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28화 (28/51)

〈 28화 〉 27. 개가 똥을 보고 그대로 지나칠까

* * *

몇 십분 정도를 달려 겨우 도착한 대피소는 이미 무언가 잘못 된 것인지 수백 마리의 좀비에게 둘러 쌓인 채 이곳 저곳이 무너져 본래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거기다가 지금 내 눈에 대충 보이는 좀비들만 세서 수 백 마리일 뿐, 창문 너머로 보이는 대피소의 안쪽은 이미 수많은 좀비들로 우글거리고 있었기에 사실상 이 건물에만 몇 마리의 좀비가 있는지제대로 알기도 힘들 정도였다.

‘어쩐지 주변에 좀비들이 유난히 적다 싶더라니…’

아무래도 저 대피소를 중심으로 이 근방의 좀비들이 모두 저곳으로 모인 듯 했다.

마치 개미집이라도 부숴버린 것 마냥 대피소 근방에 우글거리고 있는 좀비들

나는 일단 제대로 된 상황이라도 알기 위해 그 좀비들을 향해 다가갔다.

“크르윽…”

“끄으…끄에에…”

‘하아… 제길…’

다행히도 이곳에 있는 좀비들도 다른 곳의 좀비들처럼 마치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내가 앞을 지나가더라도 그저 가만히 서서 으르렁 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좀비들이 한두마리가 아닌 수백 마리가 모인 길을 지나가려다 보니 그 놈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만으로도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놈들이 몰려오는 거야…’

지금이라도 당장 귀를 막고는 그대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불쌍한 사족 보행이었던 나는 녀석들의 다리를 피해가며 최대한 빠르게 대피소 안으로 달려갔다.

마치 어릴 적 놀이터에서 놀던 정글짐 안을 돌아다니던 감각으로 다리로 이루어진 좀비의 숲을 겨우 빠져나오자 그곳에는 이미 만신창이로 부숴진 유리문이 너덜거리고 있었다.

책상이나 캐비닛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바리게이트.

이미 그 역할을 다한 것인지 엉망진창으로 부숴져 있는 바리게이트와 곳곳에 굳어있는 검붉은 핏자국 만이 그때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찌그러져 있는 철제 캐비닛을 발판삼아 가볍게 점프하여 안쪽으로 들어갔다.

본래는 시청 근처에 지어진 실내 체육관 겸 도서실로 사용되었던 건물

그러나 그 길고 깨끗했던 복도는 이미 수많은 얼룩들로 더러워진 채 마치 귀신의 집 입구 마냥 나를 반기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4주 만에 이런 꼴이 된거야?’

나는 마치 누군가 잡아 뜯기라도 한 것인지 복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두꺼운 철문을 지나 커다란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이곳에 대피한 사람들이 생활하던 곳이었던 것인지 척보기에도 수십장은 되어 보이는 돗자리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그리고 그 돗자리들 위에 마치 가지고 놀다 질려버린 인형처럼 바닥에 내던져진 채 쓰러져 있는 여러 시체들.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이나 여성들이었으며 그들은 좀비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기 전 죽어버린 것인지 좀비가 되지 못하고 그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걔 중에는 공포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을 그어 버린 것인지 목에 커다란 자상이 남아있는 시체도 있었다.

좀비 사태가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4주 전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날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수십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이 대피소가 이리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들에게는 차라리 이것이 더 좋은 일이었을까’

지옥처럼 변해버린 이 세상을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과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버리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일인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편히 쉬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절뚝거리고 있는 저 걸어 다니는 시체들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있었다.

‘쯧… 이럴 때가 아닌데…’

그렇게 멍하니 시체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얼마 안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그곳에 있는 분들에게 가볍게 묵례를 하고는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음으로 들어간 두번째 강당

그곳은 첫 번째 강당과는 달리 문이 열려 있지 않았기에 몸을 이용해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을 하고 나서야 겨우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 몸으로는 [당기시오] 같은 건 무리라고…’

그곳은 이 대피소의 창고로 쓰였던 것인지 몇 개인지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골판지 상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흐느적흐느적 걸어 다니고 있는 좀비들이 몇 마리 보였다

다른 놈들에 꽤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좀비가 된지 어라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좀비들에게 상처를 입고 겨우 이곳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좀비로 변해버린 것이겠지.

나는 일단 그 좀비들을 무시한 채 골판지 상자를 물어 뜯어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구호물품이라고 적힌 작은 상자들이 빼곡하게 들어 찬 것도 있었고 그 이외에도 침낭이나 담요 같은 취침용품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찾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낸 물과 음식들이 담겨있는 상자

그 안에는 건빵이나 통조림, 500ml짜리 생수병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본래라면 수십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먹을 양이었기 때문에 그 양은 가히 어마 무시한 수준.

