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12. 약육강식
* * *
그날의 사건이 일어난지 약 18일정도가 지났다
겨우 18일, 아니 사실상 이주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는 그 한정적인 감염 경로에도 불구하고 온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죽지 않는 괴물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인류는 지금까지 그저 마음 한구석에 박아 두었던 본능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생존본능’
생물로서 가지고 있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본능
그러나 과학의 반전으로 인해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현대 인류에게 있어서 조금씩 사라져 가기 시작하던 본능
그로 인해 인류가 인류로서 지내올 수 있었던 이유, ‘사회’라고 하는 커다란 군집체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점점 이기적으로, 그저 본능적으로, 점점 더 자기 중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가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법과 윤리가 무너져 버린 지금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최소한 자기 자신에게는 말이다
“오늘은… 14층인가… “
마치 그저 평범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계단을 올라가며 중얼거리는 그
그는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리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잠깐 간식을 사러 편의점에 같다 온 것과도 같은 얇은 복장의 그를 보고 있자면 마치 밖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그의 손에 들린 한 자루의 망치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가 지금의 사태를 알아 차렸던 것은 그가 늦은 저녁 잠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굳게 닫혀 있는 문과 방 이곳저곳에 아무렇게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은 그가 평범한 생활을 하는 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꼬르륵…
“아… 라면 다 떨어졌나?”
그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잠깐 동안 거실에 나온 순간
띠리링!
“아…”
그의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왔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취준생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지만 그저 매일매일 게임으로 시간을 축내고 있는 그에게 있어 부모님이라는 존재는 그저 귀찮을 뿐이 어색한 사이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의 눈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손에 들고 있는 라면을 그대로 들고는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크으윽…”
그러나 그 순간 현관에서 들리는 작은 신음소리
그는 그 소리를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슬쩍 뒤를 돌아 현관에 서있을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
“……”
“엄마!!!”
그러자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오른 팔은 마치 동물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깊은 이빨 자국과 함께 흥건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서로 보기 불편하고 서먹서먹해진 사이라고는 하지만 가족은 가족
그는 그녀의 몸에 난 심각한 상처를 보고는 깜짝 놀라 현관에 있는 그녀를 향해 달려 나갔다
“어… 엄마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다쳤으면 병원을 가야지 왜 집에 왔…”
“크아아아!!!!”
“으아아!!! 엄마 갑자기 뭐야!?”
그때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를 향해 달려드는 그녀
그녀는 마치 그를 진심으로 죽이려고 하는 것처럼 강하게 팔을 휘두르며 그를 덮쳤다
“으악!!!”
후우웅!!!
50대를 목전에 둔 여성의 팔에서 나올수가 없는 살벌한 소리
다행히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라 미끄러져 넘어진 덕분에 그녀의 팔에 맞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는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쨍그랑!!!
그를 지나쳐 강하게 휘둘러진 그녀의 손에 부딪친 현관의 유리벽은 겨우 한번의 휘두름 만으로 완벽하게 깨지며 그녀의 손에 박혀 그녀의 손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어… 엄마…”
“크아아아!!!”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는 자신의 엄마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저 변해버린 그녀의 살벌한 눈빛 뿐
오히려 자신의 피를 보고 더욱 흥분한 것인지 그 날카로운 손톱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자신의 아들을 공격했다
아무리 보아도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그녀는 지금까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이유도 모르고는 그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그녀에게서 도망치는 그
하지만 아무리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집 안일 뿐
그저 잠시 동안의 시간 벌이에 불과한 발버둥이었다
“씨이이이발…. 이게 뭐냐고!!!”
그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재빠르게 부엌으로 달려가 그대로 식칼을 꺼내 들어 그녀를 위협했다
“씨….씨발… 오지 마 이 개새끼야!!!”
그저 겁에 질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그의 식칼
그녀는 그런 것은 아무런 위협조차 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그를 향해 다가올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는 더욱 겁에 질려 부엌에 있는 물건들을 그저 잡히는 대로 마구잡이로 집어던지고 있었다
“오지 말라고 이 새끼야!!!”
푹!!!
