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23화 (23/51)

〈 23화 〉 22.개와 고양이

* * *

그렇게 다음날 아침

나는 어젯밤과 같이 카메라를 메단채로 1층으로 내려왔다

“점심시간 전까지는 마음대로 밖에서 놀다 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내보내는 하나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어젯밤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

사건이 터지고는 오늘로 딱 20일째

오랜만에 나온 밖의 의외로 그리 심각할 정도로 엉망진창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을 하거나 집밖에 있을 때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일까

바닥 곳곳에 뭍은 핏자국들과 몇날 몇일이고 청소를 하지 못해 온갖 쓰레기들로 넘처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건물들의 외관과 이곳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 그러니까 좀비들의 외관도 지금까지 보았던좀비 영화들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깔끔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외관 뿐이지만 말이다

나는 일단 오랜만에 나온 바깥의 구경이라도 할 겸 하며 천천히 아파트 단지 내부를 둘러보았다

좀비 놈들은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쩔뚝거리기만 했기에 나는 꽤나 여유롭게 주변을 순찰할 수 있었다

처음에 볼 때만 하더라도 생명의 위협까지 들 정도로 공포심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나를 공격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는 마치 평범한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이 그리 큰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씩 옷이 과하게 찢어져 보기 민망한 좀비들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거에나 신경 쓸 때가 아니니까…’

그렇게 주변을 돌아다니는 좀비들을 관찰하며 아파트를 대충 몇 바퀴 돌아본 나는 이번에는 단지의 밖으로 나가 주변에 있는 편의점이나 할인점 등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량등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털어간 것인지 대부분의 건물들의 유리가 부숴지고는 선반도 쓰러지는 바람에 매장의 안쪽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뭐… 어떻게 보면 아포칼립스 답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지금까지는 줄곧 집안에만 있었다 보니 오히려 지금의 이런 상황이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이건 어디 까지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식량이 넉넉하기에 부릴 수 있는 여유겠지

아마 지금 우리의 식량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면 아마 지금의 상황을 보고는 그대로 낙담했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좀 찾아볼까…’

그래도 다행히 과자와 같은 스낵류나 양갱이나 사탕 같은 것들은 꽤나 남아있는 것 같았다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바구니에 담으면 의외로 꽤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집으로 돌아오는 와중에 챙겨갈 수 있도록 편의점의 장소를 머리속에 기억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개가 되고 나서 왠지 인간이었을 때보다 오히려 기억력이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단 말이지?

전생의 나는 개보다 딸리는 사람이었던 걸까…

‘그나저나…. 이제는 어디로 가지?’

나는 그렇게 편의점에서 나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간은 이제 겨우 두 시간이 간당간당하게 지난 시점

점심 먹을 때까지는 자유롭게 놀다 오라고는 했지만… 애초에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활동적인 성격도 아니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시장의 정문에 누운 채 보내고는 했기에 딱히 주변 지리를 잘 아는 편도 아니었다

차라리 정찰의 목적지를 정하는 편이 더 쉬울 것 같은 이 상황

나는 너무나도 많은 선택지에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흠… 차라리 그냥 시장에나 다시 한번 가볼까?’

생각해보면 시장에는 굳이 먹거리를 제외하고도 철물점이나 잡화점들도 많이 있을테니 조사해서 나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시장의 위치도 내가 전력으로 달린다면 3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니 만약에 우리가 밖으로 나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시장이라는 장소가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전에 안에 있는 좀비들을 어찌저찌 처리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겨우 목적지를 정한 나는 일단 오랜만의 달리기에 살짝 몸을 풀기 시작했다

물론 인간의 몸과는 달리 개의 입장에서는 몸에 이상이 있지 않는 이상 굳이 몸을 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몸에 무리가 간다거나 하는 일을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지 않은 것에 비해 몸이 가벼웠다

그렇게 전력질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향해 뛰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시장의 정문

지난 2년간 나의 집이나 다름 없던 이 익숙하고도 어딘가 낯설어져 버린 장소가 나를 반겨 주었다

오랜만에 살펴보는 시장의 모습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시장의 상인분들은 모두 어디론가 가버린 것인지 안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처음보는 얼굴의 좀비들 뿐이었다

‘차라리 잘 된 건가…’

만약 내가 다시 그분들의 얼굴을 본다면… 아마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 시장의 내부를 살펴보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매일 아침 일어나 순찰을 돌던 그때와 같이

나는 눈을 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며 과거와는 달라진 시장의 모습을 눈으로 천천히 훑어보았다

이제 다시는 문이 열리지 않을 백반집과 분식집

이미 차게 식어버린 채 곰팡이가 가득 피어버린 생선집과 고깃집

피범벅이 되어버린 옷가게와 산산이 부숴져 버린 포장마차들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시장의 모습들을 지금의 시장의 풍경이 하나씩 덮어가는 것과 같은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아… 이제 와서 무슨 주책인지…’

그렇게 한 차례 수색을 마치고 다시 한번 도착한 시장의 정문

그곳에는 아직도 낡아 빠진 골판지 박스 하나가 마치 방석 마냥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언제나 순찰을 마치고 나서 마치 이 시장의 문지기라도 되는 양 자리를 잡고는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있던 그 장소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마치 홀린 듯 그대로 그 상자의 위에 자리를 잡고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버렸다

어째서일까, 기껏해야 눅눅하게 젖어 있는 골판지 박스일 뿐인 그 장소가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마치 미래의 품속과도 같이 포근하고 안락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안락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편하게 앉아있을 수 없었다

마치 나의 자리가 아니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불편해지는 듯한 이 냄새

그 냄새 덕분에 편안한 나의 몸과는 달리 나의 정신은 오히려 기분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순순히 떨어지지 않는 나의 다리

이놈의 본능이라는 녀석이 또 나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번에는 다른 때와는 달리 그저 발을 때기가 힘들었다 뿐이지 아예 안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이 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봤는데…’

분명히 어디선가 맡아본 적 있는 것 같은 익숙한 냄새

그러나 주변에서 진동하는 피냄새와 곰팡이 냄새, 썩은내 등이 섞이면서 내 코가 거의 마비상태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그 냄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이 냄새가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던 와중, 나의 등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냨!? 너… 네가 왜 여기있는거냥!!!]

