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14. 제 버릇 개 못 준다
* * *
“아아악!!! 이거 놔 이 개새끼야!!!”
‘크윽…’
내가 녀석의 목덜미를 물자 마구잡이로 소리를 지르며 나를 때어 놓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녀석
방금 전과는 달리 정말로 목숨의 위협이라도 느낀 것인지 다친 팔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나를 잡아 뜯었다
투두둑….
말 그대로 나의 몸을 잡아 뜯기 시작한 녀석
녀석의 손톱이 나의 살에 쑤셔 들어올 때마다 나의 목과 등에는 피가 송글송글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고통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단순한 타격과 같이 욱신거리는 감각이 아닌 무언가가 나의 살을 파고드는 이질감과 날카로운 고통
하마터면 녀석의 목을 물고 있는 입에 힘을 풀어버릴 뻔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약해졌어도 나는 일단은 사냥견으로 불리는 견종
한번 물어버린 목표를 그렇게 쉽게 놓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와드득…
오히려 고통으로 인해 더욱 힘이 들어가 녀석의 목안으로 더욱 파고드는 나의 이빨
나는 그대로 녀석의 상처를 완전히 찢어 버리기 위해 목을 좌우로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내가 2년간 시장을 나의 구역으로 만들기 위한 ㅈ냥이들과의 17대 1의 혈투로 인해 얻은 나의 스킬
다행히 나의 2년간의 노력이 담긴 스킬은 고양이들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꽤나 효과적이었던 모양이었다
“끄아아악!!!!”
그 증거로 나의 살을 뭉텅이로 쥐어 뜯을 것만 같았던 녀석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하며 방금전보다 커다란 비명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커어억!!!”
그러나 녀석도 순순히 뒤져줄 생각은 없었던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마치 물에 빠졌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것처럼 아무것이라도 잡은 것인 것
녀석은 나의 목에 있는 목줄을 붙잡고는 그대로 뒤로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나의 목을 조이며 기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
이 정도로 피를 흘렸으면 이제는 슬슬 몸에 힘이 빠질 만도 하건만
방금 전까지 공포에 덜덜 떨던 모습과는 달리 녀석의 팔에는 힘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어쩌면 오히려 죽고 싶지 않다는 녀석의 찌질한 성격 덕분에 더 이러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리 오래 남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째서라고 한다면 뭐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동물의 감이라고 해야 할까, 녀석의 목숨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 즈음은 알 수 있었다
문제라면 지금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목줄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목에 졸려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점점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좀비 놈에게 맞았을 때는 눈앞이 새빨개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새햐얘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턱의 힘을 풀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빨이 너무 깊게 박혀 있어 쉽게 빠지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턱과는 달리 점점 힘이 빠지는 다리
아무래도 방금 전 분노로 인해 순간적으로 솟아오른 아드레날린이 벌써 힘을 다한 것인지
천천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녀석의 손발에서도 더 이상 힘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되었을 때, 나는 녀석의 팔이 완전히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
‘르…베르…’
그렇게 잠시 동안 기절해 있던 것일까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잉….”
산소 부족인 것인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기분
숙취와는 또 다른 지끈거리는 감각이 다시는 느끼기 싫은 ㅈ같은 느낌이었다
“베르!!!”
그렇게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나의 옆에서 나에게 소리를 치는 그녀
본래라면 그 커다란 소리에 머리가 웅웅거리며 오히려 머리가 더 아파야 정상이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오히려 두통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락!!!
“베르…. 흐윽… 베르…”
아직 나의 입과 몸은 녀석의 피로 얼굴이 져있는 상황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은 상관 하지도 않는 다는 듯이 나를 껴안고는 그대로 울고 있었다
마치 처음 나를 이 집에 데려왔던 날처럼
나는 언제나와 같이 나의 품 안에서 울고 있는 미래를 앞발을 이용해 조심히 쓰다듬었다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는 와중에도 열심히 눈을 굴리며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녀석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미 몸 안에 있는 피가 모두 빠진 것인지 싸늘하게 식은 것처럼 하얗게 변해버린 시체
처음으로 살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도 나는 생각보다 그리 죄책감에 휩싸인다거나 겁을 먹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시장의 사건처럼 억지로 의연한 듯이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아다
오히려 그저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은 정도의 기분밖에 들지 않는 상황
나는 그대로 그녀의 품에서 나와 그대로 녀석의 시체로 다가갔다
“베…베르?”
그런 나를 보며 당황한 것인지 훌쩍이는 와중에도 나를 바라보는 그녀
찰팍
내가 녀석의 앞에 서자 그녀의 피로 흥건해진 바닥에서 차갑고도 끈적한 느낌이 발바닥을 적셨다
나는 그런 찝찝한 감각을 조금이라도 빨리 없애기 위해 녀석의 시체를 물고는 집밖을 향해 질질 끌고 갔다
어차피 녀석이 문을 부숴버린 덕분에 나는 그나마 수월하게 녀석의 시체를 끌고 갈 수 있었다
물론 바닥에 남아있는 핏자국은 어떻게 해야겠지만…
쿠당탕!!!
그렇게 나는 녀석의 시체를 아무렇게나 계단 위로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집에 들어오고 다시 한번 살펴보니 역시나 엉망이 되어버린 집안의 모습
문의 장금장치와 문 고리는 이미 반쯤 부숴지는 바람에 겨우 덜렁거리며 제구실을 못하게 되어버렸고 집안의 한쪽 구석은 녀석의 피로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그런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집안으로 터덜터덜 들어왔다
‘지친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사실상 한계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렇게 들어오는 나를 향해 그녀가 황급하게 달려왔다
그러나 그렇게 다가와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거리는 그녀
“[클린]…”
그저 마법을 이용해 나의 몸에 뭍은 피들을 대충 털어냈다
아직 입안에 남아 나를 괴롭히는 비릿한 향기에 기분이 나빠 입을 행구고만 싶었지만 그렇다고 손이 없는 내가 저곳에 머리를 박았다가는 그대로 몇일 분의 식수를 날려먹는 것이나 다름 없었기에나는 그저 입안에 남은 소량의 피들을 몰래 몰래 삼킬 뿐이었다
‘으으…’
그렇게 빨리 이 기분 나쁜 느낌을 어떻게든 없애기 위해 부엌에서 참치캔 하나를 들고 왔다
이제는 별로 남지도 않은 귀중한 식량이었지만 지금은 이거라도 먹지 않는다면 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내가 참치캔을 가져오니 그것을 받아 들고는 빠르게 캔을 따고는 나의 앞에 건내 주는 그녀
참치에서 나오는 고소한 기름과 짭쪼름한 살코기의 맛이 나의 입안에서 나는 역겨운 피비린내를 조금은 잡아주는 것 같았다
“베르…”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 나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을 시작하는 그녀
나는 혀를 이용해 참치캔 안의 살들을 발라 먹으면서 눈동자를 움직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울먹거릴 것 같은 그녀의 얼굴
“미안… 내가 미안해…”
결국 참지 못한 것인지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의 참치캔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의 목줄이 있는 부위를 쓰다듬는 그녀
혹시 그 안쪽에 멍이라도 든 것일까
왠지 그렇게 생각하니 욱신거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하아…’
자꾸만 울먹거리는 그녀
아마 그녀가 소설 속 여주인공이었다면 지금쯤 독자들이 그녀를 마구 욕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어쩌겠냐… 이런 주인도 주인인데 말이지…’
나는 참치캔 하나를 모두 비우고는 그대로 나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녀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나로 인해 피범벅이 되어버린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