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16화 (16/51)

〈 16화 〉 15. 개 싸움에 물 끼얹는다

* * *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난 그날 저녁

그녀는 오늘도 제대로 된 식사는 입에 대지도 않은 채 그대로 힘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아예 안 먹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단식이나 다름없는 상황

거기다 오늘의 사건으로 안 그래도 힘들어하는 그녀가 충격을 받은 것을 보니 나 자신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아…’

이미 그녀는 지친 것인지 그대로 방에 들어가 잠에 들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는 달리 나는 평소처럼 그녀의 옆에서 잠들 수 없었다

그 이름 모를 미친놈 때문에 이미 우리 집의 문고리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져 버린 상황

설마 저런 놈이 또 있겠나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이라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문 앞에 앉은 채 설마 누군가 함부로 들어오지는 않는지 지켜봐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아무튼 죽어서도 민폐야 저 놈은’

그렇게 놈을 너무 쉽게 죽여버린 것은 아닌지 아쉬워하면서도 나는 앞으로의 대해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존버는 승리한다’ 라고는 하지만 이미 식량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으면 거기다 문짝까지 뜯긴 상황

물론 버틴다고 한다면 버틸 수는 있겠지만 아마 그것도 얼마 안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좋든 싫든 언젠가는 밖을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사실 그 사실 자체는 처음부터 상정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위해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계속 1층에서 서성거리는 좀비 놈들의 행동을 살펴보기도 했고 말이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지금 미래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인데…’

마치 악몽에나 나올 것 같은 끔찍한 상황의 연속

아무리 내가 옆에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저 그녀와 친하게 지내던 강아지였을 뿐

그녀를 지탱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존재를 대체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불가능 한 일이었다

사실상 언제 자살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정신은 마치 벼랑 끝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위태로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그녀가 겨우겨우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아마 나겠지

그것이 아니라면 그 녀석처럼 그저 죽는 것이 무서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정말로 그런 것일까’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자니 왠지 입안이 씁쓸해 지는 것만 같았다

그나마 나라는 존재가 그녀가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나라는 존재가 이런 끔찍한 상황에 그녀를 얽매고 있는 족쇄는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니 괜스레 목줄이 감긴 나의 목이 가려워지는 것만 같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그런 생각들로 인해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저만 갔다

다행히도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요동치는 덕분에 잠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밤을 샌 것보다 더욱 피곤한 느낌만 들었다

“베르? 어디 있어 베르?”

그렇게 시간이 점점 지나 새벽이 될 무렵

방안에서 잠들어 있던 미래는 이런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나를 찾아 거실로 걸어 나왔다

이제는 수면시간도 점점 짧아지는 것인가…

나는 불안한 기색으로 나를 찾기 시작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

“!?”

그런데 그 순간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그녀는 아직 그것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거실에 나와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베르… 여기 있었구나… 왜 나와 있었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껴안기 위해 다가오는 그녀

평소라면 내가 옆에 없어 불안해 하는 그녀의 손길을 받으며 그녀를 안심시켜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고 나는 인기척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차리기 위해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베르? 베르!?”

그러자 그런 나를 보며 당황한 듯 나를 향해 소리치는 그녀

우당탕!!!

갑자기 튀어나간 나를 잡으려고 했던 것일까? 그녀는 내가 튀어나간 그 자리에 그대로 넘어져 쓰러지고 말았다

그 소리를 듣자 자연스럽게 멈추는 나의 몸

역시 아무리 급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인의 안전이 1순위라는 것일까, 나는 멈춘 다리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며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돌려 바닥에 쓰러진 그녀에게 향했다

“베르…. 가지마… 제발… 내가 잘못했으니까… 날 버리고 가지 마…”

그러자 넘어진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울기 시작한 그녀

내가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나간 것을 오해한 것일까

그녀는 울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건… 의존증인가…’

나는 계속해서 나의 이름을 되뇌이며 울고 있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아니, 사실 얼마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심해질 줄이야

