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21화 (21/51)

〈 21화 〉 20. 개가 웃을 일이다

* *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정찰이라니… 내가 정찰이라니!!!’

“안돼요!!! 싫어요!!! 어떻게 베르를 그런 곳에 보내는 거에요!?”

“아… 이…일단 진정 좀 하고…”

나와 미래의 거센 반발에 당황한 것인지 말까지 더듬기 시작한 하나

결론부터 말해 그의 계획을 요약하자면 나의 몸에 카메라를 달고 이 주변을 순찰하는 거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방금 까지만 하더라도 소심하게 앉아있던 미래는 마치 사람이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향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튼 안돼요!!! 그러다 우리 베르가 다치면 어떡해요!!!”

아니… 이건 화를 낸다라기 보다는 때를 쓰는 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나를 껴안으며 온몸으로 거절의 의사를 비쳤다

물론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 였기에 나 또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 나름대로 그의 계획에 반대의 의사를 표현했다

“괜찮아요 미래씨… 저 좀비들은 인간 이외의 동물에는 관심이 없다니까요? 베르가 다칠 일은 왠만해서는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싫어요!!! 밖에 좀비들만 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맞아!!!맞아!!! 나는 작고 귀엽고 연약한 댕댕이일 뿐이라고!!!’

물론 내가 알기로는 이 근방에서 나와 1대1로 싸워 이길 수 있는 길동물은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나이 김댕댕, 우리 주인의 반려견이 된 자로서 감히 주인을 놔두고 나의 마음대로 집 밖을 돌아다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절대로 내가 밖을 나가기 싫어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 좁은 집안에서 아직 별로 친하지 않은 남정내 둘과 함께 있을 나의 주인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거라고!!!

“미래씨…”

그러나 나와 미래의 강력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생각 외로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하나의 모습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조금씩 그와 멀어졌다

“저기…”

“음?”

그렇게 나와 미래의 항의가 이어지던 와중, 하나의 뒤에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두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조금 정도는 다쳐도 내가 치료해줄 수 있는데?”

“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놀란 것인지 조금은 까칠한 듯한 말투로 반문하는 그녀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심었지만 의외로 옆에 있는 하나까지 놀라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평범한 치료는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 하나는 형제라면서 왜 놀라고 있는거지?

“야… 너 치료라니... [힐]이라도 배운거냐?”

“어? 응”

오히려 우리보다 더 깜짝 놀랐던 것인지 멍청한 얼굴로 물어보는 하나

두리는 그런 하나의 얼굴을 보며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어… 언제?”

“한 2년전에?”

“왜 말 안 했어?”

“굳이?”

“아니… 그… 하아…”

그렇게 시작되는 하나와 두리의 티키타카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두리가 한마디씩 거들 때마다 하나의 한쪽 속이 점점 위로 올라 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하나의 손이 완전히 하늘로 향했을 때

빡!!!

그의 손은 화려한 곡선을 그리며 그대로 두리의 뒤통수를 가격해 크고 경쾌한 타격음을 울렸다

“아악!!!”

그 손을 피하지 못하고 제대로 맞아버린 두리

머리를 맞아서인 것일까 잠시 휘청대긴 했지만 하나는 그런 두리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계속해서 그의 뒤통수의 필살 여래신장을 갈겨댔다

“야 이 미친 놈아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하는데!?”

“아악!! 자…잠깐!!! 타임!!! 타임!!! 지금이라도 말했으니까 됐잖아!!!”

“되긴 뭐가 돼!? 그런게 있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 할거 아니야!!! 거기다 그럼 미래씨 상처는 왜 놔두고 있었는데!?”

“아니 그건… 치료할 틈이 없..”

빡!!!

“없기는 개뿔, 그냥 까먹은 거겠지!!!”

“아… 저…. 저기 일단 진정하세요…”

보다 못해 방금까지 토라져 있던 미래까지 나서서 말리기 시작한 상황

하나는 그제서야 두리를 때리던 것을 멈추고는 대신 두리를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크악… 운동도 안 하는 주제에 힘만 드럽게 쌔네….”

