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35화 (35/51)

〈 35화 〉 34. 이게 사람인지 개인지...

* * *

그렇게 꼬미를 나의 위에 반 즈음 올려 놓고 쉬고 있을 때,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것인지 제키 녀석이 부들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윽…]

[오, 일어났냐?]

그런 그를 향해 가볍게 인사하자 무엇이 그렇게 기분 나쁜 것인지 오만상을 짓는 녀석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무어라 말대답 하기에는 뭐한 것인지 괜히 나의 옆에 있는 꼬미에게 텃세를 부렸다.

[칫! 그렇게 강한 수컷 옆에서 아양이나 떨면서 부스러기나 받아먹는 꼴이라니, 그 자존심 강하던 녀석은 어디 죽었나 보지?]

[읏…..]

[적당히 해라, 또 한번 바닥이랑 키스하고 싶지 않으면]

[베르님…]

물론 그런 녀석의 빈정거림이 꼴보기 싫었던 나는 옆에서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주눅들어 있던 꼬미를 대신에 녀석을 향해 이빨을 보이며 살짝이지만 살기를 보이며 위협했다.

그러자 그런 나의 행동에 쫄은 것인지 털을 곤두세우며 살짝 뒷걸음질을 치는 녀석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꼬미가 나에게 몸을 비비며 애교를 떠는 것은 덤이었다.

‘하아…이젠 나도 모르겠다’

[하하!!! 아주 그냥 살림을 차렸구만 그래?]

[왜? 부럽냐?]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제니에게 구애 할 때마다 매번 나가떨어졌다고 했던가?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나와 꼬미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녀석의 눈에는 꽤나 아니 꼬았던 모양이다.

‘뭐… 그 감정은 나도 잘 알고 있지…’

인간이었을 시절 23년, 개로 다시 살아나고 2년, 총합 25년의 세월동안 솔로부대의 근무중이었던 나였기에 녀석이 지금 느끼는 ㅈ같음의 감정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이 조금이라도 더 분해 할 수 있도록 일부러 녀석을 도발했다.

[베…베르님…]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꼬리를 대차게 흔들며 좋아 죽는 꼬미의 반응

뭔가 이러고 있으니 그냥 여자애들을 가지고 노는 쓰레기가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은 묘했지만 지금은 저 녀석이 분해하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너무 통쾌했다.

물론 이 뒷감당은 오로지 나 혼자서 감당해야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아예 나의 품 안에 얼굴을 파묻는 꼬미를 보며 어쩌면 진짜로 얼마안가 애 아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혹시 나는 내 손으로 내 무덤을 판 건 아닐까?’

[으헤헤… 베르님…]

[칫!!! 재수없는 자식!!!]

끼이익…

[음!?]

[앗!!!]

그렇게 녀석과의 말싸움에서 완전히 승리하여 녀석의 자존심을 갈갈이 부셔버리는 것에 성공 했을 때, 지금까지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리며 나를 이곳에 데려온 장본인이 들어왔다.

[언니!!!]

[밥이다 밥!!!]

[와아아아!!!!]

그러자 나의 품 안에 있던 꼬미를 포함해 방금까지는 나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리를 잡고 있던 다른 고양이들까지 전부 그녀에게 달려갔다.

물론 그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꼬미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녀의 손에는 밥들이 목적이었던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오늘 하루 동안은 아침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못 먹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왠지 급격하게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일단 다른 녀석들처럼 바로 달려가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일단은 양손에 커다란 그릇을 들고 온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냐야얔!!!냐야!!!”

“멍멍!!!”

“우에??? 으어어…”

좀비를 마치 장난감 다루듯이 가지고 놀며 휙휙 집어 던지던 그녀는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몰려온 고양이들과 강아지 한 마리에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 대며 어찌할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렇게 행여나 그녀석들을 밟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좀비녀가 맞는 것인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물론 같은 좀비녀인건 확실하다만… 나를 잡으러 올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아우어…”

“냨!!!그르르르…”

그런 그녀가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기 무섭게 그대로 그릇에 머리를 박고는 고기를 뜯어 먹기 시작하는 냥이들

분명 내가 유튜브에서 봤던 고양이들은 대부분 깨작거리면서 먹었던 것 같다만…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역시 평범한 고양이들은 아닌 모양이다.

마치 몇 일은 굶은 듯한 얼굴로 게걸스럽게 고기를 씹고 있는 녀석들을 보니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제니는 이렇지 않았는데…’

[베르님!!!]

