인과 반려견의 위치를 서로 알 수 있고 너의 목 굵기에 맞춰서 자동으로 길이가 조절되는 목줄이야”

그 이외에도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 것인지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그녀

그는 그런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나의 내 목에 걸린 목줄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목에 두르고 다닌 것이라고는 찜질방 수건과 목도리가 나였던 나였기에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확실히 나의 목에 맞춰서 사이즈가 조절되는 것인지 그리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대충 봄 날에 목폴라를 입은 정도?’

그나저나 목줄을 풀 수 없다니

왠지 게임 속에서나 보던 귀속저주가 걸린 장비 같았다

“후후…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죽기전에는 절대 못 풀어, 넌 이제 영원히 내거야”

앞으로 벗지 못한다는 그녀의 말에 왜 인지 모르게 목이 간지러워지는 바람에 앞발로 목을 긁자 내가 이것을 벗으려고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나의 등뒤에서 낮은 웃음소리는 내며 마치 얀

데레 같은 대사를 치기 시작하는 그녀

‘… 설마 진짜 얀데레 같은 건 아니겠지’

나는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