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44화 (44/51)

〈 44화 〉 43. 탈주

* * *

“……”

한껏 낮아진 분위기

미래는 가던 걸음을 잠시 발을 멈춰 세우고는 뒤를 돌아 자신들이 나온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걱정되는건가?”

“읏… 그거야 당연하죠!!!”

“…어차피 이것도 다 그 남자의 결정이다. 우리가 끼어들 수 있는 일은 아니지”

“그… 그건!!!”

‘당신이 부추긴 거잖아요!!!’라는 말이 그녀의 목 밑까지 닿았지만 그녀는 끝내 그 말을 내 뱉을 수 없었다.

계단에 주저앉은 채 떨고있던 하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더 이상 무어라 답하지도 못하고 그저 우울한 얼굴로 그저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괜찮아요 미래씨, 일단 우리가 들고 있던 식량은 대부분 형한테 줬으니까. 혼자라면 열흘 정도는 넉넉히 먹을 수 있을거에요.”

“두리씨…”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마음이 복잡한 것은 동생인 두리일텐데. 그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옆에서 힘들어 하는 미래를 위로하며 주변을 살폈다.

이미 그의 눈동자는 수많은 고민들과 초조함으로 인해 미칠듯이 떨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걷고 있었다.

“괜찮아요?”

“아니요”

그녀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답변.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그는 마치 화를 삭히는 어린아이처럼 아랫입술을 물어 뜯으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하! 맨날 나보고 꼬맹이라고 하더니만 결국 진짜 꼬맹이는 형이었구만 그래?’

헤어지기 전에 유독 까칠하게 굴던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왜… 반대하지 않았나요”

만약 그가 하나를 이곳에 두고가자는 저 남자의 제안을 부정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나가 공포를 극복할 때까지 기다렸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저 둘을 버리고 미래만을 챙긴 채 아파트를 떠났을 것인가.

어떻게 되었든 최소한 지금과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미래는 자신의 옆에 서있는 이 남자에게 물었다.

“그게 맞는 선택이었으니까요”

“…네?”

그러나 그녀의 상상과는 달리 두리의 입에서 나온 너무나도 객관적인 말.

그녀는 혹시나 자신이 잘 못 들은 것은 아닌가 다시 한 번 물어보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답은 똑같았다.

“아니… 그게 무슨…”

“형은… 원래부터 밖으로 나가질 못했거든요, 스트리머가 된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집에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물론 형도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가족들 이외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합방도 자주 하고, 야외 방송 용으로 베르에게 줬던 액션캠도 샀었으니까요. 뭐… 결국 한번도 써보지는 못지만…”

자신의 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두리의 표정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 것인지 무어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형이 집밖을 나가는 계획을 세웠을 때는 정말이지 형이 어딘가 이상해진 줄로만 알았다니까요?”

"......”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며 함께 걸어가는 미래.

그래. 그녀도, 두리도 알고있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아마 그녀들의 앞에 서서 길을 안내하는 남자도 두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테지

그렇기에 미래와 그 남자는 말없이 그저 앞으로 향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을 뿐더러,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형에게 있어 저 아파트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 아니지 어쩌면 말 그대로 세상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두리씨…”

“괜찮아요, 언젠가는 각오했던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주변을 살피고 있는 두리.

미래는 그런 두리를 응원하기 위해서 그가 살피지 않는 반대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크르…”

그러자 어디선가 들리는 좀비의 울음소리.

도로변이 아닌 건물의 사이사이에 있었던 것인지 분명 모습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단번에 미래와 두리를 향해 뛰어가는 좀비 한마리.

갑작스러운 좀비의 등장에 미래와 두리는 당황하며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지키는 건 어렵지 않겠군”

서걱…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무언가 날카롭고 무거운 소리에 둘은 고개를 돌려 방금까지 자신들이 따라왔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적당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군용 나이프.

치이이익….

그 짧은 시간에 좀비를 베어냈던 것인지 칼날에 묻어 있던 피가 연기가 되며 완전히 기화해 버렸다.

그리고 그런 피와 마찬가지로 그 남자의 발 밑에 쓰러진 채 버둥거리고 있는 녀석.

