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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25화 (25/51)

〈 25화 〉 24. 겁 많은 개가 제 집에서는 짖는다.

* * *

그녀의 대답으로 인해 순식간에 싸늘해진 거실의 공기

그녀도 자신의 대답이 부끄러운 것인지 나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일단 지금의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꾸기 위해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거냐?]

[어떻게 할거라니?]

[내가 데려와 놓고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여기서 그냥 지낼건지 아니면 다시 길거리로 나갈건지]

나야 본래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개라는 동물 자체가 원래 인간을 좋아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곳이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달리 길고양이 출신인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 집은 너무 답답할 수도 있었다.

그 증거인지 나의 물음에 오만상을 다 지으며 얼굴을 찌푸리는 그녀

역시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 상당히 불쾌한 것 같았다.

[내가? 너랑? 아니지, 너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인간들이랑?]

[아니… 인간이 뭐 어때서?]

[허! 인간이랑 몇일 지냈다고 아주 그냥 애완견 다 되셨네, 지금 보니까 목줄도 차고]

[어때, 멋있지?]

그녀의 말에 나는 나의 목에 묶여 있는 붉은 목줄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는 마치 한심한 생쥐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그런 그녀의 눈빛에 잠깐 뻘줌해진 나는 자세를 다잡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 아무튼, 인간이 그렇게 싫냐?]

[자기들이 나보다 잘난 줄 알고 멋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툭하면 함부로 내 몸에 손대려고 하는 변태 같은 놈들 뿐이잖아!]

그렇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아예 나에게서 등을 돌린 채 그대로 몸을 말아 잠을 청하는 그녀

그녀는 인간을 상당히 싫어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그녀가 이곳을 나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이곳이 답답해서라기 보다는 우리랑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이래서 ㅈ냥이들이란…’

[그래도 일단은 너무 그렇게 질색하지는 마, 그래도 밖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여기에 있는게 더 나을 걸?]

[……]

나의 설득에도 그저 듣는 둥 마는 둥 귀만 까딱거리는 그 모습에 나는 반사적으로 녀석에게 라이트 훅을 날릴 뻔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녀가 이곳에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녀가 마음에 들어서 라기보다는 그저 내가 없는 사이 제니가 조금이라도 미래의 곁에서 날 대신하여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안정시켜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문드문 하나두리 형제도 감시하고 말이야

‘그 둘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미래씨가 오고 난 다음부터 두 사람 방에서 밤꽃냄새가 점점 심해져서 말이야…’

뭐 물론 나도 인간 남자였던 입장으로서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성욕이라는게 원래 인간의 3대 욕구라고 불릴 정도로 자의적으로 조절하기 힘든 욕구라서 말이지…

굳이 따지자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덜컥!!!

그렇게 그녀와의 대화를 끝내고 나도 아침 동안의 촬영으로 힘이 들었기에 그냥 이 참에 그대로 잠에 들까 생각하던 와중

안에서 영상의 확인을 마친 것인지 세사람이 방안에서 빠져나왔다.

“으아… 진짜 저거 볼때마다 이렇게 따닥따닥 붙어있어야 되?”

“그럼 앞으로 두리 너는 확인 안 해도 되니까 그 시간에 충전기나 돌려라”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

언제나 그렇듯이 투닥 대며 방을 나오는 둘을 지나치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 걸어오는 미래

그녀는 제니의 반대편에 앉아 나를 쓰다듬으며 나의 옆에서 자는 척을 하고 있는 제니를 보며 말했다

“친구가 많이 걱정 되?”

‘아뇨 그건 딱히 걱정되지는 않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쓰러졌던 것도 배가 고파서 쓰러졌던 거지 어딘가 아파서 쓰러진 것도 아니고

아마 한 숨 자고 일어나서 체력 충전이 완료되면 바로 뛰어다녀도 별일 없을 것이다.

물론 내가 그것을 그녀에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나와 그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자 자연스럽게 우리 쪽으로 모이기 시작하는 무리

슬쩍 제니 쪽을 바라보니 아무래도 소란스러운 상황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 것인지 귀가 여러 방향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들

분명 처음에 방으로 들어갔던 이유가 제니가 잠에서 깨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거 아니었나?