지금 내가 뜯어낸 식량 상자들만 해도 우리 일행이 이주일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이곳에 제대로 올 수만 있다면…’

아마 어림짐작으로 이곳에 있는 물건들이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 건물 전체에 무슨 메뚜기 때 마냥 우글거리고 있는 좀비들.

건물 내에 몇 마리가 남아있는 정도라면 나와 하나,두리가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하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대로라면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신에 좀비의 이빨 자국이 남아버릴 것이다.

‘일단 2층도 살펴보자’

본래는 도서실로 사용되고 있었던 2층.

만약 2층에 있는 좀비들의 수가 적다면 정문이 아닌 2층을 통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러나 저러나 밖에 있는 좀비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건 변하지 않지만 말이야…’

나는 일단 2층의 상황도 알기 위해 위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계단을 건너 뛰어 도착한 2층

그런데 정말로 나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었을까

계단에서 이어지는 긴 복도와 유리로 된 벽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도서관은 책장에서 떨어진 책들과 여러 얼룩들로 더럽혀져 있기는 했지만 주변을 둘러볼 때마다 눈에 채일 정도로 북적였던 1층과는 달리 좀비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깨끗한 곳이었다.

‘아… 아니야, 정신차려… 책장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것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뛰어 들어가려던 것도 잠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건물을 최대한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목표였기에 나는 일단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차분히 안을 둘러보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물론 개의 몸으로 이런 행동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역시 이정도로 없는건 이상하긴 한데…’

혹시 아직 남아있는 생존자가 있기라도 한 걸까?

나는 이미 피냄새로 인해 반쯤 망가져버린 코는 뒤로한 채 일단 누군가 있는 것인지 알아차리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는 천천히 유리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께에엑… 끄으…”

“크르륵…”

그러자 유리 너머로는 들리지 않았던 좀비들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역시 생존자는 이미 모두 죽거나 사라진건가…’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건만… 아무래도 2층에도 살아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안에 있는 좀비의 수라도 알기 위해 계속해서 귀를 세운 채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어?’

그러자 책장 너머로 보이는 두 마리의 좀비의 모습

꽤나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는 여성 좀비 한 마리와 우락부락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 남자 좀비 한 마리

그러나 그 두 마리의 모습은 다른 좀비들과는 달리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끄으으…끄에엑…”

“으득….으드득…”

여리여리하고 약해 보이던 여자좀비는 좀비는 그 작은 손을 이용해 자신보다 30CM는 더 커다랄 것만 같은 남자 좀비의 목을 조르며 들어올린 채 자신의 손아귀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남자 좀비의

몸을 마구잡이고 뜯어먹고 있었다.

그런 여자 좀비의 손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려는 것인지 그녀를 향해 팔다리는 휘두르는 그였지만 여자 좀비는 마치 솜방망이로 맞고 있는 것 마냥 평온한 얼굴로 계속해서 몸을 뜯어먹었다.

그렇게 먹으면 먹을 때마다 그 상처를 메꾸기 위해 상처의 안쪽에서 부글거리며 재생되는 그의 몸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저 그녀가 먹을 고기만 늘어날 뿐, 여자 좀비는 오히려 좋다는 듯이 새롭게 솟아나는 그 부드러운 살을 입안에 욱여 넣으며 으적으적 씹어댔다.

‘시발… 이게 뭐냐고 대체…’

좀비가 좀비를 먹고 있는 이 공포스러운 상황

나는 그 광경을 보고는 어찌 할 지 모른 채 그저 덜덜 떨며 행여나 들키기라도 할까 봐 최대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개라면 들켜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아니, 다른 좀비라면 몰라도 지금 저곳에 있는 그녀에게 만큼은 들켜서는 안된다.

나는 보았다, 다른 좀비들과는 달리 가슴에 박혀있는 작고 보란 보석과 같은 무언가를.

그리고 그녀의 눈에 선명하게 비쳐 있는 눈동자를.

그녀는 다른 좀비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공포에 떨며 움직이지 않는 이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안돼!!!’

그녀가 식사에 몰두 하고 있는 지금… 지금이 아니면 나는 다시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나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덜덜 떨리는 발을 겨우 들어 올리며 이 장소에서 발을 떄려는 순간.

“끼에에에엑!!!’

‘뭐….뭐야!?’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좀비가 결국 힘을 다하고 만 것일까, 결국은 재생하던 것을 멈추고는 그대로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손안에서 녹아 내리고 말았다.

그렇게 자신의 손안에서 완전히 녹아버린 좀비를 보던 그녀

내가 그때를 틈타 도망을 치려고 하는 순간

‘!!!’

순간적으로 어마 무시한 한기에 순간적으로 온몸에 있는 털이 바로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설마…’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기 만을.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속으로 몇 번이고 빌고 또 빌며 나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나는, 입에서 군침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와 두 눈을 마주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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