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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세상 속 댕댕이가 되었다-46화 (46/51)

〈 46화 〉 45. 좀비 누나 (1)

* * *

그녀가 처음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처음으로 느꼈던 감각은 바로 배고픔이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장을 쥐어 뜯는 것만 같은 고통.

그녀는 그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 뿐이었다.

“그으…으으…”

그런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신음소리.

곪을 대로 곪은 그녀의 뱃속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소리와도 같았다.

“지… 지아 누… 읍!!으읍!!!”

“조용히 해! 그러다 너까지 죽어버린다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자신을 부르는 것일까? 그녀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치 자신의 시야에 누군가가 흰색 물감이라도 떨어트린 것일까.

한껏 흐릿해진 시야로는 바로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잠깐… 이거 놔!!! 누나!!!”

“너야 말로 정신차려!!! 저건 이제 그냥 좀비라고!!!”

“닥쳐!!!”

점점 커져만 가는 그들의 목소리.

조금씩 흐려지는 기억의 잔재만이 남은 그녀로서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느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들이라면 자신의 배고품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녀의 입에서는 이미 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르르…”

“키익!!! 크에…”

그러나 어디에선가 들리는 이상한 신음소리.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극한으로 예민해진 그녀의 청각과 후각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좀비들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늘어만 가는 울음소리와 기척들.

그 놈들이 내는 울음소리에서는 모두 그녀와 같이 굶주림이 묻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제길… 누나!!!”

“지금 그런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빨리 튀어!!!”

그녀의 눈앞에 있던 사람들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기척을 깨달은 것일까.

그들은 자신의 눈앞에 덩그러니 서있는 그녀를 놔두고는 그대로 자리를 벗어나 도망쳐 버렸다.

“아…”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작은 탄식.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무언가 알 수 있었을 것인데. 그들은 결국 도망가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껏 흐릿한 시야로 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자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그들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으으…”

그렇게 그녀는 다시 한번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무심코 침음을 삼켰다.

마치 자신의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것만 같은 이상한 감각.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치 머리에 피가 쏠린 듯 뜨거워 지기 시작했다.

마치 좁디좁은 우리에 갇혀 있는 것만 같은 답답함.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크르르르….”

지금 이 녀석들이 없었더라면.

아마 그들도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본래라면 자신의 아군이었을 좀비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 있어 눈앞에 있는 수많은 좀비들은 그저 자신의 목적을 방해 한 방해물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불쾌함.

그녀는 그런 그들을 자신의 눈앞에서 치우기 위해 움직였다.

퍽!!! 퍽!!!

자신에 눈앞에 있는 것을 때리고, 부수도, 찢으며, 그녀는 자신의 분노를 조금씩 채워 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그들과 같은 존재.

그녀 혼자서는 좀비 한 마리를 죽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때려도 때려도 계속해서 재생하는 불사의 존재.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런 불사자를 죽이기 위해 계속해서 주먹을 움직였다.

부러지고 재생 되고를 반복하는 그녀의 두 손.

그렇게 조금씩 재생이 될 때마다 그녀의 주먹은 점점 힘을 더해갔다.

하지만 재생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그녀의 허기.

“끄으… 으어….”

그녀는 그 고통으로 인해 때리고 있던 두 손을 멈추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주린 배를 붙잡는 그녀.

하지만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그녀는 ‘먹는다’ 라는 생물의 기본적인 본능조차 잊은 채 그저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에 몸부림 칠 뿐이었다.

‘누나!!!’

어째서인지 방금 전 보았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침.

그녀의 입은 어느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씹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제서야 자신에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윽… 크으윽!!!”

그러자 방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밀려오는 공복감.

지금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집어 넣지 않는다면 그녀의 위장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먹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미 좀비로 가득한 건물에 그녀의, 좀비가 원하는 음식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으그그…. 그르르…”

그러던 중 그녀의 눈에 띈 하나의 시체.

방금 전까지 그녀가 계속해왔던 그 살아있는 시체는 이제 더 이상 제대로 재생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인지 몸이 조금씩 녹아 내리는 것 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녀석의 팔을 물고는 그대로 뜯어버렸다.

“크아아악!!!”

자신의 팔이 물어 뜯기는 것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는 녀석.

이 찢어 질 것만 같은 굶주림을 제외하면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는 시체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고통이라도 느끼는 것 마냥 마구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어쩌면 사라지기 전의 마지 막 발버둥인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꿀꺽…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입안에 있는 살을 씹지도 않은 채 삼켰다.

그러자 거짓말과 같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 그녀의 허기.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미친 듯이 자신의 아래에 누워있는 좀비의 몸을 씹어 삼켰다.

으득… 으드득… 으적!!! 뚝!!!

피가 차오르고, 살이 뜯어지고, 창자가 끊어지는 그 무엇보다도 공포스러운 그녀의 식사.

그러나 굶주림으로 고통 받던 그녀의 배가 채워질 때마다.

그 좀비의 피와 살이 자신의 목을 넘어갈 때마다.

그렇게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좀비들의 고기가 마치 흡수되듯 자신의 신체 곳곳을 퍼져 나가는 것을 느낄 때마다.

그녀는 또다시 지금까지는 느껴 본적 없는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

그녀의 몸을 감싸듯 느껴지는 진한 쾌락과 만족감.

그러나 더 이상 그녀의 눈앞에 있던 좀비는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리고 말았다.

“아…”

아쉬움에 탄식하는 그녀.

이미 그녀의 몸을 잔뜩 적시고 있던 좀비의 피도 증발해 버려 더 이상 그녀는 이것을 맛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꼬르륵…

그만한 양의 살덩이를 먹었음에도 아직도 가시지 않은 그녀의 공복감.

그녀는 새로운 먹이를 찾기 위해.

자신의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그녀는 조금씩, 천천히, 주변에 있는 좀비들을 하나 둘 씩 잡아 먹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조금씩 강해졌다.

으득… 으드득…

그러나 아무리 잡아먹어도 끝나지 않는 굶주림에 그녀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신은 잘 못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좀비인 그녀가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슴 한구석에는 조금씩 ‘불안감’ 이라는 것이 쌓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럴수록 더욱 좀비들을 먹어 치웠다.

“크라라라악!!!”

“끄어어억…”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먹는 것 뿐.

좀비의 맛을 알아버린 좀비.

그녀는 점점 자신의 식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제는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배가 고파지는 것만 같은 기분.

그녀의 눈은 이미 붉게 물든 채 이 어두운 골목을 밝히며 자신의 사냥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아니 어쩌면 수십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르는 순간.

“멍!!!”

그런 그녀의 앞에 한 강아지가 나타나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으어?”

이미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뿌연 물감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한껏 선명해진 시야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강아지에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

이미 그녀의 주변에는 단 한 마리의 좀비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라고는 난생 처음 보는 웰시코기 한 마리 뿐

그녀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강아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멍!!!”

기분이 좋은 것일까? 자신의 손길을 느끼고는 그대로 재롱을 부리고 있는 녀석을 그녀는 그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강아지의 재롱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던 좀비들의 기척이 하나 둘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좀비를 향해 달려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웰시코기를 안고 다시 건물의 안으로 들어올 뿐.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를 괴롭히던 그 끔찍한 굶주림은,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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