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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20화 (20/51)

〈 20화 〉 19. 오뉴월 개 팔자다

* * *

똑똑

나와 그녀가 오랜만에 숙면을 취하고 있을 때

저녁밥이 전부 완성 된 것인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아직 잠이 덜 깬 것인지 침대 위에서 무방비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그녀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개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이런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도 오지 않게 되어버려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저렇게 계속 세워 두기도 뭐했기에 나는 자고 있는 그녀를 대신에 방문을 열고 나갔다

다행히 둥근 형태가 아니라 긴 고리 형태였던 덕분에 손이 없는 나도 어찌저찌 열 수 있었다

“어?”

“멍!!!”

예상과는 달리 미래가 아니라 내가 방문을 열고 나온 것에 놀란 것인지 나를 보며 멍청한 소리를 내는 하나

나는 그런 그에게 문 여는 댕댕이는 처음 보냐는 어투로 가볍게 짖어주고는 그가 안에서 무방비한 모습으로 자고 있는 미래의 모습을 보기전에 후다닥 방을 빠져나와 뒷발을 이용해 그대로 방문을닫아버렸다

그는 그런 나의 완벽한 콤보를 멍하니 바라보고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어… 음… 베르라고 했나? 너희 주인님은 자고 있어?”

“멍!!!”

“그래? 흐음… 그렇다고 내가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러고 보니 미래가 아직 나를 소개해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분명 어제 있던 일을 설명할 때 내이름이 나왔을 것인데 그는 그것을 잊은 것인지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는 듯 보였다

아니면 그냥 동물을 대하는 것이 서툴수도 있지만 말이다

“저기 혹시 지금 너희 주인님 깨워 주실 수 있니?”

아무래도 여자 혼자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기는 힘들 었던 것인지 나에게 미래를 깨워줄 것을 부탁하는 하나

도리도리

하지만 요 근래에 들어서 그녀가 제대로 잠드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오래간 만이었기에 나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고개를 저으며 그런 그의 부탁을 최대한 정중히 거절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의 기준이지만 말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

무언가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왠만하면 그녀가 편히 쉬었으면 하였기에 혹여나 하나나 두리가 문을 지나가지 못하게 아예 문 앞에 앉은 채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하… 걱정 마 함부로 들어가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니까”

“뭐야, 무슨 일인데?”

다행히 그녀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려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와 그가 너무 오랬 동안 시간을 끌었던 것일까

부엌에 있던 두리까지 이곳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해, 미래씨는 안 나와?”

“아아… 피곤한지 아직 자고 있는 것 같아”

“흐음… 뭐 피곤할 만 하지, 그럼 저녁은 우리끼리 먹어야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품 안에서 인스턴트 식품들을 한가득 쏟아내는 두리

한 끼 식사는 물론 하루 치 식량을 한번에 가져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두리의 모습에 놀라기는 커녕 오히려 나와 미래도 있으니 더 가져와야 하지 않느냐는 하나의 모습을 보니 이 둘이 어째서 그렇게 쉽게 우리를 이곳에 데려와 준 것인지 대충 알 것 같았

우당탕!!!

“꺄아아악!!!”

그런데 그 순간 방안에서 들리는 커다란 비명소리

내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에 자리에 앉아있던 나와는 달리 가만히 서있었던 하나와 두리는 이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무슨 일이에요!!!”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가 다급하게 외치자 그런 그를 보고는 울면서 달려오는 그녀의 모습

그녀는 다짜고짜 하나를 붙들어 잡더니 당황한 것인지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향해 소리를 쳤다

“하… 하나씨!! 베르가… 베르가 사라졌어요!!!”

“네? 아, 자… 잠시 진정을 하시고…”

“저기 혹시 베르가 어디로 갔는지 보신 적 있으세요? 집 밖으로 나갔으면 정문을 지나갔을 거잖아요? 네? 베르 어디 있어요!?”

“저… 저기…”

아까 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조금 소심해 보이기만 하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것인지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고 있는 하나의 모습

뒤에서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두리의 얼굴도 지금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멍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흥분하며 하나에게 달려드는 그녀를 때어놓자니 안 그래도 아직 상처가 낮지 않은 그녀가 다시 다칠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남자로서 정신력이 미칠 듯이 떨어지는 상황

그녀가 계속해서 나를 부르며 그에게 달라붙자 뒤에 있던 나를 향해 살려 달라는 듯이 구원의 눈빛을 보내는 하나

물론 나는 그가 고개를 돌리기 이전에 이미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나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그녀의 다리에 나의 몸을 마구 비볐다

“베르?”

“멍!!!”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알아차린 그녀

그런데 방금 까지만 하더라도 마치 때를 쓰는 어린아이 마냥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 그녀는 내가 그녀의 눈에 보이자 마자 마치 수도꼭지를 잠그기라도 한 것인지 울음을 멈추고는 그대로 나를 껴안았다

“베르… 어디 갔었어… 걱정했잖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이제 사라지지 말아줘…”

“……”

분명히 그녀의 말 대로라면 내가 지금 차고 있는 목줄로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새벽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갑자기 내가 사라지면 아예 생각을 그만두고 패닉에 빠지는 것 같았다

하나와 두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무언가 충격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러는 것인지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마치 망부석 마냥 나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껏 어색해진 분위기

나는 일단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 나를 쓰다듬고 있던 그녀에게 답답하다는 표시로 몸을 비틀어내고는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와 음식이 놓여있는 식탁위로 점프해 그대로 그곳에 있던 음

식 중 하나를 집어먹었다

꼬르륵…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미래의 배에서 들리는 귀여운 꼬르륵 소리

그제서야 그녀는 방금 전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사람들 앞에서 꼬르륵 거린 것이 부끄러웠던 것인지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 일단 밥부터 먹고 이야기할까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밥을 먹기 시작한 두리

그렇게 우리는 식탁에 둘러 앉아 그대로 저녁을 먹었다

“……”

그러나 결국은 서먹서먹해진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고 결국 서로 아무 말 없이 그저 밥을 먹오 있을 뿐이었다

“크흠… 저기… 미래씨? 잠시 할말이 있는데요? 두리 너도 일로 와봐”

“네? 아…네!!!”

그러던 중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인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하나

물론 애초에 이 거실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와 두리 그리고 미래가 끝이었기 때문에 그저 서로 조금 더 가까이 붙는 것 뿐이었지만 하나는 그것에 만족했던 것인지 그대로 자신의 말을 시작했다

“일단 제가 여러분들은 이렇게 부른 이유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계획…이요?”

“네, 물론 지금 당장은 먹을 것도 풍족하고 딱히 생활하는 것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일 뿐이니까요, 최소한의 대비는 해둬야 하니까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하나 이 양반, 하는 행동은 어수룩한 것 같아 보여도 의외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의 계획을 조금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일단 먹던 것을 멈추고는 좀 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물론 평범한 댕댕이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봤자 끽해봐야 응원 정도였기 때문에 딱히 들을 필요는 크게 없었지만 역시 이런 상황에서 나 혼자만 빠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반쯤 억

지로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래서, 그 계획이라는게 뭔데? 좀 빨리 설명해봐”

“아 좀 가만히 있어봐, 그래서 말인데요 미래 씨”

“네…네?”

확실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미래를 부르는 하나

방금 전의 일로 얼굴을 보기가 힘든 것인지 둘 모두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긴… 사실상 반쯤 껴안고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자신이 부른 미래가 아닌 아래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미래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계획은 베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이에요”

“네?”

“멍?”

아포칼립스가 시작된지 어언 19일째

아무래도 더 이상의 꿀빨은 불가능해진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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