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22화 (22/51)

〈 22화 〉 21. 개가 집에서 나가면 재수가 없다

* * *

그렇게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일단 시범적으로 베르에게 부착한 카메라가 잘 작동하는 지 알아보기 위해 일단 베르에게 1층까지 갔다 와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미래씨가 같이 가겠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 베르는 도움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대로 문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

그런 베르를 보고는 작게 탄식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가 베르를 따라 밖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베르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 이후였다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마세요, 솔직히 우리 둥 한명이 따라가봤자 짐덩이밖에 안되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일까

다행히 베르를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피는 그녀를 어찌저찌 말리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래도 역시 베르가 걱정 되는 것인지 안절부절 못해 하는 눈빛으로 닫힌 문을 바라보며 베르를 기다렸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와 두리도 그것까지는 딱히 막거나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베르가 우리 말을 잘 알아들어서 다행이야”

“원래 골든리트리버가 똑똑하다잖아”

“아니야, 저거 어쩌면 멍멍이 아닐지도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베르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던 것인지 갑자기 또 실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한 두리

병신에게는 예로부터 매가 약이라고 했던가

나는 얼빠진 동생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친히 나의 오른팔을 희생하여 이놈에게 약을 접종해 주었다

빡!!!

“악!!!”

언제나 들어도 경쾌한 이 울림

아마 이 정도의 타격감과 손맛을 줄 수 있는 물건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씨… 왜 때려!!!”

“왜 때리기는 이 새끼야, 그럼 베르가 개지 고양이냐?”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세상 어느 개가 지 혼자 방문을 열어? 저거 100퍼 인생 2회차라니까?”

“세상에 그런 강아지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가끔씩 뉴튜브나 파랑새를 찾아보면 그 정도로 똑똑한 강아지가 가끔씩 나오기는 하니까

아무래도 이 녀석이 할 일이 없어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것 같았기에 나는 그런 두리에게 물건 하나를 던져 주었다

손으로 돌릴 수 있는 조그마한 핸들이 달린 직육면체 모양의 작은 통

그곳에는 짧은 USB 형태의 충전기가 달려 있었다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보조 배터리지”

“이게?”

확실히 두리의 마리의 말 대로 평범한 보조 배터리와는 달리 옆에 달려있는 손잡이 때문에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불편해 보이기는 했다

솔직히 수동으로 충전하는 충전 효율 자체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 리뷰 한번하고 구석에 박아 두고 있었던 건데… 이런 상황에는 꽤나 쓸 만한 물건이었다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효율도 높고 휴대하기도 편하다는데, 좀 늦게 살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말을 듣고도 아직 자신이 이걸 왜 받은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동생

“내가 왜?”

“왜긴 왜야, 카메라는 꽁으로 돌아가냐? 충전 해놔야 할거 아니야”

“아니 그건 알겠는데 그걸 왜 내가…”

“아니 그럼 나랑 미래씨가 하리?”

많이 컸구나 동생아, 네가 설마 이 형님의 말에 대들게 될 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녀석이 중이병에 걸렸을 무렵 오냐오냐 해주는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은 이 형의 은혜도 모른 채 아직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대들고 있었다

“아니 그래, 미래씨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은 왜 안 하는데?”

“나는 물주잖아”

“지랄…”

빡!!!

음, 역시 병신에게는 매가 약이라니까

“씨발, 할 말 없으면 손부터 올라가고 말이야”

“꼬우면 너도 물주 하시던가”

“물주는 개뿔, 그냥 지름신 강림한 돈 많은 백수겠지”

“그리고 너는 그 돈 많은 백수 덕에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

“…칫!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니야 하면”

결국은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것인지 충전기의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한 동생 녀석

물론 하기 싫어 느리적 대면서 손가락이 눈에 보일정도로 천천히 돌리고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나의 넓은 아량으로 못 본 척 봐주었다

“멍!!!”

“베르!!!”

