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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45화 (45/51)

〈 45화 〉 44. 두더지 잡기

* * *

쿵!!!

나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녀석의 몸통박치기를 피했다.

그저 단순 무식하게 들이박은 것 만으로도 금이 가버린 아스팔트 바닥.

그러는 와중에도 녀석의 온몸을 뒤덮은 살인지 근육인지 모를 지방덩어리들은 마치 음식물 쓰레기 사이사이로 기어다니는 구더기마냥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저 토 나올 것 같은 외관을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까지 본적 없는 어마 무시한 괴력에 나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 뻔 했다.

애초에 평범한 좀비 놈들은 사람밖에 건드리지 않을 것인데, 어째서인지 녀석은 정확하게 나를 노리고 있었다.

심심풀이인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식성이 특이한 녀석일 수도 있었다.

한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아직 놈의 저 변태 같은 눈동자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칫’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까지도 저릿저릿한 다리를 이끌고 녀석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끼익…끽끽끽…”

녀석도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입에서 무어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괴상하고 불쾌한 웃음소리를 내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 휘두르는 녀석의 기괴하고 커다란 팔

평범한 남성의 두배는 넘는 것 같은 커다란 손바닥이 그녀를 향해 세차게 휘둘러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 뿐

‘느려’

그녀는 마치 그런 공격 따위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그대로 좀비 녀석의 팔을 피해 옆으로 굴렀다.

아직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이곳을 벗어나 ‘도망’가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회피’라면. 수년간 길거리에서 수십 마리의 동물들과 싸워오며 익혀온 그녀의 감이라면. 저런 붕뜬 공격을

피하는 것 즈음은 일도 아니었다.

‘확실히 이놈은 강해’

그것 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좀비의 팔을 피할 때마다 조금씩 늘어가는 아스팔트의 잔금들

커다란 타격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아스팔트 조각을 볼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저 펀치를 맞는다면 한대라도 버틸 수 있을까.

아마 그대로 쓰러져 녀석의 간식거리가 될 것이다.

‘물론 맞는다면 말이지’

그저 나를 쫓으며 붕붕 휘두르기만 하는 무의미한 텔레폰 펀치.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고 하더라도 그 공격이 어디로 날라올지 알고 있다면 지금의 몸상태라도 피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위’

쾅!!!

‘오른쪽’

쾅!!!

‘왼쪽 위’

쿵!!!

마치 난생 처음 보는 나비를 쫓는 아기고양이의 발길질 같아 보이는 녀석의 펀치들.

그 펀치들을 피하며 놀고 있으며 시간을 끌고 있자니 슬슬 저릿거리던 다리의 감각도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회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아직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나와 녀석의 싸움 소리를 듣고는 주변에 있는 좀비들이 하나 둘씩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모이면 빠져나가기도 힘들겠군…’

나는 일단 다시 힘이 돌아온 다리를 이용해 방금 전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녀석의 주먹을 피하며 녀석을 유도했다.

쾅!!!

그렇게 다시 한번 아스팔트 바닥을 강타한 녀석의 주먹.

이것으로 이제 녀석의 등은 완전히 골목의 출구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는 그 주먹을 피하는 것을 넘어 그 커다란 주먹을 발판 삼아 그대로 녀석의 팔을 타고 올라가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올라탄 것에 놀란 것인지 그대로 나를 잡기위해 반대쪽 손으로 주먹을 날리는 녀석.

퍽!!!

[아쉽게도 나는 베르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회피가 주무기라서 말이야,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만난 것 같네]

나는 그런 녀석의 주먹을 피하고는 그런 녀석을 비웃으며 그대로 녀석의 어깨를 발판 삼아 그대로 녀석의 등뒤로 점프했다.

이제 이대로 다시 담장 위로 올라가 아까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붕위로 이동한다면 녀석도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못하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성량의 울음소리.

갑작스러운 녀석의 소리에 어깨 위에 있던 나는 귀가 터질 것만 같았다.

‘에?’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원래대로 돌아 갔어야 할 다리가 또다시 굳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로 인해 제대로 점프조차 하지도 못하고 담장에 닫지 못한 채 그대로 추락하는 나의 몸

‘설마 방금 전까지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그렇게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는 얼굴을 굳혔지만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린 일.

녀석의 주먹은 이미 나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다리가 굳어버려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아니 애초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중에 떠있었던 나는 결국 녀석의 펀치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을 수 밖에 없었다.

펑!!!

“냐아아아악!!!”

마치 커다란 샌드백이라도 때린 것 같은 경쾌한 타격음.

나는 그 펀치를 맞고는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공중에서 맞은 덕분에 피해가 조금은 경감 되었던 것인가, 다행히 즉사는 면했지만 겨우 한방을 맞은 것 뿐임에도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제길…’

지금까지는 그저 장난이었던 것인가.

방금 전 녀석이 보여준 펀치의 속도는 지금까지 놈이 보여주었던 것들을 가볍게 추월할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녀석은 나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던 와중에도 계속해서 실실 웃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큭… 웃기지도 않는군…]

상대방을 가지고 놀고 있었던 것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실실 쪼개다 이렇게 당해 버리다니.

그러고 보면 베르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도 아직 다 크지도 않은 강아지라고 얕보고 있다 그대로 당해버리고 말았지.

[설마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얼굴이 하필이면 그 녀석이라니…]

그러나 어째서인지 평소와는 달리 그리 불쾌하지 않은 이 이상한 감각에 나는 점점 흐려지는 눈을 감아버리고는 녀석이 나를 끝장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나에게로 가까워지는 녀석의 인기척.

놈은 내가 다 잡은 사냥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주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크르륵…”

그런데 어디선가 드려오는 녀석의 것이 아닌 낯선 울음소리.

거기다가 그 숫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내가 눈을 뜨자 나의 주변을 둘러싼 꽤나 많은 숫자의 좀비들.

물론 정말로 나의 주변을 둘러싼 것이 아닌 그저 좁은 주택가의 골목길이었기 때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 뿐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녀석들은 나의 방패가 되어주고 있었다.

“크아아악!!!”

“에엑!!!으어!!!”

‘녀석들끼리는 같은 편이 아닌건가?’

녀석은 아무래도 다른 좀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인지 주변에 서있던 좀비들은 저 살덩이 놈을 보자마자 마치 사람이라도 만난 것처럼, 아니 그보다도 훨씬 필사적으로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확실한 시간벌이.

하지만 아쉽게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지만 말이다.

거기다 저 살덩이 녀석도 달려오는 놈들을 향해 커다란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좀비들을 쳐내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녀석이 거대한 팔을 휘두를 때 마다 마치 고무풍선이 터지듯 날아가는 좀비들.

그 커다란 몸에서 나오는 힘은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였다.

그렇게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잠시 동안의 유예시간이 끝나고.

완전히 나의 앞에 도착한 녀석.

모든 것을 포기한 나는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며 눈을 꽉 감았다.

쾅!!!

그렇기 주택가를 울려 퍼지는 커다란 펀치 소리

그러나 그런 커다란 소리와는 달리 나에게는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의아한 마음에 슬쩍 눈을 뜨자, 그제서야 내 앞에 서있는 것이 그 좀비 녀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크게 화라도 난 것처럼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

그녀도 좀비인 것인가, 자신이 내지른 주먹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부러진 그녀의 팔은 마치 퍼즐을 마추듯 우드득 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부러진 왼쪽 팔을 회복 시키며 자신에 펀치를 맞고 날아가 벽에 박혀 있는 이름 모를 커다란 좀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라기 보다는 한 마리의 야수를 보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마치 노을이 비치고 있는 강물처럼 붉은 안광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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