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23. 못된 개는 들에 나가 짖는다.
* * *
“멍!!!”
그렇게 도착한 15층의 집
최대한 빨리 온다고 서둘렀건만, 이미 나에게 매달려 있는 제니의 숨소리는 점점 흐릿해져만 갔다
[죽지마라… 너 죽으면 나 잠자리 사나워지니까]
[하… 신경 꺼]
다행히 아직 기운이 전부 빠진 것은 아니었는지 그녀는 나의 말에 작지만 또렷하게 대꾸했다
그러나 아직도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기에 다급한 마음에 큰소리로 문 앞에서 짖기 시작하는 나
얼마가지 않아 나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인지 안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벌컥!!!
“베르!!! 어서 와!!! 어라? 얘는 누구…”
언제나와 같이 나를 반겨주는 미래
이번에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문앞에 있는 나를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안으려 했으나 나의 옆에 쓰러져 있는 제니의 모습을 보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안에 있던 두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두리씨!!! 잠시만 와 주실 수 있나요?”
“네? 무슨 일… 뭐야 이 고양이는”
그렇게 미래의 부름에 달려 나온 두리는 나의 옆에 쓰러져 있는 제니의 상태를 보고는 바로 달려와 안으로 들여보낸 뒤 그대로 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역시 많이 안 좋은 상태였던 것일까
두리는 안에서 자고있던 하나까지 깨워가며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저기… 저 애는 친구야?”
그렇게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 은근슬쩍 나의 옆으로 다가와 소곤대는 미래의 모습
나는 그녀의 물음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일단 그녀의 말에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은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알고…. 알고 지낸지도 꽤 됐으니까… 친구라고 하면 친구겠지?’
물론 녀석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별개이지만 말이다
그렇구나… 괜찮아, 두리씨가 힐을 해주면 곧 나을 수 있을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시선으로 제니를 바라보는 미래
제니가 걱정되는 것일까?
확실히 두리의 힐로 확실히 혈색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아직 움직이기 힘든 것이지 하나의 손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야, 힐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냐? 어째 좋아지지가 않아?”
“나는 지금 온 힘을 다하고 있거든?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제대로 잘 들고나 있어”
“아니 그러면 왜 아직도 이렇게 비실거리는 건데?”
“그건 나도 모르지!!!”
그녀를 치료하는 와중에도 서로 싸움이 붙은 것인지 티격태격거리고 있는 두 사람
그러는 와중에도 손위에 있는 제니는 절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저기… 혹시 배가 고픈건 아닐까요?”
그러던 중 아까부터 제니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미래의 한마디
그것을 듣고는 무언가 깨달을 것인지 주방으로 달려가 참치캔 하나를 가져와 젓가락으로 조심히 살을 꺼내 제니의 입가에 가져다 대는 두리
“뭐야, 아픈 애한테 지금 그런거 먹여도 되는거야?”
“얘가 사람이냐 고양이지”
하나는 혹시나 제니가 탈이라도 날까 걱정 했지만 다행히 제니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참치의 냄새라도 맡은 것인지 열심히 참치를 받아먹었다
“오오… 먹는다 먹는다!!!”
“이야… 잘먹네…”
하나와 두리는 그렇게 넙죽넙죽 받아먹는 제니가 신기했던 것인지 계속해서 참치를 먹이고 있었다
저기… 일단은 환자인데 저렇게 급하게 먹여도 되나?
물론 길고양로 살아온 특성상 최소한 어디 탈이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왠지 저렇게 빠르게 주면 먹는 것 만으로도 에너지를 소모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어찌저찌 참치캔안에 들어있는 모든 살을 다 먹은 제니는 그제서야 배가 부른 것인지 그대로 하나의 손위에서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혹시나 제니가 깨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미리 미래가 깔아 놓은 수건위에 살포시 올리는 두 사람
그렇게 그 위에서 새근새근 잠드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겨우 안시이 된 것인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깜짝이야… 이게 무슨 일이람”
“난 처음에 베르가 어디서 음식이라도 물어왔나 싶었다니까?”
“제가 물어보니까 아무래도 베르가 길에서 살 때 친해진 친구인 것 같아요”
각자 식탁에 둘러앉아 제니가 깨지 않도록 소곤소곤 속삭이듯 이야기를 하는 세명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도중 미래의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마치 눈이라도 튀어나올 것 마냥 놀란 얼굴을 하고는 미래에게 물었다
“뭐? 베르 제가 떠돌이 출신이었다고?”
“네… 뭐… 일단 시장에서 살고 있었으니까요”
“거짓말… 난 또 미래씨가 어릴 때부터 키워서 훈련을 엄청 잘 시킨 줄 알았죠”
“아니에요, 베르는 원래부터 엄청 똑똑했어요”
“신기하네… 아 맞다! 카메라!!!”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나의 이야기
두리의 말을 시작으로 한참동안은 길게 이어질까 싶었지만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에게 단 카메라가 생각난 것일까 하나는 황급하게 나에게 달려와 나의 몸에 달린 카메라를 때갔다
“흐음… 아직 배터리는 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일단 여기서는 저 고양이가 깰 수도 있으니까 방안에 들어가서 보자”
“그래요, 아! 베르는 여기 있어, 친구 지켜줘야지”
“멍”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아마 앞으로 한 3시간 정도는 영상을 보려나?