물론 이러나 저러나 결국 처음부터 자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일단 얘는 이제 어떡하지? 우리가 키워야 되나?”

“그럼 이렇게 구해주고 그냥 쌩까라고? 난 그렇게 못해, 최소한 저 녀석이 나한테 먼저 부비부비 해주기 전까지는 못 보네”

“두리 너 고양이 좋아헀었냐?”

이제는 아주 그냥 당사자를 앞에 두고 키우네 마네 싸움이 붙은 두 사람

그리고 그런 두사람을 보며 싸움을 중재하는 미래

결국 제니는 그 난장판을 참지 못했던 것인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두사람의 얼굴로 점프해 그대로 냥냥펀치를 날려버렸다.

“푸흡!!!”

“으엑!!!”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을 피하지 못한 그 둘은 입안에 고양이 털이 들어갔는지 콜록거리며 싸움을 멈췄고

제니 또한 방금 전의 냥냥펀치로 두사람의 침이 다리에 뭍은 것인지 그것을 나의 몸에 문지르며 닦기 시작했다.

[야 이 ㅈ냥아!!! 그걸 왜 내 몸에 닦아!?]

[아 몰라, 니가 가장 가까이 있었잖아!!!]

“퉤!!!퉤!!! 으… 우리가 시끄럽게 해서 잠에서 깬 모양이네”

그제서야 그녀가 깨어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인지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세 사람

제니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이 없어 해 하면서 그대로 나의 옆에 앉아있는 미래의 무릎위로 올라가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인간은 마음에 안 든다며?]

[저 둘보단 이쪽이 나아]

그렇게 자신의 무릎 위에 올라간 제니를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는 미래

하나와 두리는 그런 둘의 모습을 부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니를 무릎위에 올린 미래를 부러워 하는 건지, 이래의 무릎 위에 올라간 제니를 부러워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흠… 아무래도 그 고양이가 미래씨를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네…네?”

“미래씨한테 베르 냄새가 베어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말하며 미래를 놀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

내가 없는 사이 셋이서 친해졌던 것일까? 왠지 어제보다 훨씬 가까워 보이는 기분이다.

[질투하냥?]

[뭐래, 너야 말로 그냥 좋으면 좋다고 하고 여기서 지내지 그래?]

그렇게 서로 왁자지껄 하게 떠들고 있는 사이

두리는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아!!!”

“아 씨!!! 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래?”

“아니 있잖아…. 그럼 우리 지금부터 얘 뭐라고 불러야 돼?”

갑작스럽게 시작된 두리의 의문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갑자기 한껏 진지한 얼굴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흠… 그냥 편하게 점박이 어때?”

“냐아앜!!!”

“아얏!!!”

하필이면 제니가 가장 싫어하는 이름을 부른 하나는 그대로 그녀의 발톱에 손등을 베이고 말았다.

“으이구… 뭘 모르는 구만… 원래 고양이 이름은 옛날부터 나비였다고, 그치 나비야? 악!!!!”

그렇게 시작된 제니의 이름 공모전.

물론 이 공모전의 심사위원은 바로 이름을 같는 당사자인 제니였다.

“아얏!!!”

“악!!!”

제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제니의 발톱에 처절한 응징을 당하고 있는 하나와 두리

그 모습을 본 미래는 결국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순순히 제니의 방석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렇게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된 제니의 공모전은 결국 하나의 입에서 나온 제니라는 이름을 끝으로 겨우 막을 내렸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어제와 같이 몸에 카메라를 메단 채 현관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나가는거냥?]

[그게 내가 할 일이니까]

제니는 결국 이곳에 있기로 마음을 먹은 것인지 어젯밤 몰래 야반도주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아파트 15층에서 창문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참 웃긴 일인가?’

[그러면 너는 결국 여기 있기로 한 거냐?]

[그야 이대로 다시 거기로 갔다간 또 녀석들한테 마운팅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딱히 너 때문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마]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 세상 도도한 발걸음으로 그대로 안방으로 향하는 그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니도 미래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저 녀석… 그냥 까칠한게 아니라 츤데레였나?’

[아무튼, 나는 갔다 올 테니까 그동안 우리 주인 잘 지키고 있어라]

[…그래]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그대로 집밖으로 달려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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