외관으로 보이는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지만 그 남자가 무언가 수를 쓴 것인지 녀석은 그저 팔을 허우적댈 뿐 제대로 일어나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

푸욱…

그는 그런 좀비의 뒷목에 칼을 박아 넣어 완전히 끝내버렸다

그 증거로 축 늘어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좀비.

아직 죽은 것은 아닌 것인지 연기처럼 바스러지지도. 타르처럼 녹아 내리지도 않은 채 그저 시체처럼 쓰러져 있었다.

“어… 어떻게…”

“신경을 끊어버린 것 뿐이다. 그건 재생이 안되거든”

자신은 한시간동안 온 힘을 다해 때려서 겨우 쓰러트린 좀비를 단 두방에 제압해 버린 남자

그는 그러고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길 안내를 시작했다.

“빨리 움직여지, 이 곳은 안전한 장소가 아니니까.”

그리고 미래와 두리는 방금전 보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갔다.

***

[하아… 정말이지…]

주택과 주택의 사이, 담장과 담장의 사이를 뛰어 넘어가며 체육관을 향해 달리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뒤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미 함께 아파트를 나온 세사람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먼 거리였지만 그들의 존재는 그녀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기 충분했다.

‘그래,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미래를 포함한 세명이 하나와 해어지고는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과 함께 나온 고양이인 제니는 이미 체육관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과 함께 행동하면 너무 늦어’

지금 그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베르를 다신 만나는 것

온몸을 검은색으로 둘둘 알아버린 저 수상한 남자라면 모를까, 나머지 둘은 빠르게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많았기에 그녀는 일행에서 떨어져 그대로 혼자 향하는 것을 택했다.

지도는 이미 충분히 외워 둔 상황.

중간에 딴길로 새지만 않는 다면 얼마가지 않아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게 뭐하는 짓인지…’

차라리 이대로 다시 길고양이로 돌아갈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미 인간들은 대부분 사라져버린 상황.

본래부터 인간들이 버린 것들을 사용해서 겨우겨우 살아가던 길동물들에게 있어 지금의 상황은 인간들과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거기다가 이미 베르를 따라오기 전부터 이미 자신의 세력은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 상황.

이런 상황에서 그녀 혼자서 살아남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봤자 결국에는 겨울을 나기 전에 죽을 것이 확실했다.

[그럴 바에는 그 녀석이 나아]

확실히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고 울화가 치밀기는 하지만 최소한 그 녀석과 함께 행동하는 쪽이 혼자서 움직이는 것보다 몇배는 위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빠르게 자신의 발을 놀렸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베르에게 갈 수 있도록.

가볍고 탄력성 높은 고양이의 신체를 십분 활용해 건물과 건물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고양이라기 보다는 하늘을 나는 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크아아아악!!!!”

[읏!!!]

그러나 갑작스럽게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커다란 포효소리.

그 커다란 포요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지붕위를 건너던 와중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으으… 고양이 체면 다 구기는 일이군]

아마 지금 이 모습을 베르가 보고 있었더라면 십중팔구 그녀를 놀리며 장난을 쳤을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담장위로 올라갔다.

아니… 올라가려 했다.

[어?]

어째서인지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다리들

마치 무언가에 겁을 먹고 굳어버린 것처럼 부들거리고 있는 자신의 다리를 본 그녀는 기이함을 느낌과 동시에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자신이 떨어진 골목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크르르…”

입구 너머로 들려오는 좀비의 울음소리.

그저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수년간 길거리 생활을 하며 얻은 그녀만의 직감이.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도록 해주었던 그녀의 뛰어난 감각이.

지금의 상황이 위험하다며 그녀의 머릿속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제길…’

조금씩 가까워 지는 그것의 기척

그녀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겨우겨우 일으켜 세우고는 이빨을 내세웠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그녀의 앞에 나타난 좀비

온몸의 근육이 마치 쓰다 만 점토처럼 이상하게 뒤틀려 있는 한 남자 좀비

그런 그의 가슴에는 보랏빛 보석이 박힌 체 흐리게 빛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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