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41화 (41/51)

〈 41화 〉 40. 영역다툼

* * *

“실례하지”

“에?으?에…”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방문.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떨고 있는 미래를 지나치고는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자… 잠깐!!! 누구 멋대로 들어오는 거야!?”

그러자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하나는 그대로 주방에 있는 식칼을 꺼내 들고는 그를 향했다.

그러나 사람에게 칼을 겨눈다는 행위자체가 힘든 것인지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빠르게 움직여 미래와 그 남자의 사이에 끼어들어 미래를 감싸는 두리.

안에서 그것들을 지켜보던 제니도 온몸의 털을 세운 채 갑작스럽게 들어온 그를 향해 하악질을 하고 있었다.

“……”

그런 그들의 모습을 살며시 살피며 그는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그대로 식탁위에 올려놨다.

“그… 그건!!!”

그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 물건은 조그마한 액션 캠

분명 베르에게 들려 보냈던 것과 같은 기종의 물건이었다.

“황갈색 털에 목에는 붉은 목줄을 하고 있는 커다란 골든리트리버”

“당신… 그걸 어떻게…”

갑작스럽게 단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외부인이 찾아와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한 베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상황.

하나가 조심히 다가가 카메라의 전원을 키자 화면에는 언제나처럼 베르의 눈높이에서 찍힌 우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어째서 이 사람이 그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방금까지 두리의 뒤에 있던 미래는 그대로 뛰쳐나가 그 남자에게 향했다.

“베르는요… 베르는 어디있어요? 네? 지금 저걸 가지고 있는 거면 베르가 어디 있는지도 알거 아니에요!!! 혹시 다친거에요? 아니면 그냥 지친 건가요? 네? 제발…. 알려 주세요…”

“잠깐… 미래씨!!!”

“베르 어디 있어요… 어디 있냐고요!!! 당신은 알거 아니에요!!! 베르 어디 있냐고!!!”

방금까지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던 사람이 맞는 것일까.

베르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그대로 상대를 붙잡고는 마치 애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매달리기 시작했다.

“읏… 알잖아요… 어디 있는지…”

“미래씨!!!”

한순간의 흥분으로 인해 억지로 움직였던 것일까.

그의 옷을 붙잡고 소리를 지르던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저번처럼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몸이 한계인 것인지 또다시 온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잠깐… 미래씨!!! 일단 진정해요!!! 이러다 쓰러지면 진짜로 큰일 날수도 있다구요!!!”

“이거 놔… 난 괜찮으니까… 난…”

“……”

이제는 아예 존댓말도 하지 않고 말그대로 횡설수설해 하기 시작하는 그녀

그대로 놔뒀다가는 정말로 큰일이 날것만 같았다.

그러나 두리의 설득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방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그는 미래에 의해 아직까지도 완전히 구겨진 자신의 옷과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그녀를 번갈아 보고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시작했다.

“걱정마라, 그 골든리트리버는 아직 살아있으니까.”

“아…”

“지금은 갇혀 있어 제대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아직까지는 살아있을 거다.”

“…네?”

갑작스럽게 베르가 갇혀 있다는 소식에 난리를 피우던 것을 멈추고 동시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세사람과 한 마리

그는 대답 대신에 하나의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를 빼앗은 후 동영상의 시간을 조작해 영상의 후반부를 그들에게 보여줬다.

그러자 화면에 비친 것은 어떤 한 좀비녀에게 업힌 채 어디론가 사라지는 베르의 모습

카메라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것인지 화면이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영상에 보이는 대로, 너희들의 순찰견은 지금 영상에 나오는 ㄴ…좀비에게 끌려가 갇혀 있는 상황이다.”

“잠깐!!! 영상을 보니까 이 영상이 찍힌 후 얼마 안가 당신이 이걸 주웠잖아!!! 그럼 처음부터 보고 있었단 뜻이잖아!!!”

마치 해명이라도 하라는 듯이 열을 내며 그를 쏘아붙이는 두리

그런 그의 말에 다시한번 크게 한숨을 내쉬며 카메라를 조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베르가 보았던 그 좀비녀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좀비들을 마치 수수깡처럼 던져 버리는 모습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벽을 뚫는 모습.