마치 약물 중독자와 알코올 중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마약과 술을 찾으며 그것들에 의존하는 것처럼

그녀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가 그녀의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다 손길을 한번 뿌리쳤다고 이렇게 이성을 잃을 정도로 울기 시작하다니, 내가 이런 쪽의 지식은 그리 많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그녀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 즈음은 아무리 문외한인 나라고 하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절벽 끝에서 피어나 조금씩 떨어지는 흙덩이 안에서 나라고 하는 작은 잔뿌리를 동아줄 삼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그녀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얼마가지 않아 그녀는 무너질 것이다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와 같은 그녀의 모습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답답해지고 마치 분노와 비슷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듯한 이 느낌

이것으로 벌써 몇 번째인 것일까, 이런 감정이 바로 무력감이라는 것일까

나는 울고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 눈물이 흐르는 그녀의 뺨을 핥으며 그 눈물을 닦아주었다

“…베르? 베르 맞지? 그렇지? 베르… 미안해… 베르… 베르…”

그러자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

도대체 뭐가 그리 미안 한 것인지 그녀는 마치 넋이라도 나간 사람처럼 나를 껴안고는 연신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결국은 그녀의 의존증을 더욱 심화시키는 꼴이나 다름없었지만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있어서는 이것이 그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었다

“……”

그러는 와중에도 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희미한 인기척

처음에는 그저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작은 인기척이었지만 그 인기척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말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거 정말 괜찮을까?”

“일단 확인만 해보는 거니까…”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자 밖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 소리

아무래도 인기척의 주인은 한 명이 아닌 것인지 남자들의 대화 소리가 조용한 아파트의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제서야 그녀도 그들의 소리를 들은 것인지 놀란 얼굴로 굳어버린 그녀

어제의 트라우마가 아직 다 해소되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인 것인지 그녀의 얼굴은 파랗게 질린 채 나를 잡은 두 손은 차갑게 식어가며 덜덜 떨리고 있었다

“베….베르…”

그러면서도 내가 자신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주기 시작하는 그녀의 두 손에 나는 다시 한번 흥분하여 뛰쳐나가려는 것을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아직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황

그들이 악인인지, 아니면 그저 평범한 생존자인지를 안 이후에 행동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두 명을 이길 수 있을까?’

문제가 있다면 과연 내가 그 둘을 혼자서 제압할 수 있을 까 하는 불안감 뿐

나는 일단 그녀가 다치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녀의 앞에 서서 경계 자세를 취했다

“혹시 진짜 좀비라도 있으면 어떻게? 그럼 큰일이잖아”

“아니 재수없는 소리 좀 하지 마, 그리고 좀비가 있었으면 형이랑 내가 이렇게 떠들고 있는데 진작에 달려 나왔겠지”

“그… 그런가?”

이제는 바로 지척에서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

점점 커지는 그들의 발소리에 나는 개임에도 불구하고 목덜미가 땀으로 젖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 이….이거 핏자국 아니야!?”

“뭐? 잠깐!!! 일단 조심해!!!”

‘제길…’

어제 지친 몸으로 인해 미쳐 치우지 못한 핏자국을 본 것인지 갑작스럽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진 두사람의 목소리

갑작스럽게 줄어든 발걸음 소리와 말소리는 그들이 우리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그렇게 잠시 동안 흐르기 시작한 정적

나의 몸을 잡고 있던 그녀도 그 정적에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것인지 나를 붙들어 매던 두 손을 놓고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자유로워진 나는 언제라도 그들에게 달려들 수 있도록 다리에 힘을 주고는 그들을 경계했다

“으으…. 죽어라 이 망할 좀비 놈들아?아아?아아아악!!!!”

쾅!!!

그러나 그런 숨 막힐 것 같은 정적을 깨고 들어온 한 남자

그는 그대로 우리의 집으로 뛰어 들어올 것같이 우렁찬 함성을 지르고는 그대로 문턱에 걸려 현관에 엎어져 넘어지고는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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