‘음? 아…’

마치 칼이라도 갈고 있는 것 마냥 날카롭고 앙칼진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는 이 냄새의 주인이 누구인지 겨우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뭐냥!? 이곳을 버리고 도망가더니 이제 와서 그리워지기라도 한거냥???]

[워…워…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그러지 마, 점박아]

[내 이름은 점박이가 아니라 제니라고 몇 번을 말하는거냥!!!]

갑작스럽게 나의 등 뒤에 등장에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 이 ㅈ냥이의 이름은 제니, 상인 분들은 몸에 난 털 무늬를 보고는 점박이라고 부르고 있는 녀석이다

본래는 내가 이곳에 자리를 잡기 전 본래 이곳의 주인이었던 고양이였는데… 아무래도 내가 미래를 따라가고 난 이후로 다시 이곳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멋대로 도망간 배신자 주제에 여기는 또 무슨 용건으로 찾아온거냥!!!]

[일단 진정하라니까? 나는 일단 여기가 안전한지 살펴보러 온 것 뿐이니까… 일단 그 발톱 좀 집어 넣고 얘기하자고]

물론 내가 진짜로 이 녀석의 발톱이 무서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물론 녀석이 저렇게까지 화가 난 상태로 나를 위협한 적은 몇 번 없었기에 살짝 주눅이 들 뻔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나와 녀석의 스팩 차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내가 질 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제라면 그녀는 항상 무리를 지은 채 생활한 다는 것

내가 이곳에 자리를 잡기 이전에는 말 그대로 이곳에서 여왕이나 다름 없는 위치에 있던 녀석이었기에 그녀는 항상 자신의 뒤에 두 세마리 정도의 고양이들을 데리고 다니고는 했다

…잠깐? 그런데 지금 녀석의 뒤에는 아무도 없는데?

언제나 자기 똘마니 들을 데리고 다니던 녀석이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것일까, 자신보다 몇배는 커다란 대형견을 상대로 겁도 없이 혼자서 기어나와 하악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음? 그런데 너 같이 다니던 녀석들은 다 어디 갔냐?]

[읏… 그…그건…]

나의 질문에 움찔해 하더니 다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털을 곤두세우고 나에게 위협을 하기 시작하는 그녀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평소에도 가끔씩 찾아와 나에게 다시 이 구역을 걸고 싸우자며 위협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일은 있었지만 이정도로 예민한 그녀를 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보니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그녀의 상태

본래 그녀의 체형이 마른 탓도 있고 털들 때문에 처음에는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마치 몇일은 굶은 것과 같이 비쩍 마른 그녀의 몸

거기다 나의 앞이라서 허세라도 부리는 듯 보였지만 그녀의 팔다리는 마치 아무런 힘도 없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녀석과 영역 다툼이랍시고 이래저래 부딪치며 미운정 고운정 다들어버린 이 상태에서 녀석이 나를 보고 공포에 떨고 있을리는 없는 상황

[야… 너… 괜찮냐?]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 그녀의 상태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뭐…뭐? 그게 무슨 소리냥!!! 할말이 없으면 빨리 꺼져!!!]

[이크!!!]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인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예 대 놓고 나에게 발톱을 휘두르면서 나를 쫓아내려는 그녀

나는 일단 나를 향해 휘두르는 발톱을 피하고는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아…하아…]

겨우 한번 앞발을 휘두른 것 만으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지쳐버린 그녀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알았어, 이만 가볼게]

[그래… 꺼져… 사라져버려!!!]

이대로 계속 있어봤자 오히려 그녀의 자존심만 상하게 할 뿐이었기에 나는 더 이상의 말싸움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물러 나서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털썩…

그러나 그렇게 고개를 돌리자 마자 등 뒤에서 들려오는 힘없는 소리

내가 다시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얇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하아…’

[넌…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닥쳐… 나는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버리라고… 그때도 그렇게 이곳은 나 몰라라 하고는 그대로 뛰어 나갔잖아…]

한층 더 까칠해진 그녀의 말투

아마 지금 내가 그녀를 도와 준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나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어째서 자신을 도와줬냐면서 화를 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눈앞에서 쓰러진 녀석을 어떻게 그냥 무시하고 가버리냐…’

나는 결국 힘없이 쓰러진 그녀의 뒷덜미를 물어 그녀를 들고는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무… 무슨 짓이냥!!! 이거 놔라!!!]

나의 그런 행동에 놀란 것인지 나의 품에서 도망치려 발버둥치는 그녀

그러나 이미 뒷덜미를 잡힌 데다 제대로 일어설 힘조차 없는 그녀가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너만… 너만 가지 않았으면…]

그렇게 무어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그녀를 입에 물린 채, 나는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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