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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37화 (37/51)

〈 37화 〉 36. 상사병

* * *

어젯밤 베르가 돌아오지 않은 이후.

하나와 두리가 잠을 자기 위해 방안으로 들어간 와중에도 문 앞에 서서 베르를 기다리고 있던 미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듯 쓰러져 버렸다.

그녀가 다시 일어난 시간은 다음 날 새벽

아직 다른 사람들이 채 깨지 않은 새벽에 눈을 뜬 그녀를 반겨주는 것은 그저 서늘한 새벽의 공기 뿐이었다.

그것을 깨닫고는 그 자리에 엎드려 울기 시작하는 그녀.

거실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제니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모두 볼 수 있었다.

‘한심하기는…’

겨우 개 한 마리에 안절부절 못해 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울다가 잠들어 버린 것인지 말그대로 널브러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비참하게 쓰러져 있는 미래

제니는 결국 그런 그녀가 보기가 안쓰러웠기에 미래와 두리가 자고 있는 방문 앞으로 다가가 그 둘을 깨우기로 했다.

덜컥!!!

커튼이 쳐져 있는 것인지 해가 떴음에도 아직 어둑어둑한 방안

제니는 아직 곤히 자고 있는 하나의 배위로 올라가 그를 깨우기 위해 크게 울며 그대로 그의 얼굴에 강한 냥냥펀치를 날렸다.

“냐아아아!!!”

“아악!!! 야!!! 차두리!!!... 아니, 제니였네?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으으.. 뭔 일이야…”

그제서야 제니가 들어온 것을 눈치 챈 것인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둘

제니는 그런 얼빠진 둘의 옷을 잡아 끌며 둘을 거실로 이끌었다.

“제니야? 이 오빠가 아직 일어난지 얼마 안돼서 그런데 이것 좀 놔줄 수 있니?”

“아니 잠깐… 저기 미래씨 쓰러져 있는 것 같은데?”

“뭐!? 진짜네!? 미래씨!!!’

그렇게 겨우겨우 방안에서 기어나와 겨우 미래의 상태를 확인 한 둘

그 두 명은 옷을 갈아 입는 것도 잊고는 그대로 쓰러져 있는 미래를 향해 달려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그녀의 안색에 둘은 일단 그녀를 방안으로 옮겨 눕힌 뒤 회복시켜 주렀다.

“상처가 난게 아닌데 힐 가지고 효과가 있으려나?”

“그래도 일단 해봐야지… 나는 일단 물수건이라도 가져올게”

마시기 위한 식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물수건을 사용 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마치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옅은 심음 소리를 내는 그녀는 서늘한 늦가을의 날씨에도 마치 한여름 마냥 땀에 젖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옆에서 힐을 걸어주고 있는 두리

이제 자신이 할 일이 모두 끝난 제니는 바쁘게 움직이는 둘을 무시하고는 방밖을 나와 몸을 둥글게 말고는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우연인 것인지 고의인 것인지, 그녀가 자리를 잡은 장소는 방금까지도 베르를 기다리다 결국에는 쓰러져 버린 미래가 서있던 바로 그 자리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미래를 한심하다고 쳐다보던 그녀였으나 결국 그녀가 하는 일은 미래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하아아암….”

그렇게 자리에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뒤에서 미래를 돕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둘과 대비되었다.

마치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 같은 여유로운 모습

그러나 그녀의 귀만은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마냥 하늘을 향해 쫑긋 세운 채 안절부절 못해하고 있었다.

***

[끄으….끄으윽…]

밤새 좀비녀에게 꽉 안겨 잔 부작용인 것인지 나는 허리가 끊어질 것 만 같은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힘들게 일어났다.

‘으으… 미래가 안고 잤을 때는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

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그녀는 밖으로 나간 것인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고 방안 이곳저곳에서 빵을 굽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것으로 이곳에 끌려온지도 벌써 하루가 지난 상황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급해저만 간다.

[일어나셨어요?]

[응? 아… 너는 일찍 일어났구나?]

[네! 그래야 언니가 나가는 걸 볼 수 있거든요!]

나는 일단 욱씬거리는 허리를 이끌고 그녀와 함께 내가 자리를 잡았던 구석 쪽에 들어 누웠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나의 옆에 앉는 그녀.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어제와는 달리 나에게 안기거나 기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했던 얘기 좀 자세히 해봐]

[어제 했던 얘기요?]

[왜 그… 고기를 먹으니까 막 쌔졌다는 그 얘기]

아무리 이곳이 내가 살던 곳과 달리 마법이 실존하는 세계라고 할지라도 겨우 그런 것으로 신체능력이 상승 한다니… 솔직히 믿기가 힘들었다.

거기다가 그렇게 강해졌다는 녀석이 나한테 한방에 뻗어 버린다니… 꼬미를 안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아… 그거요? 저도 처음에는 안 믿었는데, 갑자기 제키씨가 한번에 천장까지 뛰어오르는 거에요!!!]

[천장?]