그렇게 점점 지치기 시작한 것인지 슬슬 녀석의 팔이 떨리기 시작 할 때쯤, 문 밖에서 베르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고는 베르가 채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그에게 달려들어 안기는 미래씨

나와 두리는 일단 그런 미래씨를 달래며 안으로 들여보냈다

“베르… 어디 다친 건 아니지? 괜찮아? 많이 힘들었지? 빨리 들어와서 쉬어”

“일단은 진정하세요, 두리 너는 일단 베르 목에 걸린 카메라부터 때 봐”

“어… 알았어…”

그렇게 베르의 목에 걸려있던 카메라를 때고는 식탁에 앉아 베르가 촬영해온 영상을 재생했다

카메라의 크기 자체가 작아 화면도 작고 베르의 목에 달려 있던 터라 흔들림도 심했지만 다행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를 제외 하고는 베르가 신경을 써준 것인지 영상을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타닷!!!타다닥!!]

그렇게 계단을 향해 뛰어가는 베르의 발소리로 시작하는 영상

베르는 일단 한층 한층을 확인하기 위해 일단 바로 아래층인 14층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미래씨의 집 문이 덜렁 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조용하기만 한 아파트의 복도

오히려 그런 조용함이 더해지자 영상으로 보는 것뿐임에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미래씨의 집 앞에서 가만히 서서 그곳을 바라보기 시작한 베르

“베르…”

안에라도 들어가려는 것일까?

갑작스러운 베르의 행동에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미래씨도 작은 소리로 베르를 부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베르는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그저 문이 덜렁거리지 않도록 살짝 닫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다른 층을 살피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으윽…”

“읏…”

계단의 층계에 굴러 떨어진 채 방치 되어있는 남자의 시체가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얼마 전 미래씨의 집을 침입 했다고 하는 녀석의 시체

나와 두리는 혹여나 미래씨가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그녀의 안색을 살펴보았으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미래씨는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한없이 냉정한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 내가 저 표정을 눈앞에서 직격으로 받았다가는 아마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는 그대로 눈길을 피할 것이 분명했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지금까지 봐왔던 소심한 그녀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놀란 나

평소 그녀의 모습은 마치 귀여운 아이처럼 보호심과 귀여움을 유발하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그녀의 얼굴은 귀여움이라기 보다는 마치 아름다움에 더 가깝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아… 아니지, 일단 영상을 마저 봐야지…’

지금 같은 중요한 순간에 무슨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인지… 아무래도 나도 꽤나 쌓인 듯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영상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베르가 13층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충격적인 복도의 모습

미래씨의 집을 침입했다는 녀석의 짓인 것일까

아무리 한 층 당 문이 네 개 뿐이라고는 하지만 그 층에 있는 모든 철문들이 처참히 망가진 채 활짝 열려있었다

12층도,11층도, 1층부터 13층 까지의 모든 층들에 있는 문이 고장이 난 채로 그저 형체만을 남기고는 덜렁거리고 있었다

거기다가 아주 가끔씩 집안에 남아있는 시체의 모습

그것들은 하나 같이 머리가 터진 채로 바닥에 쓰러져 구더기들과 함께 썩어가고 있었다

“우욱…”

'이거 완전 싸이코패스였잖아???'

결국 그것을 보고 있던 두리는 구역질을 참지 못했던 것인지 어디선가 검은 봉지를 가져와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미래씨도 구토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충격을 받은 것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렇게 1층까지 모든 층을 확인하고는 다시 위로 올라와 이번에는 15층부터 25층까지, 그러니까 우리가 있는 곳의 상층부를 보기 위해 위로 올라가보았다

[멍!!!멍!!!]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각층에 도착했을 때마다 안쪽을 향해 짖는 베르의 모습

그러나 그런 베르의 울음소리에도 안타깝지만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래를 확인 했을 때처럼 한층 한층을 올라가며 그곳을 살펴보는 베르

그렇게 한 차례의 순찰을 마치고는 다시 우리가 있는 이 집으로 달려오는 것으로 영상은 끝을 맺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볼게요…”

“네…”

"일단 오늘은 다들 지쳤을 것 같으니까 이만 쉽시다..."

시험 삼아 촬영했던 것이기에 영상의 길이는 1시간을 조금 넘길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시간은 어둑어둑해진 밤

거기다가 그것 이외에도 정신적으로 피곤해진 우리는 영상이 끝난 즉시 카메라에 충전기를 연결하고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하아… 정신차리자”

이제부터는 아마도 매일매일 볼 수도 있는 장면들

나는 최대한 멘탈을 챙기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고는 침대 위에 지친 몸을 눕혔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