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42화 (42/51)

〈 42화 〉 41.제안

* * *

“…미래씨는?”

“그냥 지쳐서 쓰러진 것 뿐이야, 다행히 열은 없는 것 같아”

“그래….”

그렇게 울다 지쳐 쓰러진 미래를 다시 침대 위에 눕힌 나는 다시 식탁에 앉아 나의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는 남자.

애초에 표정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마치 가면이라도 쓴 것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여유로운 모습에 오히려 나와 두리는 점점 조급함만 더해갔다.

“그래서…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는 뭔데?”

“그래… 그러고 보니 아직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군”

기다리다 못한 두리가 말을 꺼내고 나서야 다시 몸을 돌려 둘을 바라보는 그 남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게 물든 와중 미약하게 빛나는 그의 붉은 눈동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꽤나 섬뜩한 느낌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심지어 마스크도 검은색이네…’

말하는 것을 보아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 것 같다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풀기에는 너무나도 수상한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식칼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그가 자신의 목적을 말하기 만을

기다렸다.

물론 그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내가 칼을 들고 있는 오른손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 그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처음보는 상대를 경계하는건 좋은 태도지”

“……”

“그렇다면 여론은 생략하고 본론부터 말하도록 하지, 우리가 있는 그룹으로 들어와 줬으면 한다.”

“뭐? 그게 무슨….”

갑작스러운 동료 제안.

마치 옛날에 자주보던 일본만화에 나오는 밀짚모자를 쓴 해적 주인공 마냥 다짜고짜 “너! 내 동료가 되라!!!” 라고 말하는 상황에 나와 두리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와 두리가 무어라 하든지 상관 하지 않는 것인지 그는 나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자신의 할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나와 나의 일행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너희가 그 개를 시켜 정찰을 보냈던 그 체육관에서 약 1km정도 떨어진 대형마트다.”

“잠깐… 그럼 거기서 여기까지 혼자서 걸어 온거야?”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게 아니었으면 내가 이걸 여기까지 가져올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눈앞에 놓인 카메라를 손가락으로 툭툭치는 그

불과 어제만 하더라도 나와 두리가 좀비 한 마리를 잡느라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도대체 지금 나의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어떻게 이곳에 온 것인가.

“도… 도대체 어떻게…”

“……”

나와 두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짝!!!

그러고는 그대로 허공을 향해 박수를 쳐 커다란 박수소리를 내었다.

“어?”

“에? 뭐… 뭐야!!!”

그러자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감쪽같이 나의 눈앞에서 사라진 그

옆에 있는 두리와 제니까지 허둥지둥하는 것을 보아 정말로 사라진 것 같았다.

마치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던 마법과도 같은 상황

이미 마법이 쇠퇴할 대로 쇠퇴해 버린 지금 같은 시대에 이렇게 시동어나 영창, 밑준비도 없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딱!!!

갑작스럽게 공중에서 들리는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그러자 방금 전까지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 마냥 방금전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자세 그대로 의자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세컨드(2)였냐?”

“뭐… 이것 덕분에 여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세컨드,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자신만의 고유의 마법적 능력을 깨우친, 말그대로 초능력자.

학교나 뉴스에서 몇 번 들어봤기 때문에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기다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투명화로 추정되는 능력이라니…’

그가 만약 정말로 우리에게 악의를 가지도 접근했더라면 미래씨는 몰라도 나와 두리는 지금쯤 죽어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온몸에 소름이 돋을 것만 같았다.

“왜 그러지? 만명 중에 한 명 정도라면 그렇게 적은 숫자도 아니다만?”

“응… 그래…”

그런 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녀석.

나와 두리는 깜짝 놀랐던 것이 뻘줌해지는 바람에 서둘러 자시 자리에 앉았다.