[응?]

그렇게 녀석들의 푸드파이팅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을 때, 그 들 사이에 껴서 겨우겨우 밥을 넘기고 있던 꼬미가 결국 저 돼냥이들의 쓰나미를 버티지 못한 것인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말을 걸었다.

[베르님은 안 드세요? 안 그러면 제들이 다 먹어버릴텐데]

[응? 아아… 그래, 나도 먹어야… 읏!!!]

[에!? 왜… 왜 그러세요?]

내가 밥을 먹지 않는 것이 걱정되는 것인지 살며시 물어보러 온 꼬미

그녀에게 적당히 대답을 하려는 그 순간,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시선에 깜짝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경계자세를 했다.

그러자 그런 나와 눈이 마주친 좀비녀

내가 밥을 먹지 않고 계 속 가만히 있어서 일까, 그녀는 다른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있는 와중에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자신을 경계하는 나를 보며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기 까지 하는 그녀.

‘아 제발… 그런거 적응 안된다고…’

아까 전에 당황하던 그녀의 모습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은근히 다양한 그녀의 표정에 나는 그저 어색하기만 했다.

거기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와의 술래잡기로 인한 반동인 것인지, 어째서인지 그녀가 나를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그리 달갑지않았다.

생기 하나 없이 그저 멍하니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 그런 눈동자가 나를 쫓는다고 생각하니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는 기분이다.

거기다가 안 그래도 너덜너덜했던 옷이 나를 쫓아오느라 거의 넝마가 되어버린 것인지, 이제는 아예 걸치고 있던 옷을 찢어 버리고는 알몸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그녀였기에 내가 그녀를 제대로 직시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불편한 이유 중 하나였다.

[크윽…]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

[아… 아니야… 밥이나 먹자…]

그렇게 그녀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결국 밥을 먹으라고 하는 것 같은 그녀의 무언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기가 잔뜩 담겨 있는 밥그릇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는 슬금슬금 자리를 비키는 녀석들

왠지 뒷골목 깡패가 된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저 옆에서 그릇 하나를 가지고 마치 데스매치라도 벌이는 것 마냥 폭력적으로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나의 옆에 있던 꼬미도 드디어 방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 것인지 환하게 웃으며 그릇에 담긴 고기들을 뜯어 먹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고기지?]

[냠냠...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십개의 고깃덩어리

나는 일단 그 고기가 무슨 고기인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조금만 뜯어서 씹어 먹어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입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가 무슨 고기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식감과 맛, 그런데 어째서인지 어디선가 먹어본 것 같은 이 식감에 나는 가만히 그 고기를 씹으며 기억 속에 남는 고기들의 맛을 떠올렸다.

내가 아직 시장에서 살고 있을 때, 매일 아침마다 정육점 아저씨에게 고기를 얻어먹었던 덕분에 평범한 사람들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고기들은 한번씩은 모두 먹어보았다.

아마 장담하건데, 아마 우라나라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사람들 보다도 내가 먹은 특수부위가 가장 많았을 것이다.

‘언젠가 한번은 소 고환까지 사장님하고 나눠 먹은 적이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먹어 왔던 어떤 고기하고도 다른 맛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이것이 무슨 고기인지 당최 알 수가 없았다.

[이상하네… 분명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그런데 어째서인지 애매하게 익숙한 것이 더욱 짜증이 나는 상황

그렇다고 가공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는 붉은 단면들이 존재했다.

물론 엉성하게 뜯겨져 있었기에 정육점에서 전문적으로 발골하고 잘라낸 예쁜 고기의 모양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이 고기들은 가공육이 아닌 생육이었다.

‘잠깐… 그런데 생육을 어떻게 얻은거지?’

지금은 아포칼립스가 일어난지 거의 3주가 넘어가는 시간, 아무리 냉장 보관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전기가 끊긴지도 열흘이 채 넘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가공육이 아닌 생육을 동물들의 먹이로 준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양의 고기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쳐다보았을 때, 갑작스럽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 났다.

[이런 미친!!!]

자신에 손안에 있던 좀비를 마치 닭다리를 뜯어 먹는 것 마냥 뜯어 먹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생소한 맛이었음에도 익숙했던 고기의 맛까지

모든 의문이 풀렸을 무렵, 나는 결국 먹고 있던 고기를 뱉어 내고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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