그러나 그런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으로 던졌던 물건 중 식칼 하나가 바로 그녀의 발목부분에 그대로 박히고 말았다
그에게 돌진하려던 어정쩡한 자세에서 발목을 맞은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생긴 잠깐의 빈틈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방금 던지려던 식칼을 고쳐 잡고는 잡고는 그녀의 등뒤로 올라가 그대로 식칼을 그녀의 등에 박아넣었다
“죽어 이 씨발새끼야!!!”
“크아아악!!!”
이미 겁에 질려 반쯤 패닉 상태에서 나온 그의 난폭한 행동
그는 지금 이 괴물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심정으로 마치 미친 것처럼 마구잡이로 그 등을 쑤시기 시작했다
“끼애애애애액!!!’
“시끄러워!!!”
그럴 때마다 자신의 밑에서 비명을 지르는 엄마의 모습을 한 괴물
그는 그런 그녀의 비명소리가 드릴지 않을 때까지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녀의 등에서 나온 피가 튀어 온몸이 붉게 변했을 때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뭐… 뭐야!?”
깜짝 놀란 그가 그녀에게서 떨어지자 연기를 내기 시작하며 마치 재와 같이 바스라지기 시작하는 그녀
그는 멍하니 그녀가 죽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녀의 몸이 완전히 제가 되어 사라져 피투성이가 된 옷만이 남아있을 때가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그
“꺄아아아아악!!!’
“크에에엑!!!”
“이거 놔 이것들!!!”
그제서야 들리기 시작하는 비명소리
그는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멈춰버린 뇌를 억지로 움직이여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
쨍그랑!
그리고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그는 온몸에 힘이 풀린 것인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놓치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몸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자신의 어머니
이 모든 것을 다 자신이 했다는 사실에 그는 마치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하하…”
그것은 죄책감이나 불안감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황홀감’
마치 자신을 옭매이던 감옥을 빠져나온 것만 같은 이 미칠 듯한 해방감에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된 거구나…”
괴물들이 창궐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
사회가 사라지고 법이 사라진 그 순간
그를 지금까지 막아 왔던 모든 것이 한번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흥~흐흐흥~♪”
그날 이후로 그는 창고에 있던 망치를 꺼내 들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방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층 씩
아파트의 문들은 그저 도어락 하나만 부수면 너무나도 쉽게 열 수 있었기에
그는 단순히 심심풀이를 하듯이 아파트를 헤집고 다녔다
“너…. 너는 뭐야!!!”
“뭐야, 사람이 있었잖아?”
아주 가끔 사람이 있는 집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겁에 질려 떨며 자신의 손에 들린 망치를 보며 어찌할 줄 모르는 그들의 표정
그 표정은 그가 이 놀이를 멈출 수 없게 하는 원동력이나 다름없었다
“오… 오지마!!! 오지말라고!!!”
“에이… 어차피 세상 망한거 곧 죽을텐데… 좀 일찍 죽는다고 생각해”
퍽!!!!
죄책감 따위 느끼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이것은 어디 까지나 놀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게 한층, 한층,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그의 자원은 풍족해 졌으며 그의 놀이도 점점 더 재미를 더해갔다
그렇게 14층에 도착한 그
본래라면 지금 쯤 18층에나 도착했을 때였지만 문을 따는 작업 자체가 생각보다 힘들어서였을까
이제야 겨우 14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흠… 혹시 쓸 만한 여자 하나 안 나오려나… 지금까지는 아줌마나 꼬맹이들 뿐이라 재미 없었는데”
마치 게임의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만 같은 가벼운 말투
더러운 욕망에 가득 잠긴 그는 마치 랜덤박스를 까는 것만 같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첫번째 집의 도어락에 망치를 내리쳤다
깡!!!
“……!”
그러자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인기척
그 소리에 그는 더욱 힘차게 망치를 내리쳤다
콰지직!!! 끼이익…
겨우 3대만에 부숴져 버리는 도어락
그렇게 그는 언제나처럼 두근거리는 맘을 안고 그 집을 향해 들어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안을 본 순간
‘당첨이다’
그는 마치 악마와도 같은 끔찍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