“이런건 힘이 아니라 기술이란다 이 우매한 동생아”

“쓰읍… 아무튼 말 나온 김에 팔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미래씨?”

“아…네…”

“[힐]”

미래의 상처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우자 초록색의 빛을 내며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그녀의 멍 자국

나와 그녀는 상처가 아무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이 세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제대로 된 마법이랄까?

물론 지금까지 [클린]이라거나 정전이 났을 때 미래가 사용한 [라이트] 같은 경우가 있긴 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그것들은 그냥 물티슈나 손전등 대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신기하

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치료를 마친 그녀의 팔에는 보기 흉한 멍자국들은 사라진 채 본래의 하얗고 예쁜 팔로 돌아와 있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운거에요?”

“아… 야구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선배가 가르쳐 줬어요”

‘야구부라니… 이름이 차두리면서… 이거 괜찮은거 맞아?’

그렇게 말끔히 치료된 자신의 팔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신기하듯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활짝 웃는 두리

빡!!!

"악!!!"

하나는 그렇게 웃는 두리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그대로 뒤통수를 한번 치고는 그대로 미래에게 향했다

“어때요? 이정도면 안심하고 나가게 할 수 있겠죠?”

“네? 아…”

생각해 보니 지금 우리는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던 중이었지?

그렇게 힐에 빼았겼던 정신을 되찾은 나는 다시 미래의 옆으로 가 이 더럽고 추악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으르렁거릴 준비를 했다

그러나 방금 전과는 달리 완전히 방해 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고민을 하는 듯한 그녀

나는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 꼭 가야 하는 건가요?”

“이곳에 있는 식량도 무한 한 것은 아니니까요, 거기다가 주변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아예 무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의 말까지 듣고는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그녀

‘아니야, 우리 미래가 그런 일을 허락할 리가 없어, 그치? 주인님? 나는 믿고 있다구…’

제발 이 계획에 찬성하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호소

나는 그것을 나의 눈빛에 담아 그대로 나를 바라보며 고민하는 그녀에게 발사 했다

그러자 무언가 말하기 힘든 것인지 머뭇거리기 시작하는 그녀

“……”

“미래씨…”

“알… 았어요, 베르가 원하면요…”

그러나 하나의 계속된 설득에 결국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나는 마치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너를 믿었는데…’

“…미안”

세상 억울하다는 나의 표정

그녀도 그런 나의 표정을 보기 힘들었던 것인지 고개를 돌린 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대로 그녀가 내건 조건인 ‘내가 원한다면’ 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대로 버티기만 한다면 안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와 두리의 쓰담쓰담에 굴복하기 전까지는

***

“일단 내일부터 카메라를 달아야 하니까 잠깐 조정해 볼게”

‘크흑… 내가 이런 수치를 당하다니… 차라리 죽여라!!!’

그렇게 반 강제로 시작된 계획을 위해서는 일단 나의 몸에 카메라를 달아야 했기에 우리는 일단 하나와 두리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최신형 컴퓨터와 방송장비들

척 보기에도 수 천 만원은 거뜬히 넘길 것만 같았다

“집에 이런 것들도 다 있네요?”

“형 직업이 스트리퍼라서요”

“스트리머다 이 개새끼야”

“전에 100만원 리액션 한다면서 춤추다가 방송 정지 먹었잖아, 그 정도면 스트리퍼지”

“시발 새끼…”

그렇게 서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나의 목에 소형 카메라를 달기 위해 몇 번이고 고정끈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하나

아무래도 사람의 몸에 맞게 제작된 것이라 개인 나의 몸에 붙이기가 힘들어 보였다

그 덕분에 왠지 내일 일어났을 때 목 주변이 시큰거릴 예정이다

“좋아 다됐다!!!”

그렇게 수십 분의 사투 끝에 드디어 달게 된 액션캠

조금 답답하고 덜렁거리는 했지만 다행히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래 봬도 이게 최신형이라 배터리도 오래가고 튼튼하니까 망가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쓰다듬는 하나의 표정

순간 그냥 다 그만두고 이대로 저 손가락 먼저 씹어 먹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베르”

‘하… 인생… 아니 견생…’

그렇게 나의 행복 끝 고생 시작의 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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