“아무튼…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너희가 우리의 그룹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도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나나 두리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집안에서만 있던 바람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다 미래씨 같은 경우에는 아예 몸이 아픈 와중이니

물론 두리가 가지고 있는 힐은 충분히 쓸만하지만 그것 이외에는 딱히 메리트도 없는 제안일터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너희에게 좀비와 싸우라는 말을 하진 않을테니, 그저 청소나 빨래 같은 잡일들을 해줬으면 한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가 우릴 데려가서 얻는 메리트가 너무 적은데?”

“글쎄… 너희들은 지금 그 개를 구하고 싶고 나는 그 장소를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마침 그 장소에 볼일이 있다. 이정도로 설명하면 될까?”

“……”

그는 아무래도 진심으로 우리가 자신들의 그룹으로 들어와 줬으면 하는 거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반복적으로 우리에게 권유를 할 이유도, 명분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

이 남자는 도대체 우리를 자신의 그룹에 넣고 싶어 하는 것일까.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줬으면 하는데…”

“좋은 대답을 기대하지”

그렇게 말하고는 또다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

나는 그런 그를 놔두고는 두리와 함께 일단 미래씨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어떡할거야?”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물어보는 두리

거실에 있던 제니도 그와 단둘이 있는 것이 거북했던 것인지 우리 둘을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나 역시도 어찌할지 몰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우리에게 있어서는 딱히 나쁠 것 없는 제안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 세명이 그 대형마트까지 무사히 갈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하지만 애초에 얼마 가지 않아 밖을 나가려고 했기에 이마저도 딱히 문제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남자를 신용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아닌데 말이지…’

결국 문제는 저 남자의 말을 믿느냐 마느냐였다.

“저는 따라갈거에요”

“미래씨!?”

그렇게 내가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인가 일어난 것인지 나의 등뒤에서 들려오는 미래씨의 목소리.

내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힘겹게 몸을 세우는 미래씨의 모습이 보였다.

“잠깐… 무리하지 말고 일단 누워있어요”

“저도 이야기는 모두 들었어요.”

딱 봐도 힘들어 보이는 미래씨의 모습에 두리와 내가 서둘러 다시 그녀를 눕히려고 하였지만 그녀는 우리의 손을 뿌리치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저 사람의 일행은 지금 베르가 갇혀 있는 곳에 볼일이 있다고 했죠? 그럼 저는 따라 갈거에요.”

“그건… 하지만 저 사람의 말을 전부 신용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어도 바뀌는건 없잖아요!!!”

“……”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혼자서라도 따라갈 것이라 말하며 고집을 부리는 그녀.

이렇게 지쳐서 자기 혼자서는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는 주제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겨우겨우 막고 있는 두리의 모습.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째서인지 동시에 조금은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하아… 알겠어요… 알았다구요…”

“네?”

“대신, 출발 하는건 미래씨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의 얘기입니다! 아시겠어요?”

결국 내가 최종적으로 그를 따라가는 것에 동의하자 마치 부모님의 허락이라도 맡은 어린아이 마냥 좋아해 하는 그녀

나는 그런 그를 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고, 그것을 모두 보고 있던 두리와 제니는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다.

‘아주 이럴때만 마음이 잘 맞는구만 그래…’

끼익…

그렇게 모든 정리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자 방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던 것인지 시선을 이쪽을 향했다.

“아무래도 대답을 정한 것 같군”

“…그래”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여유롭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

어째서인지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은 얄밉게 느껴졌다.

“일단 쓰러진 미래씨가 회복되고 나서, 최소한 두발로 걸을 수 있을 정도는 되야 출발할거야”

“흠… 나는 그녀가 그렇게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만?”

“…지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방금 전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인지.

그러나 그는 이미 자신의 할 말은 모두 끝났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일단!! 아무리 못해도 내일 아침은 되어야 출발할거니까!!! 알았어!?”

“그래,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군”

그런 그에게 어째서인지 열이 오른 나는 그대로 그를 향해 소리치듯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두리는 그런 나를 보고는 어찌할지 몰라 하며 함께 방에 들어왔다.

“여기도 이제는 안전한 곳이 아니거든…”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창문의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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