그리고 어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있는 좀비들을 모두 무시하고는 베르를 쫓는 모습.

전력으로 달리는 것인지 마구 흔들리는 와중에도 그런 그녀의 모습들은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보면 알겠지만, 애초에 내가 구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들키지 않도록 숨어서 지켜보는 것이 고작이었으니까.”

“……”

“걱정하지 마라, 그 골든리트리버는 그저 체육관 지하실에 갇혀 있을 뿐이니까. 그 좀비는 주변에 있는 길동물들을 자신의 은신처에서 키우고 있거든”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상황.

그들로서는 베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좀비가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은 도저히 농담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좀비녀가 베르를 안고 데려가는 것을 영상을 통해 모두가 보았기에 믿기 힘들더라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아…”

“미래씨!!!”

그 말을 듣자 다리자 풀린 것인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미래

“흐윽… 다행이다… 베르….”

그녀는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와 두리도 그녀 만큼은 아니더라도 베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바닥에 앉아 울고 있는 그녀를 진정시켰다.

***

[하아…]

얼마 전, 제키 일당의 조무래기 놈을 혼내주고 난 후로 녀석들은 틈만 나면 나의 주변을 어슬렁 거리면서 나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한 두번이라면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계속되고 있으니 잠도 제대로 자지도 못해서 신경이 자꾸만 날카로워진다.

물론 다 작정하고 벌인 일이었기에 나는 딱히 상관 없지만…

[으으…]

[괜찮아? 너는 일단 계속 자고 있어]

[아니에요… 베르님만 고생할 수는 없잖아요]

아무래도 꼬미는 계속 내 품에 안겨 잠든 바람에 내가 잠에서 깰 때마다 함께 깨고 있었다.

편히 재우려고 수건 위에 눕히지만 자꾸만 달라붙으니… 그렇게 내 품속이 좋은걸까?

[……]

그러는 사이에도 또다시 어슬렁거리고 있는 제키의 무리들

차라리 그냥 무시해 버린다면 편하겠다만…

애초부터 집을 지키는 개의 본능과 몇 년 동안의 길거리 생활로 인해 몸에 배어버린 영역 개념으로 인해 내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반응해버리고 만다

아마 녀석도 그걸 알고 있기에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겠지

반응을 하지 않기에는 걸리적거리고 그렇다고 강하게 나가기에는 애매한 상황

녀석들은 그 중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다.

[역시 지치네…]

물론 하루 이틀 못 자는 것 정도로 어떻게 될 만큼 체력이 없진 않지만

어차피 저 녀석들이 원하는 것은 장기전이었기에 결국 불리한 것은 나였다.

‘쯧… 차라리 좀비녀가 없었으면 다 쓸어버리는 건데…’

그렇다고 여기 있는 녀석들을 전부 힘으로 쓸어버릴 수도 없는 상황

첫날처럼 적당히 봐주었다가는 오히려 더욱 날뛸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고 봐주지 않고 마구 날뛰었다가 녀석들이 크게 다치거나 진짜로 죽기라도 했을 때 좀비녀가 어떻게 반응 할지 몰랐다.

설마 저들을 이곳에 가두었던 좀비녀가 되려 놈들을 지켜주는 상태가 될 줄이야

[하아… 꼬미야, 잠깐 일어나 볼래?]

[으으… 네?]

[!!!]

나는 하는 수 없이 한 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녀석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나는 일단 지금까지 내가 지내고 있던 자리를 벗어나 아예 물품들이 들어있는 상자 바로 앞에 다시 수건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물론 주변에 있는 상자를 부수느라 바닥 이곳저곳에 나무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그래도 수건을 두껍게 깔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수건은 상자 안에 넘칠 정도로 많았다.

[이제부터는 여기에서 지내는 건가요?]

[응. 왜? 싫어?]

[아니요!!! 저는 베르님이 있으면 아무대나 좋아요!]

[…그래]

이제 이걸로 최소한 상자 주변에는 잘 다가오지 못하곘지.

그리고 원래 내가 있던 자리에도 본래 나와 꼬미가 사용했던 수건을 그대로 놔두었으니까 함부로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후… 피곤하네…'

이 유치한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쉽게도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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