[네!!! 그렇게 천장에 발자국을 남기고는 엄청 우쭐해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앞발로 중앙 쪽의 천장을 가리키는 그녀

그곳에는 진짜로 작지만 꽤나 선명한 흠집이 남아있었다.

[저게 그 뚱땡이 녀석이 남긴거라고?]

[풉!!! 뚱땡이라뇨… 뭐… 맞아요, 그때 남겼던 거에요, 그리고 저기랑… 저기에, 새로 들어오는 동물들이 있으면 그때마다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곳은 본래 창고용으로 사용되는 방이었기에 평범한 방과 달리 천장이 꽤나 높게 설계되어 있었다.

내가 눈 대중으로 봤음에도 최소 3미터는 넘어 보이는 높은 천장

올림픽의 높이뛰기 세계 신기록이 2미터 중반인 것을 보면 저런 높이를 한번에 뛸 수 있다면 진짜로 신체능력이 평범한 수준은 아니었다.

꼬미의 말을 들어보니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고기를 훨씬 많이 먹어서 다른 고양이들 비해 강해졌지만 그 덕분에 살이 쪗다고…

그런데 그렇다는 것은 지금 이곳에 있는 고양이 녀석들은 전부 신체 능력이 올랐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설마 그런 녀석들이 내 주먹 한방에 다운될 줄이야…

아무래도 맷집은 딱히 강화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베르님이 엄청 쌘거 아니에요?]

[아니 그럴리가…]

아무리 내가 전생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 몸은 그저 평범한 강아지

아무리 내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방금 꼬미가 말한 수준의 강함은 신체적으로 무리이다.

아마 내가 그 정도의 힘이 있었다면 좀비한테 한대 맞고 골골대거나 이곳에 이렇게 잡혀 들어올 일도 없었겠지

나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옆에 있는 나무 상자를 향해 그때 제키에게 그랬던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앞발을 휘둘렀다.

‘이것 봐, 아무렇지도 않지?’

부서지기는 커녕 나의 발톱으로 인해 생긴 작은 흉터 밖에 남지 않을 상자를 보며 머쓱한 척 중얼거릴 대사를 머릿속으로 미리 준비하면서 말이다.

“우직끈!!!”

그러나 그런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커다란 소리를 내며 부숴져 버리는 상자

나는 그 사실에 깜짝 놀라 오히려 뒤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이것봐요! 역시 베르님이 엄청 강한거라니까요?]

‘이… 이게 무슨…’

나는 옆에서 나를 치켜세워주는 꼬미를 잠깐 쳐다보고는 다시 완벽하게 뚫려버린 상자의 옆면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망치라도 사용한 것 마냥 내가 주먹을 날린 부분 만 깔끔하게 뚫려 있는 상자의 옆면은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쾅!!!”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옆에 있던 다른 상자에도 주먹을 휘둘러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이번에는 아예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기거나 붇기는 커녕 멀쩡한 나의 앞발

[와! 베르님!!! 여기 이것 보세요!!! 여기 안에 이런게 들어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꼬미는 상자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이 신기한 것인지 그곳을 향해 뽈뽈뽈 뛰어가더니 안에 있는 물건을 하나 들고왔다.

[응? 이건…]

그녀가 들고 온 것은 뭔가 방수가 잘 될 것 같은 재질의 비닐로 진공 포장이 되어있는 블록 모양의 음식이었다.

보통 재난구역에나 보내지는 물품이다만… 아무래도 이 곳도 원래는 식량창고로 쓰이는 창고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많은 양의 음식을 얻어버린 상황, 물론 곡물 가루가 뭉쳐 있는 형태의 블록이었기에 그냥 먹기에는 많이 퍽퍽할 테지만 이런 식량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물병들도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좀비 고기 대신 이걸 먹으면 되겠네]

[그런가요?]

안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를 맡은 것인지 이미 포장을 뜯고 안에 있는 블록을 씹어 먹고 있는 꼬미

그런 그녀를 보니 나는 잠시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저기... 있잖아]

[네? 왜요?]

[혹시 너도 막 신체 능력이 올라 갔다거나 그런거 있어?]

꼬미의 말 대로라면 그 고기를 먹은 녀석들은 전부 신체 능력이 올라간 상황

그렇다면 아마 꼬미도 그 놈들처럼 무언가 강해져 있을 것이다.

[흠… 한번 해볼까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이번에는 잠시 자세를 잡고는 그대로 상자를 향해 돌진 하는 그녀

“콰직!!!”

역시 그녀도 꽤나 강해진 것인지 완전히 뚫어버리진 못했지만 단단한 나무 상자의 벽면을 반쯤 부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상자를 부수고는 당당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그녀

[어때요? 저도 꽤 쌔죠?]

[그래, 엄청나네]

그렇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신체능력이 엄청나게 올라 간 것을 확인하고는 그녀와 함께 상자에서 꺼낸 블록을 같이 나눠 먹었다.

‘잠깐… 그런데 그럼 그 좀비녀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거지?’

아무래도 이 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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