나는 일단 방안으로 사라진 셋을 바라보며 천천히 거실바닥에 누워있는 제니를 향해 다가갔다
마치 깊이 골아 떨어진 듯한 제니의 모습
나는 그런 제니의 옆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야]
[……]
[야]
[……]
[안자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빨리 일어나]
[쯧… 이래서 개코는 속이기 힘들다니까…]
그녀는 결국 나를 속이는 것을 포기한 것인지 한껏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왜 불렀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까칠한 말투로 나에게 쏘아붙이는 그녀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나에게 이렇게 막 대하는 것이 아니꼽기는 했지만 그녀의 성격 상 아마 자신의 신혼 상대에게도 저럴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쿨하게 넘어가 주었다
그러자 오히려 짜증이 난 것인지 움찔 거리며 살기를 뿜어 대는 그녀
물론 나는 그런 그녀의 살기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궁금한 것들을 하나 둘 씩 물어보았다
[넌 대체 뭐가 문제냐…]
[신경 꺼!!!]
[아무튼… 아까 한 말은 대체 뭐냐?]
[뭐가?]
[왜 그… 나한테 끌려 올 때 ‘너만 가지 않았으면….’ 어쩌구 하면서 울었잖아]
[안 울었어!!! 그리고 그건…]
나의 말에 발끈한 것인지 바로 일어나는 그녀
물론 몸에 힘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위협은 얼마 안가 그녀가 다시 수건 위로 풀썩 주저 앉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크큭… 놀리는 건 이제 그만 하고, 그래서 진짜 그게 무슨 소리냐?]
얘가 이렇게 된 것이 나의 탓이라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싸우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에게 후유증이 남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겼던 것일까?
그거라면 좀 미안한데…
그렇게 몇 번이고 끈질기게 물어보자 드디어 말해줄 마음이 생긴 것인지 입술을 우물거리기 시작한 그녀
나는 그녀가 마음 편히 말할 수 있도록 끈기를 가지고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그녀는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너… 너는 네가 그곳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컸는지 자각도 못한거냐???]
[응?]
이게 무슨 소리인지
나는 그냥 시장 앞에서 퍼질러 잔 것 밖에 없었는데 영향력이라니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는 나의 얼굴을 본 것인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 숨을 쉬고는 설명을 이어 나가기 시작하는 그녀
재수 없는 것 같은 그 얼굴에 하마터면 펀치를 날릴 뻔 했지만 지금은 그녀가 환자였기에 나는 겨우겨우 그 감정을 참을 수 있었다
[하아… 정말이지… 너, 원래 그 시장이 내 구역이었던 건 알고 있겠지?]
[뭐… 그렇지, 그래서 니들이 맨날 나한테 시비 걸었던 거잖아]
[그야 너는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었으니까, 아무튼 그 시장은 내 무리들을 제외하고도 노리고 있던 녀석들은 엄청 많이 있었어]
[그래?]
[그러던 중 우리가 너와의 싸움에 패배해 버리는 바람에 우리 무리의 절반 가까이 되는 고양이들이 다른 무리에 흡수되어버렸지]
떠돌이 냥이들 주제에 생각보다 꽤나 체계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지금 설명을 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도 말그대로 똥을 씹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그 무리에 애착이 강했겠지
[음? 잠깐만? 그런데 나는 너희 말도 다른 ㅈ냥이들은 본적이 없는데?]
[그야 니가 우리에게 이긴 시점에서 그 시장의 너의 구역이 된 거니까, 니가 매일같이 오줌이나 뿌려 대면서 그렇게 광고를 해대는데 누가 오겠냐?]
[쩝… 그런가…]
[그러다가 니가 시장을 버리고 가버리자 다른 곳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무리들이 한꺼번에 쳐들어와서 시장은 말그대로 전쟁통이 되어버렸지]
그녀는 그때의 일을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 자연스레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니가 그때 시장을 빼았지만 않았어도… 아니 최소한 니 이빨에 다친 녀석들이 몇 마리만 더 적었어도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길 일은 없었을 거다!!!]
그렇게 말하면서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를 그대로 나에게 방출하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살기에 자연스럽게 눈살이 찌뿌려졌다
확실히 내가 그녀의 구역을 빼았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녀석들이 먼저 공격했기에 반격한 것 뿐
굳이 따지자면 잘못은 내가 아니라 제니의 탓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 놓고는 다른 고양이들과의 영역다툼에서 지고는 그겋이 분하여 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지경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너 분명 나랑 만났을 때는 시장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잖아?]
[윽… 그… 그건…]
내가 반 쯤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어보자 그것에 약간 쫄은 것인지 살기가 조금은 거두어진 그녀
위협도 아닌 겨우 짜증 한번에 이렇게 쫄아버릴 거면서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살기를 풀풀 뿜어 댄 것인지…
나는 화내기도 점점 귀찮아 졌기에 결국 나는 모든 것은 내려놓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면서 나의 눈빛을 피하는 그녀
[그… 그건… 그곳에 들어가고 싶으면… 자기 아내가 되라고 해서…]
[……]
아무래도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 망할 ㅈ냥이 놈들을 